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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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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전자기기든 원하는 모양으로 얇게 입힐 수 있는 리튬이차전지가 개발됐다.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이상영 교수팀이 연구·개발에 성공한 신개념 기기일체형 형상 순응(shape-conformable) 리튬이차전지는 앞으로 미래 웨어러블 기기·사물인터넷 시대를 한층 앞당기는데 크게 기여할 전망이다.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부터 입는 컴퓨터, 두루마리 전자종이까지. 지금껏 머릿속으로만 그려온 디자인 제약 없는 전자기기들이 머지않아 우리 두 손에 쥐어질지도 모른다.

Q. 신개념 플렉서블 리튬이차전지 개발에 성공하셨습니다. 어떤 기술인가요?

현재 상용화된 리튬이차전지는 전지 구성 요소들(양극, 음극 및 분리막)을 서로 포개어 모은 후, 규격이 정해진 포장재 케이스에 넣고 액체 전해질을 주입해 제조합니다. 즉 정해진 형태를 갖는 전지가 삽입될 공간을 미리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 구현에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이에 간단한 프린팅 공정과 고체 상태의 전해질을 이용해 높은 수준의 디자인 다양성이 확보된 신개념 기기일체형 형상 순응 리튬이차전지를 개발하게 됐습니다. 원하는 모양의 전지를 쉽게 제조할 수 있어, 기기 내에 별도의 배터리 공간 없이도 기기를 작동시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기술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먼저 전지를 구성하는 물질(양극, 음극, 전해질)을 ‘조청’과 같은 점도를 갖도록 제조한 후, 원하는 사물 위에 음극-전해질-양극 순서대로 얇게 프린팅 합니다. 이때 프린팅 후 1분 이내의 짧은 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시켜 굳히면 그 모습 그대로 고체 상태가 됩니다. 이렇게 완성된 전지는 유리컵, 안경 등 원하는 사물과 일체화된 제품을 만들 수 있습니다. 또한 기존 리튬이차전지에서는 필수였던 분리막이 없어도 되고, 고체 형태의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에 기존 전지보다 현저히 개선된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Q. 관련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제가 LG화학 배터리연구소에 근무할 때부터였습니다. “왜 배터리는 항상 원통형, 각형 등 모양이 정해져 있는지 모르겠다. 배터리 때문에 다양한 디자인의 전자기기를 만들 수 없다”라는 해외 고객들의 불만 사항을 자주 들었습니다. 당시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없었는데, 이후 대학교로 옮기고 학생들과 여러 가지 다양한 연구들을 진행하면서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2010년 즈음 다른 연구들을 통해 확보된 기반 기술에 몇 가지 아이디어를 접목하면 프린팅이 가능한 전지를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운 좋게도 유능하고 성실한 대학원생들과 함께 이 연구를 진행하면서 제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결과를 창출할 수 있었습니다.

전지 제조 모습

Q. 해당 기술의 기대효과가 궁금합니다.

사물과 형태적으로 일체화된 ‘형상 순응 전지’는 웨어러블 기기·사물인터넷 시대로 나아가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 중의 하나인 전원 문제를 해결할 원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간단한 프린팅·가교 공정을 이용해 전지 제조가 가능하기 때문에, 고액의 투자비와 운영비가 요구되는 기존 전극 제조 공정, 액체 전해질 주액 공정이 필요 없어 전지 제조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주로 의류, 센서, 패치 등의 일체형 전원으로 활용될 것이고, 더 나아가 잉크젯·3차원 프린팅 기술과 접목하게 된다면 기존 전지 기술로는 적용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분야의 전원으로도 충분히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본격적인 실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응용 분야에 따라 실용화 시점이 달라지겠지만, 빠르면 3~5년 내로 실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미 연구 결과 발표 이후 국내외 몇 업체로부터 연락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현재 프린터블 전지 기반 기술을 확보했으므로, 앞으로는 해당 응용 분야에 맞는 일종의 맞춤형 전지 성능 확보를 추가적으로 진행해갈 계획입니다. 또한 전지 디자인의 다양화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Q. 연구 중 어려웠던 점이 있었다면 무엇이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기존에 알려진 연구를 따라 하는 일종의 추격형 연구가 아니라, 아무도 하지 않았던 분야를 처음으로 시도해야 하는 점에서 참조할 자료나 실험 결과들이 거의 없었던 것이 큰 어려움 중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혹시 내가 결코 성공할 수 없는 연구를 하고 있는 건 아닌가’하는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으로의 미래 사회 모습을 상상해 볼 때, 누군가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기술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연구를 계속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그림1 하트모양 전지의 전기화학특성 분석

