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전진!
“국책연구는 분명
달라야 한다”

한국연구재단 최영진 국책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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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실질적인 방향으로 전진!
“국책연구는 분명 달라야 한다”
한국연구재단 최영진 국책연구본부장

최영진 신임 국책연구본부장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한 가지로 규정하기 힘듭니다. 걸어온 길은 물론이며 그간의 성과와 노력을 살펴볼 때 경계에 구애받지 않고 차별화되는 무언가를 항상 지향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설명할 수 있어 보였습니다. 바로 미래지향적이고 조화로우며 또 융화 속에서 실질적인 결과를 추구했다는 점입니다.

국책연구본부의 방향성 역시 이 부분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보다 구체적이고 또한 실용적인 측면으로 결과를 도출하면서도 연구자들을 최대한 지원하는 역할도 빼놓지 않고자 합니다. 국책연구는 달라야한다는 커다란 의식 속 국책연구본부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듯합니다.

씨줄 엮어주는 날줄 역할의 길

국책연구본부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최영진

저는 커리어가 다소 독특한 편입니다. 연구자이긴 하지만 20년 넘게 여러 국가정책수립과정도 지속적으로 참여해왔기 때문이죠. 20년 넘게 과학기술연구와 과학기술정책수립을 병행해왔다는 측면에서 저 같은 커리어를 가진 분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웃음). 그래서인지 국가의 R&D 정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어떻게 실행되고 흘러가는지를 꾸준히 지켜봐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아 미래에는 이런 기술이 유망하지 않을까?’ 이러한 흐름을 많이 주목해왔죠.

제가 그동안 해온 생체 삽입형 스트레스 호르몬 센서, 태양전지소재를 이용한 비휘발성 메모리 소자 개발 등의 연구도 사실 다 이런 부분에서 연결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여러 기술적 요소들이 융합되는 융합연구를 많이 시도한 것인데요.
아무래도 정책과 연구를 병행하다 보니 무엇이든 넓은 시각으로 보려는 노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시야가 커지고 새로운 분야를 앞장서 열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연구를 깊이 있게 수행하는 연구자분들을 씨줄이라 생각하면 저는 이런 분들을 엮어주는 이른바 날줄 역할을 맡아서 수행해 왔던 셈이지요.

우리 국책연구가 가야 할 방향 역시 이쪽이라고 생각합니다. 씨줄은 개인연구지원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본인의 연구분야에서 깊이 있는 연구를 하는 것이고 국책연구는 날줄로서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만 하는 것이 아닌 국가에 필요한 것을 해결하기 위한 연구여야 합니다. 이를 우리 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기초부터 스크래치 하듯 출발하는 것이 아닌 이미 확보된 좋은 연구결과 및 연구자분들을 잘 엮어서 답을 찾는 방식이죠. 앞으로도 이와 같은 방향으로 국책연구를 지원할 생각입니다.

실제 최영진 본부장의 경우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선구자적인 길을 걸어왔습니다. 20여 년 전부터 당시 국내에서는 생소한 나노기술에 주목했고 이후 태양전지연구에만 몰려있던 신소재 페로브스카이트의 다양한 특성도 일찌감치 주목해 비휘발성 소자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한 바 있습니다. 이처럼 다수의 국책 관련 연구를 경험했는데 이는 국책연구가 지닌 차별성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더 깊게 고민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리스크에 도전하는 한계도전 프로젝트

이번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하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최영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진행하는 한계도전 프로젝트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R&D가 더는 벤치마킹할 곳이 없는 게 현실입니다. 과거에는 미국이 뭐하나, 일본이 뭐하나 찾아봤는데 이제 그 격차가 거의 없어졌습니다. 예전에는 선진국들이 내는 문제를 풀어냈다면 이제는 저희가 직접 문제를 내야하는 위치에 오른 것입니다. 그렇다고 하면 이에 필요한 문제정의를 제대로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사실 그동안 말은 많았지만 누구도 제대로 가본 적 없는 길이죠. 지금 우리 재단 국책연구본부 사업 규모가 2조 5000억 원에 달합니다. 마치 거대한 항공모함으로 비유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거대한 R&D 플랫폼을 운영하다 보면 외부 환경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한꺼번에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측면을 고려해서 굉장한 리스크가 있고 도전적이지만 거대한 보상이 기대되는 연구주제에 대해서 우리가 돌격대를 선단에 세워 한번 뚫고 가보자는 취지로 진행하는 것이 이번 한계도전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나라 정부R&D 예산은 지난 20년간 굉장히 늘었습니다. 그에 비례한 양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지만 어느 순간 질적인 성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담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점이며 연구 전반에 대한 혁신이 필요합니다. 사실 이와 같은 시도는 무엇보다 제도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때가 많은데 이번에 이를 뛰어넘고자 시도하는 측면이 큽니다. 올해 7월부터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당장 재단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기도 합니다.

