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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R

    어린 별의 반짝임에서 찾은 단서
    우주의 오랜 수수께끼를 풀다 서울대학교 이정은 교수

    까만 밤하늘을 수놓은 반짝이는 별들. 우리는 종종 별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별들은 어디에서 왔을까?’, ‘지구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답을 찾기 위해서는 46억 년 전 태양계가 태어나던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데요.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우주는 과거를 들여다볼 단서를 남겨두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태어나고 있는 어린 별들인데요. 10월호 스토리R에서는 어린 별의 변화를 관측하며, 태양계의 비밀을 추적하는 서울대학교 이정은 교수의 빛나는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우수한 연구개발 성과로 과학기술 발전에 공헌한 연구개발자를
    매월 1명 선정하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상과 상금 1천만 원을 수여하는 상

    인물탐구

    이정은

    소속

    서울대학교 물리천문학부

    주요학력

    • 2000.08. ~ 2005.08. 미국 텍사스대학교 오스틴캠퍼스 천문학 박사
    • 1995.03. ~ 1998.08. 서울대학교 천문학 석사
    • 1991.03. ~ 1995.02. 서울대학교 지구과학교육 학사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우주로 향한 첫걸음

    누구나 한 번쯤 마음속에 품어봤을 질문이 있습니다.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 많은 이들이 무심코 스쳐 지나가는 질문을 이정은 교수는 우주를 향한 호기심으로 키워 나갔습니다. 이 교수는 천문학을 공부하며 그 실마리가 태양과 같은 별이 태어나는 순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자신을 향했던 작디작은 궁금증은 별과 행성의 탄생을 탐구하는 긴 여정의 출발점이 됐습니다.

    “제가 천문학에 관심을 갖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우주 공간에 흩어진 기체와 먼지가 어떻게 모여 별과 그 주변의 원반을 만들어 내는지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그런데 연구를 거듭할수록 별의 탄생에는 사뭇 다른 이야기가 숨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기체와 먼지는 단순히 모이고 흩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는 것. 서로 뒤섞이고, 뜨거워지고, 먼 곳으로 이동하는 동안 물질의 성질이 끊임없이 달라졌죠. 놀랍게도 이러한 변화는 생명의 재료가 되는 분자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박사과정 당시 하와이 마우나케아 CSO 관측소의 10.4m 망원경 앞에 선 이정은 교수(2002.1.)

    이 교수의 연구는 별과 행성이 만들어지는 물리적인 과정을 넘어, 그 안에서 펼쳐지는 화학적 변화로까지 뻗어 나갔습니다. 오늘날에는 어린 별 주변의 먼지와 얼음, 분자들이 어떤 변화를 겪는지 살피며 우주 속 물질의 발자취를 따라가고 있는데요.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라는 물음표에서 시작된 여정은 이제 우리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시작을 찾아가는 탐험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차가운 혜성에 숨겨진 뜨거운 비밀

    우주에는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무수히 많습니다. 그중 하나는 태양에서 멀리 떨어진 차가운 혜성에 숨어 있죠. 바로 약 730℃ 이상의 뜨거운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결정질 규산염’이 발견된다는 사실인데요. 뜨거운 곳에서 태어난 광물이 어떻게 얼음처럼 차가운 혜성에 자리 잡게 된 걸까요? 이는 오랫동안 천문학자들의 머리를 갸웃하게 만든 의문이었습니다.

    결정질 규산염 원자들이 규칙적으로 배열된 구조를 가진 규산염 광물.
    높은 온도에서 형성될 수 있으며, 태양계 외곽의 차가운 혜성에서도 발견돼 기원과 이동 경로가 오랫동안 연구 대상이 되어 왔다.

    이정은 교수는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특별한 천체에 주목했습니다. 약 1년 6개월마다 밝기가 달라지는 원시별 ‘EC 53’입니다. 어린 별은 주변의 기체와 먼지를 끌어당기며 성장하는데요. 때로는 평소보다 많은 물질을 한꺼번에 받아들이면서 갑자기 밝아지고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이를 ‘강착 폭발’이라고 부르죠. EC 53은 이러한 변화가 일정한 주기로 반복되기 때문에 폭발 전과 폭발 중의 모습을 비교할 수 있는 특별한 관측 대상이었습니다.

