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월호 포커스 人

다양성 존중하는 연구문화 확산으로
기초연구 경쟁력 높일 터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본부 김정윤 본부장
(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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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 R&D 정책의 큰 흐름 중 하나는 ‘기초연구 투자 확대’입니다.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초연구 생태계 조성에 대한 정부와 학계의 공감대 속에 적극적인 예산 투자뿐만 아니라 지원체계의 쇄신 움직임 또한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학문별 지원체계’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7월 부임한 김정윤 신임 기초연구본부장의 가장 중요한 화두 역시 2022년 전면시행을 앞둔 기초연구사업 학문별 지원체계의 고도화입니다. 특히 새 술을 담아낼 새로운 성과지표의 발굴이 그의 큰 관심사입니다.

시범사업 만족도 73%

기초연구사업 학문별 지원체계는 해당 학문 분야의 환경과 여건을 누구보다 잘 아는 연구자들이 주어진 예산 내에서 스스로 연구체계와 발전방향을 수립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입니다. 2020년 시범 적용된 수학 분야의 경우, 연구자들은 다른 학문보다 소액·장기 연구와 소규모 집단연구 수요가 높다는 특성을 반영해 연구비를 낮추는 대신 신규과제의 수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가 지나 올해 실시된 만족도 조사에서는 긍정률이 73%에 달할 만큼 높은 호응도를 나타냈습니다.

Q학문별 특성과 연구 환경을 고려한 새 지원체계가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연구현장에 계시면서 실제 체감하신 분위기는 어떠했는지요?

기초연구 현장은 학문별 지원체계를 더없이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취지와 방향 모두에 대해 매우 긍정적입니다. 기초연구의 중요성은 그간에도 오랜 시간 계속해서 강조되어 왔습니다. 국가 과학기술의 근간이라는 사실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또 기초는 기초답게 꾸준하고 자율적이어야 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런 인식에 부합할 만한 행동이나 실천이 드물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초의 중요성은 잘 알겠는데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다’는 산업화 시대의 패러다임이 지배적이었지요. 다행히 기초연구자들의 지속적인 청원에 대해 정부가 상당한 규모의 예산으로 응답하며 변화에 필요한 동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태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Q연구현장을 떠나 기초연구본부장에 부임하시며 특별히 뜻하신 바가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이제 필요한 것은 힘들게 확보한 예산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가장 효과적으로 기초연구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라고 보입니다. 본부장 부임 직후 패널로 참석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토론회에서도 기초연구의 미래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는데요. 현재 기초연구 예산은 과기부와 교육부 두 축을 중심으로 지원이 되고 있습니다. 그중 과기부 지원은 수월성에, 교육부 지원은 균형발전과 생태계 구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주지하다시피 수월성과 균형발전은 연구계의 해묵은 논쟁거리입니다. 또 아직 어느 쪽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무엇에 힘을 싣는 게 더 효과적인지는 여전히 결론을 내리기 쉽지 않은 부분이기도 합니다. 제 생각으로는 주장은 많지만 근거는 부족한 현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과학적인 예측을 가능하게 할 데이터입니다. 특히 분야별 지원체계라는 새로운 제도 아래서 기초연구 지원의 가장 큰 목표, 즉 국가 연구개발 역량과 연구 기반의 안정성이 어떻게 향상되고 있는지를 보다 정확히 가시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성과지표의 발굴이 필요한 시점이라 판단됩니다.

Q기존 지표들과 차이점이라면 어떤 것들일까요?

현재 연구성과 측정의 중심이 되고 있는 논문 편수, 발표 저널의 영향력 등만 가지고는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는 숨은 변화들을 제대로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일례로 최근의 여러 통계들로만 보면 우리나라의 기초연구 역량 발전이 둔화되고 있다는 시그널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체감온도는 상당히 다릅니다. 기초연구가 국정과제로 부상한 2017년 이후 이미 많은 영역에서 연구역량의 변화가 분명히 피부로 느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학회와 연구자들이 협력해 통계와 현실의 간극을 좁힐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개발해 제시한다면 국민과 정부 역시 그만큼 투자의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덜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간 종종 봐왔던 조급증과 섣부른 정책 수정도 차단하는 효과가 클 것이고요. 물론 새로운 성과지표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연구자들의 동의입니다. 스스로 인정하는 성과지표여야만 이에 따른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수용도가 높아질 테니까요.

