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저 가까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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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석이야기집今昔物語集』총 9권, 이시준, 김태광, 세창출판사

※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동양편555~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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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결실, 천개 이상의 일본설화를 번역하다.

『금석이야기집今昔物語集』일본부 9권(김태광교수 공역)는 한국연구재단 명저번역사업의 지원을 받아 6년이라는 긴 번역기간을 거쳐 대중 앞에 서게 되었다. 마음의 짐을 덜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석사(한국외대) 및 박사(도쿄대학교) 논문 모두 이 설화집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이 방면의 연구자의 의무를 어느 정도 수행한 것 같아 뿌듯하다. 6년이란 긴 시간동안 번역작업을 한 『금석이야기집』의 내용과 의의를 간단하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금석이야기집今昔物語集』은 방대한 고대 일본의 설화를 총망라하여 12세기 전반에 편찬된 일본 최대의 설화집이며, 문학사에서는 '설화의 최고봉', '설화의 정수'라 일컬어지는 작품이다. 작품의 내용은 크게 천축天竺(인도), 진단震旦(중국), 본조本朝(일본)의 이야기인데, 현재까지 번역한 번역서는 작품의 약 3분의 2의 권수를 차지하고 있는 본조本朝(일본)의 이야기를 번역한 것이다.
우선 책 이름을 순수하게 우리말로 직역하면 ‘옛날이야기모음집’ 이다. 『금석이야기집』(今昔物語集)의 ‘今昔’은 작품내의 모든 수록설화의 시작이 거의 ‘今昔’ 즉 ‘이제는 옛이야기이지만’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붙여졌다. 한편 ‘物語’는 일화, 이야기, 산문작품 등 폭넓은 의미를 포괄하는 단어이며, 그런 이야기를 집대성했다는 의미에서 ‘集’인 것이다.『금석이야기집』은 고대말기 천화(千話)이상의 설화를 집성한 작품으로써 양적으로나 문학사적 의의로나 일본문학에서 손꼽히는 작품의 하나이다.
전체의 구성(논자에 따라서는 ‘구조’ 혹은 ‘조직’이라는 용어를 사용)은 천축天竺(인도), 진단震旦(중국), 본조本朝(일본)의 삼부三部로 나뉘고, 각 부는 각 각 불법부佛法部와 세속부世俗部(왕법부)로 대별된다. 또한 각 부는 특정주제에 의한 권卷(chapter)으로 구성되고, 각 권은 개개의 주제나 어떠한 공통항으로 2화내지 3화로 묶여서 분류되어 있다. 인도, 중국, 본조의 삼국은 고대 일본인에게 있어서 전 세계를 의미하며, 그 세계관은 불법(불교)에 의거한다. 이렇게 『금석』은 불교적 세계와 세속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신앙의 문제, 생의 문제 등 인간의 모든 문제를 망라하여 끊임 없이 그 의미를 추구해 마지 않는 것이다. 동시에 『금석』은 저 멀리 인도의 석가모니의 일생(천축부)에서 시작하여 중국과 일본의 이야기, 즉 그 당시 인식된 전 세계인 삼국의 이야기를 망라하고 배열하고 있다. 석가의 일생(불전佛傳)이나 각 부의 왕조사와 불법 전래사, 왕법부의 대부분의 구성과 주제가 그 이전의 문학에서 볼 수 없었던 형태였음을 상기할 때, 『금석이야기집』 편찬에 쏟은 막대한 에너지는 설혹 그것이 천황가가 주도한 국가적 사업이었다손 치더라도 가히 상상도 못하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그 에너지는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그것은 편자의 현실에 대한 인식에서부터라 할 수 있으며, 그 현실은 천황가, 귀족(특히 후지와라藤原 가문), 사원세력, 무가세력이 각축을 벌이며 고대에서 중세로 향하는 혼란이 극도에 달한 이행기 였던 것이다. 편자는 세속설화와 불교설화를 병치 배열함으로써 당시의 왕법불법상의 이념을 지향하려 한 것이며, 비록 그것이 달성되지 못하고 작품의 미완성으로 끝을 맺었다 하더라도 설화를 통한 세계질서의 재해석, 재구성에의 에너지는 희대의 작품을 탄생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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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 설화, 민속분야 연구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다.

