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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세포의 비밀을 파헤치는
생명공학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김유식 교수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소설책. 빳빳한 양장 표지를 지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를 반깁니다. 세상을 바꿔갈 연구성과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요. NRF웹진 뉴-페이스에서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로 떠오르는 과학자, 이제 막 새 이야기를 그려갈 신진 연구자를 만나 연구성과와 일상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한 음의 미세한 떨림이 음악의 분위기를 바꾸듯,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작은 움직임을 읽어내는 일은 때때로 풀리지 않았던 질병의 비밀을 밝혀내는 실마리가 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미세한 신호들은 쉽게 드러나지 않아, 섬세한 관찰과 집요한 연구가 있어야 비로소 제대로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여기, 그런 미세한 움직임을 끝까지 따라가 답을 찾아낸 연구자가 있습니다. 난치질환에서의 이중가닥리보핵산 역할 규명으로 퇴행성 질환과 자가면역 질환 치료의 단초를 제공하며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원 김유식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Prologue 오! 나의 연구이야기

  • 김유식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화학공학과 부교수 김유식입니다. 미국 Dartmouth College에서 ‘Engineering modified with chemistry’라는 전공으로 2006년 학사 학위를 받았고, 2011년 미국 Princeton University Chemical & Biological Engineering에서 Stanislav Y. Shvartsman 교수님 지도하에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이후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김빛내리 교수님 지도하에 박사 후 연구원 생활을 한 뒤, 2016년 1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에 부임하였습니다.
    • 박사학위 실험실 교수님 및 동료들
    • 박사 후 연구원 실험실 교수님 및 동료들
  • KAIST 생명화학공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십니다.
    해당 분야가 낯선 NRF웹진 독자들께 주요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제 주요 연구 분야는 RNA로, 선천성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이중나선 RNA(double-stranded RNA)에 대해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중나선 RNA는 바이러스가 복제되는 과정에서 흔히 생성되는데요. 때문에 우리 세포는 이중나선 RNA를 바이러스 감염 신호로 인식해 방어를 위한 면역반응을 일으키죠. 한편, 우리 유전체 내부에서는 자연적으로도 이중나선 RNA가 만들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포는 이를 바이러스 RNA로 잘못 판단해 비정상적인 면역활성을 일으키기도 하는데요. 저희 연구실에서는 이런 세포 내인성 이중나선 RNA의 조절 기전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특히 비정상적 면역활성이 동반된 질환에서 내인성 이중나선 RNA의 기능 및 RNA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큰 상을 받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일반적인 생명화학공학 연구와는 다른 제 연구를 할 수 있게 이해해주시고 도와주신 학과 교수님께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좀 더 좋은 연구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시는 은사님, 열심히 저를 믿고 함께 열심히 연구하고 있는 대학원생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 난치질환에서의 이중가닥 리보핵산(dsRNA)*의 역할을 규명하셨습니다.
    퇴행성관절염과 자가면역 질환 치료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어떤 이유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박사 후 연구원 시절이었어요. 당시 우연히 바이러스 이중나선 RNA를 인지하는 면역반응 단백일인 ‘PKR’이 감염이 되지 않은 정상 세포에서도 활성화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는데요.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탐구하는 과정에서 세포 내인성 이중나선 RNA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죠. 그간 PKR 과활성화는 퇴행성관절염과 같은 퇴행성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 환자에서 빈번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PKR를 활성화시키는 인자에 대한 연구는 전무했는데요. 이 발견이 ‘퇴행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에서 내인성 dsRNA가 PKR을 활성화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면, 새로운 치료 접근의 단초가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품게 되었고, 연구를 시작하게 되었답니다. 다만 연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어려움도 적지 않았습니다. PKR과 RNA처럼 분자생물학에 대한 전문성은 있었지만, 관련 질환에 대한 의학적 배경지식이 부족했거든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여러 병원의 MD 교수님들께 도움을 요청했는데요. 감사하게도 저희 아이디어를 흥미롭게 받아들여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신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이중가닥 리보핵산(dsRNA) : 두 가닥으로 이루어진 리보핵산 분자로,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이거나 세포 내에서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역할
    이중나선 RNA에 의한 면역활성 및 질환 발병 모식도
  • 한국연구재단 우수신진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실제 연구성과 창출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젊은과학자상을 받을 수 있었던 다양한 이유 중 하나가 저의 독특한 연구 분야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연구 분야는 Top-down 연구주제에 지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은데요. 주제에 제한을 두지 않고 도전적인 아이디어에 지원해주는 우수신진연구지원사업은 제가 새로운 연구를 시도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데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Journey 연구자로 서기까지

