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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페이스

작은 디테일도
놓치지 않는 수학자
서울대학교 강정수 교수

설레는 마음으로 구입한 소설책. 빳빳한 양장 표지를 지나 첫 페이지를 넘기면 이야기의 주인공이 우리를 반깁니다. 세상을 바꿔갈 연구성과 이야기도 마찬가지인데요. NRF웹진 뉴-페이스에서는 최근 괄목할 만한 성과로 떠오르는 과학자, 이제 막 새 이야기를 그려갈 신진 연구자를 만나 연구성과와 일상 이모저모를 들여다봅니다.

바야흐로 모바일 전성시대입니다. 아마 스마트폰하면 대중화에 기여한 기업인 애플이 자연스레 떠오르실텐데요. 기술 경쟁이 한창이던 2000년대, 애플은 ‘감성’과 ‘완성도’로 무장한 아이폰을 선보이며 세계를 사로잡았습니다. 내부 배선, 나사 등 보이지 않는 곳까지 완벽을 추구한 그들의 철학이 제품에 여실히 드러났기 때문이죠. 작은 행동이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킨 셈. 게임체인저의 면모를 보여준 애플처럼, 여기 남다른 통찰력으로 고전적 볼록해석 방법론과 현대 사교기하학 방법론을 연결한 수학자가 있습니다. 저차원 해밀턴 역학의 최소주기 궤도에 관한 난제를 해결하며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한 서울대학교 강정수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Prologue 오! 나의 연구이야기

  • 교수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강정수 교수입니다. 2004년에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당시 수리통계)에 입학하여 2014년 박사학위를 받을 때까지 오랜 기간 이곳에서 공부했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Urs Frauenfelder 교수님의 지도 아래 학위를 받았으며, 이후 독일 뮌스터 대학교와 보훔 대학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했는데요. 2017년 가을부터는 모교에서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에서 사교기하학을 전공하고 계십니다.
    해당 전공 분야가 낯선 NRF웹진 독자들께 전공 소개 짧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사교기하학은 해밀턴 역학을 수학적으로 기술하며 시작된 학문입니다. 많은 연구자들은 20세기 초 푸앵카레의 3체문제 연구를 사교기하학의 기원으로 보기도 하는데요. 그 이후 사교기하학은 다양한 세부 연구 분야로 발전하였으며, 고전역학 외에도 끈이론 등 현대물리학과 긴밀한 관련을 맺고 있습니다. 제 연구는 해밀턴 역학과 사교기하학의 상호작용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특히 푸앵카레가 주기궤도가 동역학의 뼈대라고 강조한 것처럼, 주기궤도를 이용해 공간의 사교기하적 성질을 연구하고, 사교기하적 불변량을 통해 주기궤도의 존재와 성질을 탐구하는데 주된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 지난해 ‘젊은과학자상’을 수상하셨습니다. 언제나 또 아무나 받을 수 없는 상이라 더욱 값지게 느껴지실 것 같은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런 큰 상을 받게 되어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젊은 시절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신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선배 교수님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상은 제 연구성과에 대한 보상인 동시에, 현재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로 받아들입니다.
  • 교수님께서는 고전적 볼록해석 방법론과 현대 사교기하학 방법론을 연결하는,
    새로운 연구방향을 제시하셨습니다. 이를 활용해 ‘저차원 해밀턴 역학의 최소주기 궤도에 관한 난제’를 해결하셨는데요. 어떻게 연구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박사과정 중 저차원 해밀턴 역학의 중요한 성과를 담은 Hofer, Wysocki, Zehnder의 논문을 공부하던 중 이분들이 제시한 추측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 추측은 해밀턴 시스템이 볼록성을 만족할 때 최소주기 궤도의 특별한 성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박사후연구원 시절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한 아이디어와 대략적인 증명 구상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요. 이후 공동연구자들과 함께 이를 엄밀한 증명으로 완성하기까지 약 8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습니다.
    최소주기 궤도
    • 논문명 On closed characteristics of minimal action on a convex three-sphere
    • 키워드 minimal periodic orbit, global surface of section, symplectic capacity
    • 저자
      • 알베르토 아본단돌로(Alberto Abbondandolo)
      • 올리버 에트마이어(Oliver Edtmair)
      • 강정수(Jungsoo Kang)
    • 연구성과
      • 볼록한 3차원 구 위의 해밀턴 역학에 대해 최소주기궤도가 상 global surface of section의 경계가 된다는 Hofer, Wysocki, Zehnder의 추측을 해결함
      • 볼록한 영역은 유일한 symplectic capacity를 갖는다는 추측의 4차원 경우 해답을 제시
  • 연구 중 힘든 날도 많으셨을 것 같은데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개인적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만큼이나, 해결의 실마리를 잡고 그것을 엄밀한 증명으로 만드는 기간 또한 힘들게 여겨집니다. 올바른 아이디어를 얻었다 할지라도, 이를 논리적으로 완성하는 과정이 예상보다 훨씬 어렵게 전개될 때도 있고 증명을 완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 때면 잡았다고 생각한 물고기를 놓친 듯한 허탈감이 들기도 하지요. 물론 이러한 과정 자체가 문제의 본질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해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 감정적으로 흔들리면 연구에 대한 흥미를 잃을 수도 있기에 가능한 이런 감정에 무던해지려고 노력합니다.
  • 교수님께서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우수신진연구, 선도연구센터) 등 연구비 지원을 받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원이 실제 연구 성과 창출에 어떤 방식으로 도움이 되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으실까요? 저처럼 순수수학을 전공하는 연구자들은 특별한 연구 장비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학생 인건비를 제외한 대부분의 연구비는 출장 경비와 전문가 초청비로 사용됩니다. 한국연구재단 연구비 덕분에 외국의 연구진과 부담 없이 공동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연구자로서 한 단계 성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지원은 한국 수학계의 현재를 위한 한국연구재단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연구비의 중요한 사용처 중 하나로는 학생들의 국외출장 지원을 꼽을 수 있는데요. 박사과정 학생들의 국제학회 참여나 해외 대학 방문 등에 많은 연구비를 지출하고 있고 이는 후속 세대가 넓은 시야를 갖고 더 큰 꿈을 꾸도록 돕는 매우 필요한 투자라고 생각됩니다.

