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자와 연구재단의
다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한국연구재단 안태규 자연과학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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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와 연구재단의
다리가 되길 희망합니다!
한국연구재단 안태규 자연과학단장

안태규 신임 자연과학단장은 끈기 있고 열정 넘치는 연구자입니다. 동시에 연구자들의 현재와 미래를 먼저 생각하는 관리자이기도 합니다. 많은 스승과 동료, 그리고 제자들과 함께하며 걸어온 길이라 특히나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성에 주목했고 이제 그 안에서 남다른 방향성을 만들어가고자 준비에 나섰습니다. 안태규 단장이 만드는 자연과학단에 어떤 변화의 모습이 일어날지 궁금해집니다.

안태규

감사함으로 대신하는
연구자로서 길

자연과학단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감과 각오 한 말씀 듣고 싶습니다.

안태규

우선 일반 연구자 입장에서 자연과학단장이라는 직책은 굉장히 공적인 자리로 느껴집니다. 사실 우리가 연구자의 길을 계속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학계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도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그와 같은 마음으로 이 자리에 임하 고 있습니다. 아직 취임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저도 계속 배워나갈 예정입니다. 나아가 연구자와 연구재단을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연구자로서 걸어온 길에 대해 담담하게 소개한 안태규 단장은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그간 자신을 이끌어 준 여러 은사들을 향해 공을 돌렸습니다. 그분들의 가르침이 있었기에 현재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이지요.

은사분들을 향한 감정이 특별하신 것 같습니다.

안태규

연구자와 교육자의 길을 가르쳐 주신 은사님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습니다.
저는 쉽게 좌절하는 편이었습니다. 제가 박사학위를 11년 했는데 이러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만 나이 36세에 박사를 받았고 40세에 교수가 되었죠. 포기하려고 할 때마다 지도교수님들이 도와주셨습니다. 정말 감사한 따름이죠.

첫 번째 지도교수셨던 서울대 김성근 선생님은 물리화학분야 분자반응동력학 분야를 연구하셨는데 무엇보다 연구자를 키우는 법을 알려주셨습니다. 후학 교육에 정말 많은 열정을 쏟으셨고 현재까지 100명에 가까운 석박사를 배출하신 분이기도 합니다. 삼성미래재단 등, 국내 연구환경 개선을 위해서도 많은 헌신을 하셨죠.

또 한 분이신 연세대 김동호 선생님은 박사과정 중 열정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저에게 분광학이라는 학문을 알려주셨는데, 2000년대 당시로는 국내에 흔치않은 레이저 장비를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게 해 주셨고 20여 편의 논문을 지도해주셨습니다. 김동호 선생님은 미국화학회지 100편 등, 총 700편 넘는 논문을 쓰신 연구자이신데 항상 열정을 가지고 논문을 위해 전력을 다하시는 모습은 저에게 본이 되시는 연구자이셨습니다.

안태규

자석아이템 아닌 1등의 시행착오 필요해

최근 과학기술연구는 어떤 흐름이며 필요한 요소는 무엇일까요.

안태규

혹시 카트라이더라는 온라인 레이싱 게임을 아시나요? 그 게임 속에는 자석아이템이 있는데요. 이 아이템을 먹으면 앞에 레이스 주자를 자석으로 당겨 바짝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이 아이템은 궁극적으로 1등을 따라갈 수 있고 쉽게 2등의 자리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만일 자신이 1등일 경우에는 필요가 없죠. 앞에 가고 있는 주자가 없으니까요.

현재 우리의 과학기술연구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이던 시절에는 자석아이템을 써서 (선진국을) 따라하는 법만 알면 되었습니다. 2등으로 따라갈 때는 1등의 시행착오를 피해서 가장 짧은 길로 쫒아만 가면 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우리가 선진국에 들어서서 어느 분야에서 만일 1등이라면? 그 시행착오를 우리가 겪어야 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 연구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선택’과 ‘집중’으로 가장 실패할 경우를 없애는 방향으로 흘러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석아이템을 썼을 때(2등일 때) 잘 해왔으니 앞으로도 잘할 것이라는 미신을 믿게 되는 것인데요. 그런데 이제는 연구자들이 자주 실패하는 (그래서 뿌리가 더 강해지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자꾸 따라가려는 방식이라면 우리는 계속 2등에 머물게 되지 않을까요?

세부적으로 어떤 방향성을 그리고 계신가요.

