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호 목록보기 다음호

소재의 경계에서
혁신의 씨앗을 찾다

글로벌프런티어사업 부산대학교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해온 대형 장기 프로젝트 ‘글로벌프런티어 사업’이 속속 대미를 장식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추격형 R&D 한계 극복과 선도형 연구개발 전환이라는 원대한 목표 아래 지난 2010년 첫 발을 뗀 글로벌프런티어 사업에는 그간 바이오·에너지·ICT 등 국내의 분야별 최우수 연구집단 10개가 순차적으로 선정돼 국가의 미래를 개척할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 개발에 힘써왔습니다. 신산업 창출과 고도화의 열쇠인 첨단미래소재 연구개발에 주력해온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연구단’(이하 미래소재연구단)도 그중 한 곳입니다.

서로 다른 물질의 경계

소재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큰 힘입니다. 모든 기술과 산업 경쟁력이 대부분 첨단 소재기술에서부터 시작됩니다. 과학기술 강국이자 제조업 선진국인 미국, 독일, 일본의 경쟁력은 탄탄한 첨단소재 연구개발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를 기초로 부품과 제품을 개발해 세계 최고의 수출품들을 생산하는 구조이지요.

UN공업개발기구(UNIDO)가 매년 발표하고 있는 세계 제조업 지수에서 한국은 전통적인 소재 강국 독일과 일본, G2국가인 중국과 미국에 이어 수년 째 5위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결코 낮은 순위가 아니지만 경쟁이 치열한 국제무대에서 정체는 곧 추락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한국의 산업이 후발국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선진국들의 공고한 선두그룹으로 올라서기 위해서는 소재기술의 혁신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지난 2013년 글로벌프런티어 사업과 함께 출범한 미래소재연구단은 우리나라 미래 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될 수 있는 원천소재 개발의 돌파구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 소재 개발 시스템 구현을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서로 다른 성질을 가진 소재가 만나면 그 표면에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롭고 놀라운 기능이 나타나는 현상에 주목한 것입니다.

기존의 소재기술은 대부분 단일소재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됐습니다. 단일물질을 분자 단위에 가까운 나노미터(㎚, 10억분의 1m)까지 쪼개 연구하면서 많은 제조업 혁명의 씨앗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소재 연구의 단위가 분자에 다가갈수록 더 이상 쪼갤 수 없다는 물리적인 한계 또한 점점 뚜렷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주로 거론되는 나노소재는 표면원자의 활성화로 기존의 소재들보다 특이한 성질을 보이지만 다른 복합기능들을 동시에 구현하기 어렵고 산업적인 응용에도 여러 제약이 뒤따르고 있었습니다.

미개척지를 향해

미래소재연구단의 명칭에서 ‘하이브리드’는 서로 다른 물질이 만나 새로운 성능을 갖게 되는 소재를 뜻합니다. 단순하게 붙이는 것이 아니라 원자나 분자 단위로 혼합하기 때문에 분자 간의 상호작용에서 새 기능이 만들어집니다. 과거에 없던 새로운 성질과 성능의 소재가 탄생하는 것입니다. 이런 하이브리드 소재에서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인터페이스’입니다. 특히 원자와 분자 단위까지 파고드는 소재 연구에서 인터페이스의 중요성은 더욱 큽니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소재에서의 계면이 차지하는 부분은 미미하지만 나노미터(㎚)의 미세 영역으로 가면 전체의 약 60%를 차지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하물며, 다양한 이종물질의 결합으로 구성된 계면들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기능을 갖을 뿐만 아니라 그 기능이 극대화 된 재료로서, 미래에 신산업들을 창출할 수 있는 중요한 산업소재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전인미답의 영역이었던 만큼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미래소재를 향한 연구개발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김광호 단장은 “총 사업규모 1조 2천억 원의 초대형 국책사업인 만큼 선정과 운영 모두 쉽지 않았다”고 토로합니다. 산학연의 이해가 부족한 까닭에 세부과제 수정 등 여러 난관도 많았습니다.

