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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R

건강한 100세 시대,
다시 쓰는 뼈의 생애
서울대학교 이윤실 교수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의료 기술의 발전과 함께 도래한 초고령화 시대. 늘어난 수명만큼 원하는 곳을 마음껏 다니고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는 ‘삶의 질’이 무엇보다 중요해졌습니다. 긴 시간 동안 활기차고 독립적인 나날을 보내기 위해 뒷받침되어야 할 조건은 바로 우리 몸을 지탱하는 ‘뼈 건강’일 텐데요. 여기, 세포 내 발전소로만 알려졌던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역할을 깨워 뼈 조직의 역동성을 새롭게 정의한 연구자가 있습니다. 5월호 스토리R에서는 100세 시대를 지탱할 새로운 재생 치료의 패러다임을 열어가고 있는 이윤실 교수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이윤실1974년 소속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주요학력
  • 2005.08. ~ 2012.07.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교 분자유전학 박사
  • 2000.03. ~ 2002.02.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석사(MS)
  • 1993.03. ~ 1999.02.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치과의사(D.D.S)

Chapter 02 임상에서 기초연구로

치의학을 전공한 이윤실 교수의 커리어는 모교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는 치과의사 레지던트로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관심 1순위는 단연 환자 치료였지만, 우연히 접한 한 편의 논문이 연구자로서 새로운 발걸음을 내딛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만드는 방법을 다룬 논문 내용은 마치 공상과학영화를 보는 것처럼 가슴을 뛰게 만들었고, ‘직접 해보고 싶다’는 뜨거운 열망을 품게 했다죠.

1999년 서울대학교 치과병원 구강내과에서 실습생 교육 중인 이윤실 교수(당시 인턴, 사진 가운데).

그렇게 이 교수는 분자유전학의 지평을 넓히고자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교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뜻깊은 만남도 이어졌는데요. 유전자변형 마우스 제작 공로로 2007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올리버 스미시스(Oliver Smithies) 교수가 강연을 왔고, 그와 점심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특별한 기회를 누린 것입니다. 이후 레지던트 시절 꿈꿨던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직접 제작해 보며, 분자유전학의 세계에 더욱 깊이 매료되었습니다. 어느새 의사 가운보다 실험실 가운이 더 익숙해진 그는 교과서나 최신 논문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답을 스스로 밝히겠다는 열망 아래 분자유전학과 세포생물학을 기반으로 한 연구를 묵묵히 이어가고 있는데요. 현재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교육자이자 미토콘드리아를 활용한 골재생 치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연구실의 리더로 활약하며 건강한 미래를 꿈꾸는 중입니다.

현미경실에서 형광단백질 발현 마우스 이미지를 촬영하는 연구진.

Chapter 03 뼈 재생의 열쇠를 찾다

우리 사회는 급격한 고령화의 파도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골다공증이나 골감소증, 예기치 못한 골절 등 골질환 환자가 급증하며 ‘뼈 건강’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데요. 하지만 기존 치료제는 대부분 뼈가 깎이는 것을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고, 부작용 우려도 존재합니다. 여기서 이 교수는 흔히 ‘세포 내 발전소’라 불리는 미토콘드리아가 사실 뼈 형성을 진두지휘하는 핵심 물질임을 증명하며, 치료 공백을 줄이면서도 손상된 뼈를 재생(회복)시키는 새로운 치료 방식을 제안해냈습니다. “우리 몸의 뼈는 단단히 고정된 조직이 아니라, 끊임없이 생성과 교체를 반복하는 살아있는 조직이에요. 이 과정에서 ‘조골세포’는 뼈를 만드는 건축가 역할을 하죠. 조골세포 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는 그동안 에너지를 생성하는 기관으로만 알려져 있었는데요. 이번 연구를 통해 미토콘드리아가 에너지 생성은 물론 조골세포가 뼈를 만들 때 세포 밖으로 분비되어 줄기세포의 일종인 골전구세포가 더 많은 조골세포로 분화하도록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이 교수 역시 처음에는 미토콘드리아가 세포 안에서만 작용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포외기질이 대부분인 골 조직 성분을 분석하던 중 예상보다 많은 양의 미토콘드리아 유래 물질이 검출되는 현상을 포착하게 되었다는데요. 그는 곧장 ‘미토콘드리아가 골 형성 과정에서 세포 밖으로 분비될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그리고 조골세포의 미토콘드리아만 녹색형광을 띄는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제작해 골 형성 과정에서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역동적인 변화를 관찰했죠. 그 결과, 조골세포가 활성화될 때 미토콘드리아가 도넛 형태로 변형된 후 작은 소포체가 도넛 미토콘드리아에서 떨어져 나와 세포 밖으로 분비되는 과정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조골세포에서 분비된 미토콘드리아를 골결손 부위에 이식했을 때 골전구세포의 분화가 촉진되어 뼈 재생 속도가 빨라짐도 확인했는데요. 즉, 미토콘드리아가 단순한 세포 내 기관을 넘어, 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고 조직 재생을 유도하는 중요한 ‘핵심 촉진자’ 역할을 한다는 점을 증명한 것입니다.

