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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공유플랫폼, 현대인의
사회적 유대감 찾을 수 있을까?

연세대학교 의류환경학과 우홍주 조교수

우리에게 옷은 어떤 의미일까요? ‘의식주(衣食住)’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옷은 유행과 패션을 넘어 개인의 취향과 사회적 양식이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온 인간생활에 필요한 3대 기본 요건 중 하나입니다. 의류학계에서는 오랜 시간 의복과 관련한 사회문제를 탐구하고 의류산업의 사회적 책임을 성찰해 왔습니다. 우홍주 교수는 ‘공유/순환경제시스템’을 적용한 의류상품의 지속가능성 증대방안을 모색해온 신진연구자입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지난 2년 코로나19로 주춤했던 ‘의류 공유플랫폼’이 공유 비즈니스를 넘어 현대인들이 사회적 유대감을 찾는 매개가 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습니다.

PART 1.연구자의 길

우홍주

패션을 통한 사회현상을 연구해 오셨어요. 교수님의 주요 연구주제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의류학은 패션디자인을 비롯해 의복구성과 생산, 소재개발,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한 세부 분야를 가진 융복합적인 학문이에요. 저는 패션리테일링, 패션비즈니스전략, 패션소비자행동관련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큰 틀에서 사람들이 어떤 옷을 원하며 이를 효과적으로 제시하는 전략이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는 ‘공유’입니다. 의류학계는 몇 십 년 전부터 의류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왔습니다. 생분해되는 소재 개발과 의류의 업사이클링과 리사이클링 방안도 다양하게 모색했습니다. 저는 그중 공유를 통한 사회적 순환경제시스템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의류산업은 환경을 해치는 산업 1, 2위를 다투고 있어요. 의류 생산에 해마다 215조 리터가 넘는 물을 사용하는데, 한 해 생산되는 옷의 30~40%는 판매가 안 돼 폐기됩니다. 팔린 옷 중에서도 상당수는 한 번도 입지 않고 버려집니다. 이렇게 버려진 의류가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최소 몇 백 년이 소요되기도 해요. 한 벌의 옷이 생산되어 폐기될 때까지 ‘공유’를 통해 쓰임을 다할 수 있다면, 폐기물도 줄고, 값싸게 옷을 생산해서 쉽게 폐기하는 현재의 산업 구조에도 미약하나마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홍주

의류산업의 사회적 책임과 옷의 공유시스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부생 때 전공을 공부하며 ‘사람들은 왜 이런 옷을 입는지’, ‘왜 이 옷을 원하는지’와 같은 사람들 저변에 깔린 심리 작용을 공부하는 게 흥미로웠어요. 좀 더 공부하고 싶어 대학원에 진학했고, 석사과정에서는 패션기업들의 사회적 책임을 연구하며, 이들이 소비자들과 어떻게 커뮤니케이션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박사과정에서는 국가이미지에 따라 소비자들이 패션브랜드에 어떤 이미지를 갖는가를 연구했습니다. 제 3세계 국가에 버려진 의류폐기물들이 큰 산을 이루고 생태계와 생활환경을 파괴하는 것을 보며, 의복연구자로서 보다 큰 사회적 책임을 느끼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처음 엄마가 되었어요. 당근(마켓)을 통해 육아용품을 거래하고 심리적 위안을 받은 경험이 있어요. 당시 온라인 공유시스템이 단순 물물교환을 넘어 상대와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으로 기능함을 알고, 이것이 공유경제의 핵심이 아닐까? 이곳에서 인간의 정, 사회적 유대감을 느낄 수 있을까를 연구하고 싶었습니다.

우홍주

사회과학적 맥락에서 패션을 연구하려면 다양한 학문적 배경지식도 필요할 것 같아요.

사람이 혼자 무인도에 산다면 의복이 필요 없을 거예요. 우리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기 때문에 옷을 입어요. 즉, 옷은 사회적 산물입니다. 따라서 패션을 연구하려면 소비자의 행동과 심리, 그리고 사회학적 관념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요. 옷이라는 특수한 산업과 상황을 경제학, 경영학적 관점을 사용해 해석하기도 해요. 하지만 경영학의 관점에서 패션을 연구하는 것과 의복연구자가 패션을 연구하는 관점이 항상 같지는 않아요. 옷은 상품의 하나이기도 하지만 다른 제품군과 다른 특수성이나 산업 특성, 사회적 상징성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사회과학적 접근을 하더라도 소재, 디자인을 포함한 의복 자체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의복과 패션산업의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통찰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우홍주

지난해 11월 미국 국제의류학회 ‘Rising Star Award’를 수상하셨습니다.

