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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로 임상실험 가능한 미래 열고 싶어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시스템 생물학 및 의학 연구실 김현욱 부교수

4차 산업혁명 시대와 100세 시대! 21세기를 살아가는 인류는 디지털혁명과 장수혁명이란 두 개의 거센 혁신을 동시에 마주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어떻게 이용하느냐에 따라서 인류의 삶은 달라질 텐데요. KAIST 생명화학공학과 김현욱 교수는 생명을 이해하고 활용하는 도구로 컴퓨터를 택했습니다. 사람 중심의 생명공학 연구에 천착한 신진연구자를 소개합니다.

PART 1. 연구자의 길

김현욱

인류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컴퓨터 모델링, 즉 바이오 빅데이터 기반의 시스템생물학을 연구해 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주제를 소개해주세요.

컴퓨터 모델링과 시뮬레이션,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같은 공학기술을 기반으로 세포 단위에서의 생명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관심분야는 크게 미생물 기반 천연물 생산과 약물표적 및 약물반응 예측인데요, 이들 주제 이면에는 생화학이라는 공통분모가 있습니다. 미생물의 경우, 인체에 이로운 항생제나 항암제 등의 원료가 되는 천연물질을 생산하는 미생물의 바이오 네트워크를 이해하고자 합니다. 바이오 네트워크에 대한 이해를 통해 유용한 천연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가 되겠습니다. 약물표적 예측 연구의 경우에는, 암세포의 대사(metabolism)를 중심으로 항암표적을 찾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복용하는 약물도 증가하였는데요. 여러 약물을 함께 복용할 경우 체내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만큼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약물-약물 상호작용 등 다양한 약물반응을 예측하는 연구도 진행 중입니다.

김현욱

실험실 소개 영상을 보니 파이펫과 실험도구가 아닌 컴퓨터가 중심인 IT벤처회사 같아요. 컴퓨터 기술을 이용한 생명공학 연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려서부터 생명공학에 관심이 많았는데, 특히 세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수식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너무 흥미로웠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의 영향도 있었던 것 같아요.(웃음) 대학 2학년 때 생화학 강의를 들으며, 이 분야를 깊게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또 당시 학과 교수님께서 “이제는 살아있는 세포를 컴퓨터로 모델링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며 ‘E-cell’의 개념을 듣고 파이펫이 아닌 컴퓨터를 도구로 생명공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다양한 컴퓨터 방법론의 개발과 응용을 통해 인체 세포, 병원균 및 천연물 생산 미생물을 이해하고, 우리의 건강에 이로운 방향으로 이들을 변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김현욱 교수의 시스템 생물학 및 의학 연구실이 궁금하다면?>

김현욱

연구를 통해 해결하고자 하는 문제는 무엇인가요?

과학과 기술의 진보로 100세 시대가 도래하고,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사회에 접어들었습니다. 의약바이오 기술과 산업은 더욱 발전하고 있지만, 기초연구 단계는 물론 약물개발 과정에서 굉장히 많은 시간과 돈을 필요로 합니다. 다국적 제약사와 우리나라 의약산업계의 자본력 등이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격차가 크고요. 컴퓨터를 이용한 시스템생물학 연구를 통해 우리나라의 산업과 학문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김현욱

교수님만의 연구 분야를 개척하기까지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하고 싶은 공부와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한 길을 걸어온 것 자체가 도전인 듯해요.(웃음) 제가 학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무렵만 해도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연구는 실제 실험을 통해 분석하고 입증한 결과가 아닌, 컴퓨터 모델링으로 도출한 연구 결과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았거든요. “왜 이런 걸 하지?”, “이 내용을 어떻게 믿지?”라는 분위기가 느껴졌습니다. 또 학문의 위치와 진로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졸업 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확신도 없었어요. 하지만, 공부를 해서 무엇이 되겠다는 생각보다는 연구 자체가 재미있어서 지금의 연구들이 이어졌습니다.

PART 2. 내가 하는 연구?

김현욱

최근 연구재단의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고부가 의약물질 생산에 사용되는 방선균의 시스템과 합성생물학 원천기술을 연구하셨어요.

미생물의 한 종류인 방선균에서 유래한 천연물질은 항생제 등 의약품 생산의 원천으로서 가치가 높지만, 다른 미생물에 비해 까다로운 배양 조건과 유전자 조작이 산업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에 의약품 시장에서 요구하는 수요 충족을 목표로 2018년 시스템·합성생물학 분야 세 분의 교수님들과 각자의 전문분야를 살린 공동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먼저 KAIST 조병관 교수님이 방선균의 유전체 서열을 분석하면, 저는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방선균의 어떤 유전자를 조작하면 더 많은 천연물을 생산할 수 있을지 시뮬레이션하여 유전자 표적을 예측합니다. 또 방선균 내 바이오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유의미한 정보를 추출하고, 세포 내에서 어떤 생화학 반응이 일어나는지를 예측했습니다. 이어 고려대학교 오민규 교수님은 제가 예측한 타깃이 실제 유효한지 실험을 통해 검증하시고, 서울대학교 윤여준 교수님은 이 일련의 결과를 바탕으로 방선균으로부터 새로운 천연물을 생합성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계십니다.

