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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R

안전한 미래 도시 인프라를 위해
시설물의 과거와 미래를 엮다
인하대학교 이종한 교수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자의 연구 여정을 돌아보며, 그 속에서 탄생한 주요 성과와 과학기술이 열어갈 미래를 그려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가 일상이 된 오늘. 여기에 교량, 터널, 건물과 같은 주요 시설물의 노후화까지 빠르게 진행되면서 시설물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간 안전 점검 기술은 단편적인 데이터에 의존하거나, 사고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었는데요. 8월호 스토리R에서는 시설물에 숨은 위험 신호를 미리 포착해 읽어내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개발한 이종한 교수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Chapter 01 인물탐구

이종한 1976년 소속 인하대학교 사회인프라공학과 주요학력
  • 2007.08. ~ 2010.08.
    미국 조지아텍(Georgia Tech.) 구조공학 박사
  • 2005.08. ~ 2007.08.
    미국 조지아텍(Georgia Tech.) 구조공학 석사
  • 2002.03. ~ 2004.02.
    한국과학기술원 구조공학 석사
  • 1995.03. ~ 2002.02.
    부산대학교 토목공학과 학사

Chapter 02 노후 시설물에 숨은 신호를 읽다

한 가지 분야에 집중해 외길을 걷는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입니다. 당장 눈에 띄는 성과가 보이지 않음에도 희미한 흔적만을 따라가야 하는 순간이 많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렇게 한 겹씩 쌓아온 시간은 어느 순간 하나의 선명한 길로 연결되곤 하는데요. 이종한 교수는 건설 구조라는 분야를 깊게 파고들어, 마침내 시설물의 안전을 지키는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가 주목한 것은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량과 터널, 도로 같은 사회기반시설이었습니다. 처음 지어졌을 때는 튼튼했던 시설물도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나이를 먹습니다. 사람의 몸에 세월의 흔적이 쌓이듯, 시설물에도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가 생겨나죠. 작은 균열과 미세한 변형처럼 지나치기 쉬운 신호들이 쌓이면 결국 큰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시설물이 보내는 작은 이상 신호를 미리 알아챌 수 있다면 어떨까요. 이종한 교수는 바로 이 질문에서 연구의 실마리를 찾았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읽고, 위험이 커지기 전 알아차리는 것. 시설물의 시그널을 읽는 새로운 기술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사회기반시설물은 국가의 핵심 자산이자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생명선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인프라의 급격한 노후화가 진행되면서 안전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데요. 국가의 한정된 유지관리 예산을 위험도가 높은 시점과 시설에 적재적소 투입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중대한 과제라 생각했습니다.”

LIVE 디지털트윈 기술개발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이종한 교수

Chapter 03 시설물의 과거와 미래를 잇는 기술

외부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된 인프라 시설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화가 나타납니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는 동결융해, 탄산화, 염해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재료가 약해지는 ‘열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죠. 여기에 다른 원인이 더해지면 균열이나 철근 부식처럼 다양한 손상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문제는 기존 사회기반시설 관리 방식만으로는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변화를 한눈에 파악하고, 앞으로의 성능 저하까지 내다보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점입니다. “기존의 안전 점검은 인력 중심 외관 조사나 단편적인 센서 데이터에 의존해 왔습니다. 기존의 BIM* 역시 시설물의 데이터와 형상을 3차원으로 보여주는 시각화 도구에 머무는 경우가 많고, 상용 소프트웨어의 사용에 따른 적용성과 확장성 한계도 존재했죠.” * 건축물의 설계·시공·유지관리 정보를 하나로 담아낸 지능형 디지털 입체 도면(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 열화현상 외부 환경에 노출된 인프라 시설물이 복합적인 요인에 의해 재료가 약화되는 현상

이종한 교수 연구팀은 이 지점에 주목했습니다. 복합적인 열화 조건에서 구조물이 어떻게 변하고, 손상이 어디에서 시작해 어떻게 퍼져 가는지 살펴본 것이죠. 콘크리트 동결융해부터 무거운 차량이 지나갈 때 구조물에 가해지는 하중까지 다양한 변수를 함께 고려해 해석하는 기법을 도입했습니다. 이를 통해 손상이 발생하는 위치뿐만 아니라 이후의 확산 경로까지 정밀하게 예측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한마디로 재료가 약해지는 순간부터 구조물에 손상이 생기고, 점차 성능이 떨어지는 과정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살펴본 셈인데요. 여기에 손상 이력과 확산 정보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축적해 과거의 상태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변화까지 예측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재료·부재 다종손상 확산예측 LIVE 디지털트윈 기술’입니다. 실제 구조물을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설물의 변화 과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것이죠.

  • 디지털트윈 실제 구조물을 가상 세계에 구현해 상태를 분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기술
재료열화-부재손상-구조성능을 연결하는 ‘LIVE 디지털트윈’ 기술 개발

이 교수 연구팀의 기술이 특별한 이유는 단순히 현재의 손상을 찾아내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에 있습니다. 과거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현재 어떤 상태인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를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해 시설물을 바라볼 수 있죠. 시설물 관리 역시 문제가 생긴 뒤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의 신호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성과는 오랜 시간 축적해 온 열화 실험과 점검·진단 이력, 이를 아우르는 디지털트윈 해석 인프라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인하대학교 LIVE 디지털트윈 기초연구실이 구축한 연구 기반은 터널과 항만 등 다양한 사회기반시설의 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는데요. 시설물의 현재를 정확히 읽는 것을 넘어, 미래까지 내다보는 스마트 유지관리의 새로운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복합 열화 실험과 손상 이력 데이터 기반 디지털트윈 인프라 관리 체계 구축