그림2 하트모양 전지 구동 및 전지 성능 데이터

그림3 하트모양 전지 제조 과정

Q. 관련 연구 분야의 세계적 연구 흐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입는 컴퓨터, 휘어지는 디스플레이, 두루마리 전자 종이 등 미래 웨어러블 기기 및 사물인터넷 등 삼성, LG를 비롯한 국내 대기업은 물론, 구글, 애플 등 세계 유수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웨어러블 시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미래 전자기기들을 작동시키는 데 필요한 전원으로서, 다양한 모양으로 변형이 쉽게 가능한 플렉서블 전지는 전 세계적으로 크게 주목받고 있습니다. 관련 산업계 이외에도, 미국의 스탠포드, MIT 등을 포함한 유명 대학들에서도 플렉서블 전지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 연구들이 플렉서블 전지 구성 요소, 즉, 양극, 음극, 분리막, 전해질 등에 관한 내용들이 대부분이고, 이번 연구와 같이 프린팅 기술 및 고체 상태 전해질을 이용한 사물일체형 전지 연구는 저희 실험실이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앞선 그룹이라 하겠습니다.

Q. 특별히 연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 세상에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고, 더 나아가 이것이 우리 삶에 기여한다면 참 의미 있는 일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과학은 논리적인 설명을 통해서만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도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연구자가 된 이후엔 전 세계 연구자들과 서로 토론 협력하고, 때론 경쟁하면서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매우 흥분됩니다.

Q. 교수님의 24시가 궁금합니다.

보통 아침 8시에 연구실에 도착해서 이메일과 그날의 스케줄을 확인합니다. 강의가 있는 날엔 강의 준비도 하고요. 이외의 시간엔 연구 과제와 관련된 계획서, 보고서 등을 작성하기도 하고, 관련 분야 논문 및 자료 등을 숙독하면서 새로운 연구 아이디어 발굴을 모색합니다. 또한 사전에 약속해놓은 학생들과 일대일 혹은 그룹 미팅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보통 학생들과의 공식적인 미팅은 일주일에 한번 이뤄집니다. 틈틈이 실험실을 방문해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녁 식사 이후엔 주로 학술 논문을 작성합니다. 자연스럽게 퇴근은 통상적으로 밤 11시경에 합니다. 토요일엔 학생들과 그룹 미팅을 하거나 학술 논문을 작성하는데, 토요일은 회의나 이메일 등으로부터 자유롭고, 어느 누구의 방해 없이 온전히 제 일에만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이라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일요일은 최대한 일을 생각하지 않고, 가족들과 지내려 합니다.

이상영 교수 연구팀

Q. 함께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 및 팀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학생들의 자율을 존중하면서, 또한 정해진 규칙에 대해서는 원칙을 유지하고자 합니다.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스승으로서 연구에 대한 기본자세 및 철학을 전달해주고 싶습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무한한 열정을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남을 따라 하는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분야를 창출할 수 있는 “First Mover & Game Changer”가 되시기 바랍니다.

Q.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남이 하지 않았던 분야를 계속해서 연구하고자 합니다. 물론 많은 경우 실패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이러한 노력이 제가 속한 분야의 발전은 물론 궁극적으로는 인류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Q. 미래 해당분야의 과학자(또는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연구에 있어서, 이미 정해진 정답은 없습니다. 연구자 스스로 그 정답과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연구입니다. 남이 정해준 문제를 풀려고만 하지 말고, 본인이 문제를 직접 만들고 그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세요. 연구에서 실패는 없습니다. 또 하나의 지식을 얻은 것일 뿐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고,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정열을 가지고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영 교수

1991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공업화학과 학사 과정을 마친 후 1997년까지 KAIST 화학공학과 전공 석·박사 과정을 밟았다. 이후 2001년부터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 Post Doc., LG화학 배터리연구소 책임연구원 과정 등을 거쳐 현재 울산과학기술대학교(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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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배터리는 NO, 맞춤형 리튬이차전지 탄생

리튬이온전지는 충전 등 재사용이 가능한 이차전지의 일종으로 휴대폰 배터리 등에 주로 쓰인다. 다채로운 전자기기 디자인 구현을 위해 이미 오래전부터 얇고 휘어지는 리튬전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됐다. 하지만 어느 기기에나 접목돼 원하는 디자인을 갖도록 프린팅 공정 및 고분자전해질을 도입해 전지를 제조한 사례는 없었다.

