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과 기대치는
정비례... 실용적 성과로
믿음 답해야”

한국연구재단 장창선 원자력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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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과 기대치는 정비례... 실용적 성과로 믿음 답해야”
한국연구재단 장창선 원자력단장

원자력, 핵융합, 가속기는 많은 예산과 인력, 대형 연구시설이 필요한 거대과학입니다. 또한 기초과학과 산업 전반에 걸쳐 영향력이 큰 까닭에 과학기술 선진국 모두가 지난 세기부터 각별한 관심과 대규모 투자를 이어오고 있는 분야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1980년대 표준형 원전 개발을 시작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기술력을 자랑하는 원자력, 인류사 최대의 국제공동프로젝트를 선도하는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 전국 각지에 구축되고 있는 중대형 가속기까지 만만찮은 국제 경쟁력을 과시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원자력단은 이런 국내 원자력분야 거대과학 전반의 국가연구개발 사업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신임 장창선 단장과 함께 현재 추진 중인 주요 연구개발 과제의 현황과 전망을 살펴보았습니다.

원자력 R&D와 안전규제

지난 1월 부임한 장 단장은 23년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원자력 생산과 이용 전반의 안전규제 체계 확립에 힘써온 원자력 안전 전문가입니다. 그는 최근 국내외 정책 환경의 변화 속에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는 원자력 연구개발의 실용성 강화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먼저 한국연구재단 원자력단장에 취임하신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랜 시간 안전규제 분야에 몸담아 온 제가 원자력 국가연구개발 전반의 지원과 관리를 책임지는 직책을 맡게 된 것은 어찌 보면 파격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원자력 연구개발의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는 안전규제의 최일선을 담당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실사구시적인 기획과 관리에 기여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이런 소신에 대해 기존 인식의 벽을 깨고 전향적인 판단으로 화답해주신 모든 분들의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더욱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원자력 연구개발의 실사구시가 뜻하는 바에 대해 좀 더 설명해주세요.

2000년대 초반부터 원전 건설과 운영을 비롯해 다양한 원자력 이용 장치 등에 대한 연구개발 프로젝트의 최종 인허가 업무에 관여해오면서 안타깝게도 마지막에 이르러 상용화가 좌절되는 사례들을 자주 접해 왔습니다. 기초연구를 제외한 실용화 과제들의 경우 기획 단계에서부터 안전규제 사항이 면밀히 고려됐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는 시행착오들이라 할 수 있지요.

원자력이 규제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초기 단계에서부터 반드시 규제를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현재 세계 각국은 심화되는 에너지 위기와 탄소중립 의무에 대응하기 위해 원자력 이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현재 전 세계 수요 전력의 약 10%를 차지하는 원자력 발전 용량이 2050년까지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 내다보고 있는 만큼 관련 연구개발의 범위와 규모 역시 계속해서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안전성이 높으면서도 적재적소에서 안정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 소형모듈원전(SMR, Small Modular Reactor. 핵연료·증기발생기·냉각재펌프·가압기 등이 하나의 용기에 일체화된 소형 원자로), 선박용 용융염원자로(MSR) 등이 미래 원자력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 전망되며 세계 각국의 개발 경쟁이 뜨겁습니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 확대와 더불어 혁신형 SMR(i-SMR), MSR, 원전 해체,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도전적인 핵심기술 개발을 통해 미래 원전 시장의 주도권 확보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원자력 연구개발의 지속적인 역할 확대를 위해서는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인허가 시현성에 대한 검토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합니다. 제가 원자력 안전규제 업무와 연구개발 관리가 일맥상통한다고 여기는 지점도 그와 같습니다. 원자력이 규제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는 분야인 만큼 현재 우리나라가 집중하고 있는 원자력 연구개발의 성과가 실제 현장에 한층 원활하게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데 제 경험과 지식이 보탬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분위기 취해 임무 잊으면 안 돼”

원자력과 함께 거대과학의 삼두마차를 이루고 있는 핵융합과 가속기에서도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세계적으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낳고 있습니다. 2021년 세계 최초로 1억 도 이상 초고온 플라즈마 운전 기록을 30초로 갱신하는 데 성공한 K-STAR는 현재 50초 운전을 목표로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 중입니다. 가속기 분야에서도 지난해 최초 빔 인출에 성공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중이온가속기를 비롯해 충북 오창의 다목적 방사광가속기와 부산 기장의 중입자가속기 구축 사업 역시 한창입니다.

