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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성 폐자원의 변신은 무죄?
친환경 수소를 찾아서!

연세대학교 김상현 교수

HOME 새로운 내일은 다수가 외면한 곳에서 출발하곤 합니다. 쓸모를 다해 버려진 자원 역시 마찬가지.
여기 한 연구자는 유기성 폐자원에서 ‘그린수소’라는 미래 에너지의 실마리를 발견합니다. 이는 지속 가능한 미래의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는데요. 실험실을 넘어 현장으로, 탄소중립 사회를 앞당기기 위한 다음 장을 써 내려가고 있는 연세대학교 김상현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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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김상현 1977년생

소속 연세대학교 공과대학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건설환경공학과 주요학력
  • 2001.03. ~ 2005.08.   한국과학기술원 건설및환경공학과 박사
  • 1999.03. ~ 2001.02.   한국과학기술원 토목공학과 석사
  • 1995.03. ~ 1999.02.   한국과학기술원 화학과 학사

Chapter 02 ‘환경보호’에서 시작된 연구

과거, 우리나라는 개발도상국이었습니다. 환경보다는 개발과 성장에 집중하며 도시화와 산업화가 빠르게 이루어지던 시기였죠. 덕분에 경제는 성장했지만 당시 강이나 호수에선 악취가 진동했으며 환경오염 관련 사고가 발생해 뉴스 지면을 장식하곤 했습니다. 격동의 시기를 함께한 김상현 교수에게 환경은 매일 체감하는 문제이자 꼭 해결하고 싶은 대상이었는데요. 그렇게 그는 자연스레 과학기술로 환경문제 해결에 기여하겠다는 꿈을 품게 되었습니다. “환경공학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 진학을 결심한 지도 벌써 27년이 지났네요. 처음 지도교수님을 찾아뵈었을 때 ‘연구주제로 가장 오염 정도가 심한 대상을 다뤄보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교수님께서 ‘혐기성* 연구를 해보라’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시작된 연구가 지금까지 제 인생의 큰 축이 되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참 감사한 일입니다. 좋아하는 주제를 붙잡고, 오랫동안 연구에 몰두할 수 있다는 건 연구자로서 정말 큰 축복이니까요.” 혐기성: 산소가 없는 상태, 또는 산소를 필요로 하지 않는(싫어하는) 성질을 의미

김상현 교수 연구팀

현재 김상현 교수는 유기성 폐자원을 에너지로 전환하는 친환경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유기성 폐자원이란 동식물에서 유래한 폐기물로 음식물쓰레기, 하수슬러지, 가축분뇨 등을 말합니다. 대부분은 그저 ‘처리대상’이라 여기지만, 김상현 교수는 여기서 미래 청정에너지의 가능성을 찾았는데요. 자원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지는 폐기물을 생물학적 기반의 혐기성 발효 및 혐기성 소화를 통해 수소, 메탄과 같은 유용한 자원으로 전환하는 도전에 전념하고 있습니다.

Chapter 03 폐자원이 품은 가능성을 찾아

기후위기 시대, 지구촌 곳곳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수소는 연소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궁극의 청정에너지’로 주목받고 있는데요. 김상현 교수가 개발한 ‘고효율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은 기존 대비 수소 에너지 생산성과 안정성을 높이며 수소경제 실현을 앞당기고 있습니다. 바이오수소란 생물 유래 유기물, 즉 바이오매스를 원료로 생산하는 수소를 의미합니다. 유기성 폐자원을 처리함과 동시에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경적으로 의미가 있는 수소 생산 방식이죠. 하지만 기존에 쓰이던 기술은 생산과정이 복잡하고 생산성이 낮다는 한계를 안고 있었는데요. 김상현 교수는 수소 생산 공정에 ‘동적막(dynamic membrane)’과 ‘자가 입상화(granulation)*’ 촉진 기술을 접목해 값비싼 멸균 과정 없이 수소 생산 미생물이 우점하는 미생물 군집을 고농도로 보유하는 연속 수소 생산 기술을 개발, 세계 최고 수준의 연속 수소 생산 성능(94 m3/m3·d**)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입상화(granulation) : 미생물이 스스로 뭉쳐서 그래뉼(입상 미생물)을 형성하는 과정 94 m3/m3·d의 수소 생성 성능은 에너지 생성 성능으로 환산했을 때 1 GJ/m3·d로 환산되며, 이는 기존의 바이오가스 기반 바이오수소 최대 에너지 생산 성능인 0.07 GJ/m3·d 보다 월등히 높음

세계 최고 성능 고율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과정
수소 생산 그래뉼(자가 입상 미생물) 특성 분석 및 생성 기작 제안

“미생물을 이용한 바이오수소 생산 공정에서 그래뉼*이 형성되면 효율이 눈에 띄게 높아집니다. 저는 그래뉼 형성 단계별 물리화학적·생물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공정 내 지지체 표면에 형성되는 바이오필름(동적막)과 미생물이 분비하는 체외고분자물질이 그래뉼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 결과, 수소 생산 그래뉼을 빠르게 형성하고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래뉼 : 작은 알갱이 형태의 재료나 물질로 플라스틱, 금속,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됨.
이번 연구에서는 미생물이 수 ㎜ 크기로 서로 뭉쳐서 형성되는 자가 입상 미생물을 의미함.

