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오 준 학
1975년생
소속
서울대학교
주요학력
- 2000.03. ~ 2004.08.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 박사
- 1998.03. ~ 2000.02. 서울대학교 응용화학부 석사
- 1993.03. ~ 1998.02.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 학사
Chapter 02
소년의 꿈, 현실이 되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과학을 좋아하던 소년.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고,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게 마냥 즐거웠던 소년은 과학자가 되기를 꿈꿨죠. 소년의 꿈은 현실이 되어, 빛과 전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전자소자를 연구하는 과학자가 됩니다. 유기 전자 재료 및 소자 분야를 연구해 오던 오준학 교수는 ‘키랄성 광전자 연구’ 분야에 푹 빠지게 되는데요. 광전자 특성을 지닌 유기 물질이 키랄성을 가지면 특정 방향으로 회전하는 빛(원편광)을 감지·발광할 수 있다는 점을 발견하면서 말이죠.
키랄성(Chirality)이란?
왼손과 오른손처럼 같은 모양을 가지지만 완전히 겹쳐지지 않는 비대칭성 성질. 키랄성을 가진 물질 중 빛과 전자의 성질을 조절할 수 있는 물질을 ‘키랄성 광전자 소재’라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태동기에 있던 연구 분야로, 학문적 호기심만으로 연구를 이어 나가기 쉽지 않았습니다. 전기적 성능과 키랄 광학적 성능을 동시에 향상시키지 못하는 딜레마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키랄성 광전자 소재 연구는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을 아우르는 분야로 학제 간 융합은 물론 연구팀과 협업은 필수적이었습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사업 및 기초연구실 지원사업,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재단 등 연구팀과 협력해 ‘초분자* 키랄성’이라는 개념을 찾아내며 희미했던 물음표를 구체화하기 시작하는데요. 이어 이 개념을 최초로 유기 광전자 소자에 도입하기에 이르렀죠. 간단한 용액 공정을 통해 키랄성 물질(도펀트)**을 고분자 반도체에 추가, 외부 장치 없이도 원편광을 감지할 수 있는 나선형 구조의 고분자 박막을 제작하는 데 성공합니다.
초분자(체) : 2개 이상의 분자가 약한 힘으로 모여 더 큰 구조와 복잡한 성질을 가지는 물질
도펀트 : 반도체와 같은 소재의 성질을 바꾸기 위해 첨가하는 물질
나선형 고분자 초분자체와 광 스핀 소자 응용 모식도
Chapter 03
기술 상용화
기초연구에서 기술 상용화에 이르기까지 건너야 할 징검다리를 차근차근 밟아온 오준학 교수 연구팀. 초분자체를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감지기(센서)를 개발하는 눈부신 성과를 이룹니다. 기존 원편광 제어 기술은 별도의 광학 장치가 필요하여 소형화가 어려울 뿐 아니라 키랄성 물질의 성능도 낮았는데요. 한계를 극복해 열처리 후에도 구조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제작한 것이죠.
오준학 교수의 키랄성 유기 소재 및 첨단 광전자 소자 응용 기술
초분자 키랄성 개념을 도입해 키랄성이 증폭된 나선형 구조의 고분자 초분자체를 제작. 이를 활용해 빛의 입사각과 관계없이 원편광 및 타원편광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개발했다. 추후 차세대 광통신, 디스플레이, 센서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어 주목받고 있다.
원편광 감지 소자 제작 모식도
2023년 5월, 오준학 교수의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되며 성과를 인정받았습니다. 학계와 산업계는 키랄 광전자 소재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 차세대 광학 센서 및 광통신 기술의 실용화를 앞당길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는 중입니다. 오준학 교수는 “정밀한 의료·바이오 이미징 센서, 차세대 보안·암호화 기술, 광통신 기술 등 혁신적인 기술이 상용화되어 우리 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기를 바란다”는 연구 목표를 전했습니다.
Chapter 04
같이의 가치를 전하는 스승
환한 봄기운이 번져 생동감이 넘치는 캠퍼스, 새 학기를 시작한 오준학 교수의 시계는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데요. 학부에서 교무부학부장, 학회에서는 선임 학술이사로 활동하며 분주한 나날을 보내는 중입니다. 연구자인 동시에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스승이기에 연구실 학생들과의 연구 논의 시간은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그가 연구실 학생들과 연구원들에게 늘 강조하는 세 가지 자세가 있습니다.
