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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유(思惟)의 서재

    삶의 무대를 걷는 당신에게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 前 김천대학교 이선형 교수

    무대에서는 잠시 ‘나’가 아닌 누군가가 될 수 있습니다. 가면을 쓰고, 새로운 역할을 맡고, 평소 꺼내지 못했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보기도 하죠. 이 낯선 경험은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데요.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는 연극이 지닌 치유의 가능성에 주목해 연극치료의 이론부터 다양한 치료 모델과 실제 사례까지 폭넓게 담아낸 책입니다. 이번 사유(思惟)의 서재에서는 이선형 교수와 함께 연극이 어떻게 사람의 마음에 다가가 치유의 힘을 발휘하는지, 그 특별한 무대의 이야기를 만나봅니다.

    인물탐구

    이선형 교수

    성균관대학교 불문과 및 동대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김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한국연극예술치료학회장, 한국연극치료협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연극평론가와 연극치료 전문 수련 감독으로 활동하면서 연극을 통한 치유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2025), 『연극치료, 연극의 뿌리를 찾아서』(2024), 『어린 왕자와 떠나는 치유 여행』(2020), 『연극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2013), 『연극·영화로 떠나는 가족치료』(공저, 2010), 『예술 영화 읽기』(2005) 등이 있다.

    무대에서 발견한 ‘치유’의 힘

    • 이선형 교수님 반갑습니다. 한국연구재단 웹진 독자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김천대학교 상담심리학과 교수직을 은퇴한 후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이선형입니다. 평생 연극을 연구했고 상담심리학을 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극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연극평론가로서 그리고 연극치료 전문 수련 감독으로서 연극치료사 양성과 치료 작업 그리고 집필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 교수님께서는 연극과 문학을 통한 통합적 예술치료 연구를 이어가고 계시는데요. 연극이 지닌 여러 가능성 가운데 특히 ‘치유’에 주목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연극을 순수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보았는데요. 시간이 흐르면서 무대 위에서 이루어지는 극적 만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자신과 타인을 새롭게 바라보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특히 배우는 무대 위에서 인물의 삶을 살아가고, 관객은 그 인물의 감정과 갈등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죠. 이를 계기로 연극이 지닌 치유의 힘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실제 삶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 연극치료에 대한 관심이 한 권의 책으로 이어진 계기도 궁금합니다.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를 집필하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요?

      연극치료를 공부할수록 이 분야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 알게 되었습니다. 연극이라는 예술과 심리치료라는 임상적 접근이 만나는 분야인 만큼, 연극에 대한 이해나 심리학적 지식만으로는 충분히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연극치료 수련생들을 만나면서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종합적인 전문서의 필요성이 커졌습니다. 연극치료의 기본 개념과 이론부터 실제 기법 그리고 적용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살펴볼 수 있는 자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연극의 표현과 역할, 상징, 관계, 몸과 공간 등이 치료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이론과 실제를 함께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아울러 단순히 기법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각각의 기법이 왜 치료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어떤 이론적 배경을 바탕으로 하는지도 함께 담고자 노력했습니다.

    • 본 저서는 한국연구재단의 저술출판지원사업을 통해 출간되었습니다. 사업 지원 배경과 출간까지의 여정이 궁금합니다.

      연극치료는 국내에서 널리 알려진 분야가 아니었기에, 이 책을 쓰는 것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습니다. 특히 연극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하나의 흐름으로 정리하는 일은 많은 시간이 필요했어요. 연극치료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연극뿐 아니라 다양한 심리학적 이론과 치료적 접근을 함께 살펴봐야 했고, 각각의 이론이 실제 치료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도 고민해야 했죠. 또한 다양한 연극치료 기법이 어떤 이론적 배경에서 비롯되었으며, 실제 치료 과정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충실히 담아내는 데도 많은 노력이 요구되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은 연구를 깊이 있게 이어갈 수 있었던 중요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연구의 필요성을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뜻깊었고, 연구자로서 책임감도 느꼈는데요. 이번 책에서 연극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데 집중했다면, 앞으로 서구에서 발전해 온 연극치료가 한국인의 정서와 문화, 관계의 특성을 반영한다면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탐구하고자 합니다.

