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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현장탐방

어서와 ‘미얀마’는 처음이지?

경희대학교 미얀마지역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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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1960년대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국토 곳곳에 황금빛 불교사원이 넘실거리는 부국이었다. 하지만 군사독재와 서방세계의 경제제재가 이어지며 반세기 가까이 은둔의 나라로 지내왔다. 2012년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방문과 함께 국제사회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미얀마는 요즘 세계가 주목하는 기회의 땅으로 부상 중이다. 풍부한 자원, 양질의 노동력, 세계 3대 신흥경제권(중국, 인도, 아세안)의 접점이란 탁월한 지리적 이점까지 경제성장에 필요한 요소들을 고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진출을 향한 각국의 발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도 한발 앞서 양국 간 상생발전의 교두보 마련을 위해 구슬땀을 쏟고 있는 이들이 있다.

‘미얀마지역연구센터’가 그곳이다.

안남미 혹은 아웅산 수치의 나라

미얀마는 폐쇄적인 사회주의 계획경제에서 개방으로 돌아선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전후세대는 안남미라는 쌀, 젊은이들에게도 아웅산 수치 여사나 로힝야족 문제 정도로만 알려진 미지의 땅이지요. 연구팀도 기초자료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적극적인 인적교류에 나서면서 문헌연구로는 기대하기 어려웠을 의외의 소득을 얻고 있지요. 학계, 정재계는 물론 일반시민과도 빈번히 접촉하면서 미얀마가 숨겨둔 거대한 잠재력을 피부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최영준 미얀마지역연구센터장

미얀마지역연구센터(이하 미얀마 센터)는 2016년 경희대 무역연구소와 한·미얀마연구회가 주축이 돼 설립된 지역연구 전문기관이다. 현재 한국연구재단의 신흥지역연구지원사업의 후원 속에 5개년 간에 걸쳐 공동으로 미얀마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들은 먼저 올해 완료된 1단계 사업에서 국내 기관과 기업이 미얀마 무역과 투자 시 고려해야 할 리스크를 정치·경제·사회문화·국제협력 등 전방위적으로 분석하는 데 집중했다. 센터는 먼저 양곤경제대학교, 미얀마통계협회, 미얀마통계전문가협회, 미얀마경제인연합회 등 현지의 파트너를 발굴하고 한국무역협회, KOTRA, 농수산유통공사(AT), 한아세안센터 등 국내 관련기관들과 엮어 공동연구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의 도시 양곤의 거대한 불탑 쉐다곤 파고

미얀마 센터는 이를 바탕으로 미얀마의 주요 이슈와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이슈페이퍼를 격주 단위로 발행하고 있다. 미얀마의 역사와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비롯해 소비시장과 투자환경을 고루 분석한 정책보고서도 이미 7권을 넘어섰다. 미얀마가 베트남을 잇는 동남아 최대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만큼 반응은 즉각적인 편이다.

주한 미얀마 대사와 경제계 인사들을 초청해 정책 설명을 듣는 민관학협력세미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센터가 공유한 뉴스레터를 보고 참석하는 기업 관계자들이 매회 100여 명에 육박하고 있지요. 대학이 주관하는 세미나로서는 이례적인 일인데요. 이는 시중의 높아지는 관심에 비해 정보가 태부족이란 것의 방증이기도 해서 우리가 하고 있는 연구의 중요성을 새삼 실감하곤 합니다. 새롭게 길을 내는 분야인 만큼 학술적으로도 정확하고 검증가능한 성과를 생산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커지고요.

