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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화탄소도
다시 쓰는 세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오형석 박사(책임연구원/센터장)

HOME 기후변화의 주범이라 불리는 이산화탄소(CO2)를 ‘가능성’으로 바꾼 한 연구자가 있습니다. 그는 공기 중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물, 신재생에너지 기반의 전기화학적 반응을 이용해 에틸렌, 에탄올 등과 같은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는데요. 지난 6월 5일, 세계환경의 날을 맞아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청정에너지연구센터 오형석 박사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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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오형석 1980년생

소속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주요학력
  • 2008.03. ~ 2012.08.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공학박사
  • 2006.03. ~ 2008.02.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공학석사
  • 1999.03. ~ 2006.02.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학사

Chapter 02 질문을 넘어 연구 현장으로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던 오형석 박사. 그는 늘 ‘왜?’라는 질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세상의 원리를 탐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현상을 이해하는 과정 자체가 너무 즐거웠기 때문인데요. 궁금한 것이 가득했던 소년의 질문은 자연스레 그를 과학자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스무 살, 성인이 된 오 박사는 당시 전기화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연세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서 학사, 석·박사과정을 보낸 그는 수소 연료전지 시스템을 주제로 학위를 받은 후,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위해 독일 베를린 공과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는데요. 세계적인 전기화학 연구진과 협업하며 새로운 가능성에 눈을 뜨게 되었고, ‘이산화탄소 재활용’이라는 연구 주제에 본격적으로 몰두하게 되었습니다. 현재에 이르러 오형석 박사는 기후위기 시대 대안 기술을 이끄는 선도 연구자로서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해 산업 자원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새로운 활용 방식인데요. 과학자를 꿈꾸었던 소년은 이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과학자가 되어, 오늘도 새로운 도전에 맞서는 중입니다.

Chapter 03 실험실을 넘어 세상으로

지구온난화의 주요 원인인 온실가스. 이 중에서도 이산화탄소는 세계 산업구조와 온실가스 배출량 측면에서 많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런 이산화탄소를 줄이기만 할 게 아니라, 오히려 소중한 자원으로 다시 활용할 수 있다면 어떨까요? 아마 환경보호를 넘어 새로운 경제와 산업의 기반이 될 수 있을 텐데요. 그간 오형석 박사가 연구해온 ‘전기화학적 CO2 전환을 통한 고부가 화합물(e-Chemical) 생산기술’은 이산화탄소가 ‘자원으로서의 가치’를 지닐 수 있다는 기대감을 현실로 바꾸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전기화학적 CO2 전환을 통한 고부가 화합물(e-Chemical) 생산기술

“전기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핵심 기술이 필요합니다. 첫 번째는 이산화탄소가 효율적으로 재조합되도록 돕는 고성능 촉매 소재를 개발하는 기술이고, 두 번째는 이 촉매를 실제 장치에 적용할 수 있는 디바이스화 기술인데요. 연구 과정 속 부딪힌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문제를 끝까지 파고드는 집요함, 연구팀과의 긴밀한 협업,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하나씩 극복해낼 수 있었습니다.” 촉매 소재 개발은 나노 스케일 수준의 정밀한 설계와 반응 메커니즘 규명이 요구되는 분야로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것에 가깝습니다. 수차례의 실험을 이어간 오형석 박사 연구팀은 최근 전극의 국소 pH를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그 결과, 이산화탄소가 촉매 표면에 보다 원활히 도달할 수 있게 되었으며, 연구실 수준을 넘어서 산업화‧상용화에 필수적인 고성능 지표로 간주되는 1 A/cm2 수준의 고전류밀도 성능을 달성하였죠. 아울러 개발한 전극 소재를 대면적 스택형 반응기에 적용하여, 실험실 규모를 넘어서는 파일럿 수준의 시스템 연구로 확장하였습니다. “현재는 충청남도 보령에 위치한 중부발전 내 실증부지에 해당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제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활용해 실증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요. 이곳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전기화학적으로 전환하여 하루 200kg의 일산화탄소(CO)를 생산할 수 있는데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추진 중인 ‘CCU메가프로젝트’가 본격 시작되면 연간 500톤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처리할 수 있는 전기화학적 전환 실증 시스템을 구현해 연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e-CCU 실증부지

