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의 새 바람
‘지능화·무인화·자동화’
선도연구센터사업(ERC) 경북대학교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
‘지능화·무인화·자동화’
선도연구센터사업(ERC) 경북대학교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
이집트 피라미드와 그리스 신전, 로마의 도시들과 파리의 에펠탑에서 볼 수 있듯이 건설은 당대 최고의 기술과 지성, 예술의 총합체였습니다. 건설이 곧 인류의 삶과 진화의 양상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역사적 기록물이 되어 온 것입니다.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가 개발 중인 미래형 건설기술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4차산업혁명과 저출산·고령화로 대표되는 21세기 대한민국의 변화상을 가장 입체적으로 상징하게 될 표지자라 할 수 있습니다.
건설에 투영되는 사회적 변화
한국연구재단의 선도연구센터 사업(SRC, ERC, MRC, CRC, RLRC 등)은 지난 1990년부터 30여 년간 400여 개 센터 약 2조 7천억 원에 이르는 파격적인 지원을 통해 국내 이공계 전반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해온 한국 과학기술 지원사업의 대명사입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대한민국의 기틀이 될 혁신기술과 핵심인재들을 배출해오고 있습니다.
이동은 경북대 건축학부 교수가 이끌고 있는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는 지난 2018년 선도연구센터(ERC)에 선정돼 건설 분야의 가까운 미래가 될 ‘지능화·무인화·자동화’ 핵심기술을 개발 중입니다. 전통적인 건설 기술과 인공지능, 로보틱스, 가상현실, 지능형 드론 등의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한 혁신적인 건설공법 및 프로세스를 통해 미래 사회의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건물을 짓고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건설은 인간의 꿈과 욕구가 가장 현실적으로 투영되는 행위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기술적인 부문과 예술적인 측면까지 당대 인류의 모든 것이 아낌없이 투자되는 영역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따라 건설 프로젝트는 대규모 인력과 자재, 장비의 투입과 함께 기능인력의 숙련도에 크게 의존하는 산업으로 발전해 왔습니다. 현대의 건설업은 토공, 전기, 콘크리트, 철골, 방수, 미장 등 최대 40개가 넘는 기술의 종합적인 집약체입니다. 또한 이들 각각의 공종에 특화된 기능인력과 건설장비들이 투입되기 때문에 간헐적인 간섭과 병목현상 등의 예기치 않은 지연요소와 불확실성이 커 자동화가 어려운 산업 분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와 3D업종에 대한 기피 현상 속에 국내 건설업의 전문인력 부족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지능형 건설자동화 연구센터의 설명에 따르면, 2001년 62.5%이던 40대 이상의 건설인력 비율은 2015년 83.2%에 이르렀고, 센터가 출범한 2018년에는 약 12만 명의 숙련공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됐다고 하는데요. 이처럼 가속화되는 건설 숙련공 부족 문제에 대처하기 위해 정부는 인건비가 저렴한 외국인 근로자에게 노동시장을 개방하는 노동정책을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동정책은 단기적 수요는 충당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의사소통 문제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안전사고 증가, 코로나 사태로 인한 인력 수급의 불안정성 같은 악순환을 야기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단순작업을 반복하는 보조 인력에 머물러 갈수록 대형화되고 기술적으로 복잡해지는 건축물의 품질을 담보할 숙련공과 관리자의 고갈은 국내 건설업계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최우선의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사람 대신하는 스마트 건설
이런 전문인력 부족 사태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해외의 주요 선진국들 역시 같은 이유로 건설업과 4차산업혁명 기술의 융합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의 경우 국토교통성 주도하에 지난 2016년부터 ‘2025년 건설 생산성 20% 향상’을 목표로 건설현장에 ICT기술을 적용하는 아이컨스트럭션(i-Construction)이란 건설 생산성혁신 프로젝트를 추진 중입니다. 영국과 미국, 호주 역시 수년 전부터 건설현장에 특화된 협동로봇 등의 상용화에 집중하며 시공 생산성 향상에 주력하고 있는데요.
우리나라 역시 2017년 발표한 제6차 건설기술진흥 기본계획과 2020년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출범한 스마트건설 사업단을 통해 인공지능, 건축물정보모형(BIM), 5G통신을 이용한 무인원격 건설정보관제센터, 드론측량 등의 첨단기술로 2025년까지 건설 노동생산성 40% 향상,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자 수 30% 감소, 건설 근로시간 20% 단축 등의 야심찬 계획을 추진 중입니다.
이 같은 범국가적 노력 속에 지능형건설연구센터는 디지털, 장치화, 탈노동화의 3개 키워드를 중심으로 21세기 우리 건설업의 생존을 좌우할 지능형 건설자동화 연구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4차산업혁명의 신기술 적용으로 이제 생산현장에서 사람을 찾기 힘들어지고 있는 제조업의 스마트팩토리처럼 시공과 공정-품질-안전 관리, 품질보증에 이르는 건설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기술들입니다. 이를 통한 궁극의 목표는 21세기 최고의 혁신사례로 꼽히는 테슬라의 기가프레스 같은 지능형 자동화 생산체제를 건설현장에 구현하는 것입니다.