    이 교수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을 이용해 EC 53이 잠잠할 때와 밝아졌을 때를 각각 관측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놀라운 장면을 포착했죠. 평소에 보이지 않던 결정질 규산염이 강착 폭발 시기에 새롭게 나타난 것입니다. 별 주변이 뜨거워지면서 불규칙한 구조의 먼지가 규칙적인 결정 구조로 바뀌는 과정이 관측 자료에 고스란히 드러났거든요. 그동안 이론으로만 예상했던 물질의 변화를 실제 어린 별에서 처음으로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James Webb Space Telescope)
    출처: NASA Science 누리집
    NASA-유럽우주국-캐나다우주국이 공동 개발한 역사상 가장 크고 강력한 우주망원경.
    적외선으로 먼지와 얼음 성분 및 뜨거운 기체를 자세히 관측할 수 있다.

    어린 별 EC 53 폭발 전, 폭발 중 관측

    하지만 수수께끼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결정질 규산염이 어디에서 만들어지는지 확인했지만, 어떻게 차가운 혜성의 탄생 장소까지 이동하는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였으니까요. 이 교수 연구팀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ALMA 전파망원경의 관측 자료를 함께 분석하며 새로운 실마리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어린 별 주변의 원반에서 바깥쪽으로 불어 나가는 ‘원반 바람’입니다. 뜨거운 원반 안쪽에서 만들어진 결정이 바람을 타고 차가운 바깥쪽까지 운반될 수 있다는 이동하는 과정을 밝혀낸 것입니다.

    뜨거운 곳에서 만들어진 물질이 차가운 혜성 영역까지 이동하는 길 제시

    뜨거운 곳에서 만들어져 차가운 곳으로 향하는 작은 광물의 긴 여정. 이 교수의 발견은 오늘날 어린 별에서 일어나는 변화가 먼 과거 태양계에서도 벌어졌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우리가 발 딛고 선 지구와 수많은 행성을 이루는 물질이 어디에서 태어나 어떤 길을 거쳐 왔는지, 오래된 이야기를 이해할 단서를 찾은 것이죠. 우주의 오랜 수수께끼에 한 걸음 다가선 이번 연구는 2026년 1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게재됐으며,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공식 보도를 통해 전 세계에 소개됐습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 연구는 계속된다!

    우주의 비밀을 밝히는 일은 결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많은 별이 모여 은하를 이루듯, 서로 다른 전문성을 지닌 연구자들이 머리를 맞댈 때 새 발견이 탄생하죠. 이정은 교수의 성과 역시 국내 연구진이 직접 연구를 기획하고 세계 각국의 연구자들과 힘을 모아 이뤄낸 결실입니다. 특히 세계적인 관측 장비인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과 ALMA 전파망원경의 관측 기회를 확보하고,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협력하며 연구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습니다.

    이 교수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연구자들이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하는 데서 나아가, 중요한 연구 주제를 제안하고 프로젝트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하기를 바랍니다. 그 바람은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식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정해진 답을 알려주기보다 자신만의 궁금증을 발견하고, 직접 얻은 자료를 해석하며, 때로는 지도교수와 다른 의견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격려합니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기만의 길을 찾아가는 연구자를 키우고 싶은 마음에서죠.

    학생들이 제 연구를 그대로 이어가는 사람이 아니라, 저와 다른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연구자로 성장했으면 합니다. 서로 다른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고, 실패를 통해 배우면서 자신만의 연구를 만들어 가기를 바랍니다!

    (좌) 팀 티셔츠를 입고 쌍극류(bipolar outflow)를 표현하고 있는 연구팀(2025.)
    (우) 천문학 전공 워크숍 참석 당시 캠퍼스 내 꽃길에서 촬영한 연구팀(2026.)

    물론 이 교수에게도 연구자의 길이 늘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두 아이의 엄마이자 학생들을 이끄는 교수, 그리고 새로운 발견을 좇는 연구자로 살아가는 시간을 ‘세 개의 유리공으로 저글링하는 기분’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매 순간 균형을 잡으려 애썼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해내기보다 긴 시간 속에서 자신에게 소중한 가치를 지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입니다. 그 곁에는 가족과 학생들, 동료들의 든든한 응원도 있었습니다.

    이제 이 교수의 시선은 또 다른 우주의 이야기로 향합니다. 차가운 성간 구름에서 시작된 물질이 별과 행성을 거쳐 물과 유기물, 나아가 생명의 재료로 이어지는 긴 역사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죠.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지 알고 싶었던 한 사람의 호기심은, 이제 다음 세대 연구자들의 호기심과 함께 우주의 깊은 지점까지 닿고 있습니다.