#Journey 연구자로 서기까지

  • 사교기하학은 결국 ‘수학’에 근간을 두고 있습니다.
    사칙연산부터 극한, 수열, 함수까지 사람에 따라서는 굉장히 어려운 학문으로 다가올 수 있는데요.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수학에 관심이 많으셨는지요.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했지만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만 배웠기에 문제가 풀었을 때 느끼는 즐거움이 컸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고등학교 수학과 대학 수학 사이의 간극이 커서 처음에는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후 대학 수학의 추상화된 사고방식에 익숙해지면서 그 매력을 점차 알게 되었습니다.
  • 이야기를 듣다보니 사뭇 학창시절도 궁금해집니다. 교수님께서는 어떤 학생이었나요? 대학교에 들어와 1, 2학년은 동아리 활동에 빠져 공부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3학년이 되면서 본격적으로 학업에 매진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모든 과목이 재미있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그 중 특히 흥미로운 과목을 통해 연구자로서 꿈을 키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pilogue 연구실을 넘어 교단으로

  • 교원으로서 교수님의 모습도 궁금합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학기 중에는 수업, 세미나, 학생지도, 학교 업무 등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현재 진행 중인 연구의 논문 작성을 마무리할 생각입니다. 또 지난 몇 년간 제 연구에만 집중하다보니 다른 공부에는 조금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바쁜 일들이 마무리되고 나면 다른 사람들의 연구와 다양한 분야를 공부하며 보다 넓은 시야를 갖고 다음 연구 목표를 설정하고자 합니다.
  •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나만의 교육철학’이 있다면요? 특별한 철학은 아니지만 저는 디테일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편입니다. 서울대학교의 우수한 학생들은 학습습득 속도가 빨라 학부 저년차임에도 대학원 수준의 내용을 빠르게 습득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면 개념의 확장 속도에 비해 디테일에 소홀해질 수 있습니다. 연구자가 되면 좋은 아이디어를 갖는 것만큼 그것을 논리적으로 완성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수업시간에 가능한 한 디테일을 꼼꼼히 챙기려고 합니다.
  • 마지막으로 사교기하학 연구에 관심 많은 학생이나 후배 연구자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n expert is a man who has made all the mistakes which can be made in a very narrow field.” 닐스 보어가 남겼다고 전해지는 이 인용구를 단편적으로 해석하면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방법은 단순하고 크게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가 되기 어려운 이유는 이 방법을 실제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연구 방향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 필요하며 동시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이 좋아하고 즐길 수 있는 분야를 찾아 전문가가 되길 바랍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강정수 교수 (1986년생)

  • 소속

    •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교수
  • 학력 및 경력

    • 2004.03. ~ 2008.02.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학사
    • 2008.03. ~ 2014.02. 서울대학교 수리과학부 박사
    • 2014.03. ~ 2017.02. 뮌스터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7.03. ~ 2017.08. 루르 보훔 대학교 박사후연구원
    • 2017.09. ~ 서울대학교 조교수, 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