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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와 저성장의 늪 노후빈곤,
빅데이터 속 개인 금융 솔루션으로 해결한다
UNIST 산업공학과 금융공학연구실 이용재 조교수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입니다. 2021년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았는데요. 아이러니하게도 노후빈곤율은 40%에 달합니다. 나라는 잘사는데, 국민 개인의 노후는 빈곤한 현실, 금융공학자 이용재 교수가 문제의식을 느낌 지점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인 빅테이터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시대의 문을 여는 이용재 교수를 만났습니다.

PART 1. 연구자의 길

이용재

금융공학을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 대중화를 위한 기술을 연구해오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금융공학은 경제, 재무, 회계 등 기존 금융학에 공학적 기법을 적용해 투자관리나 파생상품 설계 등 금융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그중에서도 최적화와 데이터 기법을 통한 자산관리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던 고도성장 시기에는 별도의 준비 없이 저축만 잘해도 노후 준비가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었고, 더욱이 기대수명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25년이면 초고령사회에 진입합니다. 국가의 복지정책만으로 해법을 찾기에는 사회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국민 개개인이 가장 활발하게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 안정적으로 노후를 준비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습니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자산관리나 재무관리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했는데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이용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적은 비용으로 국민들의 자산관리와 노후대비가 가능해지리란 기대입니다.

이용재

금융공학이란 학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또 금융공학 연구자가 되기까지의 과정도 궁금합니다.

약 200년 전 시작된 산업혁명은 제조업의 혁신을 불러왔고, 물건이 대량생산되며 일반 시민이 소비의 주체로 등장했습니다. 21세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를 앞세운 4차 산업혁명은 대량맞춤화를 가능하게 해주었습니다. 금융공학은 수십 년 전부터 이론을 중심으로 발전해오다 최근 본격적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개개인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개인별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과 서비스가 연구되고 있습니다. 제가 금융공학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는데요.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며 금융시장을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어 금융공학 전공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지도교수님이 국민연금 관련 연구도 진행하셔서 개인맞춤형 자산관리, 노후관리 분야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PART 2. 내가 하는 연구?

이용재

연구재단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빅 데이터 기반 개인투자자 투자 유형 분석: 행동경제학을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 중인데요. 연구의 주요 내용이 궁금합니다.

주식이 올랐을 때 팔면 이익이 실현되고 떨어졌을 때 팔면 손실이 발생하는데요.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하는 큰 실수는 오른 주식은 빨리 팔아버리고 떨어지는 주식은 계속 갖고 있는 것이죠. 행동경제학에서는 사람의 유형에 따라 이익과 손해를 받아들이는 감정이 똑같지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학계나 언론은 개인투자자를 외국인 투자자, 기관투자자 함께 거대한 하나로 덩어리로 묶어서 이야기했습니다. 그 결과 비합리적 의사결정에 대한 대안 제시도 두루뭉술했죠. 그러나 개인의 유형과 특성이 워낙 다양합니다. 특히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린 개인투자 열풍에서 과거 개인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단 과제를 통해 지난해부터 개인투자자들의 실제 행동을 분석하고 이들을 유형별로 분류하는 연구를 시작한 이유입니다. 개인투자자의 유형별 특징을 알면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맞춤형 컨설팅이 가능해지리란 기대입니다.

이용재

최근 마이데이터시범사업이 추진되는 등 금융환경의 변화로 개인 맞춤형 금융관리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습니다.

지난 몇 년간 온라인 게시글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고 댓글을 썼다면, 그 댓글의 권리가 플랫폼 사업자에게 있는지, 사용자 개인의 것인지가 논란이었습니다. 최근 사용자에게 권리를 인정하는 ‘마이데이터’에 대한 국제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2월 ‘마이데이터’ 관련 법제도가 마련됐습니다. 마이데이터가 중요한 이유는 ‘내 데이터의 주인은 나’임을 인정함으로써 내가 허락하면 흩어진 내 정보를 모아서 종합서비스를 할 수 있는 배경이 열린 것입니다. 마이데이터는 특히 금융산업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같은 금융 지주사에 속한 은행, 카드, 보험 등 다양한 금융 서비스를 이용해도 각각의 정보는 뿔뿔이 흩어져 상품별로 개인의 단편적인 정보만 알 수 있었죠. 이제 개인의 모든 금융활동을 종합분석하고 서비스를 해줄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구자들은 고객의 데이터에 접근이 어렵습니다. 제 연구 중 가장 중요한 일이 데이터를 제한된 환경에서라도 제공해 줄 수 있는 회사를 찾아다니는 것입니다.(웃음)

이용재

연구의 관건은 개인 투자자 데이터 확보일 것 같습니다. 연구과정 중 애로사항은 없었나요?

투자자 데이터 확보가 연구의 시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증권사를 통해 개인정보 비식별처리가 된 데이터를 제공받았습니다. 더욱 안전하고 강력하게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증권사가 별도로 제공한 분석실에서 인터넷이 차단된 컴퓨터를 이용해 분석을 진행했는데요. 온라인에 공개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관련 최신 코드 등을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최신의 기법을 활용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또 증권사의 제한된 공간에서만 데이터 분석이 가능해 초기 6개월은 울산과 서울을 매주 오가야 했는데요. 사회적으로 데이터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면 개인정보 보호는 보다 강력해지면서 연구의 효율을 높일 방법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용재

관련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활용하는 금융공학적 기술은 무엇인가요?

