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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의 눈으로 본 초고령화 시대의 연금정책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고강혁 부교수

인간은 경제의 울타리 안에서 살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의 순간은 경제적 분석과 판단의 연속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만, 많은 사람이 경제학은 전문적이고 어려운 학문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고려대학교 고강혁 교수는 생활과 밀접한 경제 문제를 준실험적인 방법으로 분석하고 일상의 언어로 국민들과 소통하는 신진연구자입니다. 재난지원금을 비롯한 재정정책의 소비 진작 효과를 비롯해 의료보험과 보건정책의 경제적 인과관계를 밝히기 위해 노력해 왔는데요. 최근에는 초고령화 사회로 빠르게 진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연금정책을 경제학의 눈으로 진단하고 있습니다.

PART 1. 연구자의 길

고강혁

2022년 한국경제학회 청람상 수상의 주인공이십니다. 지난해 발표한 코로나19 재난지원금의 소비 진작 효과 연구는 사회적으로 많은 관심을 받으셨어요.

너무 큰 상을 받아 영광스럽습니다. 상의 무게만큼 부담도 되는데요. 지금까지 연구해온 보건정책, 노동정책, 재정정책의 경제적 효과성 분석을 더 열심히,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상을 주신 만큼 앞으로도 더 열심히 연구하겠습니다. 2020년 시행된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은 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이었기 때문에 경제학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굉장히 큰 이슈였습니다. 저 역시 그 효과가 궁금해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10만원의 재난지원금으로 받은 사람은 그 중 2만4400원을 소비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앞으로도 정책입안에 참고가 될 수 있는 다양한 연구를 하고 싶습니다.

고강혁

재난지원금뿐 아니라 의료보험 등 재정·보건정책의 영향을 밝히는 연구를 진행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 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경제학은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예를 들면, 앞서 말씀드렸던 재난지원금의 소비 효과 분석에서 기반이 되는 경제학적 문제의식 중에 하나는 ‘불황 시 정부가 예산을 풀면 경기회복에 도움이 될 것인가?’입니다.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정책을 수립하고 입안하는 건 사회 전반에 유익한 일이이에요. 지원금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이 실제 경기부양에 도움이 되는지, 개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는 지와 같은 정책의 인과성을 알게 되면 향후 보다 합리적으로 정책 결정에 참고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정책들에 대한 엄밀한 평가와 분석 결과들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효과성 분석은 기본적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일인데요. 과학 분야는 실험실에서 실험을 진행할 수 있지만, 사회과학은 형평성, 윤리성 등의 문제로 현실세계에서 실험을 구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실험에 가까운 준실험적인 방법론으로 정책의 인과성을 추정합니다. 저는 준실험적 방법으로 정책의 인과성을 밝히고, 경제적 효과성을 분석해 향후 증거기반 정책수립의 근거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고강혁

경제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경제학 이론을 모르는 일반인들도 생활 속에서 다양한 경제학적 사고와 접근을 합니다. 이러한 행동을 경제학 이론으로 설명하는 과정이 재미있었어요. 석사 때는 현실사회에 대한 가설이 실재로 벌어지는지에 대해 데이터를 보고 검증하는 작업에 호기심을 느꼈고요. 박사과정에서는 본격적으로 경제학자들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정책분석에 적용하고 어떻게 데이터로 분석하는지 더욱 심도있게 배우고 연구했습니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은 미국 정책의 사회적 인과성을 추정하는 연구를 하셨는데, 설명이 너무 명쾌하셨어요. 그분은 평소 “중학생도 이해할 수 있는 질문을 연구한다”고 말씀하셨죠. 제가 학위를 마치고 독립된 연구를 수행하면서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끼고 있어요. 앞으로도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중요한 경제 문제를 명쾌하게 분석하고 설명하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어요.

PART 2. 내가 하는 연구?

고강혁

연구재단의 일반공동연구지원사업으로 진행하는 <아시아 국가의 인구 고령화의 경제학적 분석 한국과 : 싱가포르의 예를 중심으로>는 어떤 연구인가요?

고령화는 세계적 이슈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화 사회에 아주 빠르게 진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OECD 국가 중 고령자 대상 사회보험 및 복지 제도의 도입이 늦은 편이고, 혜택도 미비합니다. 더욱이 생산가능 인구의 감소로 조세 수입이 줄어드는 만큼 효율적인 사회보험 및 복지 정책 설계가 필요하죠. 고령화 대응 내지 복지관련 사회정책 확장에 참고할 수 있는 유용한 정보를 찾는 것이 연구의 목적입니다. 저는 이 문제를 미시적 관점에서 접근했습니다. 연금정책이 사람들의 후생에 도움이 됐는지, 더불어 공적연금이 투입되면 부모자녀 간 용돈의 사적 이전은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해 분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싱가포르 연구진과 공동연구를 통해 같은 아시아 국가이지만 서로 다른 연금 정책을 운영하는 두 나라의 정책효과를 비교하는 것도 연구 목표 중 하나입니다.

고강혁

아직까지 아시아 국가에서는 고령화 정책 효과를 실증하는 연구가 미비한 편입니다. 교수님의 연구가 기존의 연금정책 연구와 비교해 새롭게 시도되는 내용이나 방법이 있나요?

