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호 신진연구자 “톡”

나노물질의 구조,
어려운 화학식 대신 영상으로 보여줬다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박정원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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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연구재단, 한국과학기술한림원과 함께 2020년 젊은과학자상 수상자를 선정했습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 웹진은 2021년 2월호부터 5월호까지 신진연구자“톡”을 통해 젊은과학자상 수상 주역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계를 빛낼 젊은과학자들의 열정 가득한 연구이야기를 함께 만나봅니다.

천재과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문명 재건 시 필요한 한 마디로 ‘세상 모든 것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말을 전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우리는 재료를 구성하는 원자의 실체를 명확히 알지 못했습니다. 화학식을 통해 물질의 구조와 원자와 이온의 관계를 가늠했을 뿐입니다. 마치 코끼리 실물을 보지 못한 채 글로 코끼리를 묘사한 것과 비슷합니다. 서울대학교 박정원 교수는 나노물질의 구조를 영상으로 촬영하며 구조 연구의 돌파구를 제시했습니다. 나노재료 실시간 분석이라는 새로운 방법을 통해서죠. 이 방법론을 확장하면 체내 단백질과 바이러스의 구조분석을 통한 신약개발은 물론 촉매 연구를 통한 연료전지 개발 등 기초부터 응용까지 화학의 발전은 보다 속도가 빨라질 전망입니다. 물질의 본질을 찾아 작지만 위대한 도전에 나선 2020년 젊은과학자상 수상자 박정원 교수를 만났습니다.

part1. 연구자의 길

젊은과학자상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나노재료의 실시간 분석’이라는 새로운 연구분야를 개척한 공로를 인정받으셨습니다.

큰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지금까지 화학은 무기화학, 유기화학, 물리화학, 생화학, 분석화학, 재료화학 등 다양한 방법으로 세상을 이루는 물질을 분석하고, 원리를 밝혀 과학과 산업 발전의 토대를 제공했습니다. 특히 지난 30년 화학자들은 나노재료·나노입자를 연구하며 보다 정밀한 물질의 세계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분자와 원자의 모습을 눈으로 보지 못했습니다. 머리로 상상하고 화학식으로만 나타냈을 뿐 실제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저는 실제 ‘원자의 구조’를 관찰하기 위해 화학에 물리적이고 분석적인 기법과 컴퓨터공학을 더했는데요. 전통적인 화학에서 벗어난 독창적 시도를 격려해 주신 상이라 생각합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를 소개해주세요.

대학원 시절부터 지금까지 현대화학의 주요 관심사이자 공학적으로도 중요한 주제인 고분자 단백질, 촉매, 배터리, 양자점 등 2차원 재료와 관련된 화학 반응을 실시간으로 이해하고, 활성을 제어하는 다양한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이들 연구의 공통점은 재료, 그중에서도 나노 입자를 다루는 것입니다. 저는 특정 재료가 나노 크기에서 보여주는 물성과 성능에 관심이 있습니다. 최근에는 나노 크기에서 독특한 물성을 갖는 재료를 대상으로, 그 같은 물성이 발현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액상화학반응을 관찰할 수 있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개발하고, 이를 통해 관찰한 이미지 빅데이터를 처리하는 알고리듬을 연구해 용액상에서 개별 나노입자나 나노재료의 3차원 원자구조를 분석하고 있습니다.

물질의 구조 연구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지난 세기 다양한 화학반응을 연구하는 분석기술이 발전했지만 대부분은 분자나 재료로부터 오는 간접적인 신호를 측정하고 결과를 추측할 뿐 분자 혹은 원자 수준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직접 관찰하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화학자들은 특정 물질을 대상으로 ‘이렇게 합성’하고, ‘이렇게 실험’했더니 굉장히 좋은 물성이 발현됨을 경험적으로 알게 됐지만, 그것이 ‘왜 좋게 된 건지’ 구조적인 근본 원리는 알지 못했죠. 대학원 시절 재료합성 연구를 수행하며 분자의 신호가 아닌 실제 구조를 알면 더 좋은 합성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어요. 박사후연구원 때부터 분석방법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했고, 한국으로 연구무대를 옮기며 나노물질의 구조 파악을 위한 분석기법 개발과 물리적 해석을 종합적으로 접근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part2. 내가 하는 연구는?
물질의 구조를 보여준다!

