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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ck & Peak

월남쌈 재료에서 친환경 금 흡착제로!
라이스 페이퍼의 놀라운 변신
고려대학교 이정현 교수

베일에 싸여 있던 비밀을 가장 먼저 풀어냈을 때의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짜릿합니다. 세상에 없던 미래기술을 개발했을 때도 마찬가지일텐데요. NRF웹진 Pick&Peak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엄선한 우수 연구성과를 연구자의 입을 통해 들어봅니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사람이 그간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일 때, 우리는 무심코 ‘놀랍다’라고 말을 합니다. 고려대학교 지속가능형 환경소재 연구실의 손을 거쳐 재탄생한 라이스 페이퍼를 보고 있으면 똑같은 반응이 절로 나오는데요. 월남쌈의 핵심 재료로 쓰이던 식품 소재가 간단한 화학처리를 통해 산업 폐수 속 금을 캐는 친환경 흡착제로 재탄생했기 때문입니다. 식탁 위 라이스 페이퍼는 어떻게 자원순환의 주역이 될 수 있었을까요? 이정현 교수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NRF’s Pick 이정현 교수가 걸어온 길

이정현 교수 1976년생

  • 소속

    •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 학력 및 경력

    • 2014.03. ~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 교수
    • 2012.07. ~ 2014.02.
      KIST 선임연구원
    • 2010.08. ~ 2012.06.
      National Institute of Standard & Technology 박사후연구원
    • 2006.09. ~ 2010.12.
      Georgia Institute of Technology 화공생명공학 박사
    • 2001.03. ~ 2006.01.
      KCC 중앙연구소, 연구원
    • 1995.03. ~ 2001.02.
      고려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석사

Peak Time 연구성과 몰아보기

  • 논문명 Rice paper adsorbent for gold recovery
  • 저널명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
  • 키워드 Rice paper(라이스 페이퍼),
    Adsorbent(흡착제),
    Gold recovery(금 회수),
    Hydrazine functionalization(하이드라진 기능화),
    Technoeconomic and life-cyle analyses(기술경제성 분석 및 전과정평가)
  • 연구 저자
    • 이정현 교수(교신저자/고려대학교)
    • 원왕연 교수(교신저자/고려대학교)
    • 신승수 박사(제1저자/고려대학교)
    • 이승호 석사과정생(제1저자/고려대학교)
    • 박성준 교수(공동저자/경북대학교)
    • 전성권 교수(공동저자/고려대학교)
    • 정지윤 석사과정생(공동저자/고려대학교)
    • 조원희 박사과정생(공동저자/고려대학교)
    • 정찬희 박사과정생(공동저자/고려대학교)
  • 연구의 필요성
    • 금은 고부가가치 자원이나, 매장량이 제한적인 비재생 자원이라는 한계가 있고, 이에 따라 전자폐기물, 산업폐수 등에서 금을 회수하는 지속가능한 자원순환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 흡착 기반 금 회수 기술은 공정이 간단하고 비용이 낮아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흡착제는 제조 과정이 복잡하거나 석유계 화학물질 및 유기용매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경제적·환경적 부담이 크다.
    •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저비용의 소재를 활용하면서도 제조가 간단하고, 수중 안정성 및 금 회수 성능을 동시에 갖춘 친환경 흡착제 개발이 필요하다.
  • 연구성과 요약
    • 본 연구는 저가의 식품 소재를 고부가가치 금 흡착제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바이오매스 기반 자원순환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 제조 공정이 간단하고, 수계 조건에서 기능화가 가능하므로 친환경성과 공정 확장성 측면에서 장점이 있다.
    • 본 기술은 전자폐기물 내 귀금속 회수와 바이오매스 소재의 고부가가치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어 순환경제 구현에 기여할 수 있으며, 향후 산업폐수 처리, 전자폐기물 재활용, 귀금속 회수 공정 등에 적용될 경우, 자원 확보와 환경부담 저감에 동시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Deep Talk 연구자 인터뷰

