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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바야흐로 독서의 계절

기분에 따라 읽기 좋은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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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어쩐지 가을아침의 공기는 더 맑고, 하늘은 보다 푸르러진 듯합니다. 들끓던 더위는 사라지고 어느덧 살랑바람이 불기 시작하고요.
가을 한 자락 선선한 날에는 꿀처럼 단 낮잠, 또 고즈넉한 날에는 독서를 즐기는 것이 제격이죠. 답답한 마음의 공기를 환기시켜 신선하게 만들어주고,
머리는 한결 맑게 해주는 독서. 그 날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읽기 좋은 책들과 대한민국을 빛낸 다독(多讀)의 대가(大家)까지 소개해드릴게요.

기쁨과 행복이 완연한 날

어린왕자앙투안 드 생택쥐페리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사랑받은 책으로 손꼽히는 어린왕자.

생택쥐페리는 어른을 위한 동화로 ‘어린왕자’를 집필했습니다. 먼 별에서 지구를 찾아온 어린왕자는 간결하지만 깊은 언어로 우리에게 따뜻한 울림을 선사하는데요. 키가 한 뼘 더 자라나 비로소 어른이 된 지금. 한 장 한 장 곱씹어 읽으면 더욱 많은 감정이 물밀려오듯 찾아올 것입니다.

"만약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 어린왕자 中

그리스 인 조르바니코스 카잔차키스

‘carpe diem’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라틴어로,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도 이 말 뜻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그리스 인 조르바’ 또한 이 뜻깊은 구절을 시사하는 고전문학입니다. 언뜻 좌충우돌로 보이는 듯 하다가도, 누구보다도 다채로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조르바의 언행을 통해 우리는 ‘자유’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자신만의 방법으로 영혼의 투쟁을 펼치는 조르바의 유쾌함 속에 자유의 미학이 숨겨져 있답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자유다."

- 니코스 카잔차키스 묘비명 中

심신에 안정이 필요한 날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포리스트 카터

5살 어린 나이에 고아가 된 ‘작은 나무’는 조부모님과 함께 숲 속에서 살게됩니다.

작은 나무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다채로운 숲 속, 만물에 대한 따뜻한 마음을 가진 할머니, 할아버지의 가르침은 독자의 마음까지 평화롭게 어루만져 줍니다. 세대를 이어오며 전해 내려오는 인디언들의 지혜로운 삶의 방법과 우리를 둘러싼 생명체에 대한 소중함까지 오롯이 배울 수 있는, 영혼이 따뜻해지는 성장문학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할머니는 이해와 사랑은 당연히 같은 것이라고 하셨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사랑하는 체하는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그런 사랑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하시면서."

-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中

반고흐, 영혼의 편지빈센트 반 고흐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에 대해 깊이 아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남아있는, 고흐가 보냈던 편지들을 읽어보면 그의 삶이 어떠했는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습니다. 고흐는 살아생전 동생 테오에게 무려 668통의 편지를 보냈는데요. 가난하고 고독했던 형을 늘 믿고 지지했던 동생 테오덕에 우리는 고흐의 명작을 감상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형을 끔찍이 사랑했던 테오는 형이 죽은지 6개월만에 고흐의 곁을 따라 떠났습니다.

"이번에 네가 다녀간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이었는지 말해주고 싶어서 급히 편지를 쓴다.
너와 함께 산책을 하니 예전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 같았다.
삶은 좋은 것이고, 소중히 여겨야 할 값진 것이라는 느낌 말이다."

- 형 고흐가 동생 테오에게

마음에 먹구름이 낀 날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박준

감각적인 언어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매력적인 시인 박준의 첫 산문집입니다.

과하게 꾸며지지 않고, 지나치게 감성적이지 않은 담백한 글들이 담겨있습니다. 솔직하고 담담한 문체로 써내려간 글들은 어딘가 나와 닮은 듯하고, 또 다른 누군가와 닮은 듯도 합니다. 그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마음으로 산문집을 읽어내려 가다보면, 어느덧 동요하던 마음이 조금은 잔잔해질 것입니다.

"일상의 공간은 어디로든 떠날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주고
여행의 시간은 그간 우리가 지나온 익숙함들을 가장 눈부신 것으로 되돌려놓는다.
떠나야 돌아올 수 있다."

-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中

명상록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안토니우스는 로마제국의 16대 황제로,
플라톤이 꿈꾸던 철인 황제를 구현한 ‘전설’로 평가받는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가 후세에 전설로 평가받는 이유는 통치가의 면모가 뛰어났기 때문이 아니라 틈틈이 일기장에 써내려간 철학적인 성찰이 드러났기 때문이지요. 최고의 권력을 손에 쥐었지만 자아 성찰, 인류에 대한 관용, 도덕적 정진 등 자신이 지켜야 할 삶의 자세에 대해 고민하며 써내려간 그의 깊은 생각은 오늘 날 ‘명상록’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철학적인 교훈을 선사합니다.

"당신 자신도 변화의 일부로서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하라.
우주는 곧 변화이며, 인생은 그것에 대해 이해하는 자의 것이다."

- 명상록 中

다독(多讀)의 대가(大家)

세종대왕

이미지 출처: 국립고궁박물관

세종대왕은 자랑스러운 우리 말 ‘훈민정음’을 창제한 위인이자.

학문, 문화, 경제 등 당대 국정에도 수많은 업적을 남긴 조선의 왕입니다. 세종대왕은 대군 시절부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었는데요. 세자 시절 병이나 앓아 누운 뒤에도 독서에 대한 고집을 꺾지 않아 상왕 태종이 이를 염려해 처소에 있던 책을 다 치워버릴 정도의 애독가였다고 합니다. 밥을 먹을 때도, 잠자리에 들 시간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던 세종대왕은 ‘책’이라는 창을 통해 공부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었고, 책 속 군자들의 모범을 보고 습득해 참된 지도자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또 백성들을 위한 한글까지 창제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되었고요.

"읽기는 다 읽었으나, 또 읽고싶다."

- 세종대왕

다산 정약용

이미지 출처: 한국사진사연구소

조선 최고의 실학자이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세계문화인물인 다산 정약용은 자연과학, 공학, 행정학 등 모든 면에 다재다능한 학자였습니다.

다산은 9살에 어머니를 잃고 그 슬픔에 빈자리를 독서로 채우기 시작했습니다. 자신만의 ‘정독’, ‘질서’, ‘초서’ 세 가지 독서 원칙을 지키며 끊임없이 책을 읽었지요. 독서습관을 지닌 덕에 그는 1801년부터 1818년까지 약 18년 동안 무려 500여 권의 책을 저술할 수 있었는데요. 이후 70세가 넘는 나이에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은 다독가였다고 합니다. 그 독서의 힘으로 후대에 길이 남을 위대한 업적을 남길 수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5,000권 이상의 책이 들어 있어야
세상을 제대로 뚫어보고 지혜롭게 판단할 수 있다.
독서야말로 사람이 하는 일 가운데 가장 깨끗한 일이다."

- 다산 정약용 선생이 큰 아들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