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에서 30분 만에
코로나 변이까지 찾는 분자진단 기술
건국대학교 생물공학과 박기수 부교수
코로나 변이까지 찾는 분자진단 기술
건국대학교 생물공학과 박기수 부교수
세포 속 핵산과 단백질 등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수치나 영상을 통하여 검출하는 분자진단 기술은 암을 비롯한 질병은 물론 바이러스와 박테리아 감염을 보다 빠르고 쉽게 조기진단하여 병의 효과적인 치료를 돕는 일등공신입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분자진단의 한 종류인 PCR 검사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는데요. 2023년 글로벌 분자진단시장이 약 220.3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등 기술과 시장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생체분자공학 및 진단연구실 박기수 교수는 핵산(DNA나 RNA)을 비롯해 단백질 및 세포 내 대사체(metabolome) 분석을 통해 체외진단의 기술혁신을 꾀하는 신진연구자입니다.
연구자의 길
![박기수](./img/f1/img_2_dot_02.jpg)
생체분자를 이용해 다양한 유해물질 및 바이오 마커*를 진단하는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오셨습니다. 독자들에게 교수님의 연구 주제를 소개해주세요.
핵산(DNA, RNA)은 우리 몸에서 유전정보의 저장과 전달, 그리고 발현을 담당하는 물질인데요. 핵산의 새로운 특성을 밝히는 기초연구부터 생체 내 존재하는 다양한 분자를 공학적으로 응용하여 진단, 검출, 치료에 활용할 수 있도록 확장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혈액, 타액(침), 소변 등에 존재하는 바이오 마커를 분석해 암 등 질병의 진행을 실시간으로 추적하는 액체생검 등 핵산 기반의 민감하고 정확한 진단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주력해 왔습니다. 더불어 감염병 뿐 아니라 유전병, 암을 비롯해 중금속, 농약과 같은 유해요소 등을 분석하는 분자진단툴 개발에도 매진하고 있습니다.
*바이오마커: 단백질이나 DNA, RNA(리보핵산), 대사 물질 등을 이용해 몸 안의 변화를 알아낼 수 있는 지표.
![](./img/f1/img_2_01.jpg)
![박기수](./img/f1/img_2_dot_02.jpg)
생명공학 분야 중 진단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학창시절부터 생물 과목에 관심이 많았어요. 제가 어릴 때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래서인지 막연하게 어른이 되면 보건/의료 쪽으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대학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하며 생물, 바이오 분야에 광범위하게 흥미를 갖게 되었고, KAIST 대학원에 진학하며 본격적으로 핵산을 이용한 진단 연구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박기수](./img/f1/img_2_dot_02.jpg)
교수님만의 연구주제를 찾기까지, 독립 연구자로 성장하며 걸어온 길도 소개해주세요.
대학원에서는 핵산을 주제로 등온증폭 기반의 진단 기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후 하버드의과대학에서 박사후연구원을 했는데요. 지도교수님 중 한 분이 임상의이면서 공학적 연구를 했어요. 당시 엑소좀 관련 연구와 함께 임상샘플을 다루는 연구를 시작해 독립연구 주제를 시작하는 기반을 다졌습니다. 또 하버드에 있을 때 경북대의대에서 방문연구를 오신 교수님께서 대장암 연구를 하셨는데요. 대장내시경의 경우 진단 정확도는 높지만 일반인들이 쉽게, 자주 내시경 검사를 하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혈액 속 바이오 마커를 분석해 쉽고 간단하지만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도록 하는 액체생검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 관련 연구도 지속하고 있습니다.
![](./img/f1/img_2_02.jpg)
내가 하는 연구는?
![박기수](./img/f1/img_2_dot_04.jpg)
우수신진연구사업을 통해 ‘암진단을 위한 혈액 검사 기반의 액체생검’연구를 진행 중이시죠? 관련 연구 내용을 소개해주세요.
