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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태양전지의 어제와 오늘 :
‘페로브스카이트’를 중심으로

HOME 정현석 교수 성균관대학교 정현석 교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초기단계부터 연구를 시작하여 현재 플렉시블태양전지, 멀티정션태양전지 등으로 적용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으며, 최근 리사이클링 및 그린공정 등 지속가능태양전지로 확장 발전시키고 있다. 한국태양광발전학회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고, 학생성공형 인테크소재 BK 사업단장 및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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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혜성처럼 등장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의 새 장을 열다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는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i)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로서, 독일의 과학자 구스타프 로제(Gustav Rose)는 1839년 우랄산맥에서 발견된 ‘산화칼슘타이타늄(CaTiO3)’ 광물에 최초로 이 용어를 명명했다. 이 광물은 ‘ABX3’라는 결정 구조를 갖고 있는데 이후 같은 결정 구조를 지닌 광물이 여럿 발견되면서, 페로브스카이트는 이러한 광물 종류를 가리키는 용어로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다.

태양전지 연구에 페로브스카이트가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건 2009년. 일본 동인대학의 미야사카(Miyasaka) 교수 연구팀이 X-site에 할로겐이 위치한 유·무기 복합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태양전지의 광 흡수층에 적용하면서부터다.

일본에서 최초로 개발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액상 전해질을 사용했다. 연구의 새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유의미한 성과가 있었으나, 광전변환효율이 3% 수준에 머물러 연구 초기에는 큰 관심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2012년 성균관대학교 박남규 교수* 연구팀이 고체 전해질 기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광전변환효율을 9.7%까지 향상시키면서 연구계가 페로브스카이트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국내 연구진의 성과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 성장의 발화점이 된 것. 이렇게 우리나라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는 세계의 관심 속에서 출발했다(그림1).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의 새 장을 연 박남규 교수는 2019년 클라리베이트에서 향후 노벨상을 수상할 수 있는 연구자로 지목받은 바 있다.

그림1.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효율 발전사
2012년 효율 9.7% 달성 이후 2025년 효율 27% 이상의 효율을 내고 있다.

Q2. NRF의 전폭적 지원,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성장

사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한국연구재단과 인연이 깊다. 아니 한국연구재단의 지원 덕에 세상에 태어나고 성장할 수 있었다. 특히 2011년부터 2019년까지 8년 동안 약 1,000억 원의 전폭적인 투자로 지원한 글로벌프론티어 연구사업의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 연구단(단장: 서울대 최만수 교수)’을 대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본 사업단은 서울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국화학연구원 등 국내 우수 연구실과 성과를 한데 모아 클러스터 형태의 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우리나라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세계 일등 기술 보유국으로 도약하는데 뒷받침을 톡톡히 했다.

한편 멀티스케일 에너지시스템 연구단 소속인 한국화학연구원은 여러 가지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공정 및 소재개발에 성공하면서 2014년 16.2%의 세계최고효율을 달성, 우리나라 최초로 National Renewable Energy Laboratory(NREL) 태양전지 효율차트(그림2)에 등재되었다.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는 꾸준히 NREL 효율차트에 오르며 세계 최고의 효율을 보유하는 쾌거를 이어갔다.

그림2. 미국 재생에너지 연구소(NREL) 태양전지 효율차트

Q3. 영원한 1등은 없다!?
세계를 놀라게 한 중국

하지만 기쁨도 잠시, 2019년 글로벌프론티어 사업이 종료된 후 소규모 분산 투자 및 지원 외 대규모 후속 지원이 끊기면서 국내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연구는 정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날로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영원한 1등은 없는 법. 안타깝게도 지속적으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분야에 대규모 투자한 중국이 우리나라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다.

중국은 2000년대 초반부터 태양광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여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 시장에서 소재‧장비부터 시스템까지 약 2,000조 원 규모에 달하는, 세계 시장의 90% 이상을 점령하고 있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생애주기평가(Life Cycle Assessment) 차원에서 더 이상 친환경 에너지가 아닌 것으로 인식된다. 실리콘을 제조할 때 많은 CO2가 발생하고, 폐기할 때도 재활용의 경제성이 매우 낮아 유럽에서는 이미 태양광 폐기물에 대한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하고 친환경적인 차세대 태양광 발전 시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을 선도할 것으로 예상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에도 이미 수조 원 이상의 투자를 단행하여, 현재(2024년) 전체 1GW 정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전력플랜트를 시범 운용하고 있다(표1). 1GW는 원자력발전소 1기에서 생산하는 전력으로, 중국은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도래할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것은 자명하다.

표1. 중국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발전현황

Q4. 차세대 태양전지
1등 국가를 꿈꾸며

최근 기후변화가 인류의 삶을 위협하기 시작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에너지 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 및 무탄소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그림3)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 해당 연구자들이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림3. 무탄소에너지핵심기술개발사업 지원을 통한 응용 및 사업화 전략

최근에는 기후변화대응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서울대학교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페로브스카이트/CIGS 탠덤 태양전지에서 26.3%의 효율을 달성하며 다시금 NREL 효율에 등재되는 업적을 달성했다. 산업통상자원부에서는 상업화에 좀 더 가까운 기술인 기존 실리콘 태양전지에 페로브스카이트 물질을 적층하여 30% 이상의 효율을 내는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태양전지에 투자한 결과, 주관연구기관인 한화솔루션에서 2026년 관련 시제품을 출시할 예정임은 참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전 기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 태양광 분야에서 중국의 기술굴기는 매우 무섭다. 무작위적인 투자로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장기신뢰성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기술의 단계별 검증(효율 → 안정성)을 통해 투자방향을 설정하지만 중국은 일단 대규모로 제품을 만들고 설치하여 데이터를 확보하고 기술을 개발한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는 일반 전기발전시장부터 인공위성, 차세대모빌리티 시장까지 무궁무진하게 적용될 것이다. 실리콘 태양전지는 다시 시장을 되찾기에는 늦었지만, 초기단계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시장은 아직 늦지 않았다. 향후 정부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 분야의 르네상스를 다시 찾고, 우리나라 대표 산업인 OLED 디스플레이처럼 차세대 태양전지 시장에서 1등이 되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