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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뜸 없이 얼굴에 밀착!
웨어러블 마스크에 숨은 비밀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건재 교수

HOME 화려한 조명 아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연예인과 인플루언서. 같은 인류가 맞는지 착각이 들 정도로 맑고 탱글한 그들의 피부는 만인의 부러움을 사곤 합니다. 이들의 모습이 SNS를 통해 자주 노출되면서 뷰티 디바이스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웨어러블 마스크도 그중 하나. 여기 기존 제품 대비 피부 탄력을 340% 향상시켜주는 면발광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 마스크를 개발한 연구자가 있습니다. 지난 2월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이건재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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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이 건 재 1975년생

소속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가치창출원장 주요학력
  • 1994.03. ~ 2001.08.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학사
  • 2001.09. ~ 2006.05. 美 일리노이대학교 재료과학·공학 박사

Chapter 02 도전의 시작

과학의 발견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작은 호기심에서 출발합니다. 이건재 교수의 연구 역시 딱딱하고 두꺼운 전자기기의 모습을 바꿔보려는 생각에서 시작됐는데요. 유연 전자소자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연세대학교 신소재공학과를 졸업 후 바다 건너 미국으로 넘어가 일리노이대학교에서 재료과학·공학박사 학위를 준비하며 새로운 유연 전자소자 기술 개발의 꿈을 키웠습니다. “대학원 시절부터 유연 전자소자를 연구하고 싶어서 관련 분야 석학인 지도교수님을 따라 성과를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학위 취득 이후에는 벤처기업에서 일하면서 현장 경험도 쌓았죠. 그때부터 연구실 안팎을 고루 넘나드는, 유연함을 갖춘 연구자가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2009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으로 터를 옮긴 이건재 교수는 학생들을 지도하며 연구자로서, 교육자로서 커리어를 이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한 기회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과 선도연구센터 사업에 도전했고, 연구주제가 공모에 선정되며 그의 연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는데요.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기술사업화로 이어지길 바랐던 그의 도전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Chapter 03 원천기술 연구개발

“유연 전자소자는 오랫동안 연구되어 왔지만 안타깝게도 기술이 제대로 실용화된 적은 없습니다. 최근 폴더블 폰에 유연 디스플레이로 활용되지만 단순히 접히는 것일 뿐 완전히 유연하지는 않죠. 저는 굴곡이 많은 신체야 말로 기술과 인간을 잇는 매개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건재 교수는 유연 전자소자를 일상과 접목시키고자, 대중의 관심이 높은 피부노화와 뷰티 디바이스의 상관관계에 주목했습니다. 그중에서도 주름과 처짐, 탄력저하 예방에 활용되는 웨어러블 마스크에 관심이 많았는데요. 그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주목받는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Micro LED)*를 접목하면 기존 제품과 차별화할 수 있겠다고 판단, 곧장 상용화에 필요한 원천기술 개발에 몰두했습니다. *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Micro LED) : 머리카락 두께 수준인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소형 발광 다이오드(LED)를 활용하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Micro LED)는 전사공정이 중요한데, 기존에는 접착제를 사용해 생산비용이 높고 효율성이 낮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팀은 미세 관통홀에 마이크로 진공 흡입력을 조절해 대량의 마이크로 LED칩을 정밀하게 전사하는 방법을 연구했어요. 수차례 연구 끝에 대량전사기술을 고안해냈죠.”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Micro LED) 전사공정 기술

연구팀이 개발한 마이크로 진공 대량전사 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빠르고 정확한 전사가 가능하며 원하는 색상을 선택적으로 전사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와 종이, 나뭇잎 등 여러 소재에도 적용할 수 있어 활용도도 높은데요. 빠르게 성장하는 마이크로 LED 시장에서 생산 원가를 절감하고, 중저가 마이크로 LED 제품 양산화에 핵심기술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Chapter 04 기술사업화

이건재 교수는 원천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곧장 기술사업화로 이어갔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제품이 바로 면발광 마이크로 LED 마스크. 기존에 제작·유통되던 발광 다이오드 마스크는 딱딱한 구조 때문에 피부 밀착성이 떨어지고, 빛 손실이 발생하여 피부 깊숙이 도달하는 광량이 다소 제한적이었는데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고자 유연한 기판에 3차원 종이접기 구조를 적용, 얼굴의 돌출된 부위에도 밀착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습니다.