    속닥속닥! 못다 한 이야기 연구자 TMI

    • 대한민국 과학기술인상 수상을 축하합니다. 소감 한 말씀 부탁드려요!

      뜻깊은 상을 받게 되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수상 소식을 접하고 먼저 떠오른 이들은 현장에서 함께 고민하고 연구해 온 학생들과 동료들입니다. 어린 별의 밝기 변화를 관측하고 그 원인을 오랫동안 탐구해 온 노력이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라는 새로운 관측 기회를 만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었습니다. 특히 국내 연구진이 연구를 직접 기획하고 글로벌 연구자들과 협력해 중요한 질문에 답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은데요. 이번 수상은 개인적인 성취가 아닌 함께 연구해 온 분들에게 주어진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 관측 결과와 이론적 분석을 결합하는 과정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이었나요?

      우리가 직접 볼 수 있는 것은 ‘빛’뿐인데, 그 빛에서 실제로 원반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거꾸로 찾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특징이 새롭게 나타났다고 해서 바로 ‘새로운 결정이 만들어졌다’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온도가 얼마나 올라갔는지, 그 온도가 결정을 만들기에 충분한지, 먼지가 그곳에 얼마나 오래 머무르는지 등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래서 관측 자료를 분석해야 할 뿐 아니라 먼지 광물, 원반의 온도 구조, 물질의 움직임을 계산해야 했습니다. 실제 관측과 여러 가지 이론 계산이 같은 결론을 가리키는지를 반복해서 확인하는 과정이 힘들었지만, 동시에 이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 현재 JWST뿐 아니라 ALMA, SPHEREx 등 세 망원경을 이용한 관측 프로젝트를 활발하게 진행 중이십니다. 연구를 통해 밝히고자 하는 우주의 비밀은 무엇인가요?

      세 망원경은 서로 다른 우주 물질의 성분을 봅니다. JWST는 먼지와 얼음 성분, 뜨거운 기체를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고, ALMA는 높은 분해능으로 작은 원반의 차가운 먼지 성분뿐 아니라, 차가운 기체 속에 있는 여러 분자와 그 물질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측하는 데 뛰어납니다. SPHEREx는 하늘 전체를 관측하면서 우리은하에 얼음이 어디에 있고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는지를 큰 규모에서 조사합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연결하고 싶습니다. 별이 만들어지기 전 차가운 구름에서 얼음과 분자가 만들어지고, 그것이 어린 별의 원반으로 들어가며, 다시 가열되고 섞인 뒤 행성과 혜성의 재료가 됩니다. 그 재료 가운데 일부가 결국 지구와 같은 행성의 물과 유기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과 지구, 그리고 생명의 재료가 우주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하나의 이야기로 연결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 과학자로서 궁극적으로 풀고 싶은 연구 목표가 궁금합니다.

      ‘지금 우리를 이루고 있는 물질이 우주에서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가’를 알고 싶습니다. 별과 행성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차가운 우주 구름 속에 있던 먼지와 얼음, 여러 분자가 어린 별 주변으로 들어가고, 그곳에서 가열되고 섞이고 이동하면서 행성의 재료가 됩니다. 그 과정에서 물과 유기물처럼 생명과 관련된 물질도 함께 변하고요. 지금까지는 긴 과정을 한 부분씩 따로 연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별이 태어나기 전의 구름에서 원시별과 원반을 거쳐 혜성과 행성으로 이어지는 물질의 역사를 하나의 연속된 과정으로 이해하고 싶습니다. 우리 태양계가 얼마나 보편적인지, 그리고 생명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우주에서 얼마나 흔한지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과학자와 공학자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선배과학자로서 조언과 격려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과학자가 되기 위해 중요한 것은 ‘왜 그럴까?’라는 질문을 쉽게 지나치지 않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은 이미 답이 정해진 지식처럼 보이지만, 과학의 세계에는 아직 모르는 것이 훨씬 많습니다. 무엇을 모르는지 깨닫는 순간이 새로운 연구가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연구를 하면서 예상과 다른 결과를 만날 때 큰 흥미를 느끼거든요. 또한 과학에서는 실패하거나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틀렸다는 것을 알아내는 것 역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일 뿐 아니라, 또 다른 질문을 만들어내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정말 궁금해하는 질문을 찾고, 동료들과 함께 답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경험해 보기를 바랍니다. 과학자가 아니더라도 이런 태도는 세상을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