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2020년 12월이다. 달력의 마지막 장을 펼쳤다. 연 초 세웠던 계획을 돌아보고 진행 중인 일을 마무리하기 바쁜 12월이지만,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미래를 이끌 기초연구사업의 시계는 벌써 2021년도를 달려가고 있다. 지난 11월 6일 ’21년도 상반기 기초연구사업 신규과제가 공고됐다. 아직 국회 예산이 확정되기 전이지만 연구자들의 신규사업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하여 불가피하게 지난 3년과 동일한 날짜에 공고가 진행됐다. 코로나19 시대, 미래 전망이 예측 불가할수록 연구자가 창의성을 실현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R&D 기회를 부여하고, 신진연구자가 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하다. 지면을 빌어 2021년 기초연구사업의 주요 특징을 소개하고자 한다.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 지원
새로운 이론과 지식을 창출하고 창의적 인력을 양성하는 기초연구는 단기성과를 측정하기 어려우나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며 신산업 창출과 건강한 생명활동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 이에 국가는 장기적 안목과 긴 호흡으로 기초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현 정부는 2017년도 1조2,697억 원이던 기초연구사업비를 2022년까지 2배 향상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최근 4년간 기초연구사업비는 연평균 16.7% 증액됐으며, ’21년도 예산으로 2조3,484억 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는 2020년도 대비 17.3% 증액된 것으로 ’21년도 정부 R&D 예산안 27조2000억 원의 8.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한발 앞서 시작된 기초연구사업의 시계
지난 11월 6일 ’21년도 상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관 기초연구사업 신규과제를 공고하였다. 신진·중견연구 등 개인연구는 12월 7일 연구자 접수를 마감하고 내년 2월까지 평가를 진행하여 3월1일 연구개시를 위한 신규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SRC/ERC, BRL 등 집단연구는 ’21년 1월 29일, 기본연구는 ’21년 3월 8일 연구자 접수를 마감하여 내년 5월까지 평가, 6월 1일 연구개시를 위한 신규과제를 선정할 계획이다. 교육부 이공학술연구지원사업은 내년 1월 초 공고하여 2월 접수, 6월 1일 연구개시를 위한 신규과제 선정이 예정돼 있다. 하반기 중견연구는 내년 5월 신규과제 공고, 6월 접수 마감, 9월 1일 연구개시를 위한 신규과제 선정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일정은 사업간 중복을 피하여 한 사업의 선정평가가 완료된 후 다른 사업의 연구계획서를 접수하여, 선정되지 못한 연구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연구공백기간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이 반영된 결과이다.
최근 3년간 신진·중견연구 선정률 년 3% 증가
신진연구, 중견연구 등 최근 3년간 평가대상 현황을 살펴보았다. ’18년도 6,034개 신청, 요건검토·후속신규 선정 등 36개 과제 제외 5,998개 평가, ’19년도 6,577개 신청, 요건검토·후속신규 선정 등 28개 과제 제외 6,549개 평가, ’20년도 8,554개 신청, 요건검토·후속신규 선정 등 190개 과제 제외, 8,364개 평가대상으로 확정하여 평가가 진행되었다. 평가대상에서 제외된 건들은 대부분 연구책임자의 국가연구개발사업 3책5공 초과, 개인 기초연구과제 1인 1과제 초과 등 요건이 미충족된 경우이다. 한편 최근 3년간 선정률은 ’18년도 20.8%, ’19년도 23.7%, ’20년도 26.8%로 연간 약 3%씩 증가했다. ’20년도 선정 과제 수는 ’18년 대비 약 80% 늘었다. 이는 지난 3년 동안 기초연구사업 예산이 연평균 16.4% 증액된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참고로 최근 신청 과제수 증가 추세를 고려하면 ‘21년도의 선정률은 ’20년도 수준 이내가 될 것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해 볼 수 있겠다.
연구자 주도 기초연구사업 추진
기초연구사업은 정부 R&D 예산 중 유일하게 연구자 주도로 진행되는 사업이라 할 수 있다. 자율성과 창의성에 기반 한 연구자의 새로운 지식 창출과 창의적 인재 양성이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을 담보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기 때문이다. 연구자 주도란 무엇일까? 연구자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연구목표, 연구방법 등 연구계획을 수립하여 연구를 수행하고, 연구계획서 및 최종보고서에 대한 동료전문가의 집단 지성적 평가를 기반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기본 골격이다. 과제 선정 시 전문가 평가결과와 규정 등에 정해진 사항 이외의 정책적 고려나 외부 요소는 전혀 없다. 기초연구과제의 시작부터 마무리까지 모두 연구자의 몫으로 부처와 재단의 역할은 기초연구지원을 통한 효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제도를 정비하고 예산을 확보하여 연구자의 성장 지원을 고려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한정된다.
연구계획서의 원천성 확보를 위한 노력
연구책임자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창의성과 도전성, 원천성을 담보한 연구계획을 수립하고 자신의 연구환경을 고려하되 논리적 타당성에 입각하여 연구방법과 연구의 중요성을 담은 연구계획서를 작성하여야 한다. 2019년도부터 연구계획서의 원천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강화되고 있다. 연구계획서 간의 중복성 점검 강화가 대표적이다. 고도의 창의성이 요구되는 과학기술 영역에서의 중복성 발생은 연구 윤리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따라서 중복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연구계획서는 모두 선정에서 제외되는 만큼 연구책임자는 본인의 연구계획서 보안 관리를 철저히 하여 원천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울러 평가자의 시선으로 연구계획서가 평가항목에 맞춰 논리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점검해보기를 권장한다.
평가위원의 전문성 담보돼야 건전한 평가문화 정착
연구책임자와 더불어서 평가위원의 연구윤리가 잘 작동되어 건전한 평가문화가 정착되도록 연구자와 재단 모두의 노력이 중요하다. 기초연구사업은 국가 연구개발사업 중에서도 평가위원 최종 확정까지 많은 연구자가 단계별로 가장 세밀하게 참여하는 프로세스가 마련돼 있다. 평가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담보하여 우수한 연구과제를 선정하려는 노력이다. 재단은 평가자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상피완화, 빅데이터 기반 평가위원 추천시스템 등 다각도의 방안을 강구해 왔다. 아울러 평가 프로세스 단계별로 연구자가 참여토록 한다. 이렇게 확정된 평가위원은 자신의 전문성을 기반으로 평가대상 과제의 우수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되, 사업의 목적을 고려하여 연구의 창의성 및 도전성, 연구내용 및 방법의 적합성, 연구성과의 활용 및 기대효과에 대해서 편견 없이 사실에 입각해서 평가해야한다. 또한 연구계획서 및 보고서 등 평가대상에 대한 보안유지도 필수이다. 참고로 ’21년도 평가의 전문성 확대를 위해 온라인 서면 평가위원이 3명에서 5명으로 확대 시행될 계획이다. 사업별로 차별화된 전문가 평가를 통해 선정과제가 결정되며, 선정된 연구과제는 연구비와 연구기간을 정하여 다년도 협약을 체결하여 지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