Chapter 04 기술 너머의 연구자를 키우다

연구성과는 몇 글자의 활자로 정리되지만, 그 뒤에는 대학원생을 비롯한 연구진들의 치열한 땀방울이 담겨 있습니다. 이종한 교수에게 연구실은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는 공간인 동시에 다음 세대의 연구자를 길러내는 배움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그는 대학원생들에게 단순히 유행하는 소프트웨어나 도구를 능숙하게 다루는 기술자가 되지 말라고 강조합니다. 기술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 담긴 원리를 이해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한다고 말하죠. 이를 위해 꾸준히 수준 높은 강의를 수강하도록 독려하는 한편, 자신의 연구 결과를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자신 있게 발표하는 경험을 쌓도록 돕고 있습니다. 시야는 연구실 밖으로도 향합니다. 이 교수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또 하나의 키워드는 ‘글로벌 마인드’인데요. 단순한 어학 능력을 넘어 해외 연구자들과 당당하게 네트워크를 만들고, 국제 학술대회에서 자신의 연구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죠. 그래서 대학원생들이 해외 학술 네트워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해외 장·단기 교육과정이나 국제 학술대회 발표 기회를 경험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하고 있습니다. 결국 좋은 연구자를 만드는 것은 하나의 기술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 세상에 나누는 힘을 길러주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시설물의 미래를 바꾸는 기술을 연구해 온 이종한 교수의 시선이, 이제 그 기술을 이어갈 다음 세대를 향하고 있습니다.

속닥속닥! 못 다한 이야기 연구자 TMI

  •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사실 건설 분야는 타 산업에 비해 기술의 선도성이 다소 낮게 평가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건설 구조 분야는 깊은 이론적 지식과 배경이 요구되는 핵심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인식됐으며, 최근에는 소프트웨어 활용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데요. 이러한 배경에서 제가 수상자로 선정돼 매우 기쁘고 영광입니다. 수상을 계기로 연구와 기술 개발 수준을 한 차원 끌어올려, 관련 기술 분야의 세계적 선두주자로 나아가겠습니다. 무엇보다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며 동고동락해 온 대학원생들, 제자들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네요. 앞으로 연구 인력 교류와 교육에 더욱 힘써 차세대 전문 인력 양성에도 노력하겠습니다.
  • 오랫동안 사회기반시설의 안전·유지관리 분야를 연구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주요 연구 주제를 소개해 주세요.
    사회기반시설물은 국가의 핵심 자산이자 시민들의 일상과 직결된 생명선입니다. 이러한 인프라가 빠르게 노후화되면서, 안전과 유지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데요. 국가의 한정된 유지관리 예산을 위험도가 높은 시점과 시설에 적재적소 투입하는 건 사회의 중대한 과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객관적이고 실제 적용 가능한 디지털화 기술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데이터와 AI 기술을 융합하여 시설물의 과거-현재-미래를 잇는 ‘LIVE 디지털 트윈 기술'을 고안하게 됐습니다. 이를 지역 단위의 네트워크 기반 레질리언스* 평가 기술로 확대해 예산 투입의 우선순위를 정량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추가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 건물, 교량 등 사회기반시설이나 시스템이 재난·재해를 겪었을 때 얼마나 잘 견디고, 얼마나 빠르게 원래 상태로 회복할 수 있는지 정량적으로 측정하고 예측하는 기술
  • 현재 우리 사회가 ‘노후 인프라’ 문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시설의 노후화와 기후변화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태풍과 집중호우의 강도와 빈도가 증가하면서 큰 재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고 있습니다. 시설 자체의 노화뿐만 아니라 변화한 재난 환경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셈이죠. 그리고 사회기반시설은 개별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입니다. 하나의 교량이나 터널에 문제가 발생하면 해당 시설의 성능과 기능 저하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교통, 물류 및 응급 대응과 같은 사회 전반의 기능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이에 시설물의 노후화와 재난환경을 함께 고려해 안전성과 취약성을 평가하고, 시설의 중요도와 사고 발생 시 예상되는 연쇄적인 영향까지 고려한 위험도 기반 관리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가 궁금합니다. 우선 현재 개발된 ‘LIVE 디지털트윈 핵심 기술’들을 완벽히 하나로 통합하지 않더라도, 현장에서 즉시 활용될 수 있는 단계로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BIM 또는 Physical 모델(가칭), IoT 센서 등 멀티모달 데이터의 취득과 융합, AI 기술, 구조해석 연계 등 개별 요소 기술들이 산업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 할 수 있겠네요. 궁극적으로 이 기술을 통해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는 개별 교량이나 터널 단위의 평가를 넘어, 도시 전체의 인프라를 아우르는 네트워크 단위의 레질리언스 평가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것입니다. 재난이 발생했을 때, 도시 인프라가 얼마나 빨리 본래의 기능을 회복할 수 있는지를 자율적으로 진단하고 대처하는 것이 안전하고 스마트한 미래 도시를 위한 꼭 필요한 기술이라 생각합니다.
  • 과학자와 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선배과학자로서 조언과 격려 한마디. 현대 과학과 공학은 더 이상 하나의 울타리 안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제가 전통적인 건설 구조공학에 AI와 3D 디지털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길을 연 것처럼, 학문의 경계를 두려워하지 말고 융합적인 시야를 넓혀 나가길 바랍니다. 또한 시야를 넓혀 가면서 자기의 꿈을 크게 가지고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꿈이 클수록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필요한 인내도 커지겠지만, 훗날 결실의 크기는 지금 감내하는 두려움과 인내의 크기에 비례합니다. 당장의 실패와 어려움을 두려워하지 않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묵묵히 즐기다 보면, 어느새 목표를 이루거나 목표의 근처에서 또 다른 큰 목표를 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