  • 교수님,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고려대학교 화공생명공학과에서 환경 소재를 연구하고 있는 이정현 교수입니다. 저는 깨끗한 물을 확보하고 자원을 지속해서 순환시키는 수처리 및 자원회수용 분리막과 흡착제를 개발하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수전해*를 통해 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음이온 교환막 소재 연구로 범위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 수전해 : 전기를 이용해 물을 분해함으로써 직접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이며,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친환경적인 수소 생산 방법.
    이정현 교수가 몰두하고 있는 흡착제/분리막 기반 수처리, 자원회수 및 그린수소 생산 연구
  • 고려대학교에서 지속 가능형 환경소재 연구실을 이끌고 계십니다. NRF 웹진 독자들을 위해 교수님께서 관심 있게 다루고 계신 연구 분야와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산업화로 인해 인류는 식수와 자원 부족이라는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저희 연구실은 일상의 ‘편의’보다는 ‘생존’에 초점을 맞추어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요. 특히 물속에 존재하는 여러 유해 물질(중금속 및 방사성 물질 등)을 제거해 식수와 용수를 확보하고, 유용한 자원(귀금속 및 희소금속 등)을 회수하여 자원순환을 구현하는 고분자 기반의 분리막과 흡착제를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습니다. 소재 개발 과정에서도 친환경 소재와 용매를 활용해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가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죠.
    고분자 기반의 분리막과 흡착제를 연구하는 이정현 교수 연구실
  • 최근 라이스 페이퍼로 전자폐기물과 산업폐수에서 귀금속을 캐내는 기술을 개발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전에도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금을 회수하는 유사 연구를 수행하신 바 있는데요.
    귀금속(유가금속) 회수는 왜 중요한가요?
    전기차, 배터리, 반도체, 로봇 등 첨단 산업이 급성장함에 따라 귀금속, 희토류와 같은 핵심 금속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자원들이 특정 국가에만 매장되어 있고, 채굴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과 환경오염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최근 핵심 금속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원 확보는 단순히 산업의 문제를 넘어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자원 빈국인 경우에는 자원 확보의 불확실성이 더 클 수밖에 없는데요. 따라서 자원을 채굴해서 쓰고 버리는 기존의 ‘선형경제’ 구조는 더 이상 지속될 수 없으며, 앞으로는 산업폐기물이나 폐수 속 핵심 금속을 회수해 다시 산업에 투입하는 ‘순환경제’로의 체제 전환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 사실 전자폐기물과 산업폐수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기술은 이미 존재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연구를 시작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전에도 유가금속을 회수하기 위한 흡착제 연구는 활발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기존에 사용되던 방식은 여러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았는데요. 첫째, 복합 금속 폐수에서 특정 금속만을 골라내는 선택성이 낮았고, 둘째, 석유화학계 물질과 유독 용매를 사용하거나 복잡한 공정을 통해 제조되어 환경부담과 비용이 컸습니다. 마지막으로 대다수의 흡착제는 분말 형태로, 사용 후 회수와 분리가 까다로웠죠. 저희 연구실은 이러한 세 가지 한계를 동시에 극복할 수 있는, 친환경적이고 경제적인 고성능 흡착제를 개발하고자 했는데요. 그리고 그 해답을 전분 기반의 저렴한 식재료인 ‘라이스페이퍼’에서 찾았고, 연구를 통해 금 흡착 능력을 갖춘 소재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 이번 연구성과,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실은 앞서 폐플라스틱을 개질해 귀금속 흡착제를 개발한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는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폐플라스틱보다 친환경적인 ‘천연 고분자’ 기반의 흡착제를 만들고자 했는데요. 그러던 중 월남쌈을 먹다가 문득 ‘라이스페이퍼를 활용해 보면 어떨까?’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라이스페이퍼는 식재료이기전에 전분을 주성분으로 하는 천연 고분자 소재입니다. 물에 넣으면 쉽게 부풀기 때문에 소재 내부까지 화학적으로 개질하기에 용이한 편인데요. 또한 이미 필름의 형태를 갖추고 있어, 분말 형태인 기존 흡착제와 달리 사용 후 회수가 훨씬 쉽다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사실 무엇보다도 거창하고 값비싼 재료가 아닌,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소재로도 충분히 고성능 첨단 소재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그렇게 이 참신한 아이디어를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저희는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라이스페이퍼를 하이드라진 물질로 개질하자, 수중 내구성이 획기적으로 향상됨과 동시에 미세 상변화가 일어나 다공성 구조가 형성된 것인데요. 이렇게 도입된 하이드라진 기능기는 정전기적 인력, 킬레이션 결합, 환원의 복합 메커니즘을 통해 수중의 금 이온만을 효과적이고 선택적으로 회수해 냈습니다. 여기에 같은 학과 원왕연 교수님과의 협업을 통해 라이스페이퍼 흡착제를 이용한 전자폐기물 내 금 회수 공정이 기존 채굴 공정 대비 경제성과 환경성 측면에서 모두 월등히 우수함을 입증해 내며 이번 연구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라이스 페이퍼 흡착제 제조 과정
  • 연구를 수행하시면서 여러 난제에 부딪힌 경우도 많으셨을 것 같습니다.