부산대를 중심으로 서울대, 연세대, 한양대, 카이스트, 지스트, 포스텍, 한국화학연구원, 재료연구소 등 전국 16개 대학 3개 정부출연연구소에 산재해 있는 핵심 연구자들간의 협력 역시 간단치 않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들 외에 더 이상 훌륭한 성과를 낳을 연구자들은 없다는 깊은 신뢰와 함께 공정개발-전산예측-분석이 효율적으로 어우러지는 융합연구 시스템 구축에 박차를 가했습니다.

“원천기술에서 국가 신산업으로”

지난 10년 간 미래소재연구단이 개발한 하이브리드 인터페이스기반 원천기술은 배터리, 촉매, 센서, 경량합금, 자율전원, 전자기 소자 등 차세대 소재 전 영역에 걸쳐 세계의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냉매보다 냉방효율이 24%나 높아 전기료를 아낄 수 있고 실외기가 필요 없는 차세대 에어컨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금속 유기 골격체(MOF) ▲소재계면을 잘 조절하여 안정성, 수명, 용량을 크게 향상시켜 LG화학에 기술이전되어 현재 세계 각지에서 한국산 전기차의 우수성을 알리고 있는 이차전지 양극소재 등이 대표적입니다.

또한 ▲사물인터넷과 4차산업혁명시대의 기반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배터리 교체가 필요 없는 무선센서용 자율전원 소재, ▲극한환경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성능의 초고강도 구조용 접착제와 구리-알루미늄 신합금 ▲기존보다 기대수명을 비약적으로 증가시킨 수처리용 전극 구조체 ▲ 급속충전이 가능한 하이브리드 에너지 저장 소재 ▲고성능 저비용 그래핀-반도체 이종접합 적외선 광검출 기술 등이 국내 관련 기업에 이전되며 신산업 창출의 서막을 열고 있습니다.

기존의 소재 연구가 각자의 연구 영역에서만 집중됐던 것과는 달리 미래소재연구단은 인터페이스를 형성, 조절시키는 공정분야, 직접 관찰하고 분석하는 분야, 시뮬레이션에 의한 예측분야들을 결합해 신소재 연구개발 시간들을 크게 단축하는 데도 성공합니다. 인터페이스를 연구하기 위해 직접 보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구조를 예측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시도한 것입니다. 투과전자현미경(TEM)을 통해 촬영한 원자구조의 이미지를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 초고해상도 이미지와 데이터로 변경하는 이 새로운 해석기법은 저명 과학저널인 <사이언스>를 비롯해 <네이처> 자매지에 6차례나 소개될 정도로 국제학계의 인정을 받으며 전 세계 소재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래소재연구단이 지난 9년간의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중 거둔 성과는 기술이전 61건, 기술료 70여 억 원, 국내외 특허출원 350건, 국내외 특허등록 160여 건, 세계 최고 수준의 영향력지수를 자랑하는 980편의 논문 등 방대하기 이를 데가 없는데요. 이 같은 우수 성과들에 힘입어 미래소재연구단은 글로벌프런티어 사업 최종종합평가에서 전체 연구단 중 최상위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김광호 단장은 “소재 연구는 원천기술을 찾는 연구이기 때문에 기초과학처럼 시간이 많이 필요해 도중에 그만두지 않고 꾸준히 연구해야 예상치 않은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서 “지금 당장 성과가 나오지 않아도 연구자들의 역량을 믿고 버팀목 역할에 주력했더니 역시나 성과가 나오더라”며 동료 연구자들에게 공을 돌립니다.

탁월한 성과로 글로벌프런티어 사업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있는 미래소재연구단은 지금까지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원천기술의 본격적인 산업화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의 사업화 역시 소재 연구처럼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닌 만큼 지난 9년간의 글로벌프런티어 사업처럼 충분한 시간과 투자를 통해 이 결과들이 국가 산업의 고도화에 적극 기여되기를 희망하고 이의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한국연구재단 정보
  • 대전청사

    (34113) 대전광역시 유성구 가정로 201

  • TEL

    042-869-6114

  • FAX

    042-869-6777

  • 서울청사

    (06792) 서울특별시 서초구 헌릉로 25

  • TEL

    02-3460-5500

  • 간행물 심의번호

    20141223-2-17

한국연구재단 웹진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

홍보실
  • 홍보실

    TEL 042-869-6117
     

웹진에 소개하고 싶은 내용이나 의견을 기다립니다.

Copyright © 2022 NRF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