    마음을 마주하는 방법 ‘연극’

    •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는 연극치료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총 6부에 걸쳐 다루고 있습니다. 책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도록 주요 내용을 소개해 주세요.

      연극치료를 잘 알지 못하는 독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론에서 실제로 나아가는 흐름으로 구성했습니다. 처음에 연극치료의 정의와 역사, 치료사와 참여자를 통해 기본적인 이해를 돕고, 카타르시스·모방·투사·은유·역할·몸·즉흥·놀이·이야기 등 연극의 다양한 요소가 어떻게 치료적으로 활용되는지를 다루었습니다. 또한 주요 연극치료 모델을 소개하고, 다양한 진단평가 방법을 설명하였습니다. 이어서 사례 개념화와 치료 계획, 프로그램 구성 등 실제 치료를 설계하는 방법을 다루고, 마지막으로 아동부터 성인, 장애인과 교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참여자를 대상으로 연극치료를 적용한 사례를 소개했는데요. 연극치료의 이해부터 이론과 모델, 진단과 계획, 실제 사례까지 두루 살펴볼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1부부터 3부까지
      제1부 제2부 제3부
      연극치료 이해 연극치료 이론 연극치료 모델
      4부부터 6부까지
      제4부 제5부 제6부
      연극치료 진단평가 연극치료 계획 연극치료 사례
    • 연극은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연극 요소 가운데 연극의 치료적 힘을 잘 보여주는 요소를 몇 가지 꼽아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소개 부탁드려요.
      연극의 치료적 힘은 안전한 상태에서 자기 내면을 밖으로 드러내고, 표현하며, 이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보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가령 ‘역할 연기’는 평소와 다른 인물이 되거나 가면을 쓰면 일상적인 자기 모습에서 잠시 벗어나 평소에는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이나 욕구를 드러내도록 합니다. ‘투사’와 ‘은유’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마음을 인물이나 이야기에 담아 안전하게 표현하도록 하고요. ‘즉흥’은 미리 정해진 답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행동과 관계를 자유롭게 시도해 보면서 자신도 몰랐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하죠. ‘몸’과 ‘움직임’ 역시 무의식 깊이 숨겨져 있던 감정과 기억을 몸으로 드러내어 감각적인 경험을 하도록 합니다. 즉, 연극치료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 변화를 만들어 가는 치료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연극치료와 함께 자주 언급되는 것이 ‘사이코드라마’입니다. 두 분야 모두 연극을 활용해 마음을 들여다본다는 점에서는 비슷해 보이는데요. 이 둘의 차이가 궁금합니다.

      연극치료와 사이코드라마는 연극 기법을 통해 감정, 관계, 경험을 표현하고 새로운 관점을 갖도록 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특히 내면의 문제를 역할, 움직임, 장면 등으로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맞닿은 부분이 많은데요. 다만 출발점과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사이코드라마는 주인공이 자신의 실제 경험이나 관계를 무대에서 재연하고, 역할 바꾸기 등의 기법을 통해 그 경험을 깊이 탐색하는 데 중심을 둡니다. 연극치료는 특정 사건의 재연에 한정하지 않고 몸, 역할, 즉흥, 이야기 등 다양한 연극적 매체와 방법을 활용해 심리적·사회적 변화를 돕죠. 즉, 사이코드라마가 개인의 삶을 행동으로 재연하고 탐색하는 데 강점이 있다면, 연극치료는 연극이 가진 다양한 표현과 창조적 가능성을 폭넓게 활용하는 치료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선형 교수 연구팀이 제작한 연극치료 소품
    • 책에서 소개한 연극치료 사례 중 연극치료가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독자들에게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사례를 하나 소개해 주신다면요?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극치료 기반 집단 언어치료 사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언어치료와 연극치료를 통합해 진행한 이 작업에서는 단순히 언어를 반복해서 연습하는 대신 역할놀이와 움직임, 즉흥적인 상호작용, 이야기 만들기 등을 활용해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말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처음에는 자신을 표현하거나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던 아동들이 역할을 주고받고 상대방의 행동에 반응하면서 점차 달라지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언어적 표현은 물론, 의사소통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이 사례는 연극치료가 언어 능력 향상뿐 아니라, 실제 대인관계 상황에서 언어를 적절하게 활용하는 ‘화용 언어 능력’을 기르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 연극치료의 이론과 실제를 종합적으로 정리한 이번 책이 국내 연극치료 연구와 현장에 어떤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시나요?
      국내에서 연극치료에 관한 관심이 꾸준히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직 이론과 실제를 함께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은 편이에요. 그런 점에서 이 책이 연극치료를 처음 공부하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이론과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안내서가 되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치료사에게는 자신의 실천을 돌아보고 전문성을 높이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연구자에게는 연극치료의 다양한 이론과 모델, 진단평가, 실제 사례를 한곳에서 참고할 수 있는 기초 자료가 될 수 있겠죠. 연극치료를 학문적으로 발전시키고, 현장의 실천을 전문화하는 데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치유의 무대를 전하다

