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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DNA-노벨상 수상자 100명 배출한
시카고 대학 전설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실 박두영 연구위원

시카고 대학은 흔히 시카고 학파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대학은 시카고 출신의 석유 재벌 존 D.록펠러의 기부금으로 1890년에 설립된 연구 중심의 명문 사립이다.
특히 '시카고 학파' 라고 널리 알려진 경제학 분야는 전 세계 1위로 평가받는다.
사실 1892년부터 1929년까지 시카고 대학은 그저 그런 대학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1929년 제5대 로버트 허친슨 총장이 취임하면서부터 이 대학은 가히 혁명적이라 할 만큼 새롭게 다시 태어났다. 허친슨 총장은 학생들은 오직 학문에만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또 그의 취임 이후 노벨상 수상자도 폭주하기 시작하였다.

어떻게 3류 대학이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변하였을까? 이러한 기적적인 변화는 두 명의 총장에 의해 만들어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인공은 레이니 하퍼 초대 총장과 제5대 로버트 허친슨 총장 두 사람이다. 시카고 대학은 1892년에 당초 개교부터 혁신적 DNA를 가지고 설립되었다.

초대 총장 레이니 하퍼는 다른 대학과는 달리 1년을 2학기로 나누지 않고 4학기 쿼터제로 만들었다. 이렇게 함으로써 1년 내내 강의가 이루어 졌고 또 학생들은 여름이든 겨울이든 원하면 어느 때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했다. 즉 대학이 1년 내내 쉬지 않고 학생 위주의 시스템으로 강의와 연구가 계속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시카고 대학교의 개교 첫 수업이 1892년 10월 1일, 토요일 오전 8시에 시작한 것은 당시뿐 아닌 현재로서도 무척 혁신적인 일이다.

그리고 이러한 혁신의 DNA는 허친슨 총장이 취임하면서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인 시카고 플랜이 시작되면서 그 꽃을 피운다. 허친슨 총장은 인문과 사회, 교양 교육을 강화하였다. 각 코스마다 학점을 받기만 하면 졸업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졸업 시험까지 치를 것을 요구하였다. 허친슨 총장은 30세에 시카고 대학 총장으로 부임하여 24년간 재직하였다. 또 졸업 전까지 고전 100권 읽기 프로그램을 도입하였다. 그리고 많은 전문가들은 고전 100권 읽기를 한 이후부터 노벨상 수상자가 크게 늘었다고 이야기 한다.

허친슨 총장은 시카고 플랜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하였는데 그 첫 번째가‘책 속에서 지도자를 만나라’이다. 즉 독서를 하면서 첫 번째로 해야 할 일이 롤 모델 선정이라는 뜻이다.
시카고 대학이 추천하는 고전을 100권 읽는다고 누구나 노벨상을 받지는 못할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안 읽은 사람보다는 훨씬 더 풍부한 사고를 한다.
시카고 플랜의 고전에 해당되는 책은 현재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가 있으나 주요한 책들은 우리가 흔히 들었으나 읽지는 않은 책들이다. 사실 고전 100권을 읽는 다는 일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의지력과 노력이 없으면 불가능 한 일이다. 또 한편으로는 남이 못 하는 걸 해냈으니 노벨상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해본다.
위대한 고전 저자들의 사고 능력이 그들의 두뇌 깊은 곳에 자리 잡기 시작했고 마침내 100권 째에 이르자 학생들의 사고방식과 두뇌구조가 바뀌게 되었다.

노벨상의 찬란한 역사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미국의 유명한 철학자 얼 쇼리스는 기본적인 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빈민 출신의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존 스튜어트 밀의 독서법으로 그들에게 윤리학, 논리학, 예술, 문학 등을 강의하였다. 그 결과 얼 쇼리스의 강의를 들은 사람들의 두뇌는 나날이 변화했다. 그들 중 상당수가 명문 대학에 진학했고 자신이 바라는 일을, 자신이 바라는 분야에서 하며 명성을 떨쳤다.

시카고 대학과 비슷하게 고전 100권 읽기를 실시하는 대학이 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이다. '우리는 왜 대학에 가는가'라는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세인트존스 대학은 학과나 전공이 아예 없다. 커리큘럼이라고 해봤자 4년간 고전 1백 권 읽기가 전부다.
학생들에게는 입학하자마자 고전 백 권의 목록이 주어진다.
미국의 세인트 존스 대학은 현대적인 교수법을 따르지 않는다. 'Great Books Curriculum'으로 알려진 서양 학문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고전 도서 100권을 읽고 토론하는 것이 커리큘럼의 전부이다.
미국의 아이비리그에는 고교 졸업 성적이 상위 10% 출신이 100%에 가깝다. 우등생들과 열등생들의 경쟁이 명백하지만 4년 후 변화가 일어난다. 흔히 “세인트 존스에서는 학자와 사상가들이 쏟아져 나오고 아이비리그에서는 월급쟁이들이 쏟아져 나온다”는 말이 있다.
세인트 존스 대학의 대학서열은 낮으나, 졸업생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고 유명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매우 높다.

4년간 고전을 1백 권 읽는 일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들이 안한 동서양을 아우르는 석학들의 작품들을 읽으며 사고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혹자는 유태인들 가운데 노벨상 수상자가 많은 이유를 중동, 유럽, 미국 등 3개 대륙을 넘나들며 공부하고 일하는 데서 오는 사고의 넓이에 있다고 분석한다.
두뇌는 서서히 나아지지 않는다. 몰입하여 죽기 살기로 그 기간을 돌파하는 어느 시점에서 머릿속에 창의적인 생각이 넘쳐흐르는 인간으로 변화한다.
전부는 아니지만 최소한 이러한 방법으로 우리의 두뇌와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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