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로 치매를 진단한다

이어 2020년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환자의 콧물에서 핵심 바이오마커(신체 내 변화를 알려주는 지표)인 아밀로이드-베타(Amyloid-β)의 응집체 발현량이 증가하는 것을 규명한 이 연구는 후각융합연구센터 설립과 함께 더욱 빠르게 상용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후각융합연구센터는 이 연구성과를 활용해 고가의 뇌영상 촬영이나 고통이 수반되는 생체검사 대신 임신진단키트처럼 간단하게 콧물만으로 조기진단과 발병 고위험군의 예측을 가능하게 하는 키트를 개발 중입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가 펴낸 2019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치매환자 수는 만 60세 이상 노인 인구 중 약 7%가 넘는 82만 명에 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 탓에 2050년경에는 이 수치가 현재의 4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데요. 이들 치매환자 중 상당수는 조기에 발견하면 증세 악화를 막거나 지연시키는 게 가능하기 때문에 후각융합연구센터의 조기선별키트 개발을 향한 의료계와 관련 산업계의 관심은 더욱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후각융합연구센터가 이렇게 후각신경망과 신호처리, 후각수용체 등에 관한 기초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정기술 개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DGIST 고유의 철학에 따른 것이기도 합니다. DGIST는 개교 당시부터 연구와 교육 모든 분야에서 융복합과 리더십, 기업가정신이 꾸준히 강조되어 왔는데요. 후각융합연구센터 역시 이런 학풍 위에서 기초원천연구와 상용화기술 개발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은 ‘후각신경계 구조·기능의 이해와 행복기술 개발’이라는 독특한 연구목표와 함께 인지과학·생물학·심리학·뇌의약학부터 전자·기계·정보통신·인공지능까지 기초와 응용 전반에 걸쳐 폭넓게 구성된 연구진의 다양성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뇌과학과 향기의 도시

한편 한국연구재단의 대학중점연구소 사업은 우수한 이공계분야 대학부설연구소를 선정해 대학 내에 연구 거점을 마련하고 연구 인프라를 강화하기 위한 학술지원사업입니다. 또한 이를 통해 우수한 연구인력을 양성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인데요. 후각융합연구센터는 최대 9년간 69억 여 원을 지원받게 됩니다. 또한 후각융합연구센터는 이번 대학중점연구소 선정을 통해 한국연구재단뿐만 아니라 지자체로부터도 별도의 지원을 약속받았는데요.

이는 후각융합연구센터의 또 다른 야심찬 구상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국내에서 유일한 DGIST의 뇌·인지과학 전공과 인근의 뇌연구원, 지역이 보유하고 있는 패션·섬유산업 역량과 천혜의 향 자원인 전국 최대 규모의 비슬산 참꽃 군락지를 연계해 ‘향기’로 대표되는 세계적인 도시 브랜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지요. 지난해 대구에서 개최된 IBRO(국제뇌신경과학총회)는 뇌과학과 향기라는 새로운 도시 가치 창출의 사전정지 작업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대구시와 DGIST가 세계 최대 규모의 뇌과학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며 함께 쌓아 올린 공감대와 자신감은 향기도시라는 새로운 미래를 향한 여정에서도 든든한 경험자산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도시는 프랑스 남부의 항구도시 니스. 전 세계 향기산업과 관련 연구개발의 메카이자 소설 ‘향수’의 무대인 그라스의 배후도시이기도 한데요. 후각융합연구센터는 본연의 뇌과학 기반 원천기술 연구와 더불어 세계적인 프랑스 향산업 전문교육 기관의 유치 등을 통해 대학과 지역의 새로운 경쟁력 확보에도 주력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