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와 함께 연구단의 또 다른 큰 축인 융합연구 발굴과 관련해 주목하고 계신 바가 있다면?
융합은 어떻게 보면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물리학 기초연구가 전자공학이란 새로운 학문을 탄생시킨 것처럼 특별한 목적성에 기초해 다양한 지식들이 모이고 쌓이다 보면 자연스럽게 융합이 일어나게 됩니다. 목적성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시스템과 제품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통합해나가는 융합이 있고, 또 다른 하나는 기존에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나가는 초학문적 융합입니다. 이에 따라 우선 인공지능 혹은 4차산업혁명 기술의 실제 응용을 위해서는 목적이 확실한 다학제적 융합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전례가 없던 새로운 융합을 위해서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방식의 새롭고 다양한 융합연구 과제도 필요하다고 여겨집니다.
융합연구 분야의 혁신을 위해 계획하고 계신 바를 좀 더 말씀해주세요.
ICT 분야의 원천기술 연구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이 융합연구 활성화입니다. 실제로 국민이 체감하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기술 또는 서비스가 탄생할 수 있는 분야이지요. 앞에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 말씀드린 것처럼 융합연구는 덧셈이 아니라 곱셈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패의 가능성도 있지만 성공한다면 큰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목적 지향적인 융합이기보다 목표가 불확실한 경우가 많아 가시적인 성과를 낳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각 학문의 차이는 존중하되, 공동의 목표에 대한 평가를 강화해 융합연구의 내실화를 기하려 하고 있습니다.
ICT·융합연구단장으로서의 어려움과 보람을 꼽아주신다면?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의 R&D 예산이 크게 확대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연구재단이 관리해야 하는 과제도 큰 폭으로 늘어났습니다. 어려운 점은 이렇게 제 전공분야를 넘어서는 다양하고 많은 과제들을 제대로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입니다. 또 잠시 떠나온 연구실과 학생에 대한 걱정도 크지요. 반대로 그런 어려움이 좋은 경험이자 보람이기도 합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들을 잘 관리해서 제가 속한 연구자 사회에 조금이라도 더 합리적이고 공정한 평가시스템을 제공하는 데 힘을 보탤 수 있다는 것이 보람입니다.
단장 부임 전 여러 차례 전문위원을 역임하시며 이미 연구재단에 대한 이해가 깊으셨으리라 여겨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장으로 일하시며 새롭게 보고 느끼시는 점들이 있으실 듯합니다. 끝으로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오래 전부터 지원사업의 수혜자로, 또 PM의 한 사람으로 연구재단과 오랜 인연을 맺어왔습니다. 그리고 연구재단과 유사한 다른 많은 기관에도 몸을 담았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연구재단이 규모와 수준 모두에서 명실 공히 대한민국 최고의 연구지원 기관이 분명하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국가 R&D의 패러다임이 정부 중심에서 연구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와중에도 여전히 연구재단의 자율성이 확보되고 있지 못한 점이 아쉽습니다. 점점 더 지능화하는 미래사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자기주도성뿐만 아니라 연구지원기관의 자기주도적인 의사결정 권한 역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전향적인 관심이 필요하지만, 재단 구성원들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꾸준한 노력이 더해진다면 우리나라 국가 경쟁력의 처음이자 끝인 R&D의 미래에 더 큰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