대장암 진단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인데요. 다양한 표적분자에 특이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DNA 압타머*를 이용해 바이오 마커를 찾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을 획기적으로 단축하고 궁극적으로 빠르고 정확한 진단, 치료시스템을 찾고자 2020년 3월 신진연구과제를 시작했습니다. 과거에는 대장암 세포를 분석해 암을 진단했다면 이제는 혈액 속을 떠다니는 엑소좀*을 이용해 빠르고 간편한 진단과 치료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엑소좀 연구도 지난 10년 많은 진화가 있었습니다. 기존에는 엑소좀에 존재하는 암 바이오 마커를 찾으려면 항체를 A부터 Z까지 하나씩 차례로 확인하며 바이오 마커가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느라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압타머를 찾는 기술로 훨씬 빠르고 쉽게 바이오 마커를 찾을 수 있습니다. 또한, 압타머에 약물 및 나노구조물을 적용하면 치료 방법을 찾을 수 있으며, 등온증폭기술을 활용해 진단도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과제는 총 5년간 진행되는 데요. 지난 3년간 세부 연구목표들을 병렬적으로 진행하여 압타머를 찾았으며, 엑소좀 안에 바이오 마커를 분석할 수 있는 등온핵산증폭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압타머(Aptamer): 단일, 이중 나선의 DNA, RNA 형태로 타겟 단백질과의 3차원적 결합을 통해 단백질의 상호작용을 억제하는 생고분자 물질로 다양한 표적분자에 결합할 수 있어 만능포획제(universal capturing agent)로 활용이 가능함
*엑소좀: 세포에서 유래한 나노 단위 크기의 소포로, 세포 간 신호 전달 역할을 함
![](./img/f1/img_2_03.jpg)
![](./img/f1/img_2_04.jpg)
![박기수](./img/f1/img_2_dot_04.jpg)
관련 연구의 일환으로 30분 만에 코로나 검사가 가능한 ‘신규 등온핵산증폭기술(STAR)도 개발하며 많은 주목을 받으셨습니다.
신진연구 과제의 내용 중 하나가 등온핵산증폭기술 연구인데요. 실제 현장에서의 활용을 목표로 코로나19를 검출 타겟으로 설정하고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이번에 개발한 신규 등온핵산증폭기술(STAR)은 반복적인 온도조절 과정 없이 37℃에서 30분 만에 표적 핵산을 증폭시켜 신속 정확하게 진단 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바이러스를 비롯해 박테리아, 진균 등의 감염을 빠르고 정확하게 확인하는 장점이 있습니다. 현재 코로나19 진단은 핵산 증폭(RT-PCR)을 통한 분자진단법이 이용되는데요. PCR은 온도조절 과정을 통해 유전자를 증폭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됩니다. 또한, 정교한 온도조절을 위한 고가의 분석 장치 및 숙련된 기술이 필요해요. 또 RNA를 cDNA로 전환한 후 증폭하기 때문에 DNA에 의한 교차오염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위양성 가능성도 높았습니다. 반면 등온핵산증폭기술(STAR)은 RNA를 바로 인식하여 정확한 분석이 가능합니다. 무엇보다 반응 개시 전 온도조절 과정이 필요 없고, 비용이 저렴하며 소형화 현장 시스템의 구현이 용이해 앞으로 신속한 바이러스 뿐만 아니라 박테리아, 암 진단에 활용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박기수](./img/f1/img_2_dot_04.jpg)
일련의 연구를 통해 우리의 삶에 어떤 기여를 하고 싶으세요?
대학생 때는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웃음) 지금은 제가 하고 있는 진단, 더불어 제가 하고 있는 치료 분야에서 조금이나마 실용적이고, 실질적으로 기여 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고 싶습니다. 특히 대장암의 경우 아직까지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가 없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마커는 정확도가 낮고요. 지금 하고 있는 연구를 통해 진단의 정확도를 높여 사람들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주고 싶습니다.
나의 원동력, 나의 경쟁력
![박기수](./img/f1/img_2_dot_06.jpg)
신임교원 때 베스트티처상도 수상하셨습니다. 교수님의 연구 경쟁력은 무엇인가요?
