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산소감지체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인 박종완 단장은 지난 2003년 세계 최초로 HIF 억제를 통한 암세포 성장 제어 가능성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암 조직의 산소감지체 억제에 관한 후속 연구들로 한국연구재단 우수성과(2010), 새울학연구정보센터가 선정하는 국내 바이오성과 TOP5(2011), 보건복지부 장관표창(2013), 아산의학상(2015) 등을 연거푸 수상하게 되는데요. 수억 원 규모의 상금을 모두 후학 양성을 위한 미래인재의학상 제정에 쏟아 부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BK21+ 사업인 서울대 의생명과학사업단을 이끄신 바 있습니다. 이 기간 내내
매년 가장 좋은 평가를 받으신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단장님께서 생각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사업 중 베스트를 꼽으라면 저는 주저 없이 이 사업을 들 것 같습니다.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밀도가 떨어지던 국내 대학원의 수준을 크게 업그레이드시키고 있는 사업이기도 합니다. 이 사업을 계기로 대학원 교육의 질적 수준과 학생들의 역량 발휘가 크게 강화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전략일 수도 있으나,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지원신청 학교에서는 사업 선정에 도움이 될 만한 인력 중심으로 사업 신청 과정 분위기가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사업의 목표대로 대학원의 체질이 바뀌려면 교수진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탈락의 위험이 있어도 100% 모든 교수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대신 학사 개편 등에 더 역점을 뒀습니다. 모두를 다 참여시킨다는 게 힘들기는 했지만 늘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참여와 배제가 나뉘면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갈등 에너지가 사라지니 오히려 각자의 역할에 더 몰두할 수 있게 된 결과라고 믿고 있습니다.
부임하신 지 100일이 조금 지났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불편함은 없으셨는지요?
출퇴근을 반복하는 단순한 생활이지만 2년 간 나라에 봉사하는 군 복무 한 번 다시 한다 생각하고 있어서 크게 불편한 점이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 중에 외출도 자제해야 해서 숙소에서는 주로 책을 많이 읽는 편입니다. 사이버대학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큰 매력을 느끼고 있어 요즘 관련 서적들을 많이 찾아보고 있습니다. 연구자의 생활도 재미있지만 은퇴 후에는 좀 새로운 일, 특히 육체적인 통증보다 마음을 위로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요즘에는 연구재단 직원들의 스트레스 완화 프로그램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많은 업무량과 민원에 지친 직원들을 면담하고 조언도 해주곤 하는데 이를 상시화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재단 여러 구성원들과도 의견을 나누는 중입니다.
의약학단이 추진 중인 사업에서 특별히 신경 쓰시는 부분이 있다면요?
의약학단은 의학, 치의학, 한의학, 약학, 간호학 등의 연구를 포괄 지원하고 있습니다. 그중 가장 큰 목표는 전임자들이 구축해 놓으신 공정과 신뢰의 원칙을 더 정교하게 시스템화하는 것입니다. 또한 중장기적으로 정밀의료, 유전자·세포치료, 빅데이터·AI의 활용 등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의약학 분야를 사업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는 방안도 구상 중입니다. 문제는 국내에 관련 연구자가 많지 않다는 것인데요. 이런 분야들은 연구지원 이전에 인력양성부터 시급한 만큼 국비 장학생과 해외 포닥 유치를 포함해 긴 호흡의 연구자 육성 정책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집니다. 이와 함께 의과학 분야 전반에서 더 많은 학문후속세대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한 관심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