이번에 개발된 신개념 리튬이차전지는 기존 전지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전해액 주입 공정 및 분리막이 필요 없고, 지름 5mm 막대에 여러 번 감았을 때도 폭발 없이 성능이 유지될 만큼 유연한 특성을 갖췄다. 양극·음극 단자를 뽑아내면 충전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앞으로는 노트북이나 휴대전화 등에 별도의 전지 공간이 필요 없게 돼 착용형 기기 등에 쉽게 접목할 수 있고, 사물인터넷(IoT) 시대를 앞당길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예를 들어 컵을 사물인터넷으로 활용하려면 전지가 필요한데 기존의 고체형 전지라면 이를 위한 별도의 저장공간이 있어야 하지만 이 기술을 이용하면 문양을 장식하듯 전지를 만들어 붙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한 기기일체형 형상 순응 리튬이차전지는 나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인 나노레터스지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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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친환경 시대가 열리게 됐다. 중앙대학교 정대성 교수팀이 물과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기능성과 환경성을 한층 높인 친환경 반도체 제조기술 개발에 성공한 것. 이로써 기존 반도체가 안고 있던 부식의 위험과 유해물질에 대한 우려가 말끔하게 해소됐다. 반도체 산업이 환경규제를 피해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을 제공해준 이 기술은 앞으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산업 성장의 중심이 될 것이다.

Q. 물을 이용한 친환경 반도체 제조 기술 개발에 성공하셨습니다. 어떤 기술인가요?

기존 실리콘 반도체는 고온 공정이 불가피해, 플라스틱 기판과의 접목이 요구되는 차세대 반도체로는 발전하기 어렵습니다. 자유자재로 휘어질 수 있는 디스플레이 제품에는 사용이 불가하다는 것입니다. 이를 대체할 만한 반도체 소재로 유기반도체가 지난 10여 년간 전 세계적으로 연구되어 왔고, 최근 그 수준이 많이 향상돼 실제 제품에 응용이 가능한 수준이 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기반도체는 박막화* 공정과정에서 인체에 유해하고 부식성을 가진 유기용매 사용이 불가피하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고자, 저희 연구팀은 먼저 계면활성제를 이용해 유기반도체의 콜로이드화** 기술을 적용시켜 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계면활성제***인 이온성 계면활성제는 유기반도체를 ‘물’에 분산시키는 역할로는 적절하지만, 박막화 이후 제거가 힘들어 최종적으로 반도체 특성에는 나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반면 저희 연구팀이 새로 개발한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는 유기반도체를 물에 충분히 분산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박막화 이후 손쉽게 제거가 가능해 최종적으로 반도체 특성 역시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확신을 가진 뒤 곧바로 해당 기술의 특허를 출원하고 논문으로 보고했습니다. 즉 새로운 형태의 계면활성제 기술을 도입해 세계 최초로 물에 기반을 둔 유기반도체의 친환경 기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 박막화: 유기반도체는 합성단계에서 파우더 형태로 제조되며, 이를 반도체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십 나노미터 정도의 두께를 가지는 박막(필름)을 제조해야 하는데, 이 과정을 박막화라고 부른다.
** 계면활성제: 한 분자 안에 ‘친수성’ 그룹과 ‘소수성’ 그룹을 모두 가지고 있어서, 소수성 소재를 친수성 용매에 분산시키거나, 친수성 소재를 소수성 용매에 분산시킬 수 있는 특수한 형태의 소재를 뜻한다.
*** 콜로이드화: 어떤 물질이 특정한 범위의 크기(0.1μm 정도)를 가진 입자가 되어 다른 물질 속에 분산된 상태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Q. 관련 연구는 언제부터 시작하셨나요?

첫 시작은 2014년부터였습니다. 경상대학교 김윤희 교수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저희 연구팀은 유기반도체의 분자구조 설계를 통해 유기용매 중에서도 조금 더 친환경적인 용매로 바꿀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모색해 초기에 고무적인 결과를 얻었습니다. (Adv. Mater. 26, 6612) 이 과정에서 조금 더 욕심을 내 아예 ‘유기용매에서 벗어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 결과 이번 논문을 발표하기 전인 올해 초 에탄올에 기반을 둔 콜로이드 제조법을 보고했습니다. (Adv. Func. Mater. 25, 4844)

Q. 해당 기술의 기대효과가 궁금합니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친환경 공정이 국내 기업들이 유기반도체에 대해 좀 더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단순히 논리회로의 스위칭 소자로서가 아니라 태양전지, 센서, 디스플레이에 집적되는 모든 반도체 기술에 해당 기술이 접목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해당 기술이 ‘계면활성제를 이용한 반도체의 나노입자화’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웨이퍼 세척 기술로도 접목될 수 있습니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서는 웨이퍼 세척이 아주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해당 분야에서도 관심을 가지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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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실험의 모식도

(a) 유기 반도체(하)와 계면활성제(상)의 모식도
(b) 계면활성제에 의해 생성된 나노입자의 모식도
(c) 원심분리법을 이용한 세척과정
(d) 반도체 박막을 제작 과정
(e) 계면활성제의 선택적 제거 과정
(f) 최종 소자의 구조

