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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에서 경영으로, R&D 사업 성공 이끌어야”

한국연구재단 홍남표 사무총장(서울대학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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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연구·개발)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경영의 최종적인 목표는
성공입니다. 어떻게 하면 연구 과제를 성공으로 끌어내느냐가 재단의 역할이자 최종적인 목표가 되어야 하죠.”

지난 6월 취임한 한국연구재단 홍남표 제4대 사무총장은 재단의 R&R(역할과 책무)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R&D사업(Program)과 과제(Project)의
지원 프로세스를 체계화하고 이것을 매뉴얼화 하는 일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는데요. 과학기술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하며 쌓은 경험, 여기에 미국
프로젝트경영전문가(PMP)와 기술사(PE) 자격증을 보유한 전문가답게 연구개발 사업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견해와 철학을 가감 없이 피력했습니다.

국내 최고의 연구관리 전문기관에 걸맞은 전문성을 갖춰야 재단의 역할과 책무를 다할 수 있다는 것이 홍 사무총장의 생각인데요. 취임 후 4개월여 일이
지나는 동안 각종 현안 해결과 재단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분주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홍 사무총장을 만났습니다.

지난 6월 부임한 제4대 한국연구재단 홍남표 사무총장

“선수·감독 역할 구분을…R&D사업은 독주 아니라 협주”

  • 재단 사무총장으로 부임하신 지 벌써 4개월이 지났습니다. 많은 일을 처리하느라 어느 때보다 바쁘셨을 텐데요.
    그동안 어떤 일에 주력하셨는지요.

    재단 사무총장에 응모할 때 재단이 국가와 우리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미션을 어떻게 하면 잘 수행할 수 있을지가 고민의 중심이었습니다. 마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에서 각 기관의 R&R을 수립하는 과정이어서 그동안 고심했던 생각을 정책으로 만들어 재단의 R&R에 반영하는 일에 주력했고요. 하나 더 덧붙이자면 재단에서 운영 중인 ‘PM(Program Manager)에 의한 연구사업 관리제도’에 관해 이런저런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요. 부임 후 이것을 정리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했습니다.

  • 세부적인 내용은 개선 방안을 마무리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총장님께서 보시기에 전체적으로 어떤 것이
    아쉬운 점인지요.

    축구 대표 팀을 예로 들면 감독과 코치, 선수 등 각자의 역할이 있습니다. 보통 훌륭한 기량을 가진 선수 출신이 감독을 맡게 되는데요. 아무리 뛰어난 실력을 갖춘 선수라도 감독이 되면 그때부터는 감독의 역할에 충실해야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습니다. 그런데 감독이 선수로 뛰려고 하면 팀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PM도 마찬가지입니다. 감독이나 코치진이 되면 역할과 책무가 달라져야 하죠. 이 경계가 뚜렷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요. 또 오케스트라와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독주가 아니라 협주를 위해서는 훌륭한 지휘자가 있어야 하고,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들어낼 수 있는 악보가 필요하죠. 연구개발의 악보를 만들고 지휘하는 일이 PM의 주된 역할과 책무 아닐까요?

  • 연구관리 전문기관의 ‘1부처 1기관’ 원칙에 따라 과기부 산하 기관도 연구재단으로 통합하게 됩니다. 어떤 변화가 생길지 궁금합니다.

    연구관리 전문기관은 연구개발 사업(Program)과 과제(Project)를 기획하고, 최적의 연구자나 연구 집단을 선정해서, 전문적인 과제 경영(Project Management) 기법을 활용하여 궁극적으로 성공(Success)을 끌어내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현재 연구관리 전문기관 중 하나인 정보통신기술센터(IITP)는 정보통신산업진흥원 부설기관으로 되어 있는데요. 한국연구재단이라는 하나의 거버넌스로 모이면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두 기관이 보유한 특색 있는 R&R 경영기법 등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R&D 투자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요. 과제 신청이나 관리 측면에서 표준화 등도 속도를 낼 수 있어 정책 수요자인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할까요?

