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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 조립하듯 나노·영상의학·절제술 융합
면역항암치료의 새로운 길 제시

성균관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박우람 조교수

100세 시대, 건강한 인류의 삶을 목표로 질병 정복에 나선 많은 신약개발 연구자들이 우리 몸 속 면역세포를 활성화시켜 스스로 질병을 이겨 내는 면역치료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과 약물전달 기술이 융합하며 관련 학문분야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요. 성균관대학교 융합생명공학과 박우람 교수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발표한 2022년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분야에서 세계 상위 2% 피인용 지수를 기록하며 주목받는 신진연구자입니다. 바이오의약품을 세포 속 타킷까지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을 탐구해온 박우람 교수가 대학원과정부터 현재까지 작성한 논문은 100여 편에 달합니다. 비결을 묻는 질문에 그는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을 소개하며 좋은 질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양한 유무기 하이브리드 나노소재를 기반으로 신약기술 국산화와 건강한 인류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는 꿈 많은 연구자를 만났습니다.

박우람 교수(성균관대)

PART 1.연구자의 길

박우람

효과적인 바이오의약품 전달을 목표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우리 몸의 면역세포가 종양을 비롯한 질병과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바이오의약품을 생체 내 장기 또는 세포조직에 정확히 전달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약품 전달은 우편물 배달과 유사합니다. 우편물이 엉뚱한 주소에 배달되면 안 되듯 바이오의약품도 타깃이 되는 생체 조직에 정확히 전달되어야만 치료효과를 높이고 부작용은 줄일 수 있습니다. 일례로 코로나 백신으로 잘 알려진 mRNA는 거대분자라서 세포 안으로 전달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이 고안한 방법은 지질 나노입자로 만든 전달체로 mRNA를 포장하여 체내로 주입하는 것입니다. 저의 연구는 나노기술을 이용해 기능성 생체재료 개발하고, 이들 재료를 이용해 약물을 면역세포까지 잘 전달하여, 면역세포를 활성화 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또 MRI와 같은 의료영상이 가능한 나노입자를 활용한 영상-가이드 치료기술도 개발합니다.

성균관대 융합생명공학과 첨단 바이오 의약품 전달 연구실

박우람

생명공학 분야 중에서 특히 약물전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학부에서 약물전달학을 비롯해 유기화학, 생체재료와 같은 수업을 들으며 흥미를 갖게 됐어요. 학부생 때 학생 인턴으로 다양한 실험에 참여했는데, 나노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약물전달체를 설계하고 개발하는 일이 즐거웠습니다. 약물전달체 연구는 어린시절 즐겨하던 레고와도 유사한 점이 많아요. 여러 단량체의 조합이 고분자가 되듯 약물전달체도 A라는 기능을 가진 물질과 B라는 기능 물질을 결합해 새로운 효능을 가진 물질을 개발하고 더 좋은 효과를 도출할 수 있어 재미와 보람을 동시에 느낄 수 있습니다.

박우람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는 영상의학 분야의 연구 경험을 더하신 계기가 궁금합니다.

공부를 할수록 제가 만든 물질과 기술이 실제 사람에게 사용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커졌습니다. 그래서 박사후연구원은 MRI와 CT 등 다양한 영상의학 장비를 활용한 연구를 진행하는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영상의학과에 지원했습니다. 그곳은 당시 외과적인 수술치료가 어려운 종양에 고주파나 열에너지, 전기에너지를 가해 치료하는 ‘절제술(ablation)’ 연구가 선도적으로 진행되고 있었어요. 대표적으로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은 1000 볼트 이상의 강한 전기장을 암세포의 세포막에 가하면 세포막에 구멍이 뚫리고 세포가 사멸되는 새로운 종양 절제술입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한 나노기술과 영상의학과에서 경험한 절제술을 결합하여 신진연구자로서 저만의 연구를 시작할 수 있는 배경이 되었습니다.

PART 2.내가 하는 연구는?

박우람

신진연구자지원사업을 통해 수행하신 연구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에 의해 조절된 종양미세환경 표적 나노 약물 전달 플랫폼 기술’은 어떤 연구인가요?