지능형건설연구센터는 이를 위해 ▲지능형 건설관리 ▲장비 및 인력 생력화 ▲지능형 건설보증 등의 3대 플랫폼 기술개발에 연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지능형 건설관리 플랫폼(i-Manager)은 입체적으로 변화하는 시공 중의 시설물을 실시간으로 관리·감독하는 요소기술들의 집약체입니다. 성공적인 건설 프로젝트는 진도와 품질, 안전 등의 주요 성과지표의 관리역량에 따라 좌우됩니다. 따라서 소수의 인력 또는 무인으로 성과지표를 초와 분 단위로 집중 관리할 수 있는 지능형 무인정보수집장치, 인간 관리자를 대신해 수집된 영상과 신호를 분석하는 정보분석 자동화, 분석된 정보를 성과지표 관리에 적용하는 현장관리 자동화 기술이 개발되고 있습니다.
건설 산업은 인적자원의 숙련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고, 이런 인력들의 노무비가 총 공사비의 30~40%를 차지합니다. 따라서 노무생산성 혁신은 건설 생산성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핵심적인 기술 분야에 해당합니다. 장비 및 인력 생력화 플랫폼(i-Crew)은 시공장비와 인력을 통합해 병목현상과 대기시간을 줄이는 협동 로보틱스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온실가스, 분진, 소음. 진동 등 다양한 환경문제가 발생하며 이는 많은 민원을 촉발합니다. 또한 지반과 구조체, 가설물 등의 구조적 안전성이 시시각각 변하고 예상하지 못한 사고로 인해 인명손실과 공사중단 사태가 발생해 생산성을 급감시키곤 합니다. 따라서 공사중단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건설현장의 환경성능, 구조체 및 가설물의 안전성, 지반 및 흙막이의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보증하는 기술개발이 요구되는데요. 지능형 건설보증 플랫폼(i-Assurer)은 이런 환경변화를 사전에 파악해 대응하는 센싱 기술 기반의 관제기술들입니다.
한국 건설업 제2의 황금기
건설 현장의 혁신적인 생산성 향상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이들 3대 플랫폼은 건축, 토목, 환경, 구조, 토질, 안전, 장비를 비롯해 컴퓨팅, 인공지능, 자동제어, 로보틱스 등 다양한 전통 및 첨단기술들의 융합이 필수적입니다. 이에 따라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의 연구개발에는 경북대를 필두로 한양대, 연세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등 5개 국내 연구기관과 미국 미시건 대학을 비롯한 8개 해외기관 등 국내외의 명망 있는 연구자들이 대거 참여해 10대 핵심기술별로 전문화된 연구진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구개발의 특성상 다학제적 연구와 동시에 건설현장 실무와의 지속적인 협력과 융합이 요구되기 때문에 21개 세부요소기술별로 15개 산업체가 참여하는 등 활발한 산학연계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센터가 속한 대학과 해당 지자체 역시 각종 대응자금과 행정적 지원으로 지능형 건설 생태계 조성을 위한 이들의 노력을 후원하고 있습니다.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한 각계의 지원과 관심 속에 선도연구센터 출범 4년차를 맞고 있는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는 이미 객체인식 기반 지능형 품질관리 기술, VR 숙련도 혁신 가이던스, 페인팅로봇, 자동용접로봇, 인공지능 기반 구조물 안정성평가 기술, 지반거동 모니터링 및 예측기술 등 50건 이상의 지재권을 확보한 데 이어 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250건 이상의 SCI 논문을 생산하는 등 다양한 성과들을 배출하고 있습니다.
2018년 출범 당시부터 대한민국 ICT융합 엑스포에 참가하며 꾸준히 성과 공유와 확산에 힘써온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는 올해 11월 대구에서 열리는 엑스포에서 소형부터 중대형까지 한층 더 진보한 지능형 건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들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AR기반 BIM 정보 투영 기술, 자율주행 자재이송로봇, 흙다짐 시공 자동화로봇, 건설현장 무인감독 로봇(Q-Bot), 환경성능 통합모니터링 장치, 지능형 구조물 응답 예측 프로그램, 건설장비 원격시공장치, 흙막이변형 실시간 계측 두더지 기술 등 가까운 미래 한국은 물론 세계의 건설현장을 누비게 될 최첨단 기술들을 관람객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볼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입니다.
지능형건설자동화연구센터는 현재 기술성숙도(TRL, Technical Readness Level) 4단계로 실험실 규모의 성능평가가 진행되고 있는 보유 기술들을 실제 환경의 상용화 단계인 7단계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기술사업화를 위한 연구소기업 등의 창업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도 여념이 없는데요. 이동은 센터장과 연구진들은 “일반적인 제조업과 달리 거대한 규모의 실증시공 사례가 필요한 까닭에 상용화로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먼 훗날의 일로만 상상했던 스마트 건설을 하루 속히 실현시켜 우리 기업들이 다시 한 번 세계의 건설현장을 호령할 수 있게 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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