    • 오랜 시간 연구해 온 연극치료를 한 권으로 정리한 과정은 교수님께도 특별한 경험이었을 것 같아요. 집필을 거치며 연극치료에 대해 새롭게 깨닫게 된 부분이 있나요?
      현장에서 경험해 온 연극치료의 힘을 다시 확인하고, 이 힘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좀 더 이해하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연극치료는 내면 깊숙이 숨어있는 감정과 기억을 몸짓·이미지·이야기로 드러내고, 다른 역할을 맡아 평소와 다른 입장에서 자신과 타인을 바라보도록 합니다. 그리고 혼자서 하기 어려운 행동을 안전한 연극적 공간에서 시도하고, 집단 안에서 타인과 함께 장면을 만들며 관계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하죠. 책을 쓰면서 연극치료가 심리적 문제를 해결하는 기법을 넘어, 표현하고 시도하며 타인과 관계를 맺는 연극적 활동 자체를 통해 사람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을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습니다.
      해당 이미지는 AI를 활용해 제작되었습니다.
    • 오랜 시간 연구하고 현장을 경험해 온 교수님께서 느끼는 연극치료만의 특별한 매력은 무엇인가요? 연극은 평소에는 하기 어려웠던 행동을 하거나 쉽게 내리지 못했던 결정을 다른 역할을 통해 탐색할 수 있게 합니다. 물론 연극이 끝나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죠. 하지만 이전과 똑같은 내가 아닐 수 있습니다. 연극이라는 경험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모습을 발견하고, 나 자신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나를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되어 보고,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와 나를 새롭게 만나는 것, 이것이 연극치료의 특별한 매력이라고 생각합니다.
    •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독자에게 딱 한 문장에만 밑줄을 그어 선물할 수 있다면 어떤 문장을 고르고 싶으신가요?
      “연극을 알면 연극치료를 이해할 수 있고, 연극치료를 이해하면 연극을 더욱 깊게 알 수 있다.”라는 문장입니다. 여기에는 책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연극과 연극치료의 관계가 잘 담겨 있는데요. 연극치료는 몸과 역할, 이야기와 상상, 관계와 상징 등 연극이 지닌 고유한 힘을 치료적으로 활용하는 분야에요. 즉, 연극을 이해하는 것은 연극치료를 이해하는 출발점이 되죠. 동시에 연극치료를 공부하다 보면 연극이 인간을 이해하고 삶을 변화시키는 힘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도 발견하게 됩니다. 이처럼 연극과 연극치료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는 점을 독자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작가의 한줄 그래픽
    • 마지막으로 『연극치료 : 이론과 실제』를 펼칠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책에서 소개한 이론과 기법을 그대로 적용하기보다는 ‘나는 참여자를 어떻게 만나고 있는가’, ‘연극이라는 매체가 참여자에게 무엇을 가능하게 하는가’를 스스로 질문하며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그렇게 이 책이 연극치료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고, 이미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치료사에게는 자신의 작업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무엇보다 연극치료의 중심에는 언제나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연극치료의 가능성을 더욱 넓혀가는 작은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