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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속도로 변하는 정보통신
“차세대 원천기술로 주도권 유지해야”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 정보·융합기술단 고영채 단장

개전 초기만 해도 압도적인 승리가 예상됐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패주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군사 전문가들은 제공권과 지상전력 모두 열세인 우크라이나 군이 승기를 잡게 된 원인 중 하나로 미국 스페이스X의 저궤도 위성통신망 ‘스타링크’를 꼽고 있습니다. 하늘과 땅, 바다를 거미줄처럼 연결하는 정보망이 드론, 휴대용 미사일 같은 야전무기들과 결합해 놀랍도록 기민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영채 신임 정보·융합기술단장은 스타링크의 가공할 만한 위력이 ICT 강국을 자처해온 대한민국의 미래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합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정보통신 산업의 주도권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세계 최초의 CDMA 상용화(1996), 5G 상용화(2019) 이상의 기술혁신이 계속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6G 위성통신의 대두

스타링크는 테슬라의 CEO이기도 한 일런 머스크가 자율주행차의 인프라 구축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입니다. 현재 지구 저궤도에 쏘아올린 약 2천 기 가량의 소형위성을 2030년 1만 2천기까지 늘려 전 세계에 음영 지역 없는 인터넷 통신망을 제공한다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스타링크 같은 6G 기반의 위성통신이 미래 모빌리티뿐만 아니라 군사, 우주까지 무선통신기술 영역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웹진 독자들을 위해 단장님의 주요 연구 분야를 소개해주세요.

3G 상용화 시기부터 시작해서 물리계층에 해당하는 통신이론, 알고리듬 등을 중심으로 차세대 무선통신 시스템을 연구해오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6G의 원천기술 확보입니다. 5G와 달리 6G는 저궤도 위성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수많은 위성 간의 무선통신 기술이 필요한데 아직 전 세계적으로 핵심기술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이들 위성통신에는 매우 높은 주파수의 전자기파인 빛, 즉 레이저 등을 이용해 신호를 전달하는 무선광통신이 활용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 분야를 우리가 주도하자는 게 연구개발의 목표입니다. 이와 함께 우리 군과 협력해 고속으로 움직이는 무인항공기와 통제소 간 신호전달체계인 빔트래킹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5G가 상용화된 지 얼마 안 됐는데 또 금세 6G 기술개발이 필요할 만큼 정보통신 산업의 혁신주기가 더욱 빨라지고 있는 듯합니다.

정보통신 업계에서는 현재 5G 기술개발이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제 다음 단계인 6G 기술개발이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때입니다. 현재 베타서비스 중인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 알래스카와 캐나다 등지에서 상용서비스가 개시된 영국 윈웹 등의 기술과 정지궤도와 저궤도위성 등이 포함된 6G 위성통신 기술은 곧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것입니다. 우리나라 역시 6G 원천기술의 확보를 위해 차세대위성통신 전파연구센터 등을 선정해 저궤도 군집 위성통신 시스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최근 관심이 높은 UAM과 자율주행차 등의 미래 모빌리티, 무인화되고 있는 전장 등을 보면 무선통신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단장님께서 바라보시는 무선통신의 미래상을 소개해주세요.

초고속 무선통신 기술을 소개할 때 지금까지는 대개 영화나 드라마를 얼마나 빨리 다운받을 수 있는지를 예로 들곤 했습니다. 즉 데이터 전송속도를 높이는 게 차세대 무선통신 개발의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속도는 기본적인 사항이고 더 중요하게 거론되는 게 ‘보안’입니다. 이에 따라 양자암호 기술의 무선통신 접목을 위한 시도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동시에 ‘저지연’도 미래 무선통신의 중요한 화두입니다. 예를 들어 곧 상용화될 자율주행 자동차의 경우 자체적인 운전경로 계산 외에도 차량흐름과 도로환경, 교통신호 등 수많은 주변 환경들과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합니다. 아주 많은 장치와 기기들 사이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 전송이 실시간 초고속으로, 그것도 아주 정밀하게 이뤄져야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잠깐이라도 지연이나 장애가 발생한다면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또한 6G 위성통신 기술이 보편화되어 넘어가면 항공기처럼 고속으로 높은 고도를 이동하는 공간에서도 자유롭게 무선통신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슈퍼컴 기술자립을 향해