    IITP 입장에서 보면 이사회가 바뀌기 때문에 기관의 의사결정 시스템 일부가 바뀌게 됩니다. 우선 재단 이사회에서 정한 지금의 규정을 적용했을 때 부작용이 없는지 꼼꼼히 살펴야 하고요. 부작용이 있다면 개정이 가능한지 등을 점검해 부작용을 최소화하도록 할 것입니다. 현재 두 기관이 참여하는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고요. 올해 말까지는 통합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지난 9월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국연구재단 경영혁신 추진방향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는 사무총장

“시대 변화에 맞게 R&D 전략도 바뀌어야”

  • 부처나 대학에서 재단과 직·간접적으로 많은 일을 진행하고 지켜보기도 하셨을 텐데요. 부임후 느끼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재단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한 기관입니다. 정부의 한 해 R&D 투자액이 약 20조 원에 달합니다. 국방이나 중소기업 지원, 출연연 직접 지원 등을 제외하고 순수 R&D 투자액은 10조 원 정도 되는데요. 그 절반에 해당하는 5조 원의 예산을 집행하는 곳이 바로 재단입니다. 재단이 변하면 국내 연구계 전반이 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다행히 이런 책무에 걸맞게, 또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연구관리 전문기관답게 구성원들이 전문성과 공정성을 갖추고 연구과제 선정과 지원 업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 역할과 책무를 많이 강조하셨는데요.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재단은 R&D 사업(Program)과 과제(Project)를 매니지먼트(Management), 즉 ‘경영’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런데 매니지먼트를 ‘관리’라고 협소하게 해석해 재단의 기능과 역할을 상대적으로 좁게 설정하고 있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제 재단은 R&D ‘ 관리 ’ 를 넘어 ‘경영’하는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야 하고요. 그러기 위해서는 R&D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대한 전략적인 기획,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의 생애주기(Life cycle)에 걸친 경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 분발해야 한다고 봅니다. 저 역시 임기 동안 이러한 역량을 높이는데 미력하나마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태려고 합니다.

  • 부처에서 주요 보직을 거치고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을 역임하셨습니다. 큰 틀에서 국내 과학기술 발전 방향에 대한 총장님의 고견을 듣고 싶습니다.

    과학기술이 왜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답은 바로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과학기술이 할 일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새로운 발견을 통해 인류사회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고요. 둘째, 산업발전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셋째는 사회문제 해결을 통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발견은 기초과학과 기초연구 분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분야에서는 적정한 예산을 확보하고 제도를 정비해 연구자가 마음껏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 환경과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둘째와 셋째는 응용과학과 응용연구개발 분야입니다. 여기서는 사전에 치밀한 계획과 선진화된 R&D 경영기법 등을 활용해 소기의 성과, 다시 말해 연구개발이 ‘성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그래서 R&D 프로그램과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경영’으로서의 매니지먼트가 필요한 거군요?

    그렇습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기술이 인간의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대체하고, 전통적인 국제적 분업 구조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해외시장으로 진출해야 하는 우리나라 산업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맞게 우리의 R&D 전략도 바뀌어야 합니다. 새로운 기술이 만들어 낼 일자리, 기술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정비, 시장 개척 등을 동시에 추진해야겠지만, R&D 계획의 수립 단계부터 이 모든 것을 점검하지 않으면 속도전에서 결코 이길 수 없습니다.

  • 연구현장에서는 여전히 기초·원천 연구 지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요. 인문·사회 분야에서는 상대적인
    소외감을 피력하기도 합니다.

    결국 R&D 예산 투자는 포트폴리오의 문제입니다. 재단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정부나 정치권의 관심과 도움이 절실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기초·원천 연구의 경우 현 정부가 임기 내 2배로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요. 매년 실천에 옮기고 있는 것은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닙니다.
    인문·사회 분야 역시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최근 정치권에서 공청회를 개최하는 등 많은 관심과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정부 전체 예산과 전체 R&D 예산을 고려해야 하는 포트폴리오에 관한 문제라는 점을 고려해야 하고요. 관련 학계, 재단, 그리고 관련 부처가 함께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봅니다.

  • 시대변화에 따라 R&D 전략도 바뀌어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연구사업·과제 지원 프로세스 매뉴얼 화에 주력”

  • 연구지원관리 외에도 재단의 인적·물적 인프라를 활용해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대국민 서비스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급작스러운 변화가 상시로 진행된다는 것인데요. 일자리나 소득 격차 문제가 필연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어두운 단면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기에는 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이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재단은 한전원자력연료,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한국산림복지진흥원 등 5개 기관이 참여하는 ‘대전지역 사회적 가치 혁신 네트워크’를 출범했습니다. 사회적 가치 달성을 위한 경영혁신 계획을 공유하고 작지만 협업 가능한 일을 찾아 지역사회에 기여하겠다는 취지인데요. 공공기관 중 처음으로 소상공인의 카드 가맹점 수수료 경감을 추진하고, 재단이 보유한 연구자 정보를 활용해 연구자 간 협업을 지원하는 등 작은 일부터 하나씩 찾아서 활동을 펼쳐나갈 예정입니다.

