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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신소재 ‘에어로겔’
“이제 더는 꿈이 아니다”

선도연구센터사업(ERC) 연세대학교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

우리나라 과학기술 지원사업의 대명사로 불려온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사업’이 다시 새로운 대한민국을 그리고 있습니다. 선도연구센터사업은 1990년 출범 이후 30여 년 간 360여 개 센터 약 2조 4천억 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이공계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약 7만여 건의 SCI 논문, 4만 2천여 명에 달하는 신규 석·박사와 다수의 혁신 벤처기업들도 함께 배출되었는데요. 국내의 연구환경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 30년의 성과를 넘어 한국 과학기술의 새로운 도약을 이끌 차세대 주자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꿈의 신소재 ‘에어로겔’ 개발에 도전장을 내민 연세대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도 그중 하나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가벼운 고체

에어로겔(Aerogel)은 공기를 의미하는 ‘에어로(aero)’와 3차원 네트워크 구조를 의미하는 ‘겔(gel)’의 합성어로 최대 99.8%의 공기로 이루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가벼운 물질입니다. 하지만 머리카락 만분의 일 굵기의 실이 입체적으로 얽혀 있는 듯한 1~50㎚ 수준의 다공성 구조가 기존 소재 대부분을 압도할 만큼 놀라운 특성을 발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산화규소(SiO2)로 이뤄진 실리카 에어로겔의 경우 유리보다 60배 뛰어난 단열성능, 반면 유리의 750분의 1에 불과한 무게, 또 자기 무게의 2천 배를 견디는 힘과 1천℃의 열에도 버티는 내열성, 그리고 물 한 방울 묻지 않는 방수 능력과 소음차단 기능까지 가히 ‘꿈의 신소재’라 불릴 만합니다.

이로 인해 현대 소재의 삼대장인 금속, 세라믹, 플라스틱에 이어 미래의 인류문명을 책임질 혁신적인 소재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국의 유명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세계 10대 유망소재 선정에 이어 나사에서는 화성 식민지를 가능하게 만들 꿈의 소재로 에어로겔을 사용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국내에서 다시 한 번 많은 화제를 낳기도 했습니다.

에너지 절감부터 탄소중립까지

사실 에어로겔은 개발된 지 90년도 넘은 소재입니다. 하지만 그간의 수많은 연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중적인 상용화 가능성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큰 걸림돌이 있습니다. 무게 대비 큰 하중을 버티는 힘과 달리 기계적 강도가 약해 충격에 매우 쉽게 부서진다는 것입니다. 또한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데다 대량생산도 힘들어 우주항공, 석유화학, 철강 산업처럼 극한 환경의 연구장비와 방화복 소재 등으로만 제한적으로 활용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초단열·초경량 등 에어로겔 특유의 기공특성과 다양한 물성을 극대화하는 한편, 유무기물질과 금속 등 다양한 원료 후보물질의 적용을 통해 상용화의 한계로 작용해온 기계적 특성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전 세계적으로 활발합니다. 국내에서도 박형호 센터장 등의 소재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꾸준히 관련 연구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박 센터장은 “시대적 흐름에 따라 다양한 방법론의 연구가 시도되어 왔지만 대부분 단일조성 소재 또는 단일차원 소재에 머물렀다”며 “기존 에어로겔 소재의 한계로 작용하고 있는 트레이드 오프 특성(trade-off, 상반되는 두 개의 특성 중 한 특성이 좋아지면 다른 특성이 나빠지는 관계)의 돌파구가 될 다조성과 다차원 등 차별화된 신개념 에어로겔 소재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전문가들의 집단연구가 필요하던 시점에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사업(ERC)에 선정되며 해외보다 한 발 앞서 범용화에 근접할 수 있는 큰 동력을 얻게 됐다”고 말합니다.

대한민국 발 소재 혁명을 향해

2020년 6월 신규 선도연구센터(ERC)로 선정된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에는 현재 국내 최고의 재료 공학자 11명이 참여해 에어로겔의 조성조절을 연구하는 1그룹(박형호·김도향·아론 월시 연세대 교수, 황해진 인하대 교수, 주상현 경기대 교수, 서정길 한양대 교수)과 차원조절을 연구하는 2그룹(변재철·최헌진·강건욱·배윤상 연세대 교수, 심상은 인하대 교수)으로 나뉘어 다기능성·다조성·다차원의 혁신적인 에어로겔 개발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는 우선 1단계에서는 다조성 에어로겔과 다차원 에어로겔을 연구하고, 2단계에서는 이들의 복합화를 통해 하이브리드 에어로겔을 합성할 계획입니다. 이어 최종 3단계에서는 다기능성 에어로겔의 대면적화와 양산기술 확보를 통해 본격적인 산업화에 나선다는 포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등의 주요 소재연구기관을 비롯해 다양한 국내외 기업들과도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해 원천소재로서의 신뢰성과 사업화 가능성도 함께 검증한다는 구상입니다.

연구진은 이미 올해 2월 나노 기공구조를 적용한 3차원 에어로겔을 이용해 친환경 청정수소를 생산하는 수전해용 고성능 전기 촉매 개발에 성공하며 향후의 행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에어로겔소재연구센터가 개발한 에어로겔은 약 20g으로 축구장 전체를 덮을 만큼 큰 비표면적을 통해 기존의 백금·탄소 촉매 대비 약 22배의 수소변환 효율과 5.4배의 내구성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0여 년의 역사를 넘어 이제 다시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고 있는 선도연구센터 지원 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밝힐 혁신기술들이 더욱 많이 탄생하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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