  •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과학’에 관심이 가지셨는지요. 고등학교 시절 물리를 배우면서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요. 실제 저희가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현상들이 수학 공식으로 설명되고, 이를 기반으로 예측할 수 있다는 부분이 굉장히 신기하게 다가왔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뭇 학창시절도 궁금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던 거 같습니다. 큰 일탈을 한 적도 없었고요. 독특한 부분을 꼽아보자면 친구들의 숙제나 과제를 도와주는 걸 좋아했다는 점이랄까요. 친구들과 함께 모여 과제를 하거나, 정답을 확인해주고 틀린 부분을 설명해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는 오히려 교수보다 교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던 것 같아요. (웃음)
    연구 포스터 발표 후
  • 지금의 자리에 서기까지 지치고 힘든 점이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생명화학공학자의 길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구는 항상 어려워요. 실패하는 실험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예상치 못한 변수들로 마음 지치는 순간이 반복되거든요. 물론 결과가 잘 나올 때면 정말 큰 희열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이 길을 선택하고 계속 걸어가는 이유는 제 주변에 항상 저를 성장하게 만드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보다 더 열심히 하는 사람, 더 똑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사람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자극을 받고, 더 나은 연구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Epilogue 연구실을 넘어 교단으로

  • 교원으로서 교수님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항상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여전히 ‘어떻게 하면 기존에 알지 못했던 이중나선 RNA 조절을 발견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교수가 된 초기에는 제 연구 분야를 확립하는 데 집중을 했다면, 요즘은 RNA 연구의 중요성에 대해서 홍보하기 위해서 강연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강연하는 모습

    • 2023 RNA Society Annual Meeting
    • 2025 Cold Spring Harbor Laboratory Conference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나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요? 교수가 되고 보니 정말 다양한 학생들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육철학이라기 좀 애매하지만, 학생들 개개인 맞춤형 지도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성향을 최대한 잘 파악해서 학생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맞추려고 하니, 학생들이 더 본인 연구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가지는 거 같고 연구 결과도 좋은 거 같습니다. 물론 저는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는 데 제 학생들이 동의할지는 모르겠네요.(웃음) 제 목표는 항상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교육자가 되는 것이죠. 제 박사학위 지도교수님이 실험실 졸업생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나의 최대 성과는 지금까지 게재한 어느 논문도 아니고 독립적인 연구자로 성장한 여러분입니다”라고 말씀을 하셨는데요. 지도교수님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제 학생들이 제 밑에서 배우면서 연구자로서 성장하고 본인만의 길을 찾았으면 하는 게 바람입니다.
  • 마지막으로 후배 연구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원래 화학공정 설계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초파리 배아발달을 연구하시는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그분 아래에서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생물공학 분야에 도전하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물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지금은 RNA 생물학을 연구하는 교수가 되어 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열린 마음이 더 큰 가능성을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길에서 좋은 기회와 흥미로운 발견이 찾아올 수 있으니, 다양한 가능성을 두려워하지 말고 용기 있게 도전해 보셨으면 합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김유식 교수 (1984년생)

  • 소속

    • 한국과학기술원 생명화학공학과 부교수
  • 학력 및 경력

    • 2002.09 ~ 2006.06 Dartmouth College 공학 학사
    • 2006.09 ~ 2008.04 Princeton University 생물화학공학 석사
    • 2008.04 ~ 2011.11 Princeton University 생물화학공학 박사
    • 2011.10 ~ 2014.11 서울대학교 기초과학연구원 연수연구원
    • 2014.12 ~ 2015.12 서울대학교 RNA 연구단 연수연구원
    • 2016.01 ~ 한국과학기술원 조교수,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