박사후연구원 때 경험했던 영상의학 및 절제술과 나노기술 기반의 약물전달 기술을 융합하여 암환자들을 돕는 연구를 하고 싶었어요. 2018년 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 과제와 최초혁신연구실 지원을 통해 비가역적 전기천공법과 기능성 나노입자를 이용한 병용치료의 면역항암치료 효능을 확인하는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이후 2020년 중견연계 신진후속 과제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후속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으로 암세포가 죽은 뒤 개선된 종양미세환경을 표적화할 수 있는 나노입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암 및 면역 세포까지 약물을 더 쉽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기전을 밝히는 것이 이번 연구의 목표입니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나노입자를 실험용 쥐에 주입하면 약물의 1% 미만(대략 0.7%)이 종양에 전달되고 축적됩니다. 하지만 전기적 에너지를 가하고 나노입자를 주입하면 1%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우람

이번 과제를 통해 금속-페놀을 결합한 면역활성 나노입자와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의 병용 치료를 통해 효과적인 면역 항암 반응 유도에 성공하셨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금속 이온 중 ‘망간’은 면역세포의 일종인 대식세포를 활성화하는 기능이 우수해요. 하지만 종양 속 면역세포에 망간 이온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 망간 이온이 종양 밖으로 유출될 경우 체내 독성을 유발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망간 이온과 면역증강제를 결합한 금속-페놀 네트워크 기반의 면역활성 나노입자를 개발했습니다. 실험결과 개발된 나노입자는 망간과 면역증강제를 단독으로 사용할 때보다 쉽게 대식세포 내부로 유입되어 적은 양으로도 효율적인 대식세포 활성화를 이끌었어요. 동물실험을 통해 종양에 주입된 면역활성 나노입자가 종양 내에 오랫동안 체류함을 확인했으며, 나아가 부작용을 발생시키지 않고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유도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금속-페놀을 결합한 면역활성 나노입자와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을 통해 면역항암치료

박우람

나노물질과 결합한 CpG 올리고핵산을 이용하며 면역치료 및 재발 억제가 가능한 신규 병용 면역치료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면역항암치료는 우리 몸의 면역세포를 활성화해 종양과 싸울 수 있는 능력을 높여주는 치료법이에요. 면역세포의 활성화를 위해 기능성 약물을 면역세포에 잘 전달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이번에 연구한 CpG 올리고핵산은 항원제시세포인 수지상세포와 대식세포의 면역 활성물질이에요. 하지만 CpG 올리고핵산 단독으로는 면역세포의 세포막을 쉽게 투과하지 못해요. 따라서 세포 내부에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나노입자 표면에 CpG 올리고핵산을 부착한 하이브리드 나노입자를 설계하였고. 실험을 통해 나노입자가 효과적으로 면역세포 내부에 CpG 올리고핵산을 전달한다는 사실을 밝혔습니다. 종양 내 주입 후에도 나노입자에 부착된 CpG 올리고핵산은 장기간 종양에 존재하며 치료 효과는 높이고 부작용은 감소했습니다. 뿐만아니라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을 병용 치료해준 마우스 대장암 및 유방암 모델에서 종양의 성장 억제와 면역세포의 활성을 분석한 결과 면역세포의 활성이 상승한 것을 밝혔습니다.

박우람

이번 연구가 기존 항암관련 약물 연구와의 차별점, 독창성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면역항암치료와 영상의학기술의 접목입니다. 이번에 개발한 다기능성 하이브리드 나노입자는 산화철과 금으로 코어/쉘 구조로 구성되어 있어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한 동시 영상화가 가능합니다. 바이오영상 장치를 통해 인체 내 암이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보고 비가역적 전기천공법을 통한 절제술을 시행하고, 나아가 하이브리드 나노입자들의 위치를 바이오영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종양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 됩니다.

박우람

지금까지 나노기술, 면역학, 의료영상 및 의료기기와 같은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좋은 결과를 이끄셨습니다. 융합 연구의 어려움은 없었나요?

