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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위기·기술패권시대,
국제협력이 연구개발의 미래”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본부 최태진 본부장

팬데믹, 기후변화 등 인류 공동의 위기 속에 국경을 초월한 공동연구의 가치와 역할이 더욱 활발히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기술패권 시대의 도래와 함께 우리나라의 주도권 유지와 발전을 위한 돌파구로서도 과학기술 외교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대한민국 R&D 국제협력의 전진기지이자 과학외교의 최전선이라 할 수 있는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본부를 찾았습니다. 길었던 코로나 시대의 해빙기를 앞둔 요즘, 신임 최태진 본부장과 국제협력본부 구성원들은 폭발적인 양상으로 재개될 국제협력사업에 대비해 선제적인 대응체계 마련에 많은 힘을 쏟고 있습니다.

각개전투에서 통합 컨트롤타워로

한국연구재단 국제협력본부는 지난 2009년부터 한국과학재단, 한국학술진흥재단, 국제과학기술협력재단 등에서 개별적으로 진행되던 국제협력 업무를 통합 수행하고 있습니다. 국내 연구개발 분야 전반을 대표하는 외교관 역할이기도 합니다. 대전청사가 아닌 서울청사에 둥지를 틀고 있는 연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국제협력본부가 재단 조직 중 유일하게 서울청사에 위치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정부부처 대부분이 세종시로 이전했지만 외교부는 서울에 남아 있는 이유와 같습니다. 국제협력 업무는 주로 해외기관 관계자들과의 교류가 중심인 만큼 각국 대사관과 공관들이 밀집해 있는 서울이 국내외 연구자들 모두에게 접근성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입니다. 국제협력 사업 참여자들의 입출국 역시 주로 서울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 관련 업무를 지원하는 데도 지리적 이점이 큽니다. 국제협력본부는 우리나라의 연구자들과 해외 연구자들의 공동연구를 연계하고 다양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마중물 역할입니다. 상호호혜의 원칙에 따르는 외교처럼 연구개발 협력에 있어서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가장 우선적인 덕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협력본부장 취임과 함께 서울청사로 근무지를 옮기게 됐는데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2005년에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긴 후 17년 만에 다시 서울이 일터가 되었습니다. 부임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조금 낯선 기분이 드는 게 사실입니다. 서울이 워낙 변화가 빠른 도시인 데다 이제 명실상부한 국제도시인 만큼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하지만 국제협력본부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다시 빠르게 적응해가고 있습니다. 

독자들을 위해 본부장님의 주요이력을 소개해주세요.

하는 일은 변한 것이 없는데 정부 정책의 큰 틀에 따라 자연스럽게 소속기관명이 바뀌어 왔습니다. 제가 본격적으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몸담게 된 것은 1992년 국책연구본부의 전신인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연구기획관리단의 초창기 멤버로 합류하면서부터입니다. 이를 모태로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설립되며 한 차례 자리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이후 KISTEP의 국책연구개발사업 기능이 과학재단으로 이관되고 다시 한국연구재단으로 통합되며 지금과 같이 연구재단 소속이 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새 원천사업실장, 기획조정실장, 국책사업기획실장, 인재양성실장, 산학협력실장, 정책연구실장 등 주요보직을 두루 거치셨습니다. 특별히 기억되는 성과들을 소개해주세요.

그간 주로 국책연구개발사업의 기획·관리·평가와 함께 산학협력, 기술사업화, 재단 경영기획 등의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중 가장 보람된 일로 기억되는 것은 기술이전 전담조직인 TLO, 기술지주회사, 산학연공동연구법인 등을 지원하는 사업을 설계해 대학의 기술사업화를 활성화하는 데 일조했다는 것입니다. 브릿지사업 등의 공개평가제도, 상호평가제도 도입과 정착을 통해 평가를 학습이란 새로운 관점에서 평가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게 된 것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51개국 81개 협력기관