핵융합과 가속기 분야에서는 어떤 연구개발 과제가 추진되고 있나요?

우리나라는 초전도핵융합장치 K-STAR 건설과 운영을 통해 단기간에 핵융합 강국의 반열에 올라섰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 최대의 국제협력 프로젝트인 국제핵융합실증로사업(ITER)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지요. 거대한 인공태양을 만드는 ITER는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현재 조립이 한창입니다. 한국은 이 가운데 9개 주요장치의 부품과 인력 조달을 맡고 있어 차질 없는 진행과 관리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올해부터는 그간 주류를 이뤘던 자기장 가둠 뿐만 아니라 관성 핵융합 등 한층 다양한 핵융합 방식이 포함된 연구개발 과제가 준비되고 있는 만큼 연구자들께서도 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가속기 분야에서도 이미 사용자수와 시설 용량이 포화상태에 이른 포항 3-4세대 방사광가속기의 뒤를 이어 1조원 대의 다목적방사광가속기 구축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또한 국내 의약학과 생명과학 발전에 크게 이바지할 중입자가속기 구축이 본격화되었고, 중이온가속기 라온도 올해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각 사업들이 공정대로 잘 운영되도록 관심을 기울일 계획입니다.

거대과학 전반의 국가 연구개발 과제를 맡고 계신 만큼 책임감도 클 듯합니다.

원자력, 핵융합, 가속기가 모두 현대 입자물리학의 발전에 뿌리를 두고 있는 만큼 비슷해 보이지만 실은 서로 완전히 다른 분야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전체 51개에 이르는 방대한 사업 규모에 전체 투입 예산도 약 4,600억 원에 달해 원자력단 15명의 동료들이 모두 감당하기에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상당수가 중장기 프로젝트인 까닭에 원자력단 직원들의 전문성 역시 기획업무부터 전략수립, 동향 및 수요조사, 예산확보 지원, 전문위원 구성과 과제 평가 지원, 성과분석 지원과 확산까지 전 방위에 걸쳐 매우 높아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소관 분야의 연구자들께 전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거대과학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꾸준한 관심과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영역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최근 몇 년 간 정책 환경의 변화로 혼란을 겪다가 다시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물론 이 역시 분야별로 온도차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곳은 봄기운이 완연하지만 상대적으로 또 어떤 분야는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런 때일수록 주변의 분위기에 휩쓸리지 말고 더욱 본연의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훈풍이 부는 분야는 그만큼 높아진 국가적 기대감을 기억하며 더욱 신중하게 연구개발 과제를 기획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주요 원천기술 개발 사업은 학계와 산업계는 물론 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도 어느 것 하나 실패하면 안 되는 중차대한 과제들입니다. 제가 기획 단계부터 상용화를 전제로 엄격한 관리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한쪽에 예산이 치중되며 소외되는 영역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많은 연구개발 과제가 일몰 단계에 접어들고 있지만 아직 신규 사업이 불투명한 분야를 위해서는 당장의 R&D 예산 확보가 급한 일입니다. 후속 과제를 위한 예비타당성 평가까지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관계 부처와 열심히 추가 예산을 협의하며 연구비 절벽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거대과학은 특히 더 분야 간 이해와 소통, 그리고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자세로 객관적이고 시의 적절하게 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는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런 본연의 임무를 잊지 않고 연구자와 연구자, 연구자와 정부의 가교 역할에 더욱 충실히 임하도록 하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장창선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난 2000년부터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에서 근무하며 한빛5-6호기, 한울5-6호기 사용 전 검사 업무를 시작으로 영광원전 심사PM, 울진원전 검사PM 및 총괄실장 등으로 일했다. 교육과학기술부 원자력국 자문관, 원자력안전위원회 자문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 원자력검사단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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