엄청난 계산 성능을 자랑하는 슈퍼컴퓨터는 전통적으로 기상·기후 예측, 입자물리, 천문우주, 생명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에 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자동차, 항공, 전자, 신소재 등을 개발하는 다양한 산업 분야를 비롯해 핵실험 등 안보 분야에서도 많이 사용되는 국가적 자원입니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도구로서 그 중요성이 더욱 확대되고 있습니다.

정보·융합기술단장에 부임하신 지 5개월이 지났습니다. 그간 어떻게 지내셨는지요?

한국연구재단 국책연구본부의 단장들이 하는 가장 큰 일은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소요 기술의 수요와 범위를 파악하고, 그에 필요한 예산을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한 역할이지요. 연구재단에 온 후 그런 원천기술이 무엇인지 탐색하고 공부하는 데 가장 많은 시간을 들인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슈퍼컴퓨터에 대한 기술적 이해에 집중했습니다. 슈퍼컴퓨터는 인공지능, 자율주행을 비롯해 기후, 에너지, 경제, 국방까지 수많은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영역 전반에 걸쳐 매우 중요한 인프라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이 국가적인 핵심 도구를 모두 외산에 의존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자체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제 정치지형에 따라 언제든 기술 제공을 거부당해 큰 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현재 슈퍼컴퓨터 개발 기술에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도 국가의 집중적인 투자가 이뤄진 시기가 2010년부터로 그리 오래 전이 아닌 만큼 우리나라도 서둘러 자체 기술력 확보에 나서야 할 때입니다.

정보·융합기술단의 또 다른 주요 소관 분야들에서는 어떤 연구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는지도 소개해 주세요.

정보·융합기술단은 ▲첨단과학기술 간 융합연구 ▲미래유망 융합기술 ▲차세대정보컴퓨팅 ▲문화·스포츠과학 ▲민군협력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반도체, 통신, 컴퓨터 등 다양한 연구 분야와 함께 호흡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제가 모두를 파악하기는 어려운 만큼 세부적인 기술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께 맡기고 저는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절차를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현재 슈퍼컴퓨터 인프라 및 자체 기술개발 사업을 위해 기술개발의 틀을 만드는 것 외에도 융합기술 분야에서는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는 미래융합기술 파이오니어 사업, 또 실패해도 좋으니 언젠가는 과학적으로 반드시 풀어야 할 과학난제 해결 사업 등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끝으로 정보·융합기술단장으로서 특별히 계획하고 계신 목표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그간 제가 연구재단과 접점이 있었다면 평가나 제안서 접수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정보·융합기술단장에 부임한 후 제 전공과 다른 분야들, 또 제가 알던 지식의 한계를 훌쩍 뛰어넘는 큰 스케일의 연구사업 기획을 접하며 마치 작은 상점에서 일하다가 거대한 규모의 백화점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기분이 들곤 합니다. 내 연구실에만 머물렀던 시야가 넓어지며 제게 주어지는 과제가 비단 저와 연구실 동료들의 논문 작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관한 일이었다는 반성 아닌 반성도 하게 됩니다. 당연히 어려움도 있지만 새로운 마음가짐 속에 무언가 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데요. 이런 달라진 마음가짐과 자부심, 또 연구자들의 마음을 헤아려 평가하고 지원하겠다던 초심을 잘 조화시켜 정보·융합기술단의 연구사업들이 연구자들과 국가 모두를 위해 정말 좋은 결과에 이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고영채 정보·융합기술단장

한양대학교 전자통신공학과를 1997년에 졸업하고 미국 미니애폴리스 미네소타대학교에서 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1999년과 2001년에 각각 받았다. 미국 노바텔과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연구원을 거쳐 2004년부터 고려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 공과대학 부학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과기정통부가 선정한 차세대위성통신 전파연구센터 책임자로 저궤도 군집 소형 위성 간 통신 시스템 개발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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