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시선으로, 부작용 없는
항암제 연구의 길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김유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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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시선으로,
부작용 없는 항암제 연구의 길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김유형 교수

한 분야를 오랜기간 꾸준히, 그리고 인내심을 갖고 연구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입니다. 물론 쉽지 않은 고된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아가 우리 삶의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 의미가 더해지지 않을까요.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김유형 교수의 신념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현재가 아닌 미래를 바라보며 묵묵히 자신의 연구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결실까지 맺었습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올해부터 신설한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과제 중 하나로 선정된 것입니다. 한우물파기 기초연구는 박사학위 취득 후 15년 이내 연구원의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기초연구 과제 15개를 선정, 연 2억원 내외 연구비를 총 10년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세계적인 우수 연구자의 길 그 초입에 선 김유형 교수를 만나 그의 연구철학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PART 1.한우물파기 연구과제로 선정된 부작용 없는 항암제 연구

한우물파기 기초연구 과제에 선정된 소감이 궁금합니다.

김유형

사실 저와 같은 혈관 연구자가 많지는 않은 편입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연구 아이디어가 새롭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주변에서 축하도 많이 받았습니다(웃음). 이 주제는 오랫동안 생각해오던 주제이고, 언젠가는 이 주제로 연구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를 해왔습니다. 연구비를 수주하고 나니, 제 머리 속에만 있던 내용을 실제로 구현해볼 힘을 얻었다는 점에서 매우 기뻤습니다.

부작용 없는 항암제 개발이 연구핵심 주제라고 들었습니다.

김유형

항암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발전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암 진단 후 생존자의 수는 점점 늘어나고, 생존 기간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한편, 항암제로 인한 비가역적인 장기기능의 손상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전 항암제들은 머리카락 손실이나 설사 등이 문제였다면, 최근 사용되고 있는 표적항암제들은 갑상선, 부신, 췌장 등 내분비계의 비가역적인 손상이 문제입니다. 제 외래에 내원하는 환자들의 5분의 1은 이처럼 항암제에 의한 내분비 독성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항암제에 의해 내분비기관이 손상되면 환자의 삶의 질이 떨어집니다. 갑상선 기능저하증, 부신 기능저하증, 당뇨병이 발생하면 평생 약을 먹어야하구요. 급성 합병증의 형태로 발생하면 응급실신세를 져야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항암제 중에서도 혈관신생억제제에 의해 내분비계 합병증이 많이 생기니 저는 ‘이것이 내분비계 혈관에 발생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 내분비기관의 혈관에는 손상이 없으면서 암혈관신생만 억제할 수 있는 항암제를 개발해보고 싶어 이 연구주제를 제안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궁금합니다.

김유형

저는 박사과정 중에 혈관내피세포를 주로 연구했습니다. 그 중에서 혈관이 새롭게 생기는 혈관신생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제가 혈관생물학을 전공한 임상의사이다보니, 자연스럽게 혈관을 중심으로 장기의 기능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구주제도 저의 이런 독특한 연구배경에 기인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제 박사과정 지도 교수님께서는 ‘Seeing is Believing’을 자주 말씀하셨습니다. 저도 그 말씀에 동의합니다. 따라서, 저는 주로 제 관심 장기의 혈관과 그 주변세포를 이미징으로 보여줄 계획입니다. 그리고 단일세포유전체분석을 통해 혈관내피세포를 중점적으로 분석하고, 혈관내피세포가 장기의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할 계획입니다.

김유형

혈관성장인자는 혈관내피세포의 생존, 증식, 구조변화 등에 중요합니다. 또한 혈관신생에도 중요한 역할을 하여, 항암제의 혈관신생억제제의 주된 타겟이 됩니다. 혈관성장인자를 막으면 암혈관은 효과적으로 줄어들지만, 혈관성장인자가 기능유지에 중요한 장기들에게는 치명적입니다. 저는 암혈관 내피세포와 내분비계 기관의 혈관내피세포를 분석하여 차이를 발견하고, 암혈관에 특징적인 항암타겟 및 항암 전략을 구상해보고자 합니다. 항암의 효과는 유지하면서, 부작용이 없는 항암제 개발이라는 큰 목표를 가지고,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많은 연구주제에 대해서 파헤쳐볼 생각입니다.

