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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T를 만난 건설, 도시 혁신의 주체가 되다
BK21+ 중앙대학교 SURE교육연구단 손효주 연구교수

건축은 고대부터 이어져온 인류의 문화유산입니다. 손효주 연구교수는 대표적인 하드웨어 분야인 건축공학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해 건설 관리의 패러다임 전환을 꾀하는 연구자입니다. 손 교수는 지난해 10월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과학 분야별 세계 상위 2% 과학자로 선정되며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현재 그는 중앙대학교 BK21+ SURE 교육연구단에서 건설현장,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의 관리를 비롯해 다양한 측면에서의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건설 기술과 첨단 ICT 기술의 융합을 통해 미래도시 건설의 기반을 닦는 손효주 교수를 소개합니다.

PART 1. 연구자의 길

손효주

건설 산업이 당면한 4차 산업혁명을 화두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독자들께 교수님의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현대 건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음에도 건설현장에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특히 안전과 직결되거나, 공정 및 품질 관리에 필요한 정보가 부정확하고 비효율적으로 수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인슈타인은 ‘We can’t solve problems by using the same kind of thinking we used when we created them.’이라고 말한 바 있는데요. 문제를 근본적으로 풀기 위해서는 새로운 차원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저는 그 답을 첨단 기술, 즉 AI 기반 빅데이터 학습, 영상 처리, 객체 인식, 예측 및 분석, 3D 디지털 모델링, 센서 데이터 융합 등을 통해 찾고자 했습니다. 건설 기술에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해 건설 정보와 이를 활용한 건설현장 관리,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의 운영, 유지 관리 과정을 디지털화하고, 효율화하기 위해 지난 2006년부터 다양한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참여해왔습니다.

손효주

건설 정보와 건설 관리 과정의 디지털화가 건설 프로젝트,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의 관리뿐 아니라 각종 도시 문제 해결의 첫걸음이라고 하셨어요.

건축은 공장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제조업과는 달라요. 규모가 크다 보니 하나의 건물이 설계 도면과 완벽하게 일치하여 시공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건물을 짓는데 보통 2~3년이 걸리지만, 건물의 사용 기간은 평균 20~30년에 달합니다.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건물을 더 오랜 기간 사용하기도 하고요. 오랜 시간 건물을 잘 관리하고 유지보수하기 위해서는 시공 과정에서 변경된 내용이 정확하게 반영된 건물의 공간 정보가 필요합니다. 지금까지는 건설현장에서 당초 설계와 변경된 내용을 수작업으로 기록했기 때문에 정확도와 정밀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반면 지상 레이저 스캔 데이터 및 드론을 통해 촬영한 영상을 활용해 건물의 빌딩정보모델(BIM)을 구축하면, 건물의 운영, 유지관리에 필요한 정보를 객관적, 효율적으로 수집하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관련 기술은 도시 전체의 공간 정보 구축에도 활용될 뿐 아니라 미래도시로 향하는 관문인 디지털 트윈 및 스마트시티 구현의 기반입니다.

손효주

언제부터 건설과 첨단 ICT 기술 융합에 관심을 보이셨나요?

학부 3학년 때 지도교수님 추천으로 향후 건설 산업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수행돼야 할 R&D 유망과제를 도출하고 기획하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학부연구생으로 참여했습니다. 1,000여 편의 논문을 토대로 기존 건설 기술과 첨단 기술의 융합에 관한 연구 동향을 파악하였는데요. ‘지금 기술로도 건물을 짓고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없는데, 전 세계의 학자들이 무엇을 개선하기 위해 수십 년에 걸쳐 논문을 썼을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당시 많은 논문을 분석하며 건설 산업이 당면한 문제들을 살펴보게 되었고, 이를 해결하는 하나의 흐름인 건설 자동화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죠. 나아가 건설 산업의 발전은 AI, 3D 빌딩정보모델링, 사물 인터넷(IoT), 증강현실(AR), 건설 로봇 등과 같은 첨단 기술과 기존 건설 기술의 융합을 통한 시너지 창출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손효주

지난해 10월 미국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이 발표한 과학 분야별 세계 상위 2%(또는 상위 100,000명) 연구자로 선정되셨습니다. 소감 한 말씀 전해주세요.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연구를 지속해온 제 자신에게 격려가 되었습니다. 워낙 우수한 연구자분들이 많아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라 놀라기도 했고요. 스탠포드대학 연구팀은 엘스비어(Elsevier) 데이터를 분석해 22개 과학 분야, 176개 세부 분야별 세계 상위 2%(또는 상위 100,000명) 연구자 명단을 발표했는데요. 저는 2020년 단일 연도 영향 부문의 ‘빌딩 및 건설’ 분야에서 5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연구자 30,244명 중 상위 2%에 포함됐습니다. 꾸준히 한 분야를 연구해 온 결실인 동시에 지도교수님을 비롯해 좋은 연구자분들과 함께했기에 달성 가능했던 성과라고 생각해요. 제 연구 테마가 미래 건설의 중요한 화두임을 인정받은 만큼 앞으로 더욱 열심히 연구에 매진하겠습니다.

