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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리포트

세계는 지금
: 태양을 지구에 담다

국내외 연구 현장에서 포착한 변화의 흐름과 이슈를 한 자리에서 읽는 시간. 트렌드리포트에서는 매월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연구 개발 흐름과 주요 이슈를 전해드립니다.

여름이면 유난히 존재감을 드러내는 태양. 그런데 이 뜨거운 태양은 인류가 오래전부터 풀고 싶어 했던 궁극의 에너지원이기도 합니다. 태양이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원리인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해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얻으려는 세계 각국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는데요. 올여름 가장 뜨거운 기술, 인공태양을 향한 핵융합 경쟁을 들여다봅니다.

이달의 트렌드리포트
  • 태양의 불씨를 지구에 담는 법
  • 핵융합 선점을 위한 글로벌 레이스
  • 세계가 함께 만드는 인공태양, ‘K-핵융합’의 도전
※출처 : Global Insight Vol.153(2026.07.)

Chapter 01 태양의 불씨를 지구에 담는 법

#핵융합 #태양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스스로 빛을 내는 별, 태양. 태양은 지구에 빛과 열을 보내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인류 문명의 에너지원이 되어왔습니다.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이 거대한 별이 수십억 년 동안 쉬지 않고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비밀에 주목해 왔는데요.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도 막대한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얻어야 하는 지금, 태양의 원리를 지구에서 재현하는 ‘핵융합’이 미래 에너지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는 태양이 빛과 열을 만들어내는 원리를 지구에서 구현해 얻는 에너지입니다. 아주 작은 원자핵 두 개가 하나로 합쳐질 때, 일부 질량이 막대한 에너지로 바뀌는 원리를 이용하는데요. 주로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합니다. 쉽게 말해 수소 원자에 중성자가 하나 붙으면 ‘중수소’, 두 개 더 붙으면 ‘삼중수소’가 되는데요. 이 둘이 초고온 상태에서 서로 합쳐지면 헬륨과 중성자가 만들어지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태양이 수십억 년 동안 빛과 열을 내는 비밀도 바로 이 핵융합 반응에 있는 것이죠.

핵융합에너지 발생 원리

다만 지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약 1억℃ 이상의 초고온으로 가열해 일명 ‘플라즈마’ 상태로 만들어야 합니다. 플라즈마는 기체가 극도로 가열되면서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를 말하는데요. 태양 중심부의 온도는 약 1,500만℃지만, 지구에서는 태양처럼 강한 중력을 이용할 수 없어 이보다 훨씬 높은 온도가 필요합니다. 다음 과제는 1억℃에 달하는 플라즈마를 안전하게 가두는 일. 어떤 물질도 이 온도를 견디기는 어렵기에 강력한 자기장을 이용해 플라즈마가 장치 벽면에 닿지 않도록 공중에 띄워 가둡니다. 도넛 모양의 장치인 ‘토카막(Tokamak)’이 대표적인데요. 플라즈마를 충분히 뜨겁고 밀도 높게 유지하면서 핵융합 반응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는 것이 기술의 핵심입니다. 과학자들은 까다로운 조건을 하나씩 충족하며, 태양의 불씨를 지구에 담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핵융합에너지 발생에 필요한 조건

  • 1. 연료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
    (리튬과 바닷물)
  • 2. 환경 1억℃ 이상의 플라즈마
    (태양보다 뜨거운 높은 온도)
  • 3. 핵융합 장치 1억℃의 플라즈마를
    담을 그릇(용기)

Chapter 02 핵융합 선점을 위한
글로벌 레이스

'꿈의 에너지'로 불리던 핵융합은 어느새 세계 주요국이 앞 다퉈 투자하는 핵심 기술이 됐습니다. 최근 발표된 국가별 핵융합 투자 현황만 보더라도 미국과 중국, 유럽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하며 기술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이는 단순히 새로운 발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미래 에너지 시장과 산업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각국은 어떤 방식으로 핵융합 시대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국가별 핵융합 투자 규모
※ 출처: Fusion for Energy(F4E), Global Fusion Energy Trends Report(2026)

2030년대를 향한 미국의 핵융합 로드맵

#DOE #로드맵

지난 6월, 미국 에너지부(Department of Energy, DOE)는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국가 차원의 청사진인 '핵융합 과학·기술 로드맵(Fusion Science & Technology Roadmap)'을 공개했습니다. 이 로드맵은 핵융합 발전 실현을 위한 종합 전략으로, 핵심 기술 개발과 연구 인프라 구축은 물론 전문인력 양성, 산업 생태계 조성까지 폭넓게 담고 있는데요. 특히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 국립연구소, 대학의 과학자와 엔지니어들이 함께 참여해 완성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미국이 이 로드맵을 통해 그리고 있는 최종 목표는 2030년대 중반 핵융합 시범발전소와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부를 중심으로 산업계와 대학, 국립연구소 간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연구개발 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할 계획인데요. 나아가 차세대 청정에너지원인 핵융합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을 구축하고, 핵융합 관련 국내 산업과 공급망 경쟁력도 함께 끌어올린다는 구상입니다. 기초 연구부터 상용화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전략을 마련하며, 미래 청정에너지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유럽이 함께 만드는 핵융합 생태계