PART 2.임상의 그리고 기초연구의 길

어떤 방향성을 갖고 연구에 임할 계획이신가요.

김유형

저는 궁극적으로 두 가지 방향으로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내분비계 기관을 구성하고 있는 세포들이 보여주는 정상적인 상호작용을 확인하고자 합니다. 내분비기관이 워낙 작고, 이들이 만들어내는 호르몬이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관심이 적은 편입니다. 하지만 혈관생물학과 내분비대사학을 전공한 저에게 이 과제는 어쩌면 의무와 같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는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암혈관 내피세포와 정상혈관 내피세포의 차이를 규명하는 일입니다. 생존의 문제에 놓인 암환자분들께서 삶의 질을 고민할 겨를이 있느냐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발전된 항암제로 인해 암생존자의 수와 생존기간이 엄청나게 늘어났습니다.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항암효능은 높이고, 부작용은 줄이는 일, 이것이 ‘표적’항암제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아닐까요.

임상의이시면서 기초연구에도 집중하고 계신데요.

김유형

임상연구와 기초연구는 상호보완적이라 생각합니다. 중요한 임상연구들은 지금 당장의 진료에 도움을 주는 주제들에 대해서 다룹니다. 저도 진료시에 임상 연구 결과로부터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오늘의 진료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지만,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하는 연구라고 생각합니다. 기초 연구를 통해, 임상연구가 설명해주지 못하는 약제의 효능 기전, 부작용 발생 기전을 알 수 있고, 새로운 치료타겟을 발굴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임상의이자 기초연구를 하는 의사로서, 임상 진료시에 가졌던 질문을 기초연구를 통해 풀어내고자 합니다. 저와 수많은 동료들이 수행하는 이 연구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 환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항상 품고 있습니다.

기초연구는 질병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혀줍니다. 내분비대사내과 의사로서 진료실에 있다보면 갑상선, 췌장, 부신 등 내분비기관의 기능부전을 극복하고, 전신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대부분의 질병이 궁극적으로는 기관의 기능부전으로 귀결됩니다. 하지만, 질병마다 기관의 기능 부전에 이르는 기전은 모두 다를 것이고, 질병이 진행하는 각 순간에 반응하는 세포들 또한 모두 다를 것입니다. 저는 이런 주제들에 궁금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주제들을 잘 연구하여, 질병이 진행하는 단계를 파악할 수 있다면, 비가역적인 기관의 기능부전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런 면에서 기초연구가 질병에 대한 제 생각의 폭을 넓혀주고, 깊이를 더해준다고 생각합니다.

PART 3.흔들리지 말아야 할 나만의 시선

연구에 있어 가장 필요한 자세는 무엇일까요.

김유형

저는 무엇보다 나만의 시선을 공고히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방향을 정하고, 꾸준히 연구하다보면, 연구대상을 바라보는 나만의 시선이 더 공고해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모든 연구가 이 세상을 발전시킬 수는 없을지라도, 자기만의 시선으로 꾸준히 연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결과가 과학발전과 나아가서는 인류복지에도 공헌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의 연구 아이디어들도 시작은 미약하고, 많은 곳에서 거절당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연구하다보니 이렇게 한우물파기 기초연구과제에도 선정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그동안 봐온 선배 연구자분들은 본인만의 시선이 뚜렷하였습니다. 감히 예상해보건대, 아마도 세상에 존재하는 학자의 수만큼 연구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할 것 같습니다. 이번에 한우물파기 기초연구과제에 선정된만큼 저 역시 중장기로 한 분야에 대해 연구하다보면 저 만의 시선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같은 길을 걷고자하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김유형

앞에서 말씀드린 것과 같이, 나만의 시선을 갖기 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연구 분야도 굉장히 빠르게 변화하다보니, 너무 최신 유행만을 추구하다보면 나만의 시선을 잃기 쉬울 것 같습니다. 한 분야에 대한 꾸준히 연구한다면, 지금 당장은 큰 공감을 얻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합니다.
모든 발견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습니다. 수없이 많은 실패를 반복하다 한 가지의 큰 발견을 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저의 삶에서 그런 발견을 해낼 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저 또한 꾸준히 노력하고자 합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연구자들 모두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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