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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명의식, 진심을 전하는 소통의 실마리
한국연구재단 학술데이터분석팀 이유경 연구원

인턴으로서의 포부

“안녕하십니까? 한국연구재단 체험형 인턴 면접을 위해 평창에서 달려온 이유경입니다.” 때는 2018년 2월, 이 첫 마디와 함께 재단 체험형 인턴 면접심사 1분 자기소개를 시작했습니다. "중학생 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친구의 도우미 활동을 계기로 꾸준히 봉사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평창올림픽 선수촌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데요. 주 업무는 선수촌 생활 안내와 세탁기 청소입니다."라며 봉사 활동 이야기를 이어 가자, 면접관님께서 의아한 눈길을 주셨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이후 “작은 일이지만 선수들이 피땀 흘려 준비한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내도록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맡은 일을 열심히 수행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국연구재단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게 된다면 연구자가 연구를 수행하는 데 미약하나마 도움 될 수 있도록 사소한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면접을 모두 마치고 며칠 뒤, 저는 최종 합격 통보를 받아 체험형 인턴으로 재단에 첫발을 내딛게 되었습니다.

기초연구본부 자연과학단에서 체험형 인턴으로 근무했던 경험은 대학에서 전공한 자연과학 분야 연구과제의 평가 과정을 생생히 살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평가회의 사전 준비 및 연구자지만, ‘창의적 연구 지원으로 지식의 진보와 국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한다는 재단 목표 달성을 위한 일련의 과정이라는 생각에 뿌듯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제출한 협약용 계획서 검토 등 반복적으로 주어진 일이 사소하다고 느낄 수도 있게 5개월간의 인턴 생활을 마치고, 2018년 8월, 운이 좋게도 채용형 인턴으로 재단에 다시 입단했습니다. 신입사원으로 채용돼 맡은 첫 업무는 대국민 서비스 한국학술지인용색인(이하, KCI) 운영이었습니다. 연간 천만여 명 이상이 접속하는 KCI는 국내 학술논문 190만여 편, 학술지 2,700여 종의 정보를 보유한 국내 대표적인 학술정보 데이터베이스(DB)입니다. 국가적 데이터로써 여러 공공기관과 공동 활용하고, 민간 기업에도 전면 개방하고 있어 그 가치를 널리 인정받고 있습니다. 전산을 활용하는 업무 특성상 IT 관련 배경지식이 부족해 종종 어려움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입사 면접에서 당당히 밝혔던 초심과 포부가 옅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KCI의 역할과 중요성을 깨달을 때마다 느끼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최선을 다해 임했습니다.

신입사원으로서 값진 경험

업무에 적응해 나아가기 시작한 2019년 무렵, 매년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전자저널 구독료로 인해 대학 도서관마다 제공하는 학술논문 서비스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대학 구조조정과 등록금 동결, 입학 정원 감소 등으로 대학 내 운영 예산은 해마다 감소했지만, 구독료는 계속해서 올랐기 때문입니다. 이 여파로 다수의 대학 도서관이 국내 학술논문 DB 업체와 협상에서 난항을 겪으며, 보이콧을 선언하는 상황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당시 국공립대학도서관협의회(이하, 협의회) 회장교인 제주대 도서관에서는 긴급히 재단을 방문했습니다. 구독이 중단된 국내 유료 학술논문 DB를 대체하기 위해 KCI 논문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지 협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구축한 KCI 논문정보를 모든 국민에게 전면 무료 개방하는 것은 공익을 위해 당연한 일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칫하면 학술정보를 유통하는 민간시장의 이익을 침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KCI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실제 국내 학술논문 데이터베이스(DB)를 운영하는 민간 기업들은 KCI의 원문 무료 공개 서비스가 연구자의 저작권 침해와 민간의 영역을 침범한다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KCI를 둘러싸고 대학과 민간 기업, 공공기관의 이해관계가 소송으로 번지며 첨예하게 맞서는 가운데, 재단의 KCI 논문 정보 공개 여부는 큰 파장을 감수해야 하는 선택지였습니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달려온 협의회에서도 막상 KCI 논문 정보로 기존 DB 업체가 제공하던 부분을 전면 대체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재단이 KCI 논문 원문 무료 공개 건으로 두 차례 소송을 치른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흔쾌히 지원하겠노라 말씀드리기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담당자로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다가올수록 거듭 고심했습니다. 그리고 이내 초심을 떠올렸습니다. 마침내 협의회의 9개 국공립대학 도서관에 KCI 대용량 원천 데이터를 전면 개방하고, 원활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실시간 기술 지원을 적극 제공하는 업무 협정(MoU)을 체결하였습니다.
학술 DB 구독료 이슈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지만, 당시 급박했던 상황은 이로써 일단락 지었습니다. KCI 논문 정보와 대학 도서관 간의 연계가 계속되어, 2020년 5월에는 전문대ㆍ사립대를 포함한 327개 대학도서관연합회와 업무 협정(MoU)을 맺었습니다. 지금은 최소 135개 대학 도서관 통합검색 서비스를 통해서 KCI 논문을 검색할 수 있도록 구축하였고, 해당 사례는 2019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적극 행정 대표 우수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소명의식과 소통의 실마리

8조 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재단 내에서 KCI 운영 업무의 규모와 책임은 크지 않을지라도, 중요하게 꼽히는 업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KCI 논문 정보 공개라는 과감한 결정을 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합리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켜봐 주신 부서장님과 협약 추진을 허락해 주신 분들, 아낌없는 조언을 주신 선배님들 덕분 입니다. 더불어 이 와 같은 위기 상황을 치열하게 극복해 낸 경험은 비단 해당 업무 담당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이제 막 입사한 신입직원들도, 노련함으로 무장한 재단 선배님들도 분명 신입사원으로서 거창하게 밝혔던 소명의식을 마음속 깊이 품고 각자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음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또 이러한 소명의식이 재단 직원 간, 그리고 우리가 지원하는 연구자들께 진심을 전하는 소통의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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