첫 공동연구는 대학원과정에서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인 현택환 교수님 연구실에서 자성나노입자를 연구하는 중국 친구(Daishun Ling, 현 중국 상해교통대 교수)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다 연구로 발전되었는데요. 논문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돌아보면 대학원 때부터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융합연구의 중요성을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융합연구가 어렵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아마 여러 연구자들의 시간조율부터 책임과 역할 분배, 다른 일들과의 균형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연구가 잘 진행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먼저 과학적인 부분에서 연구자간 공감대와 비전을 함께 공유하고, 배려와 양보, 지속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합니다.

왼쪽부터 박우람 교수(성균관대), 나건 교수(가톨릭대), 및 Daishun Ling 교수(중국 상해교통대)

PART 3.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박우람

미국 스탠퍼드 대학에서 발표한 의공학(Biomedical Engineering) 분야 상위 2% 피인용 연구자에 이름을 올리 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박사학위 심사 때 지도교수님이 “이제 운전면허를 딴 거다. 아직 숙련된 운전자는 아니다. 계속 연구를 많이 해야 더 잘 할 수 있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많은 연구를 하라”고 격려해주셨어요. 대학원과정부터 지금까지 10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했지만, 연구 내용을 논문으로 작성하고 심사를 받는 과정은 교수가 된 지금도 여전히 힘들어요. 하지만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점점 좋은 논문을 작성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학생들에게도 양질전화(量質轉化)의 법칙에 대해 종종 이야기합니다. 헤겔의 철학에서 유래한 이 법칙은 양적 변화가 일정 단계에 이르면 질적인 비약은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1만 시간의 법칙과 같은 맥락이에요. 연구를 처음 시작하는 학생들에게는 어렵지 않은 주제부터 반복하고 실력을 쌓으면 언젠가는 전문가가 될 것이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습니다.

박우람

연구자로서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인가요?

저의 연구 내용이 다른 과학자들에게 인용될 때가 과학자로서 기쁜 순간입니다. 피인용지수 2% 소식을 들었을 때 동료 과학자들에게 인정받은 것 같아 자부심과 긍지도 느꼈어요. 또한 학생들이 연구실에 합류하여 함께 공부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입니다.

박우람 교수 2022 한국약제학회 과학의달 기념 심포지엄 발표, RNA 치료제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한
지질나노입자의 원리와 최신 연구결과 발표

박우람

앞으로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바이오의약품 분야의 오랜 난제를 해결하고 싶습니다. 나노입자를 활용한 바이오의약품 전달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도 약품 주입량의 1%도 안 되는 용량만 질환 부위에 전달되고 있습니다. 코로나백신 전달체 원천기술은 캐나다의 다국적 제약회사가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코로나백신을 개발해도 전달체 기술에는 로열티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이에요. 좀 더 효과적인 나노기술을 개발해 의약품 국산화에도 기여하고 싶습니다.

박우람

2023년 새해를 맞는 각오와 계획도 들려주세요.

지난해 가톨릭대에서 성균관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연구팀 모든 구성원들의 도움으로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고, 연구실 세팅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2023년에는 신규 연구원들이 합류할 예정입니다. 좋은 연구를 하려면 좋은 문제를 찾아야 합니다. 새해에도 연구실 구성원들과 함께 바이오의약품 약물전달 분야의 난제를 탐색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보다 심화된 연구에 도전해보려고 합니다.

PART 4.내 인생의 책 (또는 영화)

박우람

과학자를 꿈꾸는 후배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책은 무엇인가요?

미국에서 박사후과정을 하는 동안 인상 깊게 읽은 필립 길버트 해머튼의 <지적 생활의 즐거움>이란 책을 추천합니다. 저자는 지적 생활이란 “무엇인가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가장 고매하고 순수한 진리를 열렬히 추구해가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목표를 정해서 열심히 연구하다 보면 슬럼프도 찾아오고 번아웃되기도 합니다. 제가 존경하는 과학자들은 단순히 사회적 명성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를 즐기며 순수하게 진리를 추구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과학을 즐기며 또 본인의 연구 결과들을 인류에게 기여하는 것이 과학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발명왕 토머스 에디슨이 이야기한 “나는 실험에 실패할 때마다 성공에 한 발씩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했다.”입니다. 과학자로 성장하며 또 과학자가 된 후에도 무수한 실패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때마다 여러분은 실패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세요.

PART 5.신진연구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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