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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미래 에너지 발전을 견인하는
전기화학자
포항공과대학교 최창혁 교수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소설책. 빳빳한 양장 표지를 지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를 반깁니다. 세상을 바꿔갈 연구성과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요. NRF웹진 뉴-페이스에서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로 떠오르는 과학자, 이제 막 새 이야기를 그려갈 신진 연구자를 만나 연구성과와 일상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필연은 우연의 옷을 입고 나타난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지난해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한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최창혁 교수 역시 학창시절 ‘우리 연구실에 오면 좋아하는 축구를 마음껏 하게 해주겠다’는 한 교수님의 권유 덕에 전기화학연구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하는데요. NRF웹진 12월호에서는 ‘우연’이 만든 ‘필연’의 길 위에서, 전기화학 반응 속에 숨은 메커니즘을 규명해 미래 에너지 기술 발전을 견인해가고 있는 최창혁 교수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Prologue 오! 나의 연구이야기

  • 최창혁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포항공과대학교(이하 POSTECH) 화학과 최창혁입니다. 저는 2003년 KAIST에 입학해 학사 및 박사과정을 졸업,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근무했는데요. 2016년 광주과학기술원에서 교수로 임용되었으며, 현재는 POSTECH에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시는데요.
    해당 분야가 낯선 NRF웹진 독자들을 위해 대표 연구 분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전기’와 ‘화학반응’이 서로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주고받는지를 다루는 전기화학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전기를 통해 원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키거나 반대로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원리를 탐구하는 분야인데요. 수소자동차의 연료전지, 배터리, 그리고 전기를 활용해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하는 친환경 공정 등의 핵심 기반이 되는 학문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특히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반응이 실제로 일어나는 ‘전극 표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는데요. 전극 주변에는 물과 이온(전해질)이 복잡하게 모여 미세한 환경을 이루는데, 이 환경이 반응의 속도와 효율은 물론 어떤 물질이 생성되는 지까지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저희는 반응이 진행되는 순간의 전극 주변 환경을 직접 관찰·분석하여 주변 구조와 전기화학반응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히고, 이를 바탕으로 더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에너지 변환 기술로 이어질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습니다.
  • 지난해 ‘젋은과학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일생 한 번의 기회로 과학자로서 큰 의미가 있으셨을 것 같아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처럼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스럽고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함께 연구를 수행해 주신 여러 교수님 그리고 박사님들과 더불어, 지금도 연구실에서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있는 학생들과 함께 노력했기에 받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교수님께서는 전기화학 분야에서 전극·전해질과 그 계면을 실시간으로 관찰하며 복잡한 메커니즘을 규명해가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로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여러 분석 기법을 전기화학 반응 환경에 적용하여, 반응 중에 형성되는 복잡한 전극·전해질 계면을 ‘직접 보고 이해하려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학위 과정에서의 경험과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는데요. 당시 저는 새로운 전극 재료를 합성하고 성능을 높이는 연구를 주로 수행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유망해 보이던 소재도 실제 전기화학 장치에서는 기대만큼의 성능 향상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실제 산업 적용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제한적이었고요. 그 과정에서 전극 재료뿐 아니라, 전해질의 구성과 반응이 실제로 일어나는 ‘전극·전해질 계면의 환경’ 또한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일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후 비슷한 호기심을 가진 동료 교수님들과 함께 이 분야의 연구를 시작했고, 지금까지도 그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 교수님의 연구방법은 산소·이산화탄소 환원 등 주요 화학반응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해당 연구는 또 어떤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까요?
    계면 분석 접근법은 특정 반응에만 국한되지 않고, 전기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대부분의 시스템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에너지 전환 이슈와 맞물려 수소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수전해 및 연료전지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적용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화학물질로 전환하는 이산화탄소 전환 반응, 바이오매스를 전기화학적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공정 등 전기로 화학물질을 만드는 분야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아울러 저희가 수행하고 있는 연구는 아니지만 에너지 저장 분야인 배터리에서도 전극·전해질 계면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성능과 수명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러한 분석기술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 알칼리 금속 이온이 ‘구경꾼 이온’이라는 상식을 뒤엎는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기존 교과서의 내용을 뒤집는 발견인 해당 연구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주기율표 1족에 속하는 리튬, 나트륨, 칼륨, 세슘과 같은 알칼리 금속은 자연계에서 주로 양이온 형태로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바닷물 속 소금(NaCl)처럼 물에 녹으면 Na+, Cl-로 나뉘어 안정하게 존재하죠.
    알칼리 금속 이온은 물 분자에 둘러싸여 매우 안정하고, 스스로 반응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보통은 ‘구경꾼 이온’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전기화학에서도 주로 전류가 흐를 수 있도록 이온 전도도를 제공하는 보조 역할로만 다뤄져 왔고요.
    저희 연구실은 KAIST 김형준 교수님, KIST 오형석 박사님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탄소전극에서 산소가 물로 환원되는 과정을 관찰하던 중 나트륨 이온에서 예상하지 못한 전자 구조 변화가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했습니다. 추가 분석을 통해 그 변화가 알칼리 이온이 반응 중간체와 결합하여 새로운 화학종을 형성하는 과정과 연결되어 있음을 확인했고, 그 결과로 이산화나트륨이라는 물질이 반응 중에 생성될 수 있음을 증명할 수 있었습니다. 즉, 알칼리 금속 이온이 상황에 따라 ‘구경꾼’이 아니라 반응 경로와 생성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촉매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죠.
  • 한국연구재단 선도연구센터,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하셨다고 알고 있습니다. 실제 연구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었나요? 도전적인 연구의 특성상, 계획한 대로 성과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거나 기존에 잘 알려지지 않은 문제를 다루다 보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면서도 과감히 연구비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순간이 많은데요. 그런 점에서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은 연구자가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안전망을 제공해 주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학생들의 인건비는 물론 연구 재료 구입, 실험 운영 등 연구 전반의 핵심 기반을 안정적으로 쌓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우수연구자교류지원사업은 해외 우수 기관과의 협력 연구를 가능하게 해 주어 연구의 깊이와 속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국제 공동연구를 통해 더 넓은 연구 환경을 경험하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경우에 따라 박사후 연구원으로 성장해 나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도 실질적인 기여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Journey 연구자로 서기까지