“선진화는 다양성의 수용 역량”

연구재단은 지난해 수학 분야 시범사업을 통해 확인된 가능성을 바탕으로 올해 수학·물리·화학·지구과학·생명(기초/분자)·의학(기초/응용) 등 6개 분야로 분야별 지원체계의 적용 범위를 넓혔습니다. 내년에는 공학, ICT·융합, 기반생명, 치·약·한의·간호학까지 기초연구사업 전체를 대상으로 전면 확대할 계획입니다. 각 학문분야별 특성에 따라 연구비 규모와 기간, 단계별 과제의 숫자 등이 전에 없이 다양해지고 세분화되는 만큼 이를 지원하고 관리할 연구재단의 역량 역시 제도 안착의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학문분야별지원체계 분야별 주요 추진 내용

Q기초연구본부장으로 오신 지 두 달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나요?

자율적으로 움직였던 학교와 달리 정해진 시간에 맞춰 출퇴근하는 생활에 적응하는 게 꽤 큰 심리적 부담이었습니다. 7월 1일자로 부임했는데 대학에서라면 방학이 시작해 모처럼 여유를 가질 만 할 때 새로운 곳에 출근해야 하니 더 부담이 됐던 모양입니다. 주로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연구논문을 읽다가 과학정책과 행정서류 등을 주로 읽게 되고 만나는 분들도 대부분 각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전문가들인 만큼 긴장도 역시 더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연구재단에 온 뒤 한 번은 휴가를 쓰려 했는데 아직 6개월이 안 돼 반밖에 줄 수 없다는 담당자의 설명에 제 현재의 위치와 본분을 다시 한 번 각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웃음)

Q교수·연구자로서 바라보던 재단과 구성원이 되신 뒤 보고 느끼시는 부분에서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서비스를 제공받던 입장에서 제공자의 신분으로 바뀌고 보니 당연히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수일 때는 관심의 초점이 연구비에만 가 있었는데 그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업무들이 얼마나 무수하고 번잡한지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연구재단의 역할 범위가 왜 연구비의 배분과 평가, 관리 등만이 아니라 정책에 대한 고민까지 이어져야 하는지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예산 수립과 큰 틀의 정책 결정은 정부부처의 몫이지만, 연구현장과 가장 직접적으로 닿아 있기에 현장의 정보와 문제점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연구재단의 활약 여부에 따라 정부 정책의 현실성과 지속가능성이 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익숙함과 결별하는 용기

미생물학자인 김정윤 본부장은 세포노화 분야의 전문가입니다. 효모 세포를 이용해서, 영양분 존재에 따라 세포 생장을 조절하는 신호전달경로가 세포노화를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변화에 대해 유연한 태도를 가진 그의 연구는 최근에는 신경세포로도 영역이 확대되었습니다. 세포 중에서 가장 복잡한 극성 형태를 가진 신경세포의 형태는 환경적, 생리적 스트레스에 의해 변형되는 데, 이 때 관여하는 단백질들과 신호전달경로를 추적 중입니다.

Q생명 현상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이신가요?

대학에 갈 때는 당시 새로운 학문으로 부상하던 미생물, 유전공학 등에 관심이 쏠렸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시대상황 등으로 정작 학업에 열중하지 못했던 게 후회가 되곤 했습니다. 덕분에 교수가 된 뒤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더 많은 신경을 쓰게 됐는데 연구재단에 온 뒤로는 학생 지도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어 고민입니다. 생명과학은 특히 더 변화가 빠른 분야라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해야 해서 최대한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대면 기회가 줄어든 대신 발전하는 화상 미팅과 토론 수단이 좋은 보완책이 되고 있기도 합니다.

Q끝으로 기초연구본부장으로서 당부의 말씀 부탁드립니다.

분야별 지원체계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시행처럼 기초연구를 지원하는 내·외부 환경은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초연구본부 구성원들은 이미 각자 맡은 업무에서 상당한 전문성을 지니고 있는 데다 분야별 지원체계처럼 점점 더 복잡해지고 선진화되는 시스템을 수용할 수 있는 역량도 갖춰가고 있어 특별히 큰 고민은 없습니다. 다만 연구라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이고 늘 변화가 불가피한 것인 만큼 언제든 또 다시 익숙한 것을 버릴 수 있는 용기 있는 자세가 늘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이는 나이가 들면서 변화를 피하게 되는 제 자신에 대한 다짐이기도 합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김정윤 기초연구본부장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에서 미생물학·생물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부터 충남대학교 생명시스템과학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기초기반전문위원회 위원장, 충남대 부총장, 충남대 BK21+ 사업단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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