PART 2. 연구이야기

손효주

연구재단 학술연구지원사업이 신진 연구자의 길을 걷는데 도움이 되었나요?

박사 과정을 시작하며 ‘글로벌 박사 펠로우십’ 사업에 선정돼 ‘플랜트 시설의 지상 레이저 스캔 데이터로부터 자동화된 3차원 준공 모델 구축’을 주제로 연구를 수행했습니다. 박사학위 취득 후에는 ‘박사후 국내연수’ 사업을 통해 ‘드론 영상을 활용한 시공 중인 건축 구조물의 진도 및 품질 관리 개선’이라는 주제로 연구를 지속했어요. 연구재단의 학술연구지원사업은 제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많은 도움을 주었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연구 수행 역량을 끌어올리는 데 큰 힘이 됐습니다. 또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세계 유수 대학의 연구자들과 지식이나 기술을 공유할 수 있던 것도 큰 성과였어요.

손효주

학술연구지원사업을 통해 연구한 ‘건축 구조물의 진도 및 품질 관리 개선 방안’은 객관적인 건설현장 품질 관리 측면에서 핵심정보를 제공하는 선제적 기술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조달청은 2016년부터 맞춤형서비스로 집행되는 모든 공사에 빌딩정보모델(BIM)을 기반으로 한 설계를 의무화했습니다. 하지만, 시공 단계에서 수시로 발생하는 설계 변경 및 시공 오차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초기 BIM 기반 설계 정보에 반영하는 방안은 마련되지 않았어요. 때문에 초기 생성된 BIM 정보는 이후 시공 단계에서의 구조적 안전진단, 운영, 유지 관리 등의 사후관리, 재건축 및 재개발 공사, 리모델링 시의 건축 구조물 파악 등의 통합적인 정보 관리에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저는 지상 레이저 스캔 데이터 및 드론을 통해 촬영한 영상과 3D 설계 모델을 기반으로 실제 시공된 구조 및 건축 부위객체가 승인된 설계 도면에 따라 시공되었는지 여부를 자동 분석하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이를 통해 건설 프로젝트 수행 시 진도 관리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관리자의 육안에 의존하는 품질 관리 과정을 객관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했습니다.

손효주

연구에 활용한 지상 레이저 스캔 데이터는 건설 공정은 물론 건물의 에너지 효율 관리에도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지금까지는 건설 현장 관리자가 공정계획 대비 진척 상황을 일일이 확인하고, 도면에 기록해야 했는데요. 저는 지상 레이저 스캔을 이용해 지어진 상태 그대로의 3D 데이터를 확보하고, 가상공간에서 설계 모델과 자동으로 비교, 분석하는 공정 관리 방법 개발을 시도했습니다. 또한 지상 레이저 스캔은 건물의 에너지 효율 관리에도 활용이 가능해요. 건물은 준공 이후 시간이 흐르면 노후되기 마련입니다. 설계 시 계획한 단열 성능이 저하되거나 외벽에 균열이 생겨 단열 효과가 떨어지기도 하죠. 저는 건물의 에너지 효율이 얼마나 유지되는지, 어느 부분의 효율이 떨어지는지를 분석해 체계적인 관리가 가능하도록 건물의 3D 열모델을 구축하는 방법을 제안했어요. 이를 위해 지상 레이저 스캔을 통해 건물의 3D 형상 정보를 확보하고, 열화상 카메라로 건물의 내부 또는 외부를 촬영해 건물의 3D 형상 정보에 자동으로 매핑 시켜 건물의 열모델을 효율적으로 구축하고자 했습니다.

손효주

건설현장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인 안전사고 예방에도 관심을 갖고 ‘작업환경 인식 기반 안전 가이던스 시스템’도 개발하셨어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건설 중장비에 의해 발생한 산업재해는 연평균 4000여 건을 웃돕니다. 이에 건설 중장비와의 부딪힘, 끼임 등의 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시간으로 건설 중장비 주변의 위험요소를 자동탐지하고, 위험 상황을 알리는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건설현장에는 다양한 지형지물이 있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초음파 센서 기반의 물체 감지 방식은 100% 성능을 발휘하기 어려워요. 일례로 터파기 현장만 해도 주변의 흙더미 때문에 초음파 센서를 사용하면 하루 종일 알람이 울릴 정도죠. 실제 건설 중장비에 필요한 것은 주변 작업자 등 위험요소만을 자동으로 구분해 감지하는 기능입니다. 이를 위해 딥러닝을 기반으로 현장 작업자를 자동으로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중장비 운전자에게 관련 위치 정보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PART 3. 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손효주

미래도시를 준비하는 건축공학자로서 건설과 첨단 기술의 융합은 물론 도시 전체를 조망하고, 미래를 바라보는 통찰력도 중요할 것 같아요. 연구자로서의 노력이 궁금합니다.

