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전 세계의 산업구조는 거대한 가치사슬로 묶여 있습니다. 소재, 부품, 완제품 제조와 유통, 판매, 서비스의 분업화와 효율성 제고를 통해 국제적인 공동번영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중·일 동북아 3개국 역시 이런 삼각 분업체제를 통해 오늘날의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 사슬을 만들었습니다. 일본이 소재와 중간재를 공급하고 한국이 부품과 반제품 제조를 담당하며 중국이 이를 완제품으로 조립·가공하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일본수출규제 사태로 촉발된 동북아 분업체제의 균열이 완전히 복원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소재·부품단과 단장님의 연구지원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새로 출범한 소재·부품단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매년 2~3개가량의 글로벌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분야에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럴 수도 없을뿐더러 바람직한 일도 아닙니다. 일본의 경우처럼 비이성적인 도발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나아가 세계 경제의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원천기술 몇 가지는 우리나라가 보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그 가운데 특히 AI, 5G 이후의 통신, 자율주행차 분야의 미래 소재·부품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초소재이면서도 논문이 잘 나오지 않아 등한시해온 경향이 있는 금속·세라믹 분야도 주요 관심사입니다.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함께 소개해주세요.
소재·부품단은 현재 3가지 계획을 수립해놓고 있습니다. 첫째는 ‘정보수집 활성화 및 최적화’입니다. 소재·부품은 기술 선진국들이 연구동향을 잘 밝히지 않는 분야입니다. 게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 세계 학회가 거의 올 스톱돼 정보 수집이 더 제한적인 상황입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 정보수집기관과 각국 주재원 등의 휴먼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국내 전문가 집단의 재정비입니다. 그간 학연산 전문가 20명을 전문위원으로 위촉해 기존 16명의 전문위원들과 함께 새로운 전문가 집단을 구성했습니다. 이 분들이 각국에서 수집된 연구정보를 정밀하게 분석해 우리나라의 중장기 연구개발 계획 수립에 도움을 주고 계십니다. 세 번째는 협업의 활성화입니다. 아무리 뛰어난 글로벌 원천기술도 상용화되지 않으면 의미가 없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과 상용화를 담당하는 부처들이 시작 단계에서부터 긴밀히 공조할 수 있는 ‘함께 달리기’ ‘이어달리기’ 등의 협업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요 연구개발 사업은 어떤 것들인가요?
소재·부품단의 연구개발 사업은 크게 ▲기술개발 ▲기반구축 2개의 큰 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기술개발 분야는 원천기술의 창출 시점에 따라 단기적인 ‘기술자립사업’과 중장기적인 ‘미래준비사업’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기술자립사업’ 분야의 가장 큰 특징은 ‘상용화 연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술이전이 중요한 성과지표이고, 기존의 연구개발 사업들과 달리 기업 참여도가 높아야 합니다. 기반구축 분야에서는 미래소재 개발에 최적화된 데이터와 공정설계, 측정·분석 플랫폼 구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구자와 산업계가 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끝으로 웹진을 통해 연구자와 재단 구성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 수출규제와 코로나19까지, 모든 것이 예전과 같지 않습니다. 하지만 늘 그랬듯이 우리는 이 어려움들을 지혜롭게 헤쳐 나갈 것이라 기대합니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처럼 세상에 저절로 그냥 되는 일은 없습니다. 아주 오랜 시간 지루하고 꾸준한 연구개발이 필요한 소재·부품 분야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지겹고 티 안 나도 근면하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반드시 보답이 돌아오는 게 세상사의 이치입니다. 소재·부품단은 그 기간 발생할 수 있는 국가공동체의 요구와 연구자, 산업계 사이의 간극을 잘 메우고 조율하는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동료 연구자 여러분들께서도 좋은 주제를 많이 발굴해 우리나라가 소재·부품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함께해주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