연구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양적으로도 방대할 뿐만 아니라 항목이 굉장히 많습니다. 데이터 차원이 크다 보니 인공지능 기술 중 차원을 축소하는 기법들과 군집을 나누는 클러스터링 기법을 주로 활용합니다. 인공지능의 학습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식별대상이 개, 고양이처럼 정답이 있는 경우 주어진 자료를 보며 개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지도학습, 하나는 애초에 정답이 없는 데이터를 대상으로 어떤 공통점과 차이점들을 기준으로 삼아 가장 분류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 알고리즘 자체가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는 비지도학습입니다. 이번 연구는 비지도학습을 통해 개인투자자 유형을 분류하는데, 사람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 반복하여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용재

연구 성과가 일반인들이 활용 가능한 서비스로 출시되면 많은 사람들이 자산관리를 효율적이고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거라 기대됩니다.

사실 UNIST 임용 전 스타트업 창립 멤버로 참여한 적도 있습니다. 대학원에서 함께 연구하던 분들과 개인의 생애주기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고민하며 소비목표 관리 프로그램의 상용화를 추진했습니다.그 과정 속 연구와 실제 시장의 온도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알았습니다. 금융시장은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연구결과가 좋아도 실제 서비스로 구현되기까지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서비스는 간단한 버전부터 시작해 고도화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예외상항이 발생할 때 처리 할 수 있는 기술이 중요합니다. 그 해법을 찾는 일이 연구자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최근에는 대형 금융사를 중심으로 빅데이터 센터, AI 센터가 도입되고, 스타트업의 도전과 특허나 기술이전, 자문 등이 점점 활발해지는 만큼 머지않아 일반인들을 위한 서비스도 출시되리라 생각합니다.

PART 3. 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이용재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 기술을 연구하는 교수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더불어 관련 분야 연구자들에게 요구되는 자질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아직 경험과 기술에서 부족함이 많습니다. 다만 제가 공부하던 시기에 빅데이터와 AI, 그리고 마이데이터시범사업 등 금융산업에 많은 변화가 있었고, 동료들과 함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행운을 갖게 됐습니다. 지난 수십 년간 금융공학은 수학적 모델링을 중심으로 연구되어왔지만, 빅데이터 시대가 열리며 본격적으로 개인의 데이터 분석에 기반하여 개인에 대한 이론을 정립하려는 새로운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융공학 분야 연구를 위해서는 3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데이터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선형대수학,통계학 등 기본적인 수학지식이 필요하고요. 또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려면 기계학습 이론 및 프로그래밍도 요구됩니다. 무엇보다 금융공학은 융합학문입니다. 금융산업의 문제해결이 학문의 목표인 만큼 실제 현실 문제와 그 해법 마련에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용재

연구자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더불어 나는 천상 연구자구나 느끼는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연구자는 논문을 통해 소통을 하는데, 우리가 풀고자 하는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것을 어떻게 풀어나갔는지를 논문으로 이야기하고 전달하는 과정이 재미있습니다. 학생일 때는 안 풀리던 문제가 풀릴 때 굉장히 기뻤습니다. 요즘은 학생들과 직접 팀을 꾸려 연구를 하는 만큼 제가 생각하는 연구의 비전을 학생들이 공감해 줄 때 굉장히 기쁩니다. 특히 제가 고민하던 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고민하고 풀어나가고 학생들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낄 때 보람이 큽니다.

이용재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개인의 맞춤형 자산관리를 위해 크게 세 가지 주제의 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최적화연구, 두 번째는 개인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특성, 유형 등에 대한 분석, 셋째는 금융시장을 분석하고 자산, 시장 패턴 등에 대한 연구입니다. 10~20년 후 각각의 연구 결과가 쌓여 하나의 종합적인 시스템과 모델로 구축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용재

신진연구자로서 과제를 수행하며 연구재단에 제안하고 싶은 내용이나 당부의 말씀이 있다면 들려주세요.

연구자들이 단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만 연구비 사용에 있어 제약 사항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딥러닝 학습을 위해 민간용 클라우드 서비스가 필요한데, 민간 서비스는 연구비 집행이 안 돼 사비를 사용한 적도 있습니다. 첨단 기술과 서비스가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만큼 연구비 집행의 유연성도 높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대신 부정집행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방안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변화가 있었으면 합니다.

신진연구자 프로필

내 인생의 책

<학문의 즐거움>,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

<학문의 즐거움>은 어머니께서 선물해주신 책이에요. 어린 시절 막연하게 과학자를 꿈꾸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과학자의 삶에 대해,
학문하는 즐거움에 대해 어렴풋이나마 느끼고 꿈을 더 키울 수 있었습니다. 또 한 권은 <그들이 알려주지 않는 투자의 법칙>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는 금융교육이 포함되어 있지 않아요.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도 경제관념이 부족하거나 돈 관리하는
법을 모르는 경우도 많고요. 이 책은 저자인 영주 닐슨 교수님의 풍부한 경험이 담겨 있어서 금융공학이 무엇인지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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