4차 산업혁명이 화두로 등장한 게 불과 몇 년 전이에요. 제가 대학원에 진학한 2006년만 해도 선행연구가 많지 않았죠. 석박사 수업 중 절반 가까이 컴퓨터공학과와 전기전자공학과의 전공과목을 이수했음에도 AI 기반 빅데이터 학습, 영상 처리, 객체 인식, 예측 및 분석 등의 분야가 워낙 빠르게 발전하는 만큼, 건설 기술과 융합해 시너지를 내는 과정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사람은 노력하는 만큼 발전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초기 연구는 플래시 레이다, 스테레오 비전 시스템과 같은 첨단 센서를 통해 획득한 공간과 영상 정보의 특성을 파악하고, 관련 센서의 건설현장에 대한 적용성을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초점을 두었죠. 이후에는 이러한 첨단 센서를 다양한 건설 관리 분야에 활용하기 위해 C, C++, JAVA, Python, R 등 다수의 프로그래밍 언어를 습득했어요. 또 이를 바탕으로 건설 공정, 품질 및 안전 관리, 건물 및 도시에너지 관리,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의 3D 디지털 모델링 분야에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연구해 왔습니다.

손효주

교수님의 일상도 소개해주세요.

연구와 삶이 명확히 분리되어있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의 연구는 개발한 기술을 현장에 적용해보고 다시 개선하는 작업의 연속입니다. 연구실에 있는 시간만큼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많을 수밖에 없어요. 현장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없으니까요. 연구 외에 특별한 취미는 없지만 같은 분야의 논문만 들여다보는 것만으로는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없기에, 문제가 풀리지 않을 때는 다양한 분야의 연구 논문이나 서적, 콘텐츠를 접하며 사고를 전환하고, 새로운 관점을 찾으려 노력하곤 합니다.

손효주

궁극적으로 도전하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작게는 건설프로젝트 단위에서 공정, 품질,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관리 과정을 효율화하는 데 기여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건설과 ICT가 융합된 스마트시티, 나아가 도시 전체를 가상공간에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을 통해 도시와 관련된 이슈와 문제점을 사전에 예측하고 해결하는 데 이바지하고 싶습니다. 건설 산업은 스마트시티를 구성하는 다양한 스마트 인프라 공급 주체입니다. 건축, 플랜트, 토목 등의 건설현장뿐 아니라, 각종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에 디지털 센싱 및 AI, 빅데이터, 3D 빌딩정보모델링, IoT 등과 같은 첨단 ICT 기술을 접목해 설계, 시공, 유지 관리 단계에 이르는 건설 전 관리 과정을 디지털화함으로써 다양한 측면에서의 혁신을 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건설 산업은 다양한 측면에서 도시 문제를 해결하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텐데요. 저의 연구가 스마트시티를 선도하는 하나의 주춧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신진연구자 프로필

1. 연구 키워드 : 건설 기술과 첨단 ICT 기술의 융합

2. 대표 연구 성과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기반 건설현장 공정, 품질 및 안전 관리 기술 개발
·센싱 데이터를 활용한 건축물, 사회기반시설의 3D 정보 모델(BIM) 구축 및 활용 기술 개발
·건물 및 도시에너지 관리를 목적으로 하는 AI 기반 예측, 분석 및 최적 의사결정 기술 개발

3. 연구자 이력
2021.12~ 현재 중앙대학교 BK21+ SURE 교육연구단 연구교수
2018.09~2021.08 중앙대학교 산학협력단 전임연구원
2012.09~2018.08 중앙대학교 공학박사(건축시공 및 건설관리전공)
2013.06 미국 토목학회(ASCE) 주최 국제 토목전산학회(IWCCE 2013) 최우수 논문상 수상
2012.06 국제 건설자동화 및 로봇학회(IAARC) 주최 국제 건설자동화 및 로봇학회(ISARC 2012) 최우수 포스터상 수상
2009.03~2012.08 중앙대학교 에너지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
2006.09~2008.08 중앙대학교 공학석사(건축시공 및 건설관리전공)
2003.03~2006.08 중앙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4. 연구자뇌구조/나를 구성하는 키워드
건설, 건축, ICT, 3D 디지털, 모델링, 스캐너, 공정, 품질, 안전, 디지털화, 효율화, 스마트시티, 디지털 트윈, 도시문제해결, 혁신, 예측, 분석, AI, 빅데이터, 빌딩정보모델(BIM), 사물인터넷, 증강현실, 플래시 레이다, 스테레오 비전, 첨단 센서, C, C++, JAVA, Python, R

내 인생의 책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박사 과정 중에 기시미 이치로 작가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책을 선물 받아 읽었는데,
기억에 오래 남아 소개하고 싶어요.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좋은 일만 겪는 건 아니잖아요.
기쁘고 좋은 기억도 있지만, 떠올리기 싫은 기억도 있어요. 저자는 과거의 상황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노력하느냐에 따라 과거도 달라질 수 있고, 현실과 미래도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해요. 누구나 지치고 좌절하는 순간을 경험하는데요,
저에게는 이런 순간에 잔잔한 위로가 되기도 하고 마음을 다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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