연구도 교육도 학생들과의 수평적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교육과 연구는 보다 좋은 연구, 최적의 연구법을 함께 고민하기 때문에 좋은 성과로 이어진 것 같습니다. 베스트티처상은 제가 부임하며 학생의 마음을 이해하고, 수업준비를 열심히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가상해서 학생들이 좋게 평가해준 것 같아요. 학생들이 질문했을 때 대답을 못하면 교수가 잘 모른다고 할까봐 더 열심히 강의 준비를 했어요.(웃음) 학생들은 틀을 벗어난 참신한 생각을 많이 해요. 아직 연마되기 전 원석 같아요. 일례로 지난 8월 발표한 형광 안정성이 수천 배 향상된 DNA-구리 나노클러스터 합성법 개발 연구도 학생의 관찰력이 좋은 성과로 이어졌습니다. DNA-구리 나노클러스터는 합성이 쉽고 독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다른 금속 클러스터에 비해 형광이 오래가지 못하고 20분 만에 사라지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형광이 유지되는 조건의 최적화 및 과당(fructose)의 첨가를 통하여 형광 빛이 108일 동안 지속되는 높은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었고, 향후 형광 이미징, 광학장치, 형광 잉크 등의 다양한 분야로 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 요.
![](./img/f1/img_2_05.jpg)
![](./img/f1/img_2_06.jpg)
![박기수](./img/f1/img_2_dot_06.jpg)
연구자로서 가장 즐겁고 행복했던 순간, 기억에 남는 연구는 무엇인가요?
좋은 결과를 바탕으로 하나의 논문이 완성될 때 가장 행복합니다. 기억에 남는 첫 논문은 대학원 때 DNA와 금속의 상호작용을 이용해 DNA 중합효소 활성을 조절하는 연구였어요. 특정 금속이 들어갔을 때 중합효소가 갈 수 있는 현상을 발견해 분자 스위치 개발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또 박사후과정에서도 2년간 진행한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했고요. 최근 신규 등온핵산증폭기술(STAR) 개발도 큰 보람입니다.
![박기수](./img/f1/img_2_dot_06.jpg)
생명공학자로서 궁극적으로 이루고 싶은 연구 목표는 무엇인가요?
동료선후배 및 인접분야 연구자분들과 공동연구를 통해 보다 깊이 있는 연구를 진행하고 싶어요. 지금은 기초, 응용 R&D를 일차적으로 진행하지만, 중견 과제로 나아갈 때는 실험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실제 산업현장, 의료현장에서 활동될 수 있도록 제품화 하고 실용화는 것이 목표입니다. 등온핵산증폭기술(STAR)도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등에 대한 사업화, 기술이전, 기술자문 등을 통해 실질적으로 사용될 수 있길 기대하고요. 이를 위해 STAR 기반의 초고감도 검출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며, 다양한 질병의 조기 진단으로 확장 가능성을 검증하고자 합니다.
![박기수](./img/f1/img_2_dot_06.jpg)
그동안 연구자의 길을 걸으며 연구재단과도 인연도 많으셨는데요. 연구재단의 발전을 위해 건의사항 또는 당부의 말씀도 부탁드립니다.
기초연구실 지원사업(BRL)이 개척형으로 확대되는 등 연구재단이 과제 기획에 많은 고민과 노력을 하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과제 선정과 평가 시스템의 객관화 투명화와 공정성 강화도 마찬가지고요.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된 연구성과들이 보다 널리 확산되고 국민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연구성과 홍보의 기회도 마련해주셨고요. 지금도 많이 노력하지만 앞으로도 연구자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지속적으로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img/f1/img_2_07.jpg)
내 인생의 등대와 같은 말
With great power comes great responsibility.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 영화 <스파이더맨> 속 대사입니다. 과학자로서, 교수로서 연구개발과 교육에, 책임감 있게 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격언이 있는데요. 저는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생각합니다. 노력은 값진 것이니까요! 저는 천재성은 없지만 스스로 문제를 이해하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연구실을 지키며 성장해왔습니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방송인 서장훈 씨가 “그거 다 뻥이다. 즐겨서 뭘 이뤄낼 수 있는 건 단연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았습니다. 서장훈 씨는 “농구선수를 하면서 매순간 즐거운 적이 없었다. 다만 최고가 되기 위한 치열한 노력이 있었기에 지금 행복할 수 있다”고 말했어요. 많은 부분 공감이 되어서 학생들이나 후배들에게도 “내 꿈이 확실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다면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노력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신진연구자 프로필
![](./img/f1/img_2_0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