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연구자의 논문 발표는 인쇄물이 대부분이었으나 요즘은 CD-ROM이나 인터넷 기술에 힙입은 PDF 파일 형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온라인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주는 ‘오픈 액서스(open access)’ 방식은 학술지 운영자, 논문투고자, 학술지 독자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있는 방식으로서 선호도 또한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 이면에 그에 못지않은 위험성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에 한국연구재단에서는 연구자들의 더 나은 연구환경을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약탈저널’의 범람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여 ‘피해예방대책’을 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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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들이 연구를 수행한 후 그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기 위해서는 그 논문을 접수하여 널리 출판해줄 ‘매체’(media)를 찾는 일이 매우 중요합니다. 국내의 경우에는 한국연구재단이 관리하는 ‘등재지’, ‘등재후보지’ 등의 매체가 있고, 해외의 경우에는 SCI/SCIE 목록 등재지, Scopus 목록 등재지 등의 매체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들은 가능하다면 좀더 권위있는 매체에 논문을 발표하고자 합니다. 또한 그 표현 수단에 따라 전통적인 종이 인쇄물 형태의 매체도 있고, 오늘날에 들어와서는 CD-ROM으로 발행되는 매체도 있으며, pdf 파일 등의 형태로 온라인으로만 발행되는 매체도 있습니다. 특히 인터넷 기술 환경의 변화에 따라 온라인으로만 발행되는 매체들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터넷 기술의 발전은 연구 성과를 논문으로 발표하고자 하는 연구자들에게 많은 장점과 위험 부담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습니다. 온라인으로 논문 원고를 접수하고, 온라인 저널에 그 논문을 발표해주는 방식을 ‘오픈 액세스’(open access)라고 합니다. 이 오픈 액세스 방식은 학술지 운영자, 논문 투고자, 학술지 독자들 모두에게 큰 혜택을 줍니다. 이 방식은 전통적인 종이 인쇄 과정을 거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저널 제작비가 매우 저렴해지고, 회원들이나 독자들에게 완성된 저널을 전달하는 데 기존의 우편 배송에서 소요되던 시간이나 비용이 전혀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경제적입니다.
따라서 오픈 액세스 방식은
(1) 학술지를 새롭게 창간하고자 하거나 이미 운영 중인 편집자의 입장에서는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1대만 있으면 투고자로부터 원고를 접수하고, 발표가 승인된 원고를 편집하여 그 완성된 파일을 인터넷 공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되므로, 기존의 종이 인쇄 작업에 비해 매우 저렴한 비용으로 학술지를 발행할 수 있게 해줍니다. 이로써 뜻있는 학자들이 손쉽게 새로운 학술지를 창간할 수 있게 해주고, 이는 학술 연구 매체의 다양성 증가로 연결됩니다.
(2) 학술지 발행 비용의 감소는 연구자들에게도 큰 도움을 줍니다. 오픈 액세스 방식의 저널은 출판 비용이 매우 적게 들기 때문에 논문을 출판하고자 하는 연구자들로부터 아주 저렴한 비용만 받고도 원고를 접수하여 출판해줄 수 있습니다.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려고 할 때마다 고액의 심사비와 출판비 때문에 망설였던 신진 연구자들 또는 빈곤한 제3세계 국가 출신의 연구자들에게는 연구 성과 발표의 문호가 크게 열리는 것입니다.
(3) 오픈 액세스 방식의 저널은 대부분 인터넷에서 무료로 논문 파일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서 학문 연구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즉 다른 연구자들)은 그 동안 지불해야 했던 종이 저널 구독 비용의 부담 없이 학계의 최신 연구 성과들을 다양한 매체들로부터 신속하게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이로써 연구자들 사이의 정보 교류가 활성화되고, 더욱 고도화된 연구 성과의 재생산을 촉진합니다.
그러나 오픈 액세스 방식의 저널은 장점 못지 않은 위험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문제가 ‘약탈 저널’(predatory journal)의 범람입니다. 연구자들은 늘 자신의 원고를 빠르게, 저렴한 비용으로, 그리고 동료심사를 쉽게 통과하여 출판해줄 수 있는 매체를 찾아다닙니다. 약탈 저널은 이들을 먹잇감으로 노립니다.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1대만 있으면 누구나 학술지 창간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럴듯한 학술지 홈페이지를 꾸며놓고, 연구자들로부터 원고를 접수하여 정식 저널 논문으로 출판해주겠다고 제안합니다. 연구자로부터 원고를 제출받아서 출판 수수료만 챙긴 후 연락을 끊는 경우도 있고, 원고에 대한 적절한 동료심사 없이 수수료만 내면 무조건 출판해 주는 학술지도 있습니다. 적절한 동료심사 없이 수수료만 내면 무조건 출판해주는 식으로 허술하게 출판되는 학술지는 학계에서 인정해 주지 않기 때문에, 더 나아가서 그 연구자가 약탈 저널과 공모하여 손쉽게 연구 실적을 쌓으려고 했다고 의심하기 때문에 연구자는 오히려 자신의 명예를 실추시킬 뿐입니다. 또한 어떤 경로로든 일단 세상에 공개된 연구 성과를 다른 매체에 발표하는 것은 ‘중복게재’에 해당하므로, 약탈 저널을 통해 온라인으로 한번 발표된 논문은 다른 정상 저널에 발표할 기회를 상실합니다. 이는 연구자가 논문 원고를 쓰기 위해 들인 오랜 시간과 노력을 상실시키는 결과를 낳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악한 오픈 액세스 저널이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약탈’한다고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적절한 동료심사 절차 없이 운영되는 약탈 저널의 허술한 운영 방식을 이용하여 현직 대학 교수들이나 연구원들이 단기간에 여러 편의 논문들을 오픈 액세스 방식으로 온라인에서 발표함으로써 손쉽게 자기 명성을 높이거나, 소속 기관으로부터 연구 지원비를 받아 챙기는 사례들이 여러 차례 보고되었습니다. 또한 자신의 미성년자 자녀들로 하여금 약탈 저널에 논문을 발표하게 한 후 대학 입시 등에서 학생 연구 실적으로 이용하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약탈 저널 발행 기관들은 자기 저널에 수록된 논문들을 모아서 발표하는 부실 학술회의(predatory conference)를 세계 여러 도시들에서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들이 개최하는 ‘국제학술회의’에 참석한다는 명분으로 연구자들이 소속 기관으로부터 여행 경비를 받아서 지출하는 사례도 종종 발견되었습니다.
현재에는 교육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의 정부 부처들이 약탈 저널과 부실 학술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고, 관련 예방 가이드 라인도 여러 차례 발표된 바가 있습니다. 모든 연구자들은 자신의 연구 성과를 발표하는 과정에서 약탈 저널의 피해자가 되기 않도록 신중하게 매체에 접근해야 할 것이며, 또한 스스로 앞장서서 약탈 저널을 통한 논문 발표 실적을 자기 이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이용하지 않도록 윤리적인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