지금까지는 고령화 정책 관련 연구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을 중심으로 진행됐어요. 하지만 사회경제적 이질성과 고령화 속도 차이로 서구의 연구 결과를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 적용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또한 기존 연금정책 효과성 분석은 상관관계를 밝히는 연구가 많았어요. 그래서 이번 연구과제에서는 정책의 특성을 활용한 준실험적 방법론을 통해 이러한 문헌적 한계를 극복하고 정책적으로 유용할 수 있는 고령화 정책의 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시하고자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책의 특성을 잘 반영하기 위해서 미시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실증 분석이 가능해졌어요. 이번 연구에서는 실증 분석을 통해 노령연금, 국민건강보험 같은 사회보험과 사회 안전망 그리고 이를 운용하기 위한 재정정책의 변화가 고령자의 재정, 의료서비스 이용, 삶의 만족도 등에 미치는 인과 효과를 종합적으로 분석하고자 합니다.

고강혁

과제에 착수한지 약 10개월 정도 지났는데요. 지금까지의 주요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진행계획도 알려주세요.

과제는 크게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됩니다. 첫 번째 연구 주제인 코로나가 고령층에 미치는 영향 분석은 상당 부분 진행되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고령층의 소비패턴 변화와 의료접근성 변화, 그리고 이것이 고령층의 정신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했습니다. 현재는 사망원인조사 데이터를 통해 연금정책의 효과를 분석하는 중입니다. 한국에서는고령층의 경우 소득이 충분하지 않아 연금의존도가 다른 서구 나라들에 비해 높기 때문에, 기존의 연구결과들을 그대로 한국의 경우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한편 싱가포르는 우리나라와 다른 방식으로 고령화 대응 정책을 추진해왔는데요. 한국은 미국과 유사한 부과식 연금제도를 운영하고, 의료보험 보장성 강화와 저소득층 현금지급 등의 방향으로 복지서비스를 발전시켰습니다. 반면 싱가포르는 적립식 연금, 저부담 저복지 체계를 채택하고 최저임금이나 실업보험을 운영하지 않는 대신 고령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직업 재교육, 직접 임금 보조 및 고용세 감면 정책 등을 발전시켰습니다. 싱가포르 고령화 정책의 효과를 대규모 조사자료 및 행정 빅데이터로 엄밀하게 추정하고 그 결과를 한국과 비교하는 작업은 향후 우리 정부의 고령화 정책수립 시 의미 있는 참고자료가 되리란 기대입니다.

고강혁

경제적 문제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연구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데이터가 없으면 실증 분석을 할 수 없습니다. 대부분의 공공데이터는 비교적 사용이 용이하지만, 행정 빅데이터의 경우는 사용을 승인받고 실제로 이용가능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됩니다. 어떤 데이터의 경우에는 이용 선례가 많지 않아 행정기관 내부의 논의 절차가 길어지고, 데이터 확보에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인데요. 이번 연구도 필요한 데이터 중 일부는 아직 확보를 못했어요. 향후 부처별 행정데이터가 통합 관리되면, 보다 다양한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PART 3. 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고강혁

10년 후에는 어떤 연구를 하고 싶으세요? 궁극적으로 꿈꾸는 연구자의 모습이 있나요?

경제학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도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쉽게 관심을 갖을 수 있는 문제를 엄밀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경제학자가 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재난지원금의 소비효과 같은 경우는 일반인들이 구체적인 연구방법을 모르더라고 내용을 쉽게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통해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진행하고 있는 연금정책의 효과 분석 또한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구를 할수록 쉽게 질문하고 답하기가 어려움을 깨닫습니다. 사람마다 각자의 경험이 있어서 모두가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답을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노력하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믿습니다.(웃음) 제 연구결과가 정책입안에 유용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사회에도 이바지하고, 가깝게는 가족, 국민의 삶의 개선에도 미력하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습니다.

고강혁

신진연구자 지원제도와 관련하여 한국연구재단에 건의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연구 실적이 부족하지만 역량이 우수한 신진연구자들에게 진입장벽을 낮춰 주면 좋겠습니다. 경제학 분야는 논문을 작성하고 출판되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편이에요. 특히 해외논문의 경우 시간이 더 오래 걸리죠. 때문에 많은 경제학자들이 논문이 출판되기 전 졸업하고 직업을 잡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재단의 과제 중 일부는 몇 편 이상의 논문 실적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이 있어서 역량 있는 신진연구자들도 지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PART 4. 내 인생의 책

과학전문기자가 다양한 분야의 과학자를 만나서 인터뷰한 책입니다. 그들이 연구하는 주제가 우리 삶에 얼마나 깊숙이 들어와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이미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고 있는데 그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미처 인식하지 못했음을 알게 되죠. 사람들은 일상생활에서 굉장히 많은 과학적 사고와 행동을 해요. 만약 TV가 고장 나면 대부분 ▲전원을 껐다가 다시 켜고 ▲다음으로 스위치 하나를 껐다 켜고 ▲ 또 다음 스위치를 껐다 켜는 식으로 문제의 원인이 될 요소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확인하죠. 제가 하고 있는 경제학 정책연구에서도 이렇게 하나씩 원인을 확인하는 준실험적 방법을 활용합니다. 이 책에서 과학이 어려운 것만이 아니란 메시지를 전하듯 경제학도 마찬가지임을 말씀드리고 싶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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