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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와 CIGS의 만남,
태양전지의 새 길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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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ME 수많은 빛의 파장이 모일 때, 세상에서 가장 순수한 백색광이 탄생합니다. 이처럼 여러 분야의 지식과 노하우가 어우러질 때, 예상치 못한 기술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죠. 각각의 물성을 지닌 페로브스카이트전지와 CIGS 전지의 조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연구진은 이 두 소재를 정밀하게 접합해 태양광 발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는데요. 눈부신 성과, R&D 브리핑에서 만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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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01 서울대-KIST 공동연구팀,
세계 최고 효율 탠덤 태양전지 개발

에너지 전환이 필수가 된 시대, 태양광 발전이 미래 전력 체계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국토 면적이 좁고 산지가 많아 대규모 발전소 부지를 확보하기 쉽지 않은데요. 도심처럼 전력 수요가 많고 설치 공간이 제한적인 지역일수록 이 문제는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나죠. 같은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느냐, 즉 ‘고효율’이 차세대 태양광 기술의 핵심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와 CIGS(구리-인듐-갈륨-셀레늄) 소재를 활용한 박막형 구조의 탠덤 태양전지’입니다. 기존 실리콘 기반 단일접합 태양전지, 탠덤 태양전지에 비해 고효율, 경량성, 유연성이라는 3박자를 고루 갖추고 있어 차세대 태양광 기술로서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요. 다만 두 소재가 지닌 특징과 기술 공정이 서로 다른 탓에 융합연구가 다소 더뎠고, 선행 연구 역시 성능을 끌어올리는 데 다소 한계가 있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란? 서로 다른 광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두 종류의 얇은(박막) 태양전지를 2층으로 겹쳐 만든 태양전지.
상부층(페로브스카이트)에서 흡수하지 못하는 빛까지 하부층(CIGS)에서 남김없이 흡수해,
기존 단일 태양전지보다 훨씬 더 높은 발전 효율을 실현할 수 있다.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김진영 교수 연구팀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차세대태양전지연구센터 정증현 박사 연구팀은 그간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공동연구를 추진했는데요. 그 결과,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를 보다 안정적으로 쌓고,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박막형 탠덤 태양전지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서울대학교-KIST 공동연구팀

(뒷줄, 왼쪽부터) 서울대학교 김진영 교수, KIST 정증현 책임연구원, KIST 최은평 연구원, (앞줄) 서울대학교 박소정 연구원

이번 성과는 광발전성능(빛을 전기로 바꾸는 효율)에 있어, 이전 독일연구소에서 세운 24.6%를 넘어 세계 최고 기록인 26.3%를 달성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는데요. 해당 기록은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의 공식 효율 차트에도 등재되며 기술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수치 경쟁을 넘어, 우리나라가 차세대 태양광 기술 분야에서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결정적 전환점이 되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NREL의 태양전지 최고효율 차트 (2025. 06.)

Chapter 02 드러나는 기술적 한계?
융합연구에서 답을 찾다!

페로브스카이트와 CIGS는 흡수하는 빛의 에너지 대역(밴드갭)을 조절하는 능력이 뛰어나 탠덤 태양전지를 구현하는 데 이상적입니다. 특히 페로브스카이트는 높은 밴드갭에서, CIGS는 낮은 밴드갭에서 각각 강점을 보여 상하부 전지로 구성할 경우, 효율적으로 빛을 흡수할 수 있죠. 이론상 이상적인 조합이지만 실제로 구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은데요. CIGS의 거친 표면 위에 고품질의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결함 없이 결합하는 공정의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공동연구팀은 난제 돌파를 위해 서로의 핵심 기술 역량을 합쳤습니다. 서울대 연구팀은 거친 CIGS 전지 위에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을 안정적으로 형성할 수 있는 특수 소재와 공정을 개발해 두 전지가 빈틈없이 결합되도록 했고 KIST 연구팀은 상하부 전지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이는 연구를 수행, 태양전지가 제 성능을 온전히 낼 수 있도록 뒷받침했습니다.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태양전지

먼저 공동연구팀은 탠덤 구조의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하부 셀 각각의 성능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에 집중했습니다. CIGS 하부 셀의 경우 밴드갭 분포를 정밀하게 조정했으며, 페로브스카이트 상부 셀의 경우 상·하부 셀 간의 전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밴드갭을 최적화했죠. 그 결과 광전류를 기존 대비 8.4% 향상된 20.88 mA/cm2까지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습니다.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 도식도 및 단면 사진

여기에 더해 상하부 셀 사이의 접합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에도 집중했습니다. 특히 거친 계면을 정밀하게 연결한 이번 연구는 전하 수송 능력, 광흡수 성능, 계면 정합성 등 전반적인 특성을 개선해 태양전지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지표인 필팩터(FF)를 3.1% 향상시키는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Chapter 03 성능, 무게, 유연함으로
탄소중립과 우주시대 견인!

단일접합 태양전지의 전력 생산 효율의 한계가 명확해지면서 서로 다른 소재를 조합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다중접합 태양전지 연구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서울대-KIST 공동연구팀이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실리콘 기반 태양전지의 한계를 돌파하고, 태양전지 활용에 새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는 기존 태양전지들에 비해 고효율의 성능을 보여줌은 물론 가볍고 유연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때문에 건물의 외벽이나 창문, 자동차 선루프 등 설치 면적이 제한된 공간에서도 발전이 가능해 도심 에너지 자립률을 높일 수 있죠. 동시에 고효율과 경량화가 모두 요구되는 미래 모빌리티, 우주항공 분야에서 핵심 동력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품고 있습니다. 이번 공동연구팀의 성과는 오랫동안 24%대에 머물러 있던 탠덤 태양전지의 효율을 돌파했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깁니다. 그리고 향후 30% 이상의 초고효율 탠덤 태양전지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국내 기술력의 자부심을 안겨줍니다. 기술의 한계를 넘어 우리 삶의 에너지 지형에 큰 변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우리 연구자들에게 뜨거운 박수와 응원을 보냅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단계도약형 탄소중립기술개발사업’과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이루어졌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은 앞으로도 탄소중립 실현과 미래 산업 주도권 확보를 위한 혁신적인 R&D 성과 발굴을 비롯해 연구자들을 위한 지원을 지속해갈 예정인데요. 국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기술 발전 역사와 동향이 궁금하신 분들은 성균관대학교 정현석 교수님의 기고가 수록된 연구토픽 코너를 방문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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