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리포트
세계는 지금: 컴퓨터와 뇌를 연결하시겠습니까?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 트렌드리포트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연구 개발 흐름과 주요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 트렌드리포트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연구 개발 흐름과 주요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860억 개의 뉴런과 수백조 개의 시냅스로 구성된 인간의 뇌. 뇌는 무한한 연결고리 속 이성, 감정 등 다양한 영역에서 우리를 움직일 수 있게 만드는데요. 만일 컴퓨터와 뇌가 연결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무언가를 클릭하거나 만지지 않고 생각한 대로 기계가 움직이는 상상은 곧 선명한 현실이 될 테죠.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마비 환자에게는 기적 같은 일이 생길 수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이 기술의 이면에는 인간의 정체성을 고민하게 하는 물음표가 따라붙습니다. 이번 트렌드리포트에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선이 겹친 BCI 기술이 불러올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살펴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이달의 트렌드리포트
전쟁 부상으로 하반신이 마비되어 휠체어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남자. 그는 뇌파를 이용해서 자신과 연결된 인공 육체 ‘아바타’를 자유롭게 원격 조종하며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 사연은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의 영화 <아바타>의 남자 주인공 제이크 설리(Jake Sully) 이야기인데요. 스크린 속에서 접했던 바로 그 장면, 별다른 접촉 없이 생각만으로 기계를 움직이는 ‘BCI(Brain-Computer Interface) 기술’은 이제 뉴스 헤드라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BCI는 뇌에서 발생하는 신경신호를 해독해 외부 기기를 제어하거나 외부와의 의사소통을 가능케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기술’입니다. BCI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970년대로 이후 바이오 기술(뇌신경과학, 의공학 등)과 정보 통신 기술(컴퓨터 공학, AI 등)의 발달과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시작했는데요. 뇌파나 뇌의 신호 정보를 측정하고, 이를 디지털 데이터로 변환해 외부 장치로 신호를 보내는 과정을 통해 작동합니다. 쉽게 말해 팔을 움직일 수 없는 사람이 BCI 기술을 통해 로봇 팔을 연결하면 팔을 뻗겠다는 생각만으로 로봇 팔이 움직이게 되는 셈이죠.
※ 출처 :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AI와 함께 살아갈 세상, 불안과 희망
BCI 기술은 신체 이식 여부에 따라 두개골을 열고 뇌에 전극을 넣는 침습형, 머리 밖에서 기기를 이용해 뇌파를 읽는 비침습형으로 나뉩니다. 어떤 신경 영역을 제어하느냐에 따라 중추신경, 말초신경으로 크게 나뉘기도 하죠. 특히 침습형 BCI는 높은 정확도와 정밀도를 구현할 수 있지만, 수술 과정과 인체 적용에 따른 위험 부담도 함께 안고 있습니다. 때문에 BCI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논할 때 기술 수준만큼 안전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꼽힙니다.
※ 출처 : 관계부처 합동, 뇌 미래산업 국가R&D전략(안)
이제 BCI 기술은 더 이상 가능성만으로 거론되는 미래 기술이 아닙니다. 뇌에 칩을 심고, 생각만으로 기기를 움직이는 기술이 실제 의료·산업 현장, 그리고 일상으로 확장되며 국가 간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민간 기업을 앞세운 미국과 국가 주도 전략으로 속도를 내는 중국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BCI 기술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습니다. 각국의 움직임 속에서 BCI 기술의 나아갈 방향성을 읽어봅니다.
미국
2024년 1월, 전신마비 환자 놀런드 아르보(Noland Arbaugh)가 온라인으로 체스를 두는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휠체어에 앉은 아르보의 시선을 따라 컴퓨터 커서가 움직였고, 게임이 끝난 뒤 그는 마우스 커서에 마치 염력을 가한 느낌이라고 전했죠. 이 기술은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뇌신경과학 회사 뉴럴링크(Neuralink)에서 개발한 ‘텔레파시’라는 이름의 BCI 장치로, 기존 바늘 형태의 전극 방식이 아닌 가느다란 실 형태의 전극을 사용했는데요. 체스 게임을 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대화하는 등 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사실에 세계를 놀라게 했죠. 수술 1년이 지난 2025년, 그의 근황이 알려지면서 BCI 기술 안정성은 다시금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한번은 뇌와 칩 사이 연결이 끊겨 컴퓨터 조작이 불가능해지는 일이 있었으나 소프트웨어를 조정하면서 해결되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아르보는 칩을 통한 조작 능력이 향상되었다며, 불가능에 가까웠던 일상을 보낼 수 있게 한 BCI 기술에 고마움을 전했습니다.