Q. 본격적인 실용화는 언제쯤 가능할까요?

현재 저희가 구현한 친환경 반도체 소자는 가장 간단한 구조의 트랜지스터입니다. 초기 연구단계이기 때문에 한 가지 반도체 소재만 콜로이드화해도 구현할 수 있는 구조의 소자를 선택한 것인데요. 태양전지 혹은 이미지 센서 등에 적용되기 위해선 이종(異種)의 반도체 소재들을 동시에 콜로이드화 할 수 있는 기술이 앞으로 더 개발돼야 합니다. 이 경우에는 계면활성제의 합성부터 새로 시작돼야 하는 부분이며, 이러한 과정이 현재로서는 가장 도전적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또한 아무래도 ‘물’로부터 공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산화에서 비롯되는 안정성의 문제에 대한 도전도 직면해야 합니다.

Q. 관련 연구 분야의 세계적 연구 흐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유기 반도체는 플라스틱 기판에서도 자유로이 집적될 수 있는 몇 안 되는 첨단소재 중의 하나라 탄생과 함께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습니다. 2010년을 전후로 잠깐 침체기에 접어들었다가 2012년에 예상치 못한 높은 전하이동도(반도체 특성의 figure-of-merit)가 보고되기 시작하면서 다시 한 번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저가의 RFID 태그 등에 사용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소재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연구 분야입니다. 이에 많은 연구 그룹이 상용화를 위한 대면적 패턴 기술 등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번에 저희 연구팀이 개발한 친환경 공정 기술 역시 앞으로 많이 인용되고 사용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Q. 특별히 연구자가 되겠다고 결심하신 이유가 있나요?

제가 박사후 연수를 시카고 대학(University of Chicago)에서 했는데, 당시 제 보스였던 Dmitri Talapin 교수가 매일 혼자 연구실에서 햄버거를 먹으며 논문을 ‘즐겁게’, ‘재미있게’ 읽는 모습을 보면서 “저렇게 해야 정말 훌륭한 Science를 할 수 있구나”라고 느꼈던 순간이 그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연구가 잘 진행이 되지 않고 답답해질 때는 그때를 떠올리면서 보다 즐겁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강화도 마니산에서 신년기념 등산

Q. 함께 연구를 진행한 연구원 및 팀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저와 저희 연구실 대학원 학생들의 제 출퇴근 시간이 크게 다르기 때문에, 저는 학생들의 출퇴근 시간에는 전혀 관여를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주 개인 및 단체 미팅을 가지기 때문에 학생들이 할 일들을 잘 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좀 더 개인 연구와 개인의 성취도에 좀 더 욕심을 내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Q. 연구자로서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말씀해주세요.

사실 대부분의 연구자가 그러할 텐데요. 제가 연구하는 분야에서 많은 사람들이 제 이름을 기억해줄 수 있는 그런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최소한 “이 분야의 이 기술하면 이 사람이지” 할 때 이름 석 자가 회자되는 그런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Q. 미래 해당분야의 과학자(또는 연구자)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중고등학교, 나아가 대학교 과정에서는 사실 자신이 과학자 체질인지 알기가 힘듭니다. 단순히 과학이 재미있고, 수학이 재미있다고 과학자의 길을 택하면 나중에 힘들 수도 있습니다. 자신이 논리적인 사고에 능숙하고 좀 끈기가 있으면서도 학업 성적이 나쁘지 않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기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한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하나의 인생의 큰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정대성 교수

2005년 포항공과대학교에서 학사 과정을 마친 후 2010년까지 석·박사 통합과정을 밟았다. 이후 시카고대학에서 박사후 연수, 동아대학교 화학공학과 조교수 과정을 거쳐 현재 중앙대학교 화학신소재공학부에서 조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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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성과 환경성,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유기반도체는 스마트폰이나 TV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쓰이는 가볍고 유연한 반도체를 의미한다. 이것으로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고체 상태인 유기반도체를 녹여 필름(박막)으로 성형해야 하며 이때 용매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내부 부식성과 인체 유해성이 있는 클로로포름, 클로로벤젠 등의 유기용매를 사용해 환경성에 늘 한계가 있었다. 이에 정대성 교수 연구팀은 ‘에틸렌 글리콜’이란 비(非)이온성 계면활성제를 개발해 물을 용매로 쓰는 데 성공했다.

계면활성제는 일종의 비누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기존의 이온성 계면활성제는 공정 후에도 남아 반도체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다. 이들이 개발한 비이온성 계면활성제는 공정 후 에틸알코올로 처리만 하면 남은 계면활성제를 쉽게 제거할 수 있다.

연구 결과물은 현재 특허 출원이 된 상태다. 또 과학저널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즈’ 온라인판에 실렸고, 이 저널이 한 달에 한 번 선정하는 VIP 논문으로도 뽑혀 추후 오프라인 출판물의 표지논문으로도 게재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