골형성 과정에서 조골세포 미토콘드리아의 역할 규명

Chapter 04 논문 너머 환자의 삶을 바꾸는 기술로

본 연구는 대사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셀 메타볼리즘(Cell Metabolism) 2023년 2월호 표지 논문으로 선정되며 중요성과 가치를 인정받았는데요. 한편, 이 교수는 단순 학술적 성과에 멈추지 않고 유전자변형 생쥐의 뼈에서 조골세포만 정밀하게 추출하는 방법을 정립하여 연구의 정밀성을 높임은 물론, 미토콘드리아 기반 치료제 기술 관련 국내외 특허를 등록·출원하는 등 독보적인 원천기술을 확보하며 혁신적인 골질환 치료의 실현 가능성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 논문표지
  • 한국특허증
  • 미국특허증

“저희가 제안한 방식은 뼈를 만드는 세포의 기능을 활성화해 손상된 부위에서 새로운 뼈가 효과적으로 재생되도록 유도하는 데 집중합니다. 조골세포 유래 미토콘드리아는 골 형성을 촉진하는 물질로서, 기존 약물의 휴지기 동안 발생할 수 있는 골절 위험을 낮추고 치료 공백을 메우는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요. 향후 고령 환자의 골절 예방은 물론 골절 후 회복 속도 향상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 교수는 임상 현장을 경험한 치과의사인 동시에 기초과학을 탐구하는 연구자입니다. 임상에서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마다 다른 치료 반응과 회복 속도를 접하며 품게 된 ‘왜’라는 질문은 자연스럽게 기초연구의 세계로 이끌었고, 연구가 나아가야 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해 주었습니다. 연구실 안에서의 발견이 단순한 기록에 머물지 않고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결실로 이어지게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연구를 시작한 본질적인 이유였기 때문입니다. 이 교수가 밝혀낸 작은 세포의 비밀이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건강한 삶을 더욱 단단하게 지탱해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수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 오랜 시간 함께 노력해 온 학생들과 동료들이 떠올랐습니다. 논문 제1저자이자 당시 학생이던 서준호·김나경 박사,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문은영 선생님과 장재혁 박사님,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전자현미경실의 김효정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또한,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제공해 주신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제레미 네이탄스(Jeremy Nathans)·히로미 세사키(Hiromi Sesaki) 교수님, 그리고 뼈 연구의 초기부터 많은 도움을 주신 경북대학교 김정은 교수님께도 감사하다는 말씀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좋은 의견과 영감을 안겨주는 남편, 포항공과대학교 김민성 교수님께도 깊은 사랑과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번 상은 골 형성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역할을 밝혀온 연구 과정을 의미 있게 평가해 주신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연구는 뼈를 만드는 세포의 작동을 이해해 새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뼈가 약해지는 골다공증 같은 질환은 삶의 질과 직결되기 때문에, 초고령 시대로 진입한 한국 사회에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요. 앞으로도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국민 건강에 도움이 되는 연구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 지난해 세계적인 미토콘드리아 연구자들이 모여 작성한 국제 컨센서스 리포트에 워킹그룹
    (Working group)으로 참여하며 글로벌 리더로서의 행보를 보여주셨는데요.