새로 책임을 맡게 되신 국제협력본부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국제협력본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등 정부부처의 국제협력 사업을 기획·관리·평가하는 사업본부입니다. 주요사업으로는 먼저 과학기술 국제화사업을 소개할 수 있습니다. 공동연구와 인력교류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해 국제적인 연구개발 협력을 뒷받침하는 것이지요. 이를 위해 25개 이상의 나라들과 국제협력 과제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해외 과학자 유치사업입니다. 세계 각국은 현재 과학기술 인재 확보를 위해 치열하게 경쟁 중입니다. 우리나라도 박사급 연구인력이 부족한 실정인 만큼 이 사업을 통해 해외의 우수한 과학자들이 국내 연구현장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선진국으로 공식인정한 나라입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원조 받던 나라에서 원조하는 국가가 되었지요. ODA 사업은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성과와 R&D 노하우를 개발도상국들에게 전수하는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제사회 기여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연구재단의 기관고유사업으로 세계 각국의 연구개발 관련 기관들과 활발히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국내 연구개발 분야의 국제협력 활성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51개국 81개 기관과 양해각서가 체결되었고, 21개국 23개 연구관리전문기관과 공동연구, 세미나, 인력교류 등을 정례화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과 MOU 체결을 희망하는 대상국과 기관은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하지만 예산이나 인력이 한정되어 있는 만큼 숫자 늘리기에 급급하기보다 내실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구재단이 운영 중인 해외 주재사무소의 현황도 소개해주세요.

현재 미국, 중국, 일본, 스웨덴 등 모두 4곳에 연구재단 주재사무소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와 함께 EU, 러시아, 인도 등 권역별로 6곳에 협력센터를 두고 있습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상대국 파트너 기관과의 협력과 R&D협력 활성화를 위한 현지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워싱턴, 실리콘밸리와 베이징, 베를린에 KIC(Korea Innovation Center)를 두고 우리나라 기술창업기업의 해외시장 진출과 우리나라 우수성과의 기술이전 등도 지원 중입니다. 

장기간의 코로나 사태로 국제협력 사업에 많은 제약이 있었으리라 여겨집니다. 조만간 종식이 기대되며 국제협력본부의 활동에도 많은 변화가 있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올해 국제협력본부 앞에 놓인 주요 과제는 어떤 것들인가요?

말씀하신 것처럼 장기간의 코로나19 위기는 연구재단의 국제협력사업에도 많은 지장을 초래했습니다. 아마도 재단 내에서 코로나19의 영향이 가장 컸던 곳이 국제협력본부였으리라 사료되는데요. 국제협력은 기본적으로 인력과 정보의 교류를 뜻하는데 네트워킹을 위한 행사들이 대부분 축소되거나 취소되었습니다. 현재 상황 호전에 대한 전문가들의 기대가 큰 만큼 이제 팬데믹 이후의 국제협력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마무리되면 그간 미뤄두었던 국제협력 사업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공산이 큽니다. 이에 따라 갑자기 늘어나는 대규모 수요를 감당하려면 무엇보다 선택과 집중의 전략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 이런 국제협력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를 통해 기존의 관행에서 벗어나 꼭 필요한 일들을 선별하는 지혜, 그리고 한 발 앞서 준비하는 선제적 대응체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특별히 국제협력본부가 준비하고 있는 주요사업으로는 해외 과학자 유치사업의 일환인 ‘브레인 링크 사업’을 꼽을 수 있습니다. 해외 박사학위자 유치를 위한 브레인풀, 국내에 부족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대학의 정규 교직원으로 유치하는 것을 지원하는 브레인풀플러스 등의 사업이 차근차근 준비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와 함께 세계적 권위의 학회인 고든 리서치 컨퍼런스 같은 새로운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만들어 우리나라의 신진과학자들이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만남을 통해 연구생산성을 더욱 높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 중입니다. 또한 한국연구재단, 미국국립과학재단 등 전 세계 연구관리전문기관들의 회의체인 글로벌 리서치 카운슬(GRC)을 통해 새로운 다자간 연구협력 사업도 발굴할 예정입니다  

“관성 배제하고 체질 개선하고”

2015년 경 해외연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일간지 기고문에서 경쟁보다 협력과 배려가 진정한 행복의 조건이라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이제 보다 거시적인 틀에서 한국 과학기술의 국제협력을 위해 일하고 계신 만큼 생각하시는 바가 많으시리라 짐작됩니다.