면발광 마이크로 발광 다이오드(Micro LED) 마스크 특징

“저희가 개발한 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피부 탄력을 340% 향상시키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머리에 밀착할 수 있는 발모용 모자 상용화 연구 등 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다리를 놓는 일에 계속 매진할 계획입니다.” 홈케어 시장에 새 장을 연 유연 전자소자 기술 그리고 면발광 마이크로 LED 마스크. 이건재 교수 연구팀의 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에 2023년 11월, 어드밴스드 헬스케어 메터리얼즈(Advanced Healthcare Materias)에 2022년 11월 온라인판에 각각 게재되었는데요. 원천기술을 고도화하여 세계에서 인간 신체와 활동을 윤택하게 만드는 최고의 연구팀이 되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2025년 2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렇게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저는 예전부터 ‘연구실에 머무는 연구가 아니라, 대학에서의 연구성과를 기술사업화로 이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연구를 수행해 왔습니다. 학생들과 함께 도전적으로 연구한 결과가 이번 수상으로 보상받게 된 것 같아 보람이 더욱 큽니다. 앞으로도 학생들과 좋은 연구를 하여 인용이 많이 되는 논문을 쓰고, 연구가 기술사업화로 이어져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게 제 목표예요. 수상으로 받은 응원에 힘입어, 앞으로도 더 재미있고 의미 있는 연구성과를 만들어가겠습니다.

교수님의 근황과 새해 계획도 전해주세요.

지난 1월은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 박람회인 CES 2025 참가로 바쁘게 보냈습니다. 저는 현재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술이전·지식재산·산학협력을 총괄하는 ‘기술가치창출원장’을 맡고 있는데요. 이번에 CES 2025 KAIST 전시관을 운영하기 위해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왔습니다. 현장에서 세계의 새로운 흐름을 직접 보고,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할지 미리 생각해볼 수 있어서 매우 의미 있었습니다. 새해에는 면발광 마이크로 LED를 활용하여 탈모 방지용 모자를 개발해 보고자 합니다.

원천기술 개발부터 기술사업화까지 폭넓게 활동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는 ‘대학이 단순히 논문만 쓰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라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습니다. 연구실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기술 사업화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도 기여하고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런 철학을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께 배웠고, 졸업 후 벤처기업에서 직접 일해보면서 현장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KAIST에 와서도 연구만 하지 않고, 창업과 특허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성과를 사회에 연결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한 번 성공하면 파급효과가 크고, 학생들에게도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길을 계속 가면서, 학문과 산업, 그리고 사회가 함께 발전하도록 힘쓰고 싶습니다.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는 무엇인가요? 향후 계획도 말씀해주세요.

현재 마이크로 LED로 얼굴밀착 면발광 미용 마스크를 사업화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를 이어서 머리에 밀착할 수 있는 발모용 면발광 모자를 올해 내로 사업화하고자 합니다. 또한 저희 연구실에서는 세계 최고 성능을 갖는 유연 압전 소재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활용하여 인간 이상으로 똑똑한 AI 음성센서와 병원에서 쓰는 표준 수준의 정확도를 맞출 수 있는 유연압전 기반 혈압센서들을 사업화해 보고 싶습니다. 앞으로는‘미래에는 이런 기술이 꼭 필요하겠다’ 싶은 것들에 계속 도전하고,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 싶습니다.

KAIST 신소재공학과에서 HAND(Human Augmentation Nano Device) 연구실을 이끌고 계십니다. 평소 학생과 연구원에게 당부하는 이야기가 있다면 함께 전해주세요.

연구도 다양한 연구들이 있습니다만 새로운 현상을 밝혀내는 노벨상 연구 결과도 있을 수 있고, 회사 연구처럼 효율을 올려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다만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서로 다른 것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융합하여 새로운 분야를 만들고 이를 우리 실생활에 적용하여 삶의 질을 향상할 수 있는 연구입니다. 이러한 연구는 아티스트 삶과 비슷한데, 즉 없는 것을 만들어 내려는 고통과 이를 통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도 늘 “남들이 하지 않는 길에 도전해보자, 그리고 그걸 실생활에 적용해보자”라고 말합니다. 처음엔 시행착오도 많지만, 결국 그 과정을 통해 성장하고,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가 탄생하거든요. 앞으로도 독창적이고, 사람 중심적인 기술을 만드는 ‘철학 있는 연구’를 지향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