※ https://www.yna.co.kr/view/AKR20250324019100009 ※ https://jisike.ebs.co.kr/jisike/vodReplayView?siteCd=JE&prodId=352&courseId=BP0PAPB0000000009&stepId=01BP0PAPB0000000009&lectId=60476617
뉴럴링크의 N1 임플란트 칩
놀런드 아르보가 컴퓨터 하는 모습
※ 출처: 뉴럴링크
뉴럴링크는 올해부터 BCI 기기 대량 생산을 시작하고, 오는 2032년까지 연간 2만 명에게 기기를 이식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는데요. 아울러 환자들을 위한 BCI 대형 클리닉 병원 5곳도 함께 운영해 상용화를 위한 준비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이는 BCI 기술이 연구개발 단계를 넘어 의료 인프라와 시장 구조까지 함께 갖춰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향후 뉴럴링크의 행보는 글로벌 BCI 산업의 상용화 속도를 가늠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 https://www.chosun.com/economy/science/2026/04/02/YOUSYMOKSZCLFKRPUUD5MCQAXQ/?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
병원에서 BCI 장치를 이식받는 시대!
어린 시절 오른손을 잃은 중국의 한 청년이 인공 손을 장착하고 피아노 연주를 시연했습니다. 중국 스타트업 브레인코(BrainCo)는 세계 최초로 몸을 절개하지 않는 비침습형 BCI 기반의 스마트 의수를 개발했는데요. 뇌파와 팔 근육 신경신호를 인식해 직관적으로 동작하는 의수로, 피아노 연주가 가능한 수준으로 손가락의 움직임을 구현하기에 이르죠. 오로지 생각과 의지만으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는 의수의 등장으로, 장애인들이 더 자립적으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남겼습니다.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49497
최근 중국 정부는 세계 최초로 침습형 BCI 시판을 승인하며 세간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상하이에 위치한 뉴라클 메디컬 테크놀로지(Neuracle Medical Technology)가 개발한 BCI 장치 ‘네오(NEO)’는 동전 크기의 이식 칩으로, 사지마비 환자가 생각만으로 로봇 장갑을 움직일 수 있게 돕는다고 하는데요. 뇌세포 조직이 아닌 뇌를 감싸는 바깥쪽 경막에 칩을 심어 뇌 손상과 염증 위험을 줄였다는 차별점이 있습니다. 수차례 임상시험을 거친 결과 장치를 이식한 32명의 환자가 물건을 잡는 동작이 가능했다고 전해지죠. 이제 중국에서 일반 환자가 병원에서 돈을 내면 해당 기기의 이식 수술을 받을 수 있게 된 것. 실험실을 넘어 의료 현장에 안착하기 시작한 중국의 행보는 BCI 기술 상용화 경쟁이 한층 본격화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 https://www.hani.co.kr/arti/science/technology/1250581.html
※ 출처: 푸단대학교
우리나라 역시 BCI 기술 대전에 본격적인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지난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뇌 미래산업 국가R&D 전략’을 발표, 2030년까지 글로벌 블루오션인 뇌 미래산업의 선두 주자로 도약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습니다. 현재 미국, 중국 등 선도국에 비해 규모있는 R&D 투자가 부족할 뿐 아니라 침습형 BCI 임상시험 건수가 현저히 낮은 등 넘어야 할 장벽을 자세히 진단했죠. 이에 5가지 추진 전략을 바탕으로 기술 경쟁력 확보와 산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낼 계획인데요. BCI를 비롯한 뇌 미래산업이 국내에서도 본격적인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https://www.msit.go.kr/bbs/view.do?sCode=user&mId=307&mPid=208&bbsSeqNo=94&nttSeqNo=3187036
※ 관계부처 합동, 뇌 미래산업 국가R&D전략(안)
인류의 역사에서 수없이 마주했듯 기술의 발전은 마냥 밝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BCI 기술 역시 현재진행형으로 발전을 거듭해 가고 있지만, 바로 적용하기는 힘들 터. 기술이 미칠 사회적 파장과 영향력에 대한 고민은 함께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BCI는 인간의 뇌 신호를 읽고, 나아가 직접 변화를 유도할 수 있는 기술인만큼 더욱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데요. 개인의 생각과 감정, 의사결정과 맞닿아 있는 뇌를 다룬다는 점에서 인간의 존엄성, 자율성, 프라이버시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릅니다. 여기에 안전성과 보안 문제, 기술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함께 마련되어야 하죠. 미지의 세계이기에 여러 시선이 겹치는 BCI 기술. 더욱 활발한 논의를 통해 기술을 둥글게 이용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 https://www.kistep.re.kr/board.es?mid=a10402000000&bid=0003&act=view&list_no=94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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