해방 후 우리나라가 기적에 가까운 발전을 이루며 견지해왔던 패러다임은 ‘경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협력’이란 화두를 고민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1세기는 개인과 조직 모두 ‘협업능력’과 ‘팀워크’ 없이 어떤 문제도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시대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팬데믹, 기후변화와 같은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연구개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나라가 힘을 모으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지요. 또한 우리나라는 수혜국에서 원조국이 된 지구상 유일무이의 나라입니다. 지금까지 잘 살기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주변을 돌아보며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이 당연한 책임과 의무가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발전모델을 뒤따르고 있는 개도국들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임기 중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으신지요?

인생철학이라고까지 하기는 뭐하지만 ‘매사에 최선을 다하자’라는 마음으로 모든 일과 사람들에 대해 진정성 있게 대하려 노력해왔습니다. 이런 자세를 가지면 당시에는 비록 힘들어도 끝나고 난 뒤 보람이 배가되는 것을 자주 느꼈습니다. 축적되는 지식이나 신뢰의 수준도 확연히 달라지는 것도 경험했지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제 스스로에게 후회나 회한이 남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새로운 임무인 연구재단 국제협력사업에서도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가장 우선적으로는 국제협력사업이 한 단계 더 성숙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잘 해온 것은 잘 해온 대로, 또 혹시나 관성적으로 해온 일들은 없는지 돌아보면서 우리나라의 연구역량 제고는 물론, 재단의 위상과 구성원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방향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으로 기술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제협력 분야와 상대국 등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달라진 위상에 걸맞은 국제사회 기여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이렇게 복잡해진 대내외 여건 속에서 한국의 경쟁력 제고와 역할 강화에 도움이 되는 국제협력이 무엇인지 보다 깊이 파고들기 위해서는 전문화된 국제협력 전문가의 양성도 중요한 문제입니다. 현재 50여 명의 구성원들이 함께하고 있는 연구재단 국제협력본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국제협력 조직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별, 지역별로 실로 다양한 성격의 과제들이 진행되고 있는 데다 상대국의 협력이 없으면 의사결정이 어려운 분야인 만큼 어학과 커뮤니케이션 스킬 등 고도의 전문성으로 무장한 전문가들의 양성에도 많은 관심을 쏟을 계획입니다. 

끝으로 재단 구성원과 연구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우선 5백 여 연구재단 임직원 여러분께 도움을 청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듯이 대전과 서울청사의 물리적 거리가 서로 간의 이해도를 떨어뜨리는 데 일정 부분 작용을 하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두가 한국연구재단의 구성원들로서 소속감과 동질성을 공유하고 있는 만큼 늘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고 협력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거리낌 없이 제안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연구자들께는 익히 알고 계실 국제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들은 대부분 공동연구의 소산입니다. 상위 1% 논문의 43.9%, 0.1% 논문은 51.1%, 0.01%의 최상위 논문의 54.4%라는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피인용도의 상승은 국제공동연구의 비율 증가와 확연한 상관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R&D 전략이 패스트팔로워에서 퍼스트무버로 전환되는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렛대가 국제협력이란 점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연구현장의 좋은 아이디어들을 들려주신다면 보다 건강하고 활발한 국제협력 기반을 조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최태진 국제협력본부장

STEPI, KISTEP, 한국과학재단에서 국가연구개발사업 기획과 평가 업무를 해왔다. 2009년 한국연구재단 통합 이후 글로벌프론티어, LINC, BK21 등 대형 연구개발 및 재정지원사업들의 기획과 관리를 하였고, 산학협력 및 대학의 기술사업화 지원의 수립과 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하였다.

Asset of life

세계시계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협력 업무가 통합 수행되는 최태진 본부장의 집무실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주요 대륙별 업무 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전도와 세계시계입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지구촌 곳곳으로도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의 국제화 양상을 시각적으로 가장 잘 확인할 수 있는 공간 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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