    어떤 어려움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큰 난관은 우리 안에 새겨진 ‘선입견과의 싸움’이었습니다. ‘물에 들어가면 흐물거리고 쉽게 부풀어 기계적 강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라이스페이퍼를 과연 물속에서 안정한 흡착제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늘 따라붙었기 때문인데요. 그렇게 수없이 많은 실험을 거듭하던 중 저희는 전혀 예상치 못한 현상을 관찰하게 되었습니다. 라이스페이퍼를 하이드라진으로 기능화하자, 수중 내구성이 급격히 향상되면서 동시에 다공성 구조가 형성된 것이죠.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결과였기에 기뻤지만, 선행 연구가 전무하다 보니 참고할 문헌도 부족하고 현상을 논리적으로 해석하기가 무척 어려워 다시 난관에 봉착했던 기억이 떠오르는데요. 하지만 이를 규명하기 위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수많은 문헌을 참고하며, 여러 비교군 실험을 거듭했습니다. 그 결과, 라이스페이퍼 흡착제의 독특한 특성과 우수한 성능에 대한 가설을 성공적으로 입증해 낼 수 있었습니다.
    라이스 페이퍼 흡착제를 활용한 금 회수 과정
  •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중견연구 및 공학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을 받아 추진되었습니다. 연구 수행 간 실질적으로 기억에 남거나 도움이 된 부분이 있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최근 여러 연구적 지원이 반도체, AI, 로봇,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기술 분야에 집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환경 분야 연구는 외면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더욱이 국내 환경 분야 연구는 대체로 공정 중심이 많아, 저처럼 ‘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연구자들 다수는 연구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연구분야로 옮겨가는, 안타까운 현실도 마주하곤 하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 및 공학연구센터 사업의 지원은 연구실이 흔들림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습니다. 자칫 묻힐 수 있었던 환경 소재 분야의 가능성을 믿어주시고, 소중한 연구 기회를 제공해 주신 기관과 관계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 라이스 페이퍼를 활용한 귀금속 회수 기술, 앞으로 우리 삶에 어떤 편의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하시나요? 이번 연구는 새로운 흡착제를 개발한 것을 넘어 국내 자원 회수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나아가 버려지는 자원을 ‘회수해 다시 활용하는’ 순환경제 구조로의 전환을 앞당겨 줄 것으로 기대하는데요. 더 멀리 본다면, 금속 자원뿐만 아니라 탄소 자원의 지속가능한 관리까지 확장하여, 궁극적으로 탄소중립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실현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이번 연구성과는 지난 5월 27일 국제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온라인 게재되었는데요.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15년 넘게 환경 소재라는 한 우물을 파며 얻게 된 작은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논문 한 편에 그간의 모든 땀방울을 다 담아낼 수는 없겠지만, 그 안에는 저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를 반드시 성공시키고자 밤낮으로 고뇌했던 학생들의 수많은 노력이 녹아 있습니다. 특히 이 연구를 처음부터 끝까지 집념 있게 완성해준 신승수 박사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한, 연구의 경제성과 환경 영향성을 다각도로 분석하시느라 고생해주신 원왕연 교수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번 연구성과는 앞으로 환경 소재 분야에 더욱 정진하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이고, 앞으로 지속가능사회 구현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결실들을 이어가겠습니다. *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of the United States of America, PNAS
    고려대학교 이정현 교수 연구실
  • 연구자로서 앞으로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저는 앞으로도 여러 환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고분자 분리 소재(분리막, 흡착제)개발에 매진하고자 합니다. 첨단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오염원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발생량도 늘어나 청정 사회를 향한 위협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여러 유해 오염물질은 제거하고, 필요한 자원은 선택적으로 회수하여 청정 사회 구현과 자원 순환경제 구현에 기여하는 것이 저의 목표입니다. 특히, 소재를 개발할 때, 기존 석유화학 기반 물질에서 벗어나 친환경 물질을 활용함으로써, 탄소중립에 기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나아가 실험실 수준의 소재 개발에만 머물지 않고, 대량생산을 통해 공정 실증화를 거쳐 실제 기술 사업화까지 이어지도록 추진할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라이스페이퍼 연구처럼 대중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흥미롭고 유익한 환경 소재 기술을 꾸준히 선보임으로써, 우리 사회 전체에 환경 소재 연구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 마지막으로 교수님과 같은 길을 걸어가고 있는 후학들에게 응원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많은 사람들이 첨단 산업 분야에 열광할 때, 저 역시 제가 걷고 있는 연구의 방향이 맞는지 끊임없이 고민했고, 때로는 힘이 빠지는 순간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걸어온 이 길을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습니다. 환경 연구는 인류의 ‘편의’가 아닌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가장 필수적이고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환경 소재를 연구하는 후학 여러분! 본인의 연구에 확실한 소신과 신념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주위의 시선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꾸준히 걸어가다 보면, 어느덧 그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그 분야의 독보적인 전문가로서 성장해 있을 겁니다. 끝까지 한 우물을 파며, 자신의 길을 개척하는 집념 있는 연구자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