박현용 연구교수

왼쪽부터 차례대로 박현용 연구교수, 최영준 센터장, 강신원 회장

한-미얀마 상생의 새로운 연결고리

센터가 열고 있는 양국 관계의 물꼬가 반가운 것은 미얀마도 마찬가지다. 양곤경제대학교와 함께 한국과 미얀마를 오가며 개최하는 연간 2차례의 공동학술대회는 이미 한국을 배우려는 미얀마 학계와 사회지도층의 필수코스로 자리 잡았다. 올 가을 여의도 국회에서 개최되는 추계 학술대회 역시 20여 명의 미얀마 측 참가자와 함께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 학자들의 참석이 예고돼 있어 양국 관계의 새로운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최 센터장은 “미얀마 오피니언 리더들은 한국의 경제성장 모델에 관심이 크고 젊은 세대에서는 한류문화가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며 “그들의 갈증을 채워주는 것도 연구팀의 큰 과제”라고 설명한다. “미얀마를 방문할 때마다 늘 지식의 선물 보따리를 준비하지요. 미얀마 인들이 원하는 한국 관련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역사부터 한류콘텐츠까지 우리나라의 경험자산들에 대해서도 다방면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원천자료 부족과 2년의 짧은 연구기간이란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양국 간 중요한 연결고리로 자리매김한 미얀마 센터는 향후 3년 간 진행될 2단계 사업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성과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성공적인 미얀마 진출전략을 제공하는 한편 보다 큰 틀의 정부간 협력방안까지 제시한다는 게 이들의 계획이다.

하지만 미얀마센터 구성원들의 궁극적인 꿈은 따로 있다. 센터가 기울이고 있는 노력이 이해관계나 비즈니스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국 간 진정한 ‘친구 맺기’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 미얀마 진출 전략 제공

미얀마는 2,000km의 해안선과 한반도 3.5배의 국토를 가지고 있다. 6천만 명의 인구 중 47%가 청년층으로 구성된 젊은 나라다.

양국 간 튼튼한 가교가 될 미래 세대 양성

“미얀마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면이 많은 나라입니다. 국교에 해당하는 불교신앙의 영향으로 국민들이 유순하고 근면한 데다 어른과 승려를 공경하는 문화도 뿌리가 깊습니다. 문해율이 90%를 넘을 만큼 교육열도 높지요. 특히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몽골로이드 계통의 버마족은 외모와 반점이 한국인과 흡사해 다른 동남아 국가와 달리 크게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현지에 동행하는 학자와 경제인들 대부분이 뜻밖의 친숙한 분위기에 놀라곤 하지요.”

강신원 한·미얀마연구회장

불교신앙의 영향이 뿌리 깊은 미얀마

미얀마 센터 공동연구원인 강 회장(순천대 교수)은 2012년 발족해 미얀마 센터의 뿌리가 된 한·미얀마연구회의 창립멤버다. 전기통신 업무의 국제적 관리기구인 UN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서 활동하던 중 미얀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어느 일방이 아닌 서로에 대한 깊은 이해가 건강하고 튼튼한 협력관계를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미얀마 인들과 폭넓은 주제로 대화하고 연구하면서 우리 역시 학문적으로, 문화적으로도 배우는 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 미얀마 인들은 대체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면서도 한편으론 부정적인 표현을 잘 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의 질문과 요구에 무응답으로 완곡한 거절 의사를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요. 반면 한국 사람들은 미얀마 인들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몰라 답답해하고요. 이런 문화적 차이나 사회적 배경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 없이는 정치·경제적으로도 신뢰 관계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미얀마 센터가 2단계 사업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학부생과 대학원생 대상의 지역전문가 양성 프로그램과 함께 미얀마 내의 교육 시스템 개발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게 이 때문이다. 강 회장은 “교육은 향후 미얀마의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균형성장뿐만 아니라 양국 간의 장기적인 교류협력에도 중요한 사안”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미얀마에서도 지한파, 친한파를 육성해 한국과 미얀마의 튼튼한 가교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한다.

한편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 정부의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에 힘입어 7%대의 높은 성장을 지속 중이다. 미얀마 센터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치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인프라 개선  ▲농업 및 농촌 개발  ▲수출산업 육성  ▲인적자원 개발  ▲금융 및 자본시장 개방  ▲국영기업 개혁 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센터장은 “많은 경제학자들이 중국과 베트남에 이은 세계경제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미얀마를 지목하고 있다”며 “미얀마의 법제도와 사회 인프라 개선이 속도를 냄에 따라 한-미얀마 간 교류 역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효과적인 대응전략과 협력방안 연구에도 더욱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