  • 교수님은 언제부터 과학, 그중에서 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나요?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과학을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부모님께서 집에 TV 대신 여러 과학 잡지와 책을 늘 비치해 두셨는데요. 덕분에 자연스럽게 과학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화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부터인데요. 각종 과학 경시대회가 활발하게 운영되던 시기였는데, 제가 다닌 특수목적고는 특성상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하듯, 특정 과목을 정해 심화학습을 하면서 경시대회에 참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당시에는 큰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제대로 공부해 보지 못한 과목을 선택해 볼까’ 하는 마음으로 화학을 골랐는데, 어쩌다보니 인연이 이렇게 길게 닿게 되었네요(웃음).
  •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뭇 학창시절도 궁금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또래 아이들처럼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친구들과 어울려 축구도 하고, PC방에서 게임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요. 돌이켜보면 축구하고 게임했던 기억이 가장 많이 남네요. 나름대로 공부도 틈틈이 열심히 했습니다(웃음).
  •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난제에 부딪혀 어려울 때가 많을 것 같아요.
    교수님은 어떤 방식으로 문제를 돌파해가시나요?
    저는 오히려 난관이 있는 상황을 즐기는 편인 것 같습니다. 반대로 일이 너무 순조롭게만 풀리면 흥미를 잃기도 하죠. 어려운 문제를 하나씩 풀어갈 때, 큰 자극과 동기부여를 받는 것 같습니다. 문제를 마주하면 한동안은 다른 일을 잠시 내려놓고, 그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집중해서 계속 고민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레 스르르 잠이 들 때도 많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실마리나 답이 보이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속도를 내서 집중적으로 밀어붙이며 해결해 나가는 편입니다.

#Epilogue 연구실을 넘어 교단으로

  •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입니다. 캠퍼스도 조금은 고요해졌을 것 같은데요.
    교수님께서는 요즘 어떤 하루를 보내고 계신지요?
    저는 항상 같은 일상을 사는 것 같아요. 아침 시간에 집중이 가장 잘 되는 편이라, 오전에는 주로 제 업무에 온전히 몰입하려고 합니다. 오후에는 강의를 하거나 연구실 학생들과 미팅을 하면서 연구 진행 상황을 함께 점검하고 논의합니다. 학생들과 아이디어를 주고받고, 각자의 실험과 해석을 맞춰 가는 시간이 연구의 중요한 축이라 생각해서, 하루의 많은 부분을 그런 소통과 협업에 쓰며 지내고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 평소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연구자로서의 자세’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연구 자체를 즐기고, 연구를 통해 즐거움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라는 것이 마라톤과 같아서 중요한 문제를 마주하고 그것을 풀어가는 과정이 생각보다 훨씬 긴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성실함이나 창의성 같은 역량도 물론 중요하지만, 연구 과정에서 스스로 의미와 재미를 느끼는 것이 연구자로서 가장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전기화학 연구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나 후배 연구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기화학의 큰 매력 중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던 화학반응을 전류라는 형태로 직접 읽어내고 정량화할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전기화학은 사회문제와 직결된 에너지, 환경 기술과 직결되는 핵심 분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더 많은 분들과 함께 연구를 이어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최창혁 교수 (1985년생)

  • 소속

    • 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교수
  • 학력 및 경력

    • 2003.03 ~ 2007.08 KAIST 생명화학공학 학사
    • 2007.08 ~ 2012.08 KAIST 생명화학공학 박사
    • 2012.09 ~ 2014.07 KAIST 응용과학연구소 연구연구원
    • 2014.08 ~ 2016.10 Max-Planck-Institut für Eisenforschung 박사후연구원
    • 2016.12 ~ 2022.02 GIST 조교수, 부교수
    • 2022.02 ~ POSTECH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