Chapter 04 지속 가능한 내일로

세상을 바꾸는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까지 이어져야 하는 법. ‘산업화’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연구에 몰두했던 오형석 박사는 원천기술 개발부터 실증화 연구까지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국제적인 학술지에 우수 논문으로 게재됨은 물론 ㈜LG화학에 기술을 이전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LG화학 같은 대기업이 CCU 연구에 높은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한 점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기업은 단기간 내 상용화가 어려운 연구에 투자하기 어렵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LG화학의 미래를 내다보는 통찰력과 도전 정신은 이번 연구에 강력한 추진력이 되어주었습니다. 산업화를 목표로 한 일련의 과정은 연구자로서의 적극적인 자세 그리고 연구 과정에서 맞이한 몇 차례의 기회들이 잘 맞물리며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전기화학적 CO2 전환을 통한 고부가가치 화합물(e-Chemical) 생산기술’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힙니다. 단순히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수준을 넘어, 온실가스를 자원으로 순환시키는 새로운 산업모델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이산화탄소라는 전 지구적 난제에, 해답을 제시하기 위해 여정을 펼쳐가는 오형석 박사. 지속 가능한 내일을 향한 그의 도전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2025년 6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세계 환경의 날이 있는 이달,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번 수상은 저 개인의 성과만이 아니라 함께 연구를 수행해온 동료 연구자들과 늘 아낌없는 지지를 보내주신 한국과학기술연구원 그리고 사랑하는 가족의 응원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CCU 분야에서 묵묵히 연구에 매진하시는 모든 연구자들을 대신해 수상한 것으로 더욱 뜻깊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과학기술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여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정진하겠습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근황을 전해주세요!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e-CCU) 기술을 통해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면서도 온실가스를 저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을 찾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이산화탄소 전환에 적합한 전극 소재를 개발하고, 반응 메커니즘을 정밀하게 규명하는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충청남도 보령에 위치한 중부발전소 현장에서 실제 배출되는 CO2를 고부가가치 화합물로 전환하는 실증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죠. 이러한 노력이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거름이 되어 환경 문제 해결에 기여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대합니다.

연구과정에서 세계 최고의 실시간 분석 플랫폼을 개발하며
기초 원천 연구 고도화를 이루셨다고 들었어요.

한국과학기술연구원 e-Chemical 팀은 전기화학적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을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다양한 실시간 분석(Operando analysis) 플랫폼을 이용하고, 여러 고해상도 분석 기법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가속기 기반 X-선 흡수 분광법(XAS), 연X선 흡수 분광법, 라만 및 표면향상 라만 분광법(SERS), 가속기 기반 CT 분석법, 유도결합 플라즈마 질량분석법(ICP-MS) 등이 있는데요. 이러한 고해상도 분석 기술을 연계해 사용했기에 전기화학 반응 중 촉매의 상태 변화와 생성물 분포를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습니다. 하나의 연구 그룹 내에 고도화된 실시간 분석 인프라가 집적화된 경우는 매우 드물어요. 저희 연구팀이 아주 큰 강점이자 경쟁력이죠.(웃음) 이러한 환경에서 연구를 이어갈 수 있었기에 기초 원천 연구의 깊이를 더할 수 있었고, 실질적인 연구 성과로도 이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연구로 이어가는데 도움 된 국가R&D 지원사업을 소개해주세요.

국가R&D 지원사업의 뒷받침이 있었기에 연구 아이디어가 실제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탄소자원화 플랫폼 화합물 연구단’과 ‘Carbon to X 연구단’, 국가과학기술연구회(NST)의 ‘초임계 인공광합성 연구’ 등 이러한 사업들이 연구에 큰 도움을 주었는데요. 만약 이러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없었다면 결코 지금과 같은 의미 있는 연구 성과를 얻기 어려웠을 겁니다. 앞으로도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R&D, 선제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고위험·고잠재력 분야에 대해 지속적이고 전략적인 지원이 이어지길 바랍니다.

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해결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저희 연구팀의 목표이기도 한 실용화 가능한 e-CCU 기술 개발입니다. 이를 통해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저감을 이끌고, 기존 석유화학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탄소 기반 원료를 생산하고자 합니다. 나아가 이산화탄소를 단순한 폐기물이 아닌, 새로운 화학 산업의 원료로 인식 전환을 시키고 싶습니다. 국내 화학 산업이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CCU 기술을 확보하고, 글로벌 라이선스 수출이 가능한 기술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입니다.



「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상반기 시상식 현장

NRF 홍보실에서 이달의 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연구자들의 소감을 직접 담아왔습니다.
영상을 클릭해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느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