백금나노입자의 3차원 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관찰한 결과가 2020년 4월 <사이언스> 표지에 소개됐어요.

<사이언스> 표지로 수십, 수백 개의 원자로 이루어진 나노입자 구조를 다각도에서 촬영한 사진이 실렸는데요. 액상투과전자현미경으로 나노입자를 초당 400장의 속도로 촬영한 이미지를 자체 개발한 알고리듬으로 처리해 3차원 원자배열을 구현했습니다. 논문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나노입자 구조를 눈에 보이게 구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죠. 0.02㎚의 정확도로 구조를 관찰할 수 있는 원자 분해능 액상 분석 기술을 개발하고, 이를 이용해 물에 녹아 있는 백금 나노입자의 표면원자배열을 3차원 구조로 확인했습니다.

<사이언스> 표지
그래핀 일러스트

원자 수준에서 나노입자 구조를 관찰하는 것이 화학과 산업 발전에 어떤 도움이 되나요?

물질의 구조와 물성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가령 나노입자 원자 배열이 미세하게 바뀌면 촉매의 활성이 저하되거나 디스플레이의 색 순도가 바뀌는 등 물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고성능 나노소재를 설계·합성하기 위해선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례로 금이나 백금 나노입자의 경우 표면 원자들의 위치가 조금씩 변해도 촉매 성질이 크게 차이나요. LED 디스플레이의 경우 나노입자의 원자 배열에 따라 색 순도가 바뀌고요. 따라서 나노입자의 정밀한 구조를 파악하면 원하는 물성을 갖춘 나노소재 설계에 도움이 될 전망입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해 물질의 성질을 예측하셨어요. 교수님의 연구가 지금까지의 구조분석과 차별화되는 특징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성능이 좋은 광학현미경도 200~300㎚ 수준이 한계였지만, 액상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하면 50㎚보다 작은 재료의 결정구조까지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용액상에서 합성된 원자와 분자를 직접 볼 수 있으며, 전해질 내에서 재료의 거동을 영화 찍듯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데 세계에서도 연구하는 그룹이 몇 안 되는 굉장히 새로운 기술입니다. 하지만 이 새로운 장비와 기술을 이용하여 분자와 원자의 거동을 실시간 관찰하는 실험을 10초 정도만 진행해도 200GB 이상의 빅데이터가 산출됩니다. 따라서 컴퓨터 시뮬레이션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이미지 데이터를 처리하고 원하는 정보를 추출하는 기술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빅데이터 분석 기법은 물론 이미지의 구조 정보를 풀 수학 이론과 컴퓨터 코딩에 이르는 융복합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연구를 동시에 효과적으로 진행하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역사가 깊은 연구실은 선배가 후배를 지도하는 체계가 잘 갖추어져 있지만, 우리 연구실은 역사가 짧아요. 반면 연구 범위와 주제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한 학생은 합성을, 다른 학생은 액상투과전자현미경을 개발하죠. 또 다른 학생은 알고리즘을, 또 다른 학생은 이를 통해 구조를 푸는 기법을 연구합니다. 학생 개개인이 자신이 맡은 주제를 독립적이고 책임감 있게 수행하는 동시에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팀워크가 가장 중요합니다. 매주 연구 주제별로 4개 그룹이 난상토론을 하는데요. 세부 연구들이 씨실과 날실처럼 교차하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하고, 결실을 도출합니다. 서로 다른 영역에 대해 엉뚱한 질문도 하고 새로운 제안도 하며 재미있게, 보다 새롭게 연구하고 다양한 결실을 이끌고 있습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연구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일련의 과정입니다. 사이언스에 발표한 백금촉매나노입자 구조는 논문 투고한 후 심사위원과 동료 학자들에게 객관적으로 인정받기까지 1년 반 가까운 시간이 걸렸습니다. 연구 기획부터 진행에 이르는 단계마다 굉장히 많은 공부를 했고, 논문으로 발표할 충분한 증거를 모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누구도 나노재료의 액상에서의 원자배열 구조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것이 3차원 원자분해능으로 얻은 나노입자의 액상에서의 구조가 맞다’라고 인정받기까지 심사위원들이 제기한 의문과 새로운 관점을 검토하고 적용하며 보다 객관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했습니다.

