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월호 스페셜 PLUS

질적 전환기의 4단계 BK21사업

한국연구재단 인재양성실장 최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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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적 전환기의 4단계 BK21사업 한국연구재단 인재양성실장 최태진

04 The leader's message.

‘양질전환’이란 말이 있다. 양적인 변화가 축적되면 질적으로 변화한다는 개념이다. 이는 헤겔의 철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물을 가열하면 차츰차츰 온도가 올라가지만 그 성질은 액체 그대로다. 온도가 계속 오르다가 끓는점에 이르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질인 ‘기체’로 변화한다. 이와 같이 양적 누적의 과정을 반복하여 그것들이 양적으로 쌓이면 어느 순간에 질적인 변화를 가져온다. 올해 4단계로 새롭게 출발하는 BK21사업도 양질전환의 시기를 맞고 있다.

BK21사업은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육성을 목표로 1999년도에 시작되었다. 우리나라 고등교육의 연구력과 교육수준이 선진국 수준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우수한 국내 두뇌들이 해외로 유출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BK21사업은 그동안 7년씩 3단계를 거치면서 약 5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되었다. 이 사업을 통하여 20여 년간 약 51만 명의 대학원생과 신진연구인력이 지원받았다. 매년 약 3만5천여 명의 대학원생이 참여하고 있으며, 연 평균 8,700여명의 석·박사를 배출하고 있다. 사업초기 학계에서 조차 생소했던 SCI 논문이 1999년 세계 18위 수준(9,444편)에서 2017년 세계 12위(60,529편)로 성장하였다. SCI급 논문의 영향력 지수(IF) 또한 상승하고 있다. QS 세계대학평가 100위권 내 대학도 1999년 하나도 없던 것이 2019년 5개 대학으로 확대되었다.

우수한 국내 석·박사를 배출한다는 당초의 사업목표도 어느 정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2017년 한국연구재단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학 출신 박사 교원(국내파)의 논문 질적 수준이 과거에 비해 크게 향상되어 해외 출신의 박사 교원(해외파)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6년까지 IF 상위 20% 학술지에 게재한 국내파의 비중은 2012년 48%에서 2016년 59%로 높아졌다. 이 기간 중 상위 40% 학술지에 논문을 20편 이상 쓴 교수 1,173명 중 57.2%가 국내파였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BK21사업은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고등교육 발전의 역사와 함께 걸어왔다. 사업시행 초기만 하더라도 사업에 대한 우려와 논란이 적지 않았으나, BK21사업이 대학원의 교육 여건과 연구력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 올리고 우수한 인재를 양성하는 견고한 기틀을 마련하였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는 듯하다.

올해부터 4단계 사업이 시작된다. 4단계 BK21사업 기본방향은 네 가지로 요약된다. 연구성과의 질적 평가 확대, 대학원생 학업·연구 환경의 질적 개선, 대학원 중심의 교육과 연구의 질적 혁신 유도, 국민 삶의 질 개선을 위한 국가·사회적 필요분야의 고급연구인력 육성이다. 이러한 기본방향의 키워드는 ‘질적 전환’이다. 이는 4차 산업혁명과 기술진보,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 국가, 지역사회, 글로벌 차원의 문제해결 역할 요구 등의 환경변화와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기 위함이다.

연구성과에 대한 질적 평가가 강화됨에 따라, 그동안 연구논문의 양적 성과를 강조하던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관행이 개선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1999년 BK21사업이 시작되면서 SCI급 논문이 교수의 재임용과 승진·승급평가에 반영되기 시작하였다. 양적 실적 위주의 논문 평가가 이루어짐에 따라 일부 연구자들이 실적을 부풀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제는 대표적 연구성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질 것이다. 연구성과가 학문발전에 기여하였는가 뿐만 아니라 인류사회와 한국 사회가 당면한 문제해결에 어떻게 기여하였는가도 평가의 기준이 될 것이다.

4단계 BK21에서는 대학원생 연구장학금과 신진연구인력 지원기준이 상향되고 지원대상도 확대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학원생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종사할 수 있고 또 이들이 큰 포부를 갖고 자신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체제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단지 연구논문을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문제해결력, 창의력, 판단력, 융합능력 등을 두루 갖춘 고급 인재를 양성하여야 한다.

4단계에서는 대학원 차원의 제도개혁도 지원한다. 이를 위해 대학원 혁신지원비가 신설되고, 대학원 혁신계획이 평가에 대폭 반영되었다. 이는 대학 스스로 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 대학으로 도약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추진하도록 돕는데 목적이 있다. 그동안 대학은 학부 중심으로 운영되고, 연구논문 생산에만 몰두하였다. 학문 분야별로 분절화 되어 새로운 융합교육 과정의 개발과 운영에도 한계가 있었다. 앞으로 대학원 위상 제고, 대학원 중심의 거버넌스 개혁, 실질적인 융복합이 가능한 유연한 학사구조, 학생의 니즈와 미래사회의 수요에 기반한 구조개혁 등을 추진하여야 한다. 대학의 비전과 경쟁력이 부족한 경우에는 자연스럽게 도태되고 경쟁력을 갖춘 대학들만이 생존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이제 새롭고 더 나은 20년을 향해 새로운 출발을 하여야 한다. 지난 20년간의 노력을 통해 양적 성과가 축적되어 ‘양질전환’의 여건이 성숙되었다. 우리나라 대학원이 연구와 교육의 질적 도약을 통해 세계를 선도하고, 나아가 우리나라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슈퍼스타가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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