국책연구사업, 국민의 니즈를 생각해야

국책사업연구는 어떻게 달라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최영진

국책연구의 핵심은 정부나 국민이 원하거나 기대하는 것을 성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논문의 질적 수준 등이 과거에 비해서 나아졌다고 하지만, 성과를 일반 국민이 느끼기 위해서는 결국 제품 등과 같은 형태로 나와 줘야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현재 우리 연구재단 국책연구는 그 성과를 기술사업화에 좀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산업부 등과 같은 정부부처의 이어달리기 R&D 사업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현장에서 바라보면 이어달리기가 능사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어달리기를 하다 보면 바통을 놓치기도 하고, 바통을 전달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해서 오히려 때를 놓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특히 기술사업화의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작금의 추세를 고려할 때 기술이 바로 사업화가 될 수 있도록 재단 국책연구사업 내에서 사업화 성과를 이뤄낼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학회, 협회, 연구조합의 집단지성을 상시기획 채널로

그런 의미에서 상시기획이 중요한 부분입니다. 학회 등 전문가집단의 네트워킹에 초점을 맞췄다고 볼 수 있는데요. 국민이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 전략을 세우고 근본적으로 씨줄과 날줄 역할을 해줄 전문가 집단을 꾸리는 것이라고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기술수요조사나 RB에 의한 기획에 더해 학회, 협회, 연구조합을 활용하여 연구주제를 발굴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과정이 필요한데, 기획 단계부터 R&D가 가시화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더욱 그렇습니다. 이를 위해선 연구자들의 집단 지성을 잘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노 분야 연구자네트워크인 나노기술연구회가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4년 전부터 연구테마별로 약 40개 전문연구회를 운영 중에 있으며 이를 통해 연구주제를 발굴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상시기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연구자들과 소속 기관에 일정한 혜택을 보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도적으로 어느 정도까지 가능할지 아직 모르지만 재단 영역 내에서는 의무만 부여하는 것이 아닌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도록 뒷받침할 것입니다.

앞으로 연구방향은 어떻게 지원할 계획이십니까.

최영진

결국 우리가 주목해야 할 핵심은 국책연구가 기초연구와 비교할 때 연구자의 마음가짐도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선 기초연구는 굉장히 자유롭게 두고 최대한 터치하지 않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국책연구는 일종의 계약관계라고 볼 수 있지요. 이를 수행하려면 확실히 달라야 합니다. 사실 기초나 국책이나 똑같은 R&D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연구자들이 국책사업을 수행할 때는 국가와 기관, 나아가 국민들까지 이들이 원하는 니즈를 풀어줘야 한다는 의무와 책임감을 가져야 합니다. 기획, 성과관리 등을 그와 같은 관점에서 살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단도 이를 꾸준히 살펴보고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입니다.

그 일환으로 저는 국책연구에 있어 일정한 시점을 정해 살펴보는 과정, 예를 들자면 5년짜리 사업일 경우 1년 정도 지났을 때 계획대로 되지 않는 부분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백업 플랜을 만드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연구자들을 괴롭히겠다는 뜻은 아니고요. 연구재단 국책연구 총괄지휘자로서 최대한 연구자들이 불편해하지 않으면서도 성과를 낼 수 있게 그러한 체크포인트를 잘 지원하고 뒷받침하겠다는 취지입니다.

굿 워크플레이스를 향해

재단 조직에 어떤 분위기를 불어넣고 싶으신가요.

최영진

아직 업무파악 단계라 정확한 분석에는 시간이 더 걸리겠지만, 직접 와서 살펴보니 직원들의 업무영역이 굉장히 넓어보였습니다. 사업규모는 큰데 실제 가용할 수 있는 인력들의 여력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우리 재단이 현재 진행하는 기획, 수행, 성과확산 등의 업무에서 일정한 영역을 과감하게 외부와 나눌 수 있도록 만들 계획입니다. 그리고 국책연구본부 직원들은 중간에서 이를 매니징하는 데 초점을 두는 것이에요. 즉, 떼어내어 활용할 수 있는 일들은 그렇게 나눠보자 입니다. 인력을 늘리기 힘들다면 덜 수 있는 일은 덜어내자는 의미인데 물론 아직 점검할 것이 많고 시행해야 할 게 많아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힘든 면이 존재하나, 어느 정도는 업무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회사가 직원들에게 굿 워크플레이스(Good workplace)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행복해야 일의 효율이 늘지 않을까요? 우리 모든 직원들이 행복한 곳에서, 또 행복하게 일을 하길 희망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네요. 하하.

About the Interviewee
최영진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자부품연구원 책임연구원, 명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세종대학교 교수 그리고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장을 맡고 있다. 그 외에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ICT·융합전문위원회 위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나노기술종합발전계획 및 국가나노기술지도 수립 총괄팀장, 산업통상자원부 녹색인증위원회 위원장,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나노융합PD 등 다양한 국책연구 중심에서 활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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