“연구는 끊임없는 탐구의 과정. 새로운 지식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으로 몰입할 때 좋은 성과가 나오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 정신도 중요해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더라도 실패 또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출발점이 될 수 있거든요. 아울러 연구는 혼자만의 노력이 아니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아이디어를 나누며 소통할 때 창의적이고 의미 있는 연구가 탄생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미래 과학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과학은 사람을 위한 학문’임을 잊지 않기를 당부하는 오준학 교수. 기술을 넘어 사람을 향한 연구 여정의 다음 장도 혁신이라는 이름으로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2025년 4월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하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이번 수상은 함께 연구해 온 연구실 학생들과 졸업생들의 헌신과 노력, 그리고 훌륭한 동료 연구자분들의 도움과 조언 덕에 가능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특히 키랄성 광전자 소재 연구는 기초과학과 응용기술이 융합된 분야인 만큼, 안정적인 연구 재원 확보가 필수적이었는데요. 혁신적인 연구 성과를 수행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 주신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재단 및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에 감사인사를 전합니다.
다양한 전자소자 연구로 많은 성과를 도출하셨는데요.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서 소개해주세요.
유기물과 고분자를 기반으로 빛과 전기를 활용하는 다양한 전자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전기가 잘 흐르는 유기 소재를 개발하고, 이를 활용해 더 작고 가벼우면서도 유연하고 신축성이 좋은 전자소자를 만드는 것이죠. 나노소재를 정밀하게 배열하고 그 구조와 특성을 조절하여 전기가 잘 전달되도록 하거나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은 유기 전계효과 트랜지스터, 고효율 유기 태양전지, 공기 중 특정 물질을 감지하는 바이오 및 환경 센서 등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기존 전자 제품보다 친환경적이고 실용성이 높은 기술을 개발해, 생활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합니다.
선도적인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 어려움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한 후 논문으로 발표하기까지 약 7년이 걸렸습니다. 연구 초기, 좋은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실험 조건 최적화, 개념 입증과 해석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어요. 특히 연구가 진행되던 중 소속을 옮기게 되어 실험을 처음부터 세팅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연구진의 노력 덕에 이전보다 성능이 더 우수한 실험 환경을 빠르게 구축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랜 기간 여러 재료를 시험하며 최적 성능을 내는 재료를 찾고, 이를 대면적 이미징 소자에 적용하여 성능 최적화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논문 준비 중, 해외 연구팀이 소자 구성은 다르지만 유사한 재료를 사용해 단위소자 성능 위주의 연구 결과를 사전 공개 플랫폼(ChemRxiv)에 올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희 연구진은 급하게 논문 작업을 마무리해 투고를 진행했는데요. 다행히 연구 논문은 네이처(Nature) 본지의 심사위원들로부터 긍정적(Minor Revision) 심사평을 받아 최종 게재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 밖에도 연구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한 결과 좋은 평가를 받아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연구자로 가장 행복했던 순간, 가장 보람을 느꼈던 기억도 나누어주세요.
연구자로서 행복한 순간은 오랜 연구 끝 예상했던 결과가 실험적으로 입증될 때입니다. 특히, 이번 연구에서 나선형 초분자체 기반 원편광 감지 소재를 구현하고,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성능을 확인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는데요. 연구실에서 함께 고민하고 실험하고 토론하며 쌓아온 노력의 결과가 좋은 논문으로 발표되거나 실용화로 이어질 때, 연구자로서의 보람을 다시금 느낍니다. 또한, 제자들이 연구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고, 학계에서 인정받으며 성장하는 모습을 볼 때도 뿌듯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연구가 학문적 발전뿐만 아니라 산업적 응용 가능성을 넓히며 실제 기술로 연결될 때, 연구 가치와 의미를 더욱 실감합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도전을 하며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만들어가는 순간들을 경험하고 싶습니다.
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유기 및 고분자 전자재료, 첨단 광전자 소재, 그리고 다기능 센서를 활용해 미래형 전자·광학 기술을 개발하는 것입니다. 현재 반도체와 광전자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기존 무기 소재 기반 기술에는 한계가 있는데요. 더 가볍고 유연하며 효율적인 유기·고분자 전자재료를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연구의 핵심 방향입니다. 특히, 빛과 전자의 상호작용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는 키랄성 광전자 소재를 개발해 초고속 광통신, 차세대 디스플레이, 양자 정보 처리, 고감도 센서 기술 등에 혁신을 가져오고 싶어요. 또, 환경·의료·보안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기능 센서를 개발해 실생활에서도 널리 쓰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 목표입니다. 결국 이 기술들이 상용화되어 우리 사회에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는 것, 그것이 과학자로서 제가 이루고 싶은 궁극적인 연구 목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