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9년 UN은 세계인구고령화보고서에서 평균수명 80세를 넘는 나라가 2020년경 31개 나라로 늘어날 것이라 내다봤습니다. 나아가 첨단의료기술의 발전으로 100세 장수가 보편화되는 호모 헌드레드(Homo-hundred) 시대의 도래를 전망한 바 있습니다. 그사이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고령화를 통해 일본, 이탈리아, 호주의 뒤를 잇는 세계 4위의 장수국가(기대수명 82.8세)로 올라섰습니다. UN이 예고한 호모 헌드레드 시대 또한 한국의 가까운 미래가 아닐 수 없습니다. 하지만 장수의 기준은 수명이 아니라 삶의 질입니다. 한국연구재단 뇌·첨단의공학단은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등 노년층에서 주로 발병하는 퇴행성 뇌질환의 이해와 선진의료기술의 연구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습니다.
신경세포와 교세포
인간의 뇌는 21세기 우주에 버금가는 세계 과학계의 거대 도전 과제입니다. 1989년 ‘뇌의 10년’(Decade of the Brain)을 선포한 미국을 필두로 EU, 일본 등의 대규모 재정 투입 이래 뇌의 기초적인 이해부터 두뇌 신경망을 모사하는 인공지능과 반도체, 신약 개발까지 뇌 과학과 응용 공학 전반에서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비교적 이른 시기인 1998년 뇌연구촉진법을 제정하고 관련 연구개발을 지원해오고 있습니다. 조은혜 신임 뇌·첨단의공학단장도 이런 단계적 지원 속에서 우리나라의 뇌신경과학자로 성장했습니다.
웹진 독자들을 위해 단장님의 주요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제 전공은 교세포 분야입니다. 뇌는 자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신경세포와 교세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교세포의 비율은 고등동물이 될수록 높아집니다. 최근의 연구는 사람의 뇌에 존재하는 신경세포와 교세포의 비율이 1:1 정도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세포는 단순히 뇌의 구조를 지지한다는 의미로, 그리스어로 풀(glue)에서 유래된 ‘glia’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교세포의 기능 이상이 뇌의 기능 이상으로 이어지고, 뇌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발표되면서 뇌과학의 미개척지였던 교세포에 대한 연구는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최신 연구분야입니다.
새롭게 발견되고 있는 교세포의 기능들은 무엇인가요?
교세포는 중추신경계와 말초신경계 전반에 존재하는 세포로서 성상세포, 미세아교세포, 희소돌기아교세포 등이 있습니다. 이들은 매우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경세포의 고유기능이라고 생각했던 전달물질을 분비하기도 하고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신경세포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시냅스를 만들기도 하고 제거하기도 합니다. 교세포는 뇌에 이상이 발생하면 이를 감지하고 이상에 대처해서 뇌의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도록 하는 일을 합니다. 이 말은 곧 교세포의 기능 이상에 의해 치매와 파킨슨병 같은 뇌질환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장님은 언제부터 교세포를 연구하기 시작하셨나요?
학부와 석사 과정에서 생화학을 전공하는 동안 궁금했던 게 있었습니다. 인생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의 원리와 기능이었지요. 1987년 신경과학을 공부하러 미국 베일러 의대로 유학을 떠난 것도 그런 호기심이 작용했습니다. 당시는 미국도 아직 뇌에 관한 학문적 체계가 정립되지 않았던 때인데 베일러 의대에서 교세포를 분리 배양해서 연구하는 교수님을 보고 저도 베일에 싸인 교세포의 비밀을 파헤쳐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박사 학위를 받고 국내 병원의 연구소에서 일하게 됐는데 마침 사이토카인과 이온채널 등 관련 주제를 연구하는 분들을 만나서 교세포 연구에 더욱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아주대학교에 자리를 잡은 후 본격적으로 교세포 연구를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