Chapter 04 탄소중립을 열어가는 새로운 도전

환경에 무해한 원료를 생물학적 방법을 통해 전환하는 바이오수소는 ‘그린수소’의 대표적인 형태입니다.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지구촌 화두인 지금, 김상현 교수의 연구성과는 그 흐름의 중심에서 분명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요. 일례로 그래뉼의 특성을 규명하고 수소 생산 공정의 효율과 안정성을 높인 그의 연구 결과는 2024년 1월과 10월,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지인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Chemical Engineering Journal)」에 게재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연구실을 넘어 현장으로 기술을 확장하기 위한 그의 도전은 현재도 이어지고 있는데요. 한국생산기술연구원, SK에코플랜트와 함께 실증 규모(pilot-scale) 수소 생산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간 더 큰 규모에서 바이오수소 생산을 시도한 연구 사례가 여럿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단위 용적당 수소 생산량이 10m3/m3·d 이하에 불과했는데요. 김상현 교수는 이번 산학공동연구를 통해 600L 규모에서 60m3/m3·d 이상의 수소 생산 성능을 장시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현장 적용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연료의 상당 부분은 분산형 그린수소 생산 시설에서 직접 생산·저장·충전하는 방식으로 공급받게 될 것입니다. 저희 연구실에서 개발한 공정, 운전기법, 해석방법은 이러한 분산형 그린수소 생산 체계를 하수처리장이나 음식물처리장 같은 환경기초시설에서 실현하는 데 필요한 원천기술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3RINCs 2025’에 참석한 김상현 교수 연구팀

사실 폐자원을 이용해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구는 낯선 이야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친환경적으로, 효율적으로, 연속적으로 생산이 가능한 기술로 구현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김상현 교수의 연구는 수많은 제약과 한계를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고율 연속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을 만들어냈다는 데에 큰 의의가 있는데요. 기술적 한계 너머를 바라보는 그의 도전, 탄소중립이라는 인류 공동의 과제를 앞당기는 동력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2025년 7월의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입니다. 무엇보다 열심히 연구해서 좋은 성과를 함께 이룬 제자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름방학 시즌이에요. 어떻게 보내고 계시나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바이오수소 생산 기술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전도성 물질을 활용한 수소 그래뉼 생성 촉진, 바이오플라스틱 분해, 자력을 이용한 폐수 내 인 회수 등 새로운 원천 연구도 시작해, 유난히 바쁜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연구만큼이나 연구실 구성원 간의 팀워크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짧게나마 함께 여행을 다녀오며 재충전할 시간을 마련할 계획인데요. 모두가 한마음으로 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선도적인 연구를 추진하시고 계세요.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5년 전 기억이 떠오르네요. 약 6개월간 연구실의 모든 실험 장치에서 갑자기 수소가 생성되지 않는 일이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공정의 현장 적용 가능성을 중시해, 비멸균 조건에서 혼합 미생물로 수소를 생산하고, 원료로는 하수찌꺼기(슬러지)를 사용해왔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기존에 수소가 잘 발생하던 슬러지에서도 수소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명확한 증거는 없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하수 내 소독제 또는 감기약 성분의 농도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진행 중이던 연구과제 두 건과 대학원생 네 명의 졸업이 위태로워졌죠. 많은 시행착오 끝에 수소 생산 순수 균주와 혼합 미생물을 함께 배양하는 기술과 미생물 조성 변화를 신속히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위기를 돌파할 수 있었습니다. 그때 절실하게 만들어낸 기술들은 지금도 식종 슬러지 상태에 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바이오수소 생산 성능을 높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교수님이 개발한 기술이 향후 어떤 변화를 이끌어내길 기대하시나요?

제가 다루는 유기성 폐자원과 하폐수 처리 분야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되는 기술은 ‘활성슬러지’와 ‘혐기성 소화(바이오가스화)’입니다. 두 기술 모두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앞으로는 제 연구를 바탕으로 개발된 기술들이 이러한 기존 기술들과 뚜렷한 차별성을 갖추고, 환경적·경제적 측면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보여 더 많은 연구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기존 기술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정의되고, 환경 산업 전반에 폭넓게 적용되어 미래 세대의 삶이 향상되는데 기여할 수 있길 바랍니다.

미래 과학기술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과학기술자를 꿈꾼다는 건 이미 과학에 대한 흥미와 탐구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는 뜻이겠죠. 저는 두 가지를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로 논리적 글쓰기와 말하기, 읽기와 듣기 능력을 기르길 바랍니다. 과학기술자는 다양한 전문 정보를 빠르게 습득하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글이나 발표로 명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동료들과 협력하고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해 상대를 설득하는 등 소통 능력도 꼭 필요합니다. 둘째로 자신이 진짜 좋아하고 잘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는 경험을 많이 하길 권합니다. 과학기술자는 다른 직업에 비해 준비 기간이 길고 그만큼 어려움도 많습니다. 그 시간을 이겨내려면 자신이 하는 연구에 대한 애착 그리고 미래에 대한 낙관과 확신이 필요합니다. 이런 마음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서만 단단하게 쌓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