  • 이미 언급하신 내용만 봐도 재단이 더 많이 바빠질 것 같은데요(웃음). 임기 동안 이 일만은 꼭 하고 싶다거나 꼭 개선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하고 싶다기보다 해야 할 일이 많습니다. 첫 번째로 R&D사업(Program)과 과제(Project) 지원 프로세스의 체계화·효율화인데요. 사업본부마다 연구사업이나 연구과제 지원을 위한 지식체계는 어느 정도 갖추고 있지만, 이것을 시스템적으로 매뉴얼화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앞으로 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사업과 연구과제의 생애주기에 걸친 경영 매뉴얼을 만들고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회를 가동해 해당 매뉴얼을 상시 개선해 R&D 투자의 생산성을 높이도록 하겠습니다.
    두 번째는 연구정보 지원 서비스의 고도화입니다. 재단은 연구와 관련된 각종 데이터가 모이는 ‘데이터의 보고(寶庫)’입니다. 여기에 빅데이터 등의 기술을 접목하면 연구나 연구지원 행정에 관해 꼭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구 실적과 연구자 정보 등을 빅데이터로 정리해 연구자 간 협업, 적정 평가자 추천, 연구결과 보고서 중복 체크 등 지원 서비스의 수준을 한층 높일 계획입니다.

  • 연구비 부정 문제도 근절되지 않고 가끔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데요.

    그래서 세 번째로 연구자의 연구비 집행 오류를 줄이고, 궁극적으로 회계적 책임으로부터 연구자를 보호하는 데 힘을 보태고자 합니다. 과학기술전략본부장 재직 시 꼭 해결하고 싶었던 이슈 중 하나인데요. 댐에 뚫린 아주 작은 구멍 하나가 댐 전체를 무너뜨리지 않습니까? 사고 예방 차원에서 애초부터 구멍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연구비 집행이 시작되는 발의 단계부터 집행이 적절한지 잘 점검해야 하는데 대학 산학협력단이 이러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샘플링을 늘려 정밀정산을 확대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요. 관계 부처와 협의해 협약 제도를 개선하고 산학협력단에 대한 인적·재정적 지원 등을 통해 근본적인 시스템 개선을 도모하고자 합니다.

  • 끝으로 재단 구성원과 웹진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어느 조직이든 혁신을 게을리 하면 도태하기 마련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파괴적 혁신이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저를 비롯한 재단 구성원 모두 늘 학습하고, 상시적으로 혁신해서 연구자와 국민들에게 재단의 존재 이유를 분명하게 각인시켰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웹진 독자를 비롯해 이해 관계자(Stakeholder)의 많은 관심과 건전한 비판 그리고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홍남표 사무총장은?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공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과학기술부장관 비서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과학기술부 재정기획관, 교육과학기술부 대변인, 원자력국장, 미래창조과학부 감사관 등을 거쳐 대통령 소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지식재산전략기획단장, 미래부 과학기술전략본부장을 역임했다. 지난 2017년 11월부터 서울대 객원교수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미국 프로젝트경영전문가(PMP)와 기술사(PE) 자력을 보유한 R&D 정책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꼽힌다. 1996년 근정포장, 2014년 홍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한 줄 인터뷰

01. 사무총장님께 프로젝트 경영(Project Management)이란?

“삶이 곧 PM이다”

기획하고 관리해서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우리의 모든 노력이 PM이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지만, 일상생활의 작은 부분 하나하나도 모두 PM이다. 국가 R&D는 말할 것도 없다.

02. 일이 힘들거나 지칠 때 극복하는 비법은?

“사필귀정이란 말을 믿는다”

일이 힘들다고 일을 피한 적은 없다. 모든 일이 처음에는 시비(是非)나 곡직(曲直)을 가리지 못해 혼란스러워도 결국은 올바른 길로 정리된다. 내 생각이나 뜻이 잘 전달되지 않을 때 조금 답답한데 그럴 때는 직원들과 같이 공부한다.

03. 인생철학으로 삼는 격언·문구는?

“대관세찰(大觀細察)”

크게 보고, 세세하게 살핀다는 의미다. 전체의 흐름에서 자신이 어디에 위치하고, 어디로 가느냐를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업무도 마찬가지다. 주변 환경을 분석하여 큰 흐름을 읽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와 디테일을 동시에 풍부하게 하도록 대관과 세찰을 생활화하려고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