김현욱

2018년 시작한 과제는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는데요. 그동안의 주요 성과와 앞으로의 과제 진행 계획도 소개해주세요.

이번 연구를 통해 방선균 유래 면역억제제인 ‘FK506’과 항생제의 원료물질인 피크로마이신(Pikromycin)과 같은 주요 천연물을 대량생산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습니다. 머신러닝을 이용한 세포 내 조절 네트워크(regulatory network) 모델링 방법론도 확립하였습니다. 올해는 관련 연구성과를 논문으로 작성하는 한편, 과제를 통해 구축한 원천기술을 후속 연구를 통해 발전시켜 나가고자 합니다.

김현욱

교수님의 연구가 기존 시스템·합성생물학 연구와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특정 세포가 주어진 환경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는지 공학기술을 적용하여 예측하는 것이 제 연구의 핵심이자 기존 연구와의 차이입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관련 연구에서는 실험 결과를 토대로 ‘이런 상황에서는 세포가 이런 상태일 것이다’라는 분석이 많이 진행됐지만, 새로운 환경에서는 세포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 새로운 예측 방법론을 여러 가지로 시도하고 있습니다. 제 실험실은 여느 생물분야 실험실과 달리 다양한 분석도구가 아닌 IT벤처회사처럼 컴퓨터와 책상만 있어요. 컴퓨터 모델링은 그 대상이 미시적인 세포이든 거시적인 사회이든 과학에 기반을 둔 통찰력이 있어야 가능한 학문이에요. 저는 데이터를 통찰하고 그 안에 담긴 본질을 찾아내고자 합니다.

김현욱

연구를 진행하며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이었고,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가장 큰 숙제는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입니다. 한 가지 예로서, 방선균은 기존에 연구된 데이터가 상대적으로 많지 않기 때문에 좋은 예측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대장균처럼 기존에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잘 알려진 균에서 만들어진 기법과 내용을 방선균에 맞게 조정하는 과정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머신러닝이나 AI 등 하나의 방법론과 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일련의 컴퓨터 기술들을 주어진 문제에 맞게 적시적소에 적용하고 해결하고자 합니다.

PART 3. 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김현욱

학문의 성격상 공동연구의 기회가 많은 것 같아요.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시스템생물학 연구에서 보다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해당 분야의 실험 연구자와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방선균 연구가 이에 해당이 되고요, 항암표적 예측 연구의 경우도 병원으로부터 암환자 샘플을 얻고, 관련 조언도 들어야합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전공 분야에 따라 사용하는 언어가 많이 다릅니다.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이 중요한 만큼 융합적인 마인드와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함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평소 다양한 학문 분야의 논문에도 관심을 갖고 있고요. 코로나와 암 등 의약학 분야 최신 연구동향도 트위터와 메일로 빠르게 확인하고 공유하려고 해요.

김현욱

시스템 생명공학자로서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극단적인 이야기이지만, 임상실험을 가상환경에서 진행하는 미래를 꿈꿉니다. 지금까지는 약물개발 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이 희생되고, 많은 자본과 시간이 소요됐어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표적을 예측하고 검증해온 만큼, 우리가 생명시스템을 보다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가상환경에서의 합성생물학, 임상실험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생각해요. 이미 온라인에는 전 세계 연구진들이 공개한 데이터가 많습니다. 저 역시 논문을 발표할 때 연구 코드를 공개합니다. 다른 연구진들이 활용했으면 좋겠단 생각 때문인데요. 이처럼 정보와 기술들이 하나씩 모이고 종합되면 머지않아 메타버스(가상환경) 환경에서의 임상실험에 도전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우리나라의 바이오 경쟁력이 더 높아지리라 믿습니다.

김현욱

연구재단의 심사와 평가 과정에서 개선되었으면 하는 내용이 있나요?

연구재단 과제는 경쟁이 높아 채택되기에 어려움이 있지만, 진행이 유연하기 때문에 늘 주목하게 됩니다. 역시나 연구제안서를 제출할 때, 준비해야 할 서류나 과정이 조금 더 단순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일례로 제안서 작성 시 연구참여자의 개인정보동의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는데, 최종협약단계에서도 같은 서류를 한번 더 작성해서 제출하고 있어요. 제안서 제출 때나 최종 협약 시 한 번만 하면 어떨까요?

신진연구자 프로필

내 인생의 책

<내 인생의 등대와 같은 책>

법정스님의 첫 법문집인 <일기일회>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소중히 하라는 가르침을 담고 있어요.
연구자로서의 커리어로 고민을 하던 무렵 읽어서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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