#IPCEI #유럽

독일은 핵융합 기술을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으로 보고, 유럽 차원의 협력 확대에 나섰습니다. 독일 정부는 유럽 공동 관심 분야 프로젝트(Important Project of Common European Interest, IPCEI)의 '혁신 핵심 기술' 분야에 공식 참여를 선언했는데요. 연구 성과를 산업 현장으로 빠르게 연결할 수 있도록 핵융합 기술의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목표입니다. 이를 위해 독일 정부는 이번 회기 동안 약 24억 유로를 핵융합 분야에 투자하고, 2027년 프로젝트 본격 가동을 목표로 연구기관과 스타트업, 중소기업 간 협력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특히 핵융합 기술과 관련된 레이저, 초전도 자석, 첨단 소재 등 핵심 부품 기술의 상용화를 촉진해, 세계 최초의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건설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인데요. 다만 원자력발전의 핵분열 기술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며, 핵융합 기술에만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입니다. 독일은 국가 단독의 연구를 넘어 유럽 전역의 기술과 인재를 하나로 연결하며, 핵융합 시대를 이끌 공동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1억℃ 너머, 점화를 향해

#EAST #인공태양

중국 역시 다양한 핵융합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인공태양 실현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중국과학원 산하 플라즈마물리연구소가 운영하는 인공태양 실험용 토카막(EAST)인데요. 태양 중심부보다 약 6배 높은 온도의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핵융합 실험장치로, 2006년 가동을 시작해 꾸준히 성능 기록을 경신해 왔습니다. 이들의 다음 목표는 핵융합 점화(Ignition)로, 내년 첫 점화 실험에 나설 예정인데요. 점화란 외부 에너지의 공급 없이도 플라즈마가 스스로 핵융합 반응을 지속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만일 점화에 성공한다면 자립형 핵융합 원자로 실현에 한 걸음 다가서는 것은 물론, 상용 핵융합 발전 시대를 앞당기는 주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죠.

※ https://zdnet.co.kr/view/?no=20260610132941 ※ https://kostec.re.kr/policy_trends/view/page/18/id/38127#u

EAST 장치의 주요 특징

분야, 내용
분야 내용
비원형 단면 구조 적용 세계 최초 전초전도 기술과 비원형 단면 결합해 장기 운전에 최적화
극한 환경 기술 초고온(1억℃ 이상), 초저온(-269℃), 초고진공, 초강자기장, 초고전류
자립적 핵심 기술 개발 68개 핵심 기술 독자 개발, 2,000여 개에 달하는 특허 기술,
대형 초전도 자석 제조·시험 시스템, 국내 최대 헬륨 극저온 냉각 시스템 보유
장기 펄스 운전 능력 고성능 플라즈마의 장기 펄스 운전 가능, 상업용 핵융합 발전소 운전 기술 연구 수행
국제 협력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와 유사한 가열 방식과 편향기 구조로 국제 협력 및 과학적 검증 지원
※ 출처 :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정책동향
중국 핵융합 발전소 EAST

※ 출처: pandaily

Chapter 03 세계가 함께 만드는 인공태양,
‘K-핵융합’의 도전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말처럼, 미래 에너지를 향한 도전도 함께할 때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세계 각국이 저마다 핵융합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국가 간 협력을 통해 연구 역량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International Thermonuclear Experimental Reactor) 프로젝트입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가 함께 참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국제 공동 연구사업으로, 핵융합 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상용화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약 217억 유로(약 36조 원)가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각국은 저마다 핵심 설비와 기술을 분담하며 '인공태양' 실현을 향한 도전에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순조롭게 설치가 진행되고 있는 ITER(국제핵융합실험로)

※ 출처: ITER Organization (2026.07.27.)

한눈에 보는 ITER 프로젝트

  • 목표 핵융합 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검증하고 상용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핵심 기술 개발
  • 참여 한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인도, 러시아
  • 건설 위치 프랑스 카다라슈(Cadarache)
  • 사업 규모 약 217억 유로 규모
  • 실험 방식 초전도 토카막(Tokamak) 방식 핵융합 실험로 구축

우리나라도 이 프로젝트에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지난 7월, 프랑스 카다라슈 ITER 건설 현장에서 우리나라가 제작한 마지막 진공용기 섹터 모듈의 조립이 성공적으로 완료됐는데요. 진공용기는 1억℃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ITER의 핵심 설비입니다. 원래 우리나라는 9개 진공용기 섹터 가운데 2개를 제작하기로 했지만,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아 유럽연합(EU)의 제작 물량 2개를 추가로 맡으며 총 4개를 제작했습니다. 이번 조립 완료는 세계 최대 핵융합 프로젝트의 중요한 이정표인 동시에, K-핵융합 기술력이 국제적으로 다시금 인정받은 성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기에 정부도 핵융합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ITER 후속 사업 참여 확대와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원하며, 핵융합 핵심 부품과 소재, 장비 분야의 산업 생태계를 육성하고 있는데요. 인공태양을 향한 세계의 도전 속에서 우리나라는 국제 공동 연구의 핵심 파트너를 넘어, 미래 핵융합 시대를 이끌 기술 강국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달에 전해드린 트렌드 리포트는 NRF Global Insight를 참고하여 제작되었습니다. 이외 더 많은 연구 동향, 트렌드 소식이 궁금하신 분들은 NRF 정책도서관, 기획마루에 접속해 다채로운 간행물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본 코너의 내용은 국내·외 동향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만든 참고 자료로, 한국연구재단의 공식 견해는 담겨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경우 이메일(nzine@nrf.re.kr)로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