앞으로의 연구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사이언스>에 표지 사진은 나노입자 8개의 구조입니다. 원자배열 구조를 처음으로 보여준 의미 있는 출발이지만 ‘nothing’, 구조 분석의 가능성을 보았을 뿐 아직은 아무것도 아닐 수 있습니다. 이를 기반으로 보다 의미 있는 구조 분석을 하기 위해 2020년 8월부터 연구재단 중견과제를 통해 알고리즘. 딥러닝 기법 등을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수소에너지혁신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하여 촉매 합성, 반응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융합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액상투과현미경 기법을 이용해 배터리 반응을 관찰하고 수소저장물질 및 촉매의 작동원리를 밝히는 기초연구를 진행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촉매로 활용되는 백금 결정의 핵생성 과정을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는데 성공해 1월 29일 <사이언스지>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part3. 나의 연구 원동력&경쟁력

책장에 각종 달리기 대회 메달과 상패가 눈에 띄는데요.

서울대학교 종합마라톤대회 우승한 상패입니다. 작년에는 코로나 때문에 대회가 열리지 않았지만, 해마다 학생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또 미국에서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각종 달리기 대회에 참가했어요. 체력이 있어야 생각도 깊게 할 수 있고 연구도 열정적으로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박사과정 때부터 꾸준히 생활 속 달리기를 실천하려고 노력합니다.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독창적인 분석기술을 개발하고, 화학반응의 원리를 밝혀 공학적으로 활용 가능한 근거를 제시하는 데 있습니다. 일례로 극저온 투과전자현미경을 이용해 물질의 3차원 구조를 밝힌 연구자가 2017년 노벨상을 수상했습니다. 당시 기술은 재료를 얼려서 관찰해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지만, 우리는 용액상에서 바로 관찰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이처럼 기초 화학연구를 진행하는 동시에 화학분야 내에서도 재료, 물리 등 다양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공학자들과의 융합연구도 실행하는 것이 장점이자 경쟁력인 것 같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분야에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도 들려주세요.

나노입자의 정밀구조를 원자 수준에서 직접 관찰하고, 다양한 나노입자의 성능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는데요. 제가 개발한 분석기법이 다양한 분야에 범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 구조분석분야의 선구자(pioneer)가 되고 싶습니다.

신진연구자로서 연구재단에 바라는바, 또는 당부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올 때 미국과 다른 한국의 연구시스템을 염려해주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 와서 보니 연구지원이 굉장히 합리적이었고, 개선을 위한 변화에도 적극적임을 알았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협업할 수 있는 전문가도 많았고요. 다양한 연구주제와 연구 방법만큼 앞으로 연구재단 지원의 다양화와 개방성이 더욱 좋아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epilogue

젊은 과학자 박정원 교수의 도전을 통해 우리는 세상 만물을 이루는 물질의 본질에 보다 가까이 접근했습니다. 경계를 벗어나 미지의 세상을 향해 달려가는 젊은 과학자의 호기심과 열정을 한국연구재단은 응원합니다.

이렇게 걸어왔습니다

2016.09~현재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부교수

2015.07~2016.08

Harvard University, 연구교수

2012.07~2015.06

Harvard University, 박사후연구원

2006.08~2012.05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화학, 박사

2003.08~2010.03

포항공과대학교 화학, 석사

연구모음zip
  • 나노재료 기반 에너지 저장 및 변환 소재
  • 액상투과전자현미경
  • 액상 3차원구조분석

내 인생의 책

<월든>과 〈팩트 풀니스> 두 권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굉장히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때론 어딘가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삶에서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고 생각될 때, 삶의 의미와 여유를 찾고 싶을 때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은 나의 삶, 나의 가족, 그리고 내 삶에 들어와 있는 타인과의 관계를 다시금 고찰하게 해줍니다. 또 한 권 〈팩트 풀니스>는 빈곤, 교육, 환경, 에너지 등의 문제에 대해 사실에 기반하여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연구자로서 내가 신념을 갖고 믿는 것이 사실이 되는 것이 아니라 정량적인 데이터가 있고 그것에 기반을 둔 결과만이 사실이 될 수 있음을 마음에 되새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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