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월호 포커스 人

“연구현장도 긴급대응…
국가 위기 극복 힘 보탠다”

한국연구재단 허정은 공공기술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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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접어든 코로나19 바이러스를 막기 위한 의료진들의 사투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열악한 상황에서도 땀에 젖은 몸을 일으켜 다시 진료현장으로 향하는 이들의 모습이 불안한 국민들의 마음에 한줄기 위로와 희망이 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국가가 처한 위기 앞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것은 비단 방역당국뿐만이 아닙니다. 국가 연구개발 현장에서도 연일 분주한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공공기술단이 맡고 있는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이 대표적입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R&D

공공기술단은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 ▲사회문제해결형기술개발사업 ▲국민공감·국민참여 R&SD 선도사업 ▲재난안전플랫폼기술개발사업 ▲공공조달연계형 국민생활연구 실증·사업화 지원사업 등 국민생활문제를 과학기술로 해결하는 사업의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재난안전, 환경보건, 식품안전문제 등은 시시각각 국민 모두가 피부로 체감하는 사안들인 만큼 시의적절한 기획과 성과 창출이 요구됩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은 이름 그대로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재난·안전문제가 대상입니다. 이는 단기간 고도의 업무 집중을 피할 수 없다는 말과도 같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이후 관련 과제를 준비하는 허정은 공공기술단장의 사무실 역시 좀처럼 불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Q먼저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우리나라는 현재 국가 연구개발 24조 원 시대를 맞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이 최근 신종 감염병과 같은 예기치 못한 새로운 유형의 재난ㆍ안전문제들에 대해 신속하게 대응하지는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와 연구재단은 문제 발생 시 관련 수요기관과 함께 과학기술로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고자 지난해부터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일반적인 연구개발 사업과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대개의 연구개발 사업은 사업기획 및 예산 편성을 거쳐 연구를 시작하는데 까지만 해도 1~2년이 소요됩니다. 반면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은 미리 예산을 확보해둠으로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발 빠른 과제 기획을 통해 바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문제 발생 후 적어도 2개월 이내에 관련 연구에 착수해 빠른 시간 내에 실제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공고기간 단축, 제출서류와 평가절차 간소화 같은 패스트트랙형 긴급연구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아직은 연간 50억 원, 과제별 2.5억 원 내외의 작은 규모이지만 다양한 이슈에 순발력 있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지난 사례를 보면 버닝썬 사건으로 불거진 성범죄약물 탐지 키트, 인천시 붉은 수돗물, 아프리카 돼지열병 등이 긴급 현안으로 선정돼 관련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Q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한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와 관련해 4개의 긴급대응 과제가 지난달 선정되어 진행 중에 있습니다. 먼저 현재 가장 시급한 바이러스 감염 신속진단법, 그리고 치료제 개발입니다. 치료제의 경우 개발 기간 단축을 위해 신약보다 HIV 등 기존 바이러스 치료제 중에서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를 찾는 재창출 형태의 과제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바이러스의 위해도를 평가하는 특성 연구, 바이러스 연구의 기초자원이 되는 임상용 검체 확보 등의 과제에 대한 선정 절차가 마무리돼 본격적인 연구가 추진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와 함께 지난 겨울철에 빈번히 발생했던 도로살얼음(블랙아이스)에 대한 위험도 예보에 관한 연구과제 1건도 함께 선정됐습니다. 이렇게 올해 14개 정도의 긴급대응 연구과제가 추진될 예정입니다.

촘촘한 사회문제 해결 협력체계

Q상당히 빠르게 관련 과제가 기획됐군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게 1월 20일입니다. 곧바로 사태 파악에 나섰고 질병관리본부에 연락해 긴급대응연구사업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이어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의 사전 준비와 과제 기획, 공고, 평가가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졌습니다. 2월말에 과제 선정 작업이 마무리됐으니 시작부터 끝까지 한 달 남짓밖에 안 걸린 셈입니다. 물론 신속성도 중요하지만 엄연한 국가 연구개발 사업인 만큼 전문성과 공정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빠른 의사결정의 와중에도 졸속대응이 되지 않도록 매번 관련자들이 함께 모여 집체작업 형태로 과제 기획이 이뤄졌습니다. 짧은 기간 최대한 집중하여 작업을 마쳐야 함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공공기술단 구성원들은 물론 기획위원, 평가위원과 연구자 모두 이 일을 우선순위에 두고 아주 적극적으로 임해주신 덕분에 성공적으로 과제가 시작될 수 있었습니다.

Q긴급대응연구사업에서 다루는 사안들은 어떻게 결정이 되나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중앙-지방 재난안전 연구개발 협의체, 국민생활연구지원센터 등 3개의 조직이 구성돼 상시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있습니다. 국민생활자문단은 주요 이슈별 산·학·연 전문가와 과학기자 등 117명이 모여 재난안전문제를 예측ㆍ모니터링하고 관련된 연구개발 시나리오 등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이렇게 발굴된 사회문제들은 19개 정부부처와 17개 시도로 구성된 중앙-지방 재난안전 연구개발 협의체에서 긴급대응 여부를 결정합니다. 그리고 국민생활연구지원센터에서는 현안별로 모인 중점출연연구기관들이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신규과제의 기획과 평가를 지원합니다. 사전준비부터 기술개발과 실증, 성과확산까지 연구의 전 단계에 걸쳐 촘촘한 협력체계가 구성되어 있는 것이지요.