『금석이야기집』의 번역의 의의는 매우 크나 간단히 그 필요성을 기술하면 다음의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금석이야기집』은 전대의 여러 문헌자료를 전사轉寫해 망라한 일본 최대의 설화집으로서 연구 가치가 높다. 일반적으로 설화를 신화, 전설, 민담, 세간이야기(世間話), 일화 등의 구승口承 및 서승書承(의거자료에 의거하여 다시 기술함)에 의해 전승된 이야기로 정의 내릴 수 있다면, 『금석이야기집』의 경우도 구승에 의한 설화와 서승에 의한 설화를 구별하려는 문제가 대두됨은 당연하다 하겠다. 실제로 에도시대江戶시대(1603년~1867년)부터의 초기 연구는 출전(의거자료)연구에서 시작되었고 출전을 모르거나 출전과 동떨어진 내용인 경우 구승이나 편자의 대폭적인 윤색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새로운 의거자료가 확인되는 가운데 근년의 연구 성과에 의하면 『금석이야기집』에는 구두의 전승을 그대로 기록한 것은 없고 모두 문헌을 기초로 독자적으로 번역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둘째, 『금석이야기집』은 중세 이전의 일본 고대의 문학, 문화, 종교, 사상, 생활양식 등을 살펴보는 데에 있어 필수적인 자료이다. 전술한 바와 같이 인도, 중국, 일본의 삼국은 고대의 일본인에게 있어서 전 세계를 의미하며, 삼국이란 불교가 석가에 의해 형성되어 점차 퍼져나가는 이른바 ‘동점東漸’의 무대이며, 불법부에선 당연히 석가의 생애(불전佛傳)로부터 시작되어 불멸후佛滅後의 불법의 유포, 중국과 일본으로의 전래가 테마가 된다. 삼국의 불법부는 거의 각 국의 불법의 역사, 삼보영험담三寶靈驗譚, 인과응보담이라고 하는 테마로 구성되어 불법의 생성과 전파, 신앙의 제 형태를 내용으로 한다. 한편 각 부部의 세속부는 왕조의 역사가 구상되어 있다. 특히 본조本朝(일본)부는 천황, 후지와라藤原(정치, 행정 등 국정전반에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세습귀족가문, 특히 고대에는 천황가의 외척으로 실력행사) 열전列傳, 예능藝能, 숙보宿報, 영귀靈鬼, 골계滑稽, 악행悪行, 연예戀愛, 잡雑 등의 분류가 되어 있어 인간의 제상諸相을 그리고 있다.
셋째, 한일 설화문학의 비교 연구뿐만이 아니라 동아시아 설화, 민속분야의 비교연구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먼저 동아시아에서 공통적으로 신앙하고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불교 및 이와 관련된 종교적 설화의 측면에서 보면, 『금석이야기집』본조부에는 일본의 지옥(명계)설화, 지장설화, 법화경설화, 관음설화, 아미타(정토)설화 등이 다수 수록되어 있다. 이와 같이 불교의 세계관에 의해 형성된 설화, 불보살의 영험담 등은 일본뿐만이 아니라 한국, 중국에서 또한 공통적으로 보이는 설화라 할 수 있다. 불교가 인도에서 중국, 그리고 한국, 일본으로 전파・토착화 되는 과정에서, 각 국의 독특한 사회, 문화적인 토양에서 어떻게 수용 발전되었는가를 설화를 통해 비교 고찰함으로써 각 국의 고유한 종교적, 문화적 특징들이 보다 객관적이고 명확하게 이해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금석이야기집』본조부에는 동물이나 요괴 등에 관한 설화가 다수 수록되어 있다. 용과 덴구天狗, 오니鬼, 영靈, 정령精靈, 여우, 너구리, 멧돼지 등이 등장하며, 생령生靈, 사령死靈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용과 덴구天狗는 불교에서 비롯된 이류異類이지만, 그 외의 것은 일본 고유의 문화적, 사상 적 풍토 속에서 성격이 규정되고 생성된 동물들이다. 근년의 연구동향을 보면, 일본의 '오니'와 한국의 '도깨비'에 대한 비교고찰은 일반화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이제는 더 나아가 그 외의 대상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고 문화적인 비교연구가 활성화되어야만 할 것이며, 『금석이야기집』의 설화는 이러한 연구에 대단히 유효한 소재원이 될 것으로 기대하는 바이다.
현재『금석이야기집』의 약 3분의 2를 차지하는 본조本朝(일본)부를 번역하였고, 나머지 천축天竺(인도)부, 진단震旦(중국)부의 번역은 이후의 과제로 삼고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

이시준(李市埈)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및 동 대학원 석사졸업. 도쿄대학 대학원 총합문화연구과 박사(일본설화문학), 현 숭실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 숭실대학교 동아시아언어문화연구소 소장
저서: 『今昔物語集 本朝部の硏究』(일본), 『금석이야기집 일본부의 구성과 논리』
공편저: 『古代中世の資料と文學』(義江彰夫 編, 일본), 『漢文文化圈の說話世界』(小峯和明 編, 일본), 『東アジアの今昔物語集』(小峯和明 編), 『說話から世界をどう解き明かすのか』(說話文學會 編, 일본), 『식민지 시기 일본어 조선설화집 기초적 연구 1, 2』

번역: 『일본불교사』, 『일본 설화문학의 세계』, 『암흑의 조선』, 『조선이야기집과 속담』, 『전설의 조선』, 『조선동화집』
편저: 『암흑의 조선』 등 식민지 시기 일본어 조선설화집자료총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