유학 중이던 석사 2년차 때 미국 국제의류학회의 장학금을 받았는데요. 제가 연구자로 성장하는 데 학회에서 큰 도움을 받은 만큼 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좋게 보신 것 같아요. ‘Rising Star Award’는 보통 조교수 이하 신진 연구자에게 주는 상으로 인생에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기에 개인적으로도 뜻깊고 연구자로서 큰 동기부여가 됐습니다.

PART 2.내가 하는 연구는?

우홍주

지난해부터 연구재단의 신진연구자지원 과제를 통해 의류 등 소비재 공유플랫폼을 통한 사회적 유대 회복 가능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였는데요. 연구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최근 의류학 분야에서는 ‘옷이 쓰임을 다하고 버려지는 것을 최소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의 하나로 공유경제와 순환경제를 보고 있습니다. 지역사회 중심의 플리마켓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초기 공유경제는 안 쓰는 물건을 나누고 판매하는 과정에서 참가자들의 사회적 유대감, 커뮤니티를 강화하는 역할도 수행했어요. 최근에는 당근마켓처럼 온라인에 기반을 둔 중고거래플랫폼이 순환경제의 주 무대가 되었는데요. 온라인 플랫폼 역시 단순히 물건의 판매만 중개하는 것이 아니라 ‘플랫폼에 어떤 장치나 효과를 줘야 사람들이 지금 여기서 타인과 함께 있고(사회적 실재감) 연대하고 있다고 느낄까?’를 연구하고 있어요. 판매자와 구매자가 사회적 공감대를 느낄 때 거래가 성사될 확률이 높거든요. 하지만 그간 온라인 플랫폼은 참가자들의 사회적 유대 보다는 플랫폼 자체의 비즈니스 측면을 강조하는 경향이 컸습니다. 그마저도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며 다른 사람과 물건을 공유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커짐에 따라 공유경제가 위기를 맞았어요. 이로 인해 공유경제의 발전이 멈추지 않도록 비대면 플랫폼에서도 공유를 통한 사회적 실재감과 유대감을 만들 수 있을까 궁금했습니다.

우홍주

연구는 어떤 과정과 방법으로 진행되나요?

의류의 사회과학적 연구는 소비자 설문, 인터뷰, 사례조사, 빅데이터 분석 등 주로 보편적인 사회과학적 연구방법으로 진행돼요. 연구를 통해 무엇을 알고 싶은지에 따라 적합한 방법론을 선택해요. 이번 연구는 우선 공유플랫폼의 사회적 실재감을 높이는 요인에 대한 연구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1년차에는 그 인접분야까지 아우른 문헌분석을 통해 주제에 대한 연구동향을 파악했습니다. 이렇게 도출된 연구모형을 바탕으로 2년차에서는 실증분석을 시작했어요. ‘어떤 요인을 높이면 사람들의 공유플랫폼에 대한 사회적 실재감과 유대감이 올라가나?’와 같은 질문을 갖고 미국과 한국의 두 소비자를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했습니다.

우홍주

연구를 진행하며 예상하지 못한 어려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회적 실재감, 공유경제, 의류 각각에 대한 연구는 많았지만, 이들 세 키워드를 연결시키는 연구는 거의 없었습니다. 새로운 주제를 개척하다 보니 참고할 수 있는 선행연구가 많지 않았어요. 인접 연구들까지 살펴보며 논리적으로 설득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우홍주

의류의 사회적 활용에 대한 연구가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길 기대하시나요?

연구를 통해서도 의류의 사회적 역할, 사회적 책임을 고민하지만, 수업에서도 관련 내용을 많이 다룹니다. 수업에서 옷으로 쌓인 쓰레기산을 보여주면 학생들이 전공에 회의감이 들고 내적갈등이 생긴다고 이야기 하곤 해요. 그렇다고 인류의 삶에 의류가 없어서는 안 되잖아요. 요즘 학생들은 자신이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싶어하는 특징이 있어요. 훗날 학생들이 자기가 속한 업계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려면, 의류산업의 나쁜 영향을 최소화하고 사회와 공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 같아요. 이 같은 노력을 사회에 알려야 하고요. 이번 연구가 마무리되면 다시 코로나19 이전처럼 옷을 활발하게 나눠 입고, 아껴 입고, 돌려 입는 문화가 정착되길 기대합니다. 의류 공유에 거부감을 덜고, 더 좋은 가치를 확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더 큰 매력을 느끼게 되길 기대합니다.