Q공공기술단의 역할은 무엇인가요?

공공기술단은 재단 내 44개부서 단위 중 상대적으로 규모도 작고 인원도 소수이지만 상당히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국민생활과학자문단, 중앙-지방 재난안전 연구개발 협의체, 국민생활연구지원센터 등 네트워크 전반의 다각적인 소통과 협업을 이끄는 구심점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주제 발굴 이후 실제 과제 기획에 관한 의사결정은 연구재단이 주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연구재단 내부적으로도 많은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분야, 다양한 입장 가운데서 주도적으로 의견을 결집하기 위해서는 통합적인 정보력과 적응력이 필요한데 연구재단에 함께 계시는 20여 명의 단장님들 도움이 정말 큰 힘이 됩니다.
또 응급실의 응급치료와 같은 공공기술단의 응급처리 이후 지속적인 연구가 필요한 사안은 중장기 원천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와 협의해 역할을 나누기도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경우 신속진단법 등은 공공기술단, 긴 시간이 소요되는 백신 개발은 차세대바이오단이 분담하는 형태입니다.

“지속가능한 국민생활연구가 꿈”

공공기술단의 연구개발 사업들 대부분이 국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만큼 절차와 과정 모두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하지만 노력에 대한 반응 역시 즉각적이어서 공공기술단 구성원들은 늘 새로운 도전 앞에서도 다시 힘을 내곤 합니다. 지난해 공공기술단이 주관하는 연구개발 사업 중 ‘국민생활안전 긴급대응연구사업’에서는 정부혁신 장관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사회문제해결형 기술개발사업’에서는 공공의료서비스 격차 해소를 위해 개발된 안저카메라, 야간작업자의 안전을 위한 발광조끼가 최초로 조달청 혁신시제품 시범구매사업에 선정돼 상용화가 한창입니다.

Q기존 연구개발 사업과 속도와 절차 모두 다른 양상이라 쉽지만은 않으실 듯합니다.

과학기술로 해결할 수 있는 사회문제는 많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학기술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국민생활과 직결된 연구는 연구자 중심이 아니라 최종 사용자인 국민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야 하고 궁극적으로 사회문제 해결에 현실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그런 만큼 사업 기획과 평가, 성과관리 과정 모두에서 참여 단위가 매우 폭넓고 거쳐야 할 단계들도 복잡합니다. 지난해 공공기술단의 직접적인 협업 대상만 해도 부처·청, 지자체 등 11개에 달했습니다. 서로 다른 입장과 이해관계 속에서 하나로 뜻을 모으고 소통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지만, 하나하나씩 걸림돌이 해결될 때마다 큰 성취감을 느끼게 되는 일이기도 합니다.

Q공공기술단의 향후 목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현재 공공기술단이 주관하는 사업들은 기존과 다른 형태의 연구개발 플랫폼을 새롭게 개척해가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공동체 생활을 하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사회문제 역시 영원히 계속됩니다. 그런 만큼 국민생활연구 분야가 앞으로도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런 목표에 맞춰 현재 사업 종료기간이 정해진 일몰 형태의 국민생활연구사업이 중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추진될 수 있도록 부처와 함께 노력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한 국민생활연구사업은 논문이나 특허 중심의 연구개발이 아니라 수요자와 함께 현장 적용이 가능한 과학기술적 솔루션 창출이 목표이기 때문에 연구자들의 사명감이 무엇보다 많이 요구되는 사업입니다. 그래서 국민의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연구자들이 제대로 보상받을 수 있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관계기관들에 협조를 타진하고 있습니다.

Q단장님께도 공공기술단의 사업들은 새로운 도전이실 듯합니다.

한국연구재단에 입사한 지 올해로 17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그 사이 정책센터, 수리과학단, 국책기술전략팀, 인문사회연구 총괄기획팀 등 다양한 사업 분야들을 경험하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원래 전공 자체는 한 우물을 파는 이론 분야였는데 연구재단에서 전방위적으로 전문성을 기르는 훈련을 받은 것이라 할 수 있지요. 돌이켜 보니 그간 새로운 분야의 보직을 받을 때마다 쉽지 않은 과정을 거쳤지만, 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공공기술단장이란 소임을 위해 예비되었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덕분에 대내외 소통과 협업이 필수적인 공공기술단 업무에서도 ‘연구지원 글로벌 리더’라는 재단 슬로건에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율적으로 일하고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지금도 여전히 치열한 학습이 필요하긴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전문성을 다지기 위한 노력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 연구재단 전체의 전문성으로 이어질 거라 믿기 때문에 늘 즐겁게 도전에 임하고 있습니다.

About the interview

허정은 공공기술단장

영남대학교 통계학과를 졸업후 동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미국 플로리다주립대에서 통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펜실베니아주 피츠버그대 통계학과 조교수를 거쳐 2003년부터 한국연구재단에서 국책기술전략팀장, 인문사회연구총괄기획팀장 등을 역임한 뒤 2017년말 공공기술단장으로 부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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