안태규

제가 미국에 포닥으로 있을 때 지원받던 미국 에너지성(DOE)의 과제와 평가시스템을 예로 들겠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산업자원부인 미국 에너지성은 국립연구소들의 가장 중요한 펀드이자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프로그램도 있었습니다. 그만큼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이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당시 지도교수님과 함께 DOE 계약자 학회(Contractor′s meeting)에 참여한 적이 있습니다. 50여명의 과제를 지원받는 연구자들이 워싱턴 근교의 대학에서 3박4일간 숙박하며 열띤 토론으로 평가를 받던 학회 같은 미팅이었습니다. 일어나서 아침식사부터 (학회처럼) 발표를 듣고 포스터를 들으며, 저녁식사 후 일정마치고 맥주 먹고 서서 토론하는 동안 평가를 받게 되는 매우 인텐시브한 일정이었죠. 저는 포닥이라 포스터 발표만 하고 구두발표를 듣기만 했는데도 학회중의 긴장감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비행기에서 내려서는 다리가 풀릴 정도로 긴장을 했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도 연구비 금액의 면에서는 한국연구재단 규모가 상당히 커졌습니다. 그에 따라 평가시스템의 고도화가 절실한 것이 현실입니다. 저는 2009년 후반부터 대학에 부임하여 국책 과제를 신청하면서 연구 평가의 어려움을 인식하였습니다. 물론 재단의 많은 분들이 노력하여 공정하고 청렴한 연구플랫폼을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연구자로 느낀 어려움을 공감하며 해소하고자 합니다. 당장의 신규 프로그램 개발이 아닌 기존 과제를 어떻게 제대로 운영하고 평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개선해볼 생각입니다.

안태규

경력단절? 은퇴? 연구는 계속 되어야 한다!

특별히 이뤄내고 싶은 목표가 있으실까요.

안태규

제가 꼭 하고 싶은 두 가지 내용이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경력단절 연구자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연구프로그램이란 것이 경쟁 속에서 선택되는 방식인데 최근 3년, 최근 5년 등의 성과물이 필요하다면 그런 관점에서 경력단절 연구자들은 선택될 가능성이 없습니다. 이러면 더욱 연구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죠. 병이나 휴직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연구자들의 연구가 중단되면 육성에 들어간 투자를 회수할 수 없는 것이니 국가적으로도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시니어 연구자분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연구자들이 정년퇴임을 하고나면 ‘이제 그만 집에 가서 쉬시죠’ 같은 분위기라면 아까운 인재풀을 쓸 수 없게 됩니다. 저는 정말 국가적 손해라고 봅니다. 이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때가 아닐까 합니다.

이러한 소외된 연구자들(안 단장은 ‘틈새 연구자’라는 용어를 사용했다)이 자기 전문분야를 활용하고 국가를 위해서 활약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세계최고의 저널 중 하나가 된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Nature Materials)도 초기에는 20대·30대 갓 박사를 받은 연구자들이 주축이 되어 일관된 전략으로 세계 최고의 저널을 만든 사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연구시스템을 네이처 머터리얼 같은 저널처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숫자를 세는 시스템을 바꿔서 자기 분야에 필요한 연구 제안서를 읽고 판단할 수 있는 사람들로 활용한다면 연구재단은 물론, 국가에도 도움이 되는 방향을 꼭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할 수 있습니다. 인력수급 면에서도 틈새 연구자들의 활동 폭을 넓히고 또 세밀하게 검증할 수 있으며 국가세금도 더 투명하게 만드는 길이 될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안태규

따스한 온도 느껴지는 자연과학단을 향해

단장으로서 어떤 마음가짐을 갖게 되시나요.

안태규

최근 제 제자 중 한 명이 대학교 교수가 되었습니다. 제자가 교수가 되는 걸 보다보니...‘아 도전적인 연구는 젊은 연구자에게 맡기고 이제는 내가 (연구자들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할 나이가 되었구나’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한편으로 그 친구를 생각하면 분명 무엇인가 남다른 친구였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한테 대들기도 많이 했고 두 번 나갔다 돌아오기도 했거든요. 제가 사실 잘 참는 성격이 아니긴한데(웃음), 참고 지켜봐주고 함께 연구를 했더니 이런 결과물이 만들어진 것이죠. 그래서 제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이것입니다. 바로 우리가 더 참아주고 기다려줘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이지요. 연구재단 포함 기성세대가 젊은 세대를 (그리고 그들의 연구를) 참고 기다려준다면 분명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1등 연구자들이 많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저 개인적으로도 (지금 당장) 연구 논문을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순히 (논문)수만 늘리는 것보다 (연구재단에서) 봉사 과정에서 사람(연구자)을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따뜻한 사람이 있고, 또 그 따스한 온도를 느낄 수 있는 연구재단과 자연과학단이 되길 희망하고 꼭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About the Interviewee
안태규

서울대 화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물리화학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9월부터 성균관대학교 에너지과학과 교수를 지내고 있으며 그동안 한국화학연구원 화학소재전략사업단 학연교수, 연세대학교 초고속광물성제어연구단 박사후연구원,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박사후연구원 및 방문연구원 그리고 고려대학교 다차원분광동력학연구단(IBS) 방문연구원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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