PART 3.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우홍주

좋은 연구 성과를 얻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연구를 하려면 세상을 향한 궁금증을 계속 가져야하는 것 같아요. 자신만의 연구 주제에 몰입하더라도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 사회의 화두가 무엇인지에 관심을 갖고, 왜 그럴까 고민하고, 이를 통해 일반인들도 궁금해 하는 질문을 만들고 연구화 하는 것이 연구자의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떨 땐 연구과제에 떨어지기도 하고 늘 반복되는 일을 하는 것 같지만, 제가 하는 일에 대해서 나름대로의 미션과 동기를 가지고 이런 의미가 있고,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걸 스스로 계속 찾아내고자 합니다. 그와 동시에 모두가 각자의 속도가 있음을 인정하려고 노력해요. 논문 하나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하고, 공동연구를 한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이 다 내 속도에 맞춰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요.

우홍주

지금까지 연구해오며 가장 즐겁고 행복한 순간은 언제였나요?

제가 완벽하게 좋은 연구를 하거나 좋은 연구자가 되긴 어려운 일이에요. 다만 지금까지 비교적 즐겁게 연구를 해왔다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건 지금까지 함께 해온 공동연구자들의 역할이 컸어요. 혼자 하면 연구과정이 굉장히 지난하지만, 공동연구를 통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의 그릇보다 더 많은 새로운 것들로 생각이 확장됩니다. 더불어 다른 분야 연구자들이라도 최근 무엇을 보고 있고, 같은 현상이라도 어떻게 다르게 보는 지, 이렇게 대화하는 과정에서 연구주제들이 나오고, 공동연구가 시작되곤 합니다. 학문의 발전은 전세계 수많은 연구자들이 긴 돌탑에 돌 하나를 올리기 위해 수없이 모래알을 주우면서 이루어지는 것 같아요. 서로 알거나 만나지 않아도 같은 생각을 갖고 쌓다보면 함께 하나의 탑을 쌓고 있는 거죠. 지금까지 공동연구를 같이 하신 분들 중에는 커뮤니케이션과 경영 등 인접분야 연구자들이 많았는데,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더 넓은 범위의 집단연구에도 도전하고 싶습니다.

우홍주

신진연구자로서 연구재단, 나아가 우리나라 학술환경에 대한 바람도 전해주세요.

미국의 대학에서 조교수로 직장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신진연구자, 특히 인문사회분야 연구자는 정부의 과제를 수주하기가 정말 어려워요. 한국에 돌아오니 연구자 생애주기별 지원제도가 있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인문사회 분야의 지원도 별도로 있어서 신진연구자에게 큰 기회가 되었습니다. 다만 미국의 경우 선정될 확률은 희박하지만, 일단 선정되면 연구자를 믿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좀 다른 것 같아요. 하지만, 우리는 아직 질적 평가 보다 양적 평가가 중심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양적으로 많은 수의 논문보다 질적으로 우수한 한 편의 논문이 세상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더불어 이공분야가 산업발전과 혁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 인문사회 연구도 세상에 메시지를 주는 소프트파워로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과제 지원이 줄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PART 4.내 인생의 등대 같은 영화 _<인생은 아름다워>

세익스피어는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라고 말했어요. 대부분 타인의 삶은 희극으로 보이지만, 순탄해 보이는 삶도 가까이 보면 다양한 어려움이 있어요. 저는 감사하게도 학교를 졸업하고 좋아하는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직업을 가졌습니다. 비교적 이른 나이에 임용되어 많은 분들의 축하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출산 후 산후조리원에서도, 퇴근 후나 주말도 일과 연구가 지속되는 삶이기도 해요. 때때로 힘들다 느껴질 땐 1999년 개봉한 이탈리아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떠올립니다. 주인공 ‘귀도’가 처한 상황은 사실 완벽한 비극 그 자체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사랑하는 아들이 삶을 희극으로 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요. 이건 놀이고 게임이고, 이 힘든 게 다 지나가면 선물이 있을 것이라고요. 사실 모든 삶은 동전의 양면처럼 희극과 비극이 공존하기 마련인 것 같아요. 영화 속 ‘귀도’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게 맡겨진 일들을 즐겁고 감사하게 하고자 노력합니다.

PART 5.신진연구자 프로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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