    2025년의 결실에 이어, 2026년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2023년 발표한 ‘미토콘드리아 이식을 통해 골형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논문이 연구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며, 워싱턴대학교 의과대학의 조너선 R. 브레스토프(Jonathan R. Brestoff) 교수님으로부터 국제 컨센서스 리포트 작성을 제안 받았습니다. 이를 통해 전 세계 연구자들과 함께 미토콘드리아 이식의 개념과 명칭, 치료제로서의 가능성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Nature Metabolism(2025)에 발표하였는데요. 작년의 뜻깊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올해는 기존 연구를 심화하여 뼈뿐만 아니라 다양한 조직 내 미토콘드리아의 역할을 규명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미토콘드리아 내부 구성 요소의 기능과 세포 간 신호를 더 깊이 연구하여 미토콘드리아 기반 치료의 학문적 지평을 넓혀가고자 합니다.
  • 연구를 위해 세계 최초로 ‘조골세포 미토콘드리아에서만 빛(GFP)이 나는 유전자 조작 생쥐’를 개발하셨어요. 이 생쥐가 이번 연구에서 어떤 역할을 해주었나요? 개발한 생쥐는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만 초록빛으로 보이도록 만든 모델이에요. 가장 큰 장점은 염색 없이도 살아 있는 상태에서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의 위치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다는 점인데요. 기존에는 뼈 조직에서 세포를 추출하면 여러 종류의 세포가 섞여 있어 해석이 어려웠지만, 이 모델을 통해 조골세포만 선택적으로 분석할 수 있게 돼 데이터의 정확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었답니다. 결과적으로 이 생쥐 모델은 조골세포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역할을 규명하는 핵심적인 도구가 되었으며, 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다 정밀하게 이해하는 토대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 긴 연구 여정에서 지금의 연구를 있게 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어 준 순간을 꼽는다면?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가 ‘도넛 모양’으로 바뀌는 모습을 처음 관찰한 순간을 꼽고 싶네요. 일반적으로 미토콘드리아와 같은 세포소기관 관찰은 전자현미경을 사용하는데요. 다만 이 방법은 조직을 고정한 상태로만 볼 수 있어 살아 있는 상태에서의 역동적인 변화를 확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한 학회에서, 2014년 노벨화학상 수상 기술이 적용된 초고해상도 고속현미경에 관한 김용재 부장님의 세미나를 듣게 되었고, 관련 연구진과 현미경 회사(ZEISS Korea, 자이스 코리아)의 지원으로 한 달간 최신 장비를 사용할 기회를 얻게 되었는데요. 마침 조골세포 내 미토콘드리아만 초록빛으로 보이도록 하는 유전자변형 마우스를 완성한 때여서 세포가 살아 있는 상태에서 미토콘드리아의 움직임을 장시간, 선명하게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미토콘드리아가 도넛 모양으로 형태를 바꾸는 과정을 최초로 확인했고, 이후 미토콘드리아의 새로운 역할을 규명하는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습니다.
  • 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한 말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단순히 생각만으로는 알기 어렵고, 다양한 활동과 경험의 과정에서 무엇을 할 때 즐겁고 오래 집중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 느껴야 해요. 이러한 경험의 조각들이 쌓이면 비로소 자신만의 길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겁니다. 또한 당장의 유행을 따르기보다 본질에 집중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근골격계 재생 관련 연구를 시작할 2006년쯤에는 신경과학 연구가 유행이었고, 제 연구 분야는 비주류였습니다. 하지만 초고령 시대가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근골격계 재생 연구는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죠. 자신이 진정 좋아하는 것을 바탕으로 꾸준히 질